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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신학생을 위한 교회는 없다?!

기사승인 2021.02.22  15:4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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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교회 장애인 신학생들의 현주소를 묻다 ⑴

▲ 유진우 씨는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학업 중이었지만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어느 교회에서도 자신을 부교역자로 초빙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깨닫고 자퇴했다.

지난 1월13일 장애인언론 ‘비마이너’에서 한 장애인에 대한 소식을 보도해 교계 내외의 공분을 샀다. 바로 한국기독교장로회(이하 기장) 목회자 후보생을 교육하는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하며 목회자를 준비하던 목사후보생이자 장애를 이유로 그 꿈을 포기해야 했던 유진우 씨였다. 유 씨는 사역지를 구하기 위해 총 6개의 교회에 지원서를 넣었지만 모두 장애인이라는 이유를 들며 거절했다.

2월 18일 유진우 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사건을 통해 “지금껏 교회가 해왔던 장애인 복지는 시혜적인 것이었고, ‘명분 쌓기’라는 것을 더더욱 알게 되었다”고 했다. 또 “교회는 자신들의 이익이 아닌 예수를 따르는 집단이기에 장애인을 타자화하는 것이 아닌 동등한 인권을 가진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장애인 목회자나 목회자후보생도 못할 것 같다는 막연한 걱정 대신 동등한 사역자로 바라봐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부교역자를 구하는 교회는 많지만

기장에서 목사로 안수를 받기 위해서는 먼저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M.Div 과정이나 이에 준하는 과정을 졸업해야 한다. 신학대학원 M.Div 과정 중에는 수업을 듣는 것 외에 목회실습이 있다. 목회실습은 목사후보생이라면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과정인데 교회현장실습과 신앙수련회, 현장목회실습으로 구성된다.

신앙수련회와 현장목회실습의 경우 2박 3일 정도의 짧은 일정을 소화되면 이수되는 부분이지만 문제는 교회현장실습이다. 교회현장실습은 기장 소속 교회나 기관 등에서 실제로 사역하며 목회를 실습하는 과정이다. 1학기 정도는 교회순방 등으로 대체가 가능하지만 나머지 기간은 교회현장실습을 할 교회나 기관을 찾아야 한다.

유 씨는 이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갈 교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유는 단 하나, 유 씨가 장애인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물론 신학대학원 M.Div를 무사히 졸업한다고 해도 유 씨에게 난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목사 안수를 받기 전 인턴과정인 목사수련생 기간을 2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기간을 보내기 위한 교회나 기관에 또 다시 지원해야 한다. 목사훈련생 때도 없던 유 씨를 받아줄 교회가 목사수련생이 된다고 해서 나타날까?

확신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렇게 목사수련생 2년을 보내면 목사고시를 치를 자격을 얻게 된다. 그 목사고시를 통과해야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목사후보생이든 목사수련생이든 교육전도사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는 기장 소속 교회가 많다는 것이다. 기장의 한 교회에서 사역 중인 김 모 전도사는 “매년 신학대학교와 신학대학원 입학생이 감소되고 있어 교회들은 일할 전도사가 없어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증언했다. 그래서 “전도사들이 일할 교회를 구하는 것이 어려운 편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마찬가지로 기장 교단에서 사역 중인 이 모 전도사 또한 “전도사를 구하는 교회들이 많다. 그렇게 찾고 찾아다니면서도 정작 장애인은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했다. 비장애인 목사훈련생과 목사수련생이 느끼는 교회 지원 문턱과 장애인 목사훈련생과 목사수련생이 느끼는 교회 지원 문턱의 차이가 이토록 큰 것이다.

개교회 중심이라 총회는 사실상

19일 기장총회 본부 이길수 선교사업국장에게 유 씨가 목사를 포기해야 했던 사건에 대한 입장과 이와 같은 사건이 또 일어나지 않기 위한 재발방지책 등을 물었다. 그는 “본인도 장애인 당사자여서 이 사건을 처음 접했을 때 마음이 너무 아팠다”라고 했다. 또 “교단의 입장은 어디서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애매한 부분이다. 실제 유진우 전도사를 만나 이야기를 충분히 전해 듣고, 총회 차원에서 어떻게 대책을 세워야 할지 깊이 생각해보려고 한다”라고 했다. 반면 이 국장은 취재기자의 생각을 도리어 묻기도 했다. 재발방지책 마련을 위한 이 국장의 고민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추후 연락이 연결된 기장 총회 본부 인사행정부 양제신 목사는 “총회 본부는 유 전도사의 일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총회에서도 장애인 목회자에 대한 처우에 대해 개선해 나가고자 대책을 간구하고 있다. 하지만 총회를 통해 교단의 법이나 규칙이 제도화될 수 있다. 개선안에 대해 교단 내에서도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안다. 장애인 신학생이나 목회자들에 대한 처우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개선하고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장애인 목회자후보생은 기장에만 있지 않다. 이미 다른 교단 내에도 장애인 목회자후보생은 존재한다. 또 앞으로도 얼마든지 장애인 목회자후보생이 지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른 교단의 상황은 어떨까? 다음 기사에서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내 속한 다른 교단들의 목사 안수 과정과 그 과정에서 장애인이 느낄 수 있는 어려움은 무엇일지 살펴볼 예정이다.

권이민수 simin004@nate.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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