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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신앙고백서들에 나타난 ‘의인’의 문제

기사승인 2021.04.10  15: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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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혁교회의 교의 ⑴

▲ 1536년 칼빈이 작성한 「제네바 신앙고백서」의 1815년판 영어 번역본

츠빙글리와 칼빈의 개혁정신을 물려받은 개혁교회는 세계 도처에서, 특히 스위스와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 스코틀랜드, 미국 등에서 발달하였다. 19세기 말엽부터는 한국 안에서도 성장하기 시작하였다. 오늘날 한국에서 장로교회는 한국적인 개혁교회의 전통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장로교회는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극도로 분열되고, 신학적으로 저마다 정통이라고 주장하는 백가쟁명의 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 이 심각한 신학적 혼란 때문에 우리의 참된 신학적 전통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불가피하게 제기된다. 개혁교회 신학이란 대체 어떠한 신학이고, 로마 가톨릭과 루터파 신학과는 어떤 점에서 다른가? 개혁교회는 다른 교회들과 달리 무엇을 주장하고, 무엇을 갈망하는가? 바르트는 이런 물음에 올바로 대답하는 것과 그 이유를 아는 것이 “개혁교회의 교리적 과제”라고 했다.(1)

다양한 신앙고백서의 전통이 이야기하는 것

그러나 개혁교회에는 루터교회의「일치신조」(1577)와「합의서」(1580) 같은 교리적 표준이 없다. 또한 로마 가톨릭교회처럼 전혀 오류가 없고 변경할 수 없는 교황의 교리 결정들의 전통 같은 것도 없다. 개혁교회는 루터가 「95개조 테제」(1517)의 첫 번째 테제에서 그리스도인의 삶을 “영속적인 회개”의 삶으로 파악한 것처럼 그렇게 자신을 살아계신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서 부단히 방향을 바로잡는 교회로 인식했다.

그래서 개혁교회는 다른 교회들과 달리 처음부터 끊임없이 새롭게 신앙을 고백하였다. 가장 초기에 이 문서들은 취리히(1523), 베른(1528)에서 나타났다. 곧바로 잘 알려진 중요한 신앙고백서들이 연이어 나왔는데, 「테트라폴리탄 신앙고백서」(1530), 「바젤 신앙고백서」(1534), 「제네바 신앙고백서」(1536)와 「제네바 신앙문답서」(1545), 「프랑스 신앙고백서」(1559), 「스코틀랜드 신앙고백서」(1560), 「하이델베르크 신앙문답서」(1563), 「제2 헬베틱 신앙고백서」(1566) 등이 그것이다.

이런 식으로 개혁교회는, 루터와 멜랑히톤 등에 의해 같은 지리적 조건 하에서 8년 동안에 거의 대부분이 기록된 루터교회의 신앙고백서들과 달리, 처음 150년 동안 매우 다양한 시기와 장소에서 주목할 만한 신앙고백서들을 적어도 50개 이상 만들어냈을 뿐만 아니라 오늘에 이르기까지 거듭 세계 도처에서 새로운 신앙고백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것은 개혁교회가 언제나 각자의 새로운 상황에서 새롭게 고백되어야 하는 성서에서 증언되는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개혁하는 교회라는 것을 명확히 해준다. 이러한 신앙고백적 다양성이 개혁교회의 신학에 대해 말하는 것을 실로 어려운 일처럼 보이게 한다.

그러나 개혁교회는 처음부터 살아계신 하나님의 말씀만이 진리이며, 그 진리는 오직 성서에만 담겨 있고, 따라서 모든 교리는 성서의 표준에 따라 측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개혁교회는 이 성서의 토대 위에 교회와 사회의 모든 제도와 법규를 근거시키려고 하였다. 이것이 이른바 종교개혁의 ‘형식원리’라고 일컬어지는 개혁교회의 ‘성서원리’이며, 개혁교회의 모든 신학들은 이 ‘성서원리’를 바탕으로 확립되어 있다. 따라서 개혁교회는 그 모든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교리적-신학적 강조점들을 공유한다.

의인, 루터파 신앙고백서와 개혁교회 신앙고백서 간의 긴장

우리는 우선 가장 초기의 개혁교회의 신앙문서들에 나타난 특징적인 주장을 살펴보고, 이어서「제네바 신앙문답서」, 「프랑스 신앙고백서」, 「하이델베르크 신앙문답서」,「스코틀랜드 신앙고백서」등 이 4개의 문서들을 중심으로 개혁교회의 실제적인 교의를 살펴보려고 한다.(2) 그러나 이 문서들의 주제와 내용이 실로 방대하기 때문에, ‘신앙’과 ‘의인’, 그리고 그것의 자연스런 귀결인 ‘선한 행위’에 대한 개혁교회의 특징적인 이해에 집중할 것인데, 그것은 특히 ‘의인’의 문제가 루터교회와 개혁교회의 반-로마 가톨릭 논쟁의 중심과 출발점이 되었던 문제였고, 여기서 개혁교회와 루터교회의 서로 다른 특징이 확연히 나타나기 때문이다.

