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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과 육경 논쟁은 책의 본질을 묻는 작업이다

기사승인 2021.01.14  23:3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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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라’는 오경일까, 육경일까? ⑵

▲ 폴란드 브워다바 ‘대 회당(Synagogue, 시나고그)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토라’와 ‘야드’(토라를 읽을 때 본문을 가리키기 위해 사용하는 은으로 만든 막대기) ⓒWikimedia

육경(Hexateuch)

지난 글에서 언급했던, 만약 히브리 성서의 첫 번째 큰 단위를 창세기에서 시작해 신명기로 끝나는 오경으로 이해한다면, 야훼 하나님께서 족장들에게 주신 약속과 이에 대한 성취 그리고 요셉의 죽음과 유언이 아직 성취되지 않고 남아 있다는 문제 때문에, 19세기 말부터, 많은 성서학자들은 창세기-신명기에 이르는 5권의 책들을 지칭하는 ‘토라’, 즉 ‘오경(Pentateuch)’이라는 용어 보다는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 여호수아서를 포함하는 6권의 책들인 ‘육경(Hexateuch)’을 히브리 성서의 첫 번째 큰 단위로 이야기했다. 이러한 논쟁은 일부 학자들을 ‘오경 모델’로 회귀하게 했고, 많은 공통된 어휘와 이념(Ideology)을 공유하는 책들인 신명기 역사서(신명기-열왕기서)가 뒤를 잇고 있는 ‘사경(Tetrateuch)’을 주장하는 또 다른 학자들로 나누어지게 했다. 또 다른 학자들은 오경에 여호수아서, 사시기, 사무엘과 열왕기를 더한 9권의 책들의 단위인 ‘구경(Enneateuch)’을 이야기하기도 했다.(1)

비록 히브리 성서의 시작을 4, 5, 6, 9권의 단위로 나누는 최선의 방법에 대한 이 논쟁은 학자들 사이에서 계속 격렬하게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6권(창세기-여호수아)의 책을 하나의 단위로 보았을 때 여호수아서를 이 단위의 결론으로 간주하고 있는 증거들이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는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한다. 이러한 합의는, 어느 순간, 창세기로부터 시작하는 더 큰 작품의 형태가 여호수아서로 마무리 되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러한 배열순서는 신명기 34장을 결론으로 여기는 것보다는 더 논리적이다. 그러면 어떻게 그리고 왜 히브리 성서의 처음 단위가 다섯 권의 책으로 이루어진 토라로 굳어졌을까?

다섯 권의 책, 토라

히브리 성서 다른 어떤 책에도 다섯 권의 책으로 이루어진 토라가 모세의 죽음으로 끝난다는 명백한 언급은 없다. 사실, 토라가 다섯 권의 책으로 이루어졌다는 가장 초기의 제일 확실한 증거는 기원후 1세기경 유대 역사가 요세푸스가 저술한 논쟁적인 작품인 『아피온 반박문』에서 발견된다. 요세푸스는 자신의 책에서 논쟁을 펼치며 “정당하게 공인된” 22개의 부분으로 이루어진 책들의 구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이 중 다섯 권의 책은 인간의 탄생에서부터 법수여자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법과 전승의 역사를 포함하고 있는 모세의 책들이다.”(2)

그러나 모세의 죽음으로 끝나는 다섯 권의 책으로 이루어진 토라라는 성서 개념은 1세기말 요세푸스만큼 늦은 시기에 시작된 것 같지는 않다. 비록 요세푸스가 언급한 성서가 모세의 죽음으로 끝나는 다섯 권의 책으로 이루어진 토라를 명시적으로 지칭하지 않지만, 토라의 결론은 모세의 죽음으로 끝난다는 것은 말라기서, 에스라-느헤미야서, 역대기서(דִּבְרֵי־הַיָּמִים‎) 그리고 다니엘서 등과 같은 가장 늦은 시기의 책들에서 모두 “모세의 토라”로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제목이 창세기-여호수아서를 언급하는 것이라면 논리에 맞지 않는다. 분명히 고대의 어느 누구도 여호수아서를 저술한 사람이 모세라고 상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기원전 3세기경에 히브리 성서의 그리스어 번역인 ‘70인역’(Septuagint)에서 ‘토라’라는 단어는 ‘설화(narrative, 이야기)’도 포함할 수 있는 더 적절한 번역어인 “교훈(instruction)” 보다 “법”을 뜻하는 ‘nomos(노모스)’로 번역되었다.(3) 여호수아서를 제외한 문서들에게 이 표현이 더 이치에 맞을 것이다. 여호수아서는 법 본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육경을 제압한 오경의 승리가 주는 의미

위에 언급된 바와 같이, 다섯 권의 책으로 이루어진 토라는 주로 노모스, 즉 법에 관한 책이다. 다섯 권은 기원전 5-4세기경이나 혹은 그 후인 에스라-느헤미야와 역대기서가 저술될 무렵에 토라가 되었고, 6권의 책, 창세기-여호수아서로 이루어진 육경(Hexateuch)을 대체했다. 이러한 과정은 유대인들이 더 이상 땅을 소유하지 않고 토지 소유를 강조하는 책(여호수아서의 결론)이 법 중심을 옹호하는 책(오경의 결론)으로 대체되었던 바벨론 포로기 동안 어떤 형태로든 시작되었을 것이다.

육경은 아브라함의 선택을 정당화하는 장치로 창조와 더 “우주적인” 서론으로 시작된다. 그 후에 육경의 초점은 야훼 하나님께서 족장들에게 주신 땅과 자손에 대한 약속과 그 성취로 옮겨 간다. 따라서 육경은 오경보다 주제라는 측면에서는 더 일관성이 있다. 육경의 형성은 이스라엘이 가나안 땅을 차지하고 거주하고 있었을 때나 족장에게 주신 약속이 성취된 것으로 여겨졌을 때 어떤 형태로든 시작되었을 것이다. 육경이 아니라 오경으로 한정될 경우, 입법자로서의 모세와 모세의 법의 중심성에 집중하게 되며 족장들에게 주신 약속의 성취라는 주제를 가볍게 여기게 된다.

따라서 오경과 육경 사이의 차이는 히브리 성서의 첫 번째 큰 단위에 여호수아서가 포함되는지 혹은 포함되지 않는지 그리고 5권으로 이루어지는지 혹은 6권으로 이루어지는지의 여부보다 훨씬 더 크다. 논쟁은 오경이나 육경의 본질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것이 법률책인지, 아니면 법을 포함한 약속의 성취에 대한 설화인지 하는 물음으로 압축될 수 있는 본질을 묻는 논쟁이다.

미주

(미주 1) 사무엘서와 열왕기서는 유대 전통에서는 한 권의 책이다. 하지만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이 책들은 히브리 성서의 고대 [유대교] 그리스어 번역인 70인역에서 두 개로 나누어진 것을 따라 두 권이 되었다.
(미주 2) 이 번역은 James VanderKam과 Peter Flint이 편집한 The Meaning of the Dead Sea Scrolls: Their Significance for Understanding the Bible, Judaism, Jesus, and Christianity (NY: HarperOne, 2002), 166을 따랐다. 요세푸스가 언급한 22권의 정경이 랍비들의 24권의 정경과 관련이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166-167을 또한 참고하라.
(미주 3) 이에 대한 논의는 Marc Zvi Brettler, “Torah,” in The Jewish Study Bible, ed. Adele Berlin and Marc Zvi Brettler (NY: Oxford Univ. Press, 2004), 1-2를 참조하기 바란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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