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들, “그저 뼈아프도록 몸이 망가지도록 일을 했을 뿐이다”

기사승인 2021.01.22  14:31:52

공유
default_news_ad1

- 아시아나케이오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개신교 대책위 출범 기자회견

▲ ‘아시아나 케이오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개신교 대책위 출범 기자회견이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진행되었다. ⓒ권이민수

정리해고노동자의 맘을 대변하듯 추적추적 비가 내리던 1월 21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서울노동고용청 앞 ‘아시아나 케이오’ 정리해고노동자의 농성장에 기독인들이 모였다.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감리교신학대학교 예수더하기,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 불한당, 성문밖교회, 영등포산업선교회, 평화누리, 한국기독교청년협의회 등 기독교 신앙을 표방하는 이들이 모여 만든 ‘아시아나 케이오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개신교 대책위(이하 개신교 대책위)’ 출범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개신교 대책위는 이날 ‘아시아나 케이오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개신교 대책위 출범 기자회견(이하 기자회견)’을 준비했다. 비가 내려 기온이 내려가 지나치는 행인들의 겉옷을 단단히 여미게 만들었지만, 정리해고노동자와 연대하기 위해 모인 이들의 열정은 사그라질 줄 몰랐다.

기자회견 사회자는 평화누리의 김희석 사무국장이었다. 그는 “아시아나 케이오 노동자들이 부당한 정리해고를 당하고 외롭게 투쟁하고 계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희가 작게나마 함께 힘을 모아드리고자 대책위를 꾸렸다”며 기자회견의 시작을 알렸다.

여는 발언으로는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상임대표 김희룡 목사였다. 김 목사는 “기독교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정리해고와 같은 노동문제에 연대하는 이유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이 있다. 기독교신앙이 교회문제에 대해서만 말할 것이지 정리해고와 같은 노동문제에 대해서는 말해서도 안 되고 말할 자격도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고 발언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고린도전서의 말씀을 가져와 “인간은 하나님이 현존하는 신전이며 그 인간을 파괴하는 자가 있다면 하나님께서 그를 반드시 멸할 것이라고 성경은 경고하고 있다”며 “노동자를 불법적으로 해고하는 것은 노동자의 삶을 파괴하는 행위다. 노동자의 삶을 파괴하는 것은 거룩하신 하나님의 현존을 감지하고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폭력인 존재인 동시에 인간을 통해 이 땅에 현존하시는 하나님을 향한 폭력”이라고 기독인이 노동문제에 연대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답했다.

그는 지속해서 연대할 것을 약속하며 “연대의 과정이 길고 험난하더라도 우리는 이 연대의 과정에서 정리해고의 모든 불법성을 고발하여 법적으로 승리할 것이며, 경영의 실패를 노동자에게만 전가하는 기업의 비윤리성을 고발하며 도덕적으로 승리할 것이며, 인간을 쓰다 버리는 물건처럼 취급하는 이시대의 비인간적인 맘몬주의에 맞서서 영적으로 승리할 것을 믿는다”고 투쟁의 투지를 불태웠다.

감리교신학대학교 예수더하기 이수현 운영위원장은 연대 발언으로 현장에 함께했다. 이 위원장은 “겉보기에는 단순히 코로나 여파로 인한 항공업계의 경영악화로 비쳐져 보이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아시아나항공 경영악화의 근본적인 문제는 코로나도, 힘없는 비정규직과 하청업체의 잘못도 아닌 오직 박삼구 회장의 무리한 경영에 있다”고 아시아나 케이오의 대표인 박삼구 회장을 직접적으로 꼬집었다.

또 그는 “아시아나 항공은 ‘아름다운 사람들, 아시아나 항공’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이 것이 아름다운 사람의 모습인가”라며 불법적 집단 정리해고를 단행한 아시아나 케이오를 비판했다. 아시아나 케이오는 지난해 4월 노동자들에게 무기한 무급휴직과 해고를 통보하고 이에 반발하는 노동자들을 5월 11일 정리해고한 바 있다. 이후 중앙노동위원회에서 7월과 12월에 이는 ‘부당해고’라고 두 차례나 판정했지만 아시아나 케이오는 이에 불복, 올해 1월 16일 행정소송을 진행한 상태다.

현장 발언의 시간도 있었다. 마이크는 아시아나 케이오 지부 김계월 부지부장에게 넘겨졌다. 그는 먼저 연대 단위와 기자회견 참석자들을 위해 아시아나 케이오 투쟁 경과를 시간 순으로 차례차례 나눠줬다.