종교개혁 당시에 일어난 성만찬 논쟁(마르부르크 회담, 1529)은 차후 루터파와 개혁파를 가르는 분기점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성만찬 논쟁과는 별도로 루터파와 개혁파는 의인의 문제에서 전혀 다른 강조점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3) 종교개혁이 한창 진행되던 1530년에 루터파와 개혁파는 각각 「아우구스부르크 신앙고백서」와 「테트라폴리탄 신앙고백서」를 발표했는데, 이 두 문서들은 로마 가톨릭의 미사, 성자숭배, 화체설 등의 문제들에 대해서는 거의 똑같이 반대를 했지만, 신앙과 의인, 그리고 그것의 자연스러운 귀결인 선한 행위의 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대조적인 이해를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 두 문서들을 비교함으로써 루터교회와 다른 개혁교회의 독특한 주장을 판별해낼 수 있다.

루터의 동역자 멜랑히톤이 주요 저자로 작성한 「아우구스부르크 신앙고백서」는 제2조에서 원죄, 제3조에서는 하나님의 아들의 사역, 그리고 제4조에서는 의롭다는 인정을 받는 일을 다루고 있다. 또한 루터 자신이 작성한 「슈말칸트 신조」(1537)는 제2부 2항에서 의인의 조항은 우리가 교황에 대항하여, 또 악마와 이 세상에 대항하여 가르치고 생활하는 모든 것의 토대라고 주장한다.

이 두 문서들의 논점은 다만 신앙을 통하여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 앞에서 죄된 인간이 의롭게 된다는 것이다. 그 강조점은 “신앙을 통하여”에 있다. 하나님 앞에 있는 죄된 인간의 의는 신앙의 의이다. 바로 이것이 루터가 로마서에서 발견했던 것이며, 또한 그의 이름 아래서 수행된 종교개혁의 기치가 되었던 것이다.(4)

루터파가 「아우구스부르크 신앙고백서」를 작성하던 바로 그 해, 개혁교회는 전술적인 이유에서 가능한 한 「아우구스부르크 신앙고백서」를 따르는 신앙고백서를 발표했는데, 그것은 마르틴 부쳐와 볼프강 카피토 등이 작성한 「테트라폴리탄 신앙고백서」였다. ‘의인과 신앙’을 다루는 「테트라폴리탄 신앙고백서」제3장을 「아우구스부르크 신앙고백서」와 비교할 때, 우리는 양편의 사상과 결론들의 외견상 완벽한 일치에도 불구하고 단지 논조뿐만 아니라 내용, 핵심 사상뿐만 아니라 또한 사상의 운동이 전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아우구스부르크 신앙고백서」에 따르면 우리는 우리 자신의 행위와 보상을 통해서가 아니라 은혜로써 그리고 신앙을 통하여 하나님 앞에서 죄의 용서를 받고 의롭게 된다. 그러나 「테트라폴리탄 신앙고백서」는 의롭게 되는 것은 오로지 하나님의 선하심과 그리스도의 공로에 달려 있고, 신앙을 통하여 우리가 받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확실히, 이것은 모순이 아니다.

그러나 「테트라폴리탄 신앙고백서」는 「아우구스부르크 신앙고백서」와 달리 로마 가톨릭 교리에 대한 또 하나의 새롭고 독특한 공격을 나타낸다. 「아우구스부르크 신앙고백서」는 이 부분을 로마서 3장과 4장을 언급하면서 “하나님은 이 신앙을 의롭다고 간주하시고 인정하신다”는 말과 함께 마무리한다. 그에 반하여 「테트라폴리탄 신앙고백서」는 “주님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은 누구든지 구원을 얻을 것입니다”는 로마서 10장 13절의 말씀을 인용하며 끝마친다. 전자는 인간과 하나님의 올바른 관계에 관하여 묻고, 후자는 인간과 하나님 사이의 올바른 관계에서 결정적인 것이 무엇인가를 묻는 것이다.

