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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에 생각하는 ‘퀴어’스러움(?)

기사승인 2021.05.02  00:2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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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보스-바하(En Voz Baja)

▲ 더 이상 여남을 부모로 하는 가정을 정상 가족이라 칭할 수 없는 시대이다. ⓒGetty Image

5월은 가정의 달로 알려져 있다. 어린이 날,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 등 우리 주위의 사랑하는 존재들을 기념하고 기억하는 달이다. 가정은 무엇일까?

나는 1970년대 고등학교를 남미의 파라과이에서 보냈다. 교과 과정 중에 educacion civica(시민교육)라는 이름의 과목이 있었다. 아마 한국으로 치면 도덕과목일 것이다. 그 중에 가정과 가족에 대한 단원이 있었다. 그리고 그 단원에서는 가정과 가족(family)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었다.

“가정과 가족은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과 딸로 구성되어 있는 사회적 기초단위이다.”(La familia es la unida basic de la sociedad, formada por los padres e hijos)

이러한 정의는 한국 교육에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하여간 이러한 개념 규정 속에서 소위 결손 가정이라는 말도 생겨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가정에 대한 이러한 규정은 매우 차별적이고 억압적인 개념이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러한 개념 규정에 의하여 정상적인 가정과 그렇지 않은 가정을 구별하며 살아왔다. 심지어는 소위 정상적인 가정 출신이 아니면 그 사람에 대하여 차별적인 대우를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곤 했다.

내가 살던 이민 사회에는 소위 가족들 없이 혼자 이민을 와서 살고 있는 젊은 남자 청년들이 상당수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단신으로 와서 열심히 이민자로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은 많은 경우 한인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했다. 이유는 오직 한 가지, 가족 없이 혼자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가족이라는 개념은 많은 사람들을 소외시키고 차별하는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어떤 개념을 가지고 살고 있는가는 우리의 가치관과 행위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오늘 가정에 대한 개념은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다양한 시각으로 가정을 이해하고 있다. 예수도 가정과 가족의 의미를 넓히고 있다. 그는 가족에 대한 기존의 개념을 넘어서는 모습을 보인다.

그 때에 예수의 어머니와 동생들이 찾아와, 바깥에 서서, 사람을 들여보내어 예수를 불렀다. 무리가 예수의 주위에 둘러앉아 있다가, 그에게 말하였다.
“보십시오, 선생님의 어머니와 동생들과 누이들이 바깥에서 선생님을 찾고 있습니다.”
예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누가 내 어머니이며, 내 형제들이냐?”
그리고 주위에 둘러앉은 사람들을 둘러보시고 말씀하셨다.
“보아라, 내 어머니와 내 형제자매들이다. 누구든지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사람이 곧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다.”(마가 3:31~35)

한 가지 개념으로 규정된 가정을 넘어서서 다양한 종류의 가정이 존재한다. 그리고 세계의 많은 국가에서 다양한 가정과 가족의 의미를 다양한 법 제정을 통하여 포용하고 있다. 그 만큼 우리의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다양해졌다는 의미이다.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이 깊어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고의 유연성과 다양성은 우리의 삶을 보다 풍요롭고 깊이 있게 만들어 간다. 가정에 대한 개념뿐만 아니다.

우리의 삶의 전반에 걸쳐서 우리의 이해의 폭을 넓혀 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신앙 행위와 신학의 전개에 있어서도 그리고 성경을 해석하는 방법에서도 다양한 시각과 이해가 필요하다. 각자가 처해 있는 삶의 정황에서 성경을 이해하게 되고 또 서로 다른 이해를 포용하고 대화를 나눌 때 우리의 성경에 대한 이해와 해석은 널어지고 깊어질 것이다. 

지난 주 어쩌면 우리에게 낯설게 보일수도 있는 한 권의 성서 주석이 발간되었다. 『퀴어 성서주석』이 그 책이다. 이 책은 ‘퀴어’의 눈으로 바라본 성서주석이다. 나는 이 책을 받자마자 읽기 시작했다. 워낙 두꺼운 책이라 다 읽지는 못하였지만 상당부분을 읽어가고 있다. 책장을 하나씩 넘길 때마다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성경을 읽어가면서 그리고 해석하고 또 설교하고 있는 나로서는 놀라운 경험이 아닐 수 없다. 『퀴어 성서 주석』의 본문에서 한 대목을 인용한다.

“모든 인간이 똑같이 하나님에게서 비롯되었다고 가르치는 책이 어떻게 여성을 구조적으로 불이익을 겪게 하고 종속시키는 사회질서를 반영할 수 있을까? (중략) 성서본문은 이분법적인 젠더구별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최근까지도 우리는 모든 사람이 남성 또는 여성으로 태어나며 태어날 때 주어지고 결정된 성 정체성이 일생 동안 고정된 것이라고 전제하였다. 따라서 우리가 성서본문을 읽을 때, 우리는 두 눈, 곧 남성 또는 여성의 시선을 통해서만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새로운 해석의 세계로 들어가고 있다.”(퀴어 성서주석, 193쪽)

새로운 시각은 우리로 새로운 진리의 세계로 들어서게 한다. 가정에 대한 고정된 개념을 넘어서서 다양한 가정의 개념의 수용은 우리 사회를 한층 발전시켰다. 인간에 대한 새로운 이해는 우리 사회에서 차별과 혐오가 얼마나 무서운 것이며 그리고 그것은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도전이고 도발임을 보게 만들었다.

성경에 첫 번째로 등장하는 하나님에 대한 설명은 창조주 하나님이다. 우주를 창조하신 분이 하나님이라는 것이다. 이 선언은 무엇보다도 우주(생명의)의 시작이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임을 말한다. 이 선언은 우주의 모든 생명의 원천은 동일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한 가족이며 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만일 우리가 이 하나님을 믿고 있다면 다른 존재를 향한 혐오, 미움, 차별, 착취가 얼마나 잔인한 것임을 알게 된다. 그것은 다른 존재가 아닌 바로 나를 향한 것임을 아니 그것은 하나님에 대한 도전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5월 가정의 달, 차별과 혐오가 없는 세상을 꿈꾼다. “누가 내 어머니이며, 내 형제들이냐?"내 어머니와 내 형제자매들이다. 누구든지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사람이 곧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다.”하신 예수를 삶으로써 우리 모두가 한 가정, 한 가족으로 살아가는 우리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홍인식 대표(에큐메니안)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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