이후 김 부지부장의 본격적인 발언이 이어졌다. 그는 “(아시아나 케이오가) 힘없고 가난한 노동자들을 잔인하게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정리해고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 얼마나 열악했는지 말하며 “우리 해고자들은 잘못한 게 없다. 그저 뼈아프도록 몸이 망가지도록 일을 했을 뿐이다”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밥시간조차 제대로 주지 않아 배곯이를 해가며 여행객들이 버린 과자, 초콜릿을 주워 먹으며 일했고, 독한 약품을 사용하면서도 보호 장구가 없어 온몸이 가렵고 이런저런 증상이 나타나도 ‘갱년기 탓이려니’ 하고 지나쳤고, 깜깜한 비행기 안에서 일하다 머리를 부딪혀 피가 나도록 일했고 고된 노동 끝에 집에 와서 샤워하다보면 여기저기 피멍이 들은 걸 뒤늦게 발견하고는 좁은 비행기를 오가며 빨리 빨리 움직여 일했기 때문인 걸 알았다”고 한다.

김 부지부장의 말대로라면 아시아나 케이오는 이렇게 열약한 상황에서도 열심히 일했던 노동자들을 하루아침에 해고 시키고 이 해고가 부당하다는 두 차례의 판결도 불복한 것이다.

김 부지부장은 “지금 당장 정리해고노동자들이 다시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가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뤄지려면 이런 악덕 재벌 박삼구와 하수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을 물어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고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은 기독연구원 느혜미야의 김은경 씨와 한국기독교청년협의회 박찬형 씨의 기자회견문 낭독 시간으로 마무리됐다.

개신교 대책위는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매주 목요일 마다 5시 피켓 선전전과 6시 현장 기도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 사무국장은 기자회견의 끝을 선언하며 “그동안 저희는 동양시멘트, 재능교육, 파인텍 등 여러 군데와 연대를 했고 결실이 있었다. 그처럼 (결실이 있도록) 끝까지 아시아나케이오 정리해고노동자와 연대하겠다. 힘을 내셨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에 대한 정리해고를 즉각 철회하라!
중앙노동위원회 판결을 즉각 이행하라!

국내 2위의 민간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은 무리한 합병과 방만한 운영으로 경영위기를 자초했다.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발생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원청 사용자 아시아나항공과 실질 사용자 박삼구회장 그리고 명목상 사용자인 아시아나케이오는 경영 악화를 핑계로 재하청업체인 아시아니케이오 직원의 2/3를 희망퇴직과 무기한 무급휴직으로 내몰았다. 

지금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는 무급휴직 동의서에 서명하지 않은 아시아나케이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싸우고 있다. 이들은 회사에 더 많은 돈을 요구한 것이 아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연차 사용을 강요받고, 무기한 무급휴직의 위기에 몰리고, 권고사직을 거쳐 해고되는 과정을 막기 위해 투쟁을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회사는 이들의 외침에 정리해고로 응답했고, 정부는 코로나19를 빌미로 그들의 투쟁을 가로막았다.

지난 1월 7일 도착한 판결문에 따르면, 중앙노동위원회는 아시아나 사측의 해고 기피 노력이 없었던 점을 들어 부당해고로 판결하였다. 하지만 회사는 판결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접수한 상태다. 고용노동부에서 5,000억 원의 고용유지지원금 확대와 200조원에 가까운 기업지원을 결정하였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최소한의 고용유지 노력조차 시도하지 않았다. 더 나아가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을 의도적으로 기피하여 하청구조의 가장 취약한 자리에 있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전가하였다. 코로나19로 투입된 공적자금은, 기업은 살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죽이는데 쓰인 결과와 다름없게 되었다.

“사람은 밥으로만 살지 않는다.”

광야에서 사탄이 준 첫 번째 시험에 대한 예수의 대답이다. 예수는, 다수를 먹여 살리려면 소수가 희생해야 한다는 시험에 빠지지 않고, 밥으로만 아니 돈으로만 살지 않는 한 사람의 존귀함을 외쳤다. 코로나19 재난 상황은 다수가 살기 위해 약한 사람들을 죽여도 된다는 잔인한 시험대에 우리 사회를 올려놓았다. 하지만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의 투쟁은 마침내 승리할 것임을 믿는다. 그리하여 더 이상 하청노동자들이 코로나19의 희생양이 아님을 증명할 것이다. 또한 노동자의 존재는 돈에 달려있음이 아니라, 단결하는 힘에 있음을 보여줄 것이다. 오늘 아시아나케이오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개신교 대책위를 구성한 우리 기독교인들은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이 일터로 돌아가는 그날까지, 끝까지 연대하며 자본 권력에 함께 맞설 것이다.

 2021년 1월 21일
아시아나케이오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개신교 대책위 일동
감리교신학대학교 예수더하기,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성문밖교회, 영등포산업선교회, 평화누리, 한국기독청년협의회

권이민수 simin004@nate.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