전자는 “어떻게 내가 구원을 받을까?”에 관심이 있다면, 후자는 “누가 나를 구원해줄까?”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아우구스부르크 신앙고백서」에서 ‘의인’의 조항은 단순히 하나님 앞에서 인간의 의인을 다루는데 반하여 「테트라폴리탄 신앙고백서」는 동일한 기본 주제처럼 보이지만 변증법적으로 매우 다른 빛을 발하는 인간 앞에 있는 하나님의 의를 다룬다.(5)

중세 가톨릭교회에 대한 근본적인 이의 제기에서도 「아우구스부르크 신앙고백서」와 「테트라폴리탄 신앙고백서」의 접근은 전혀 다르다. 「아우구스부르크 신앙고백서」에서 악마는 인류를 기만하는 자와 유혹자이다. 그러나 「테트라폴리탄 신앙고백서」에서 그는 하나님을 모욕하고 모독하는 자이다. 전자는 거짓된 신뢰를 경고하는데 반하여 후자는 거짓 신들에 대하여 경고한다.(6)

이 두 신앙고백서를 비교할 때, 「테트라폴리탄 신앙고백서」의 논쟁적 관심에 나타나는 경향성은 분명하다. 그것은 인간의 경험을 하나님보다 높이려고 하거나, 인간 자신을 하나님의 자리에 놓으려는 시도 혹은 인간의 신격화, 그리고 어떤 공적에 의해서 자신을 구원할 수 있다는 가톨릭적인 모든 주장과 투쟁하려는 것이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났을까? 그것은 루터파가 로마 가톨릭 세력과 어떻게든 화해하고 제국의 승인을 받으려는 의도를 갖고 「아우구스부르크 신앙고백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 문서에서 자신들이 로마 가톨릭교회에 반대하는 다른 모든 세력들과 동일한 집단으로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면서 로마 교회와의 차이점보다는 공통점들을 더 강조하는데 주력하였다.(7)

그러나 개혁파는 처음부터 역사적인 가톨릭교회와 단절하는데 우선적인 관심을 가졌다. 칼빈은 1541년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100명 가운데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것과 교회의 구원이 무엇인지를 이해할 수 있고 또 이해할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그런 집단에서 우리가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우리는 어떤 종류의 신학이 로마 교회에서 횡행하는지 알고 있다... 그것의 첫째 원리는 하나님은 없다는 것이고, 그리스도교는 하찮은 것이며, 나머지 것은 그 모든 것에서 기인하는 것이다.”(8) 「테트라폴리탄 신앙고백서」에 나타난 논쟁적 경향성은 차후 개혁교회의 신앙문서들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전형적인 개혁교회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미주

(미주 1) K. Barth, “The Doctrinal Task of The Reformed Churches”, The Word of God and The Word of Man, trans. D. Horton (Gloucester: Peter Smith, 1978), 225.
(미주 2) 바르트는 이 4개의 문서들과 우리가 다루는 츠빙글리의 문서들이 초기 개혁교회가 의도했던 바로 그 신앙과 신학의 정확한 상을 묘사하는데 충분하다고 한다. K. Barth, Die Theologie der reformierten Bekenntnisschriften, 1923, trans. D. Guder and J. J. Guder, The Theology of the Reformed Confessions (Louisville: Westminster John Knox Press, 2002), 133.
(미주 3) 칭의에 대한 루터와 개혁교회의 개혁자들, 특히 칼빈과의 견해차는 “죄와 구원”에 대한 루터의 특별한 개인적인 경험뿐만 아니라 또한 루터와 칼빈의 성서관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개혁교회의 ‘성서원리’는 앞서 언급한 대로 성서 전체를 하나님의 말씀으로 인정하고, 성서 전체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만을 따르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원리는 창세기에서 요한계시록에 이르는 성서 전체가 그 충만함에서 말하는 것을 들어야 하며, 어떤 특정한 부분만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역설한다. 그러나 루터는 ‘성서 안에 있는 또 다른 성서’(canon in the canon)를 주장했다. 예컨대, 루터는 성서 전체에서 하나의 특별한 주제, 곧 ‘신앙으로 말미암은 구원’을 발견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칭의론’으로 환원을 시킨 것이다. 그가 야고보서를 ‘지푸라기 서신’이라고 불렀던 것은 유명한 일이다. 최영, “개혁교회, 무엇이 다른가?”, 지인성 외 공저, 『개혁교회의 신앙전통』(서울: 한국신학연구소, 2008), 146.
(미주 4) K. Barth, The Theology of the Reformed Confessions (2002), 71.
(미주 5) Ibid., 71-72.
(미주 6) Ibid., 72.
(미주 7) 김주한, 『마르틴 루터의 삶과 신학이야기』 (서울: 대한기독교서회, 2002), 207.
(미주 8) Corpus Reformatorum, 33, 654. K. Barth, The Theology of the Reformed Confessions (2002), 10에서 재인용.

최영 소장(기독교장로회 목회와신학연구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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