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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으로서 한밝 변찬린의 『성경의 원리』 4부작

기사승인 2021.01.10  15:3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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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찬린 『성경의 원리』, (서울: 한국신학연구소, 2019)

▲ 박종현 한국문화신학회 회장

정통교회 세속화와 기독교계 신흥종교의 이중적 비판

한밝 변찬린(邊燦麟, 1934-1985)의 『성경의 원리』 전 3권과 『요한계시록신해』가 2019년 한국신학연구소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세간에 『성경의 원리』 사부작으로 일컬어지는 변찬린의 역작이다. 종교학자 이호재 교수는 2017년 『한밝 변찬린 : 한국의 종교사상가』, (2017, 문사철)을 출간하며 그의 성경해석을 ‘한밝성경해석학’으로 체계화한 바 있는 변찬린 연구의 대가이다.

『성경의 원리』 1권은 568쪽, 2권은 588쪽, 그리고 3권은 543쪽 별권으로 출간된 『요한계시록신해』는 297쪽이다. 제1권의 부제는 진리편이고 제2권의 부제는 신령편 구약 그리고 제3권의 부제는 신령편 신약으로 설정되어 있다. 『요한계시록신해』는 특별한 부제를 달지 않았다.

이 저술이 등장하게 된 시대적 배경은 1970년대의 시대상과 연결된다. 당시의 한국사회는 경제 제일주의로 급진적 세속화가 도래하던 시기였다. 박정희가 정치권력 내부의 갈등으로 사망하였으나 민주주의의 봄을 기다리던 시민사회의 기대와 달리 신군부가 권력을 장악하여 유사 파시즘 시대로 진입이 나타나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나는 등 정치적 격변의 시기였다. 그러나 사회의 잠재적 합의는 경제적 풍요를 놓치지 않는 것으로 물질주의가 만연하고 있었다.

기독교계에서는 정통 기독교가 거품처럼 엄청난 양적 성장을 하고 있었고 그 기독교회의 핵심 메시지는 물질적 풍요를 비는 기복적 기회주의적 메시지가 만연하였다. 기독교회의 외곽에서는 1960년대부터 교세를 확장하던 통일교를 비롯한 기독교계 신흥종교가 부상하고 있었다.

성서의 내재적 통일성을 규명한 『성경의 원리』 4부작

변찬린의 성서해석은 이러한 시대 속에서 정통교회들의 세속주의화와 신흥종교의 비의적 또는 교주를 신격화하는 자기애적 성서해석을 이중적으로 비판하며 성서의 내재적 통일성을 텍스트의 객관성과 한국인의 영성적 문화적 해석이라는 두 축을 원용하여 성서해석의 원리를 제시하려 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제1권의 목차는 크게 성경론, 도맥론, 타락론, 부활론, 하나님론, 예수론, 성령론, 대속론, 초림 및 재림론, 성모론, 장자론, 신부론, 천사론, 하늘론, 영혼론, 윤회론, 예정론, 종말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구조는 통일교의 창조론, 타락론, 복귀론의 삼분 교리에 대한 대응과 더불어 정통교회의 조직신학 10주제를 포함하여 변찬린 특유의 도맥론, 장자론, 신부론, 하늘론, 윤회론, 영혼론 등 당시 기독교계의 신학적 주제들을 포괄할 뿐 아니라 자신의 독특한 신학 해석체계를 펼쳐나간다. 2권과 3권은 이러한 성서해석의 원리를 구약성서와 신약성서에 적용하여 성서해석의 일관된 체계를 수립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변찬린은 신약학자가 아니었다. 따라서 구약학이나 신약학의 학술적 방법을 적용한 것은 아니다. 현대 성서학의 기초는 역사적 해석으로서 구약은 고대근동의 고고학과 문헌학이 기본이 되며 신약학은 신약 문헌학과 원시 기독교 공동체에 대한 역사적 배경 연구가 항상 기초가 된다. 변찬린의 저술은 이러한 현대적 의미의 성서학의 방법론적 기초를 토대로 한 것은 아니다.

그가 시도한 것은 성경 전체를 일관하는 내재적 원리가 존재하는가 질문하고 그것에 대한 대답으로서 영적인 실체 또는 영적인 주체들을 텍스트에서 추출하여 그것이 성서를 통괄하는 원리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변찬린의 이러한 해석은 역사적이거나 비평적이 아니며 본질적으로 신학적이고 문화적이다. 특히 그가 주창하는 도맥과 선맥이라는 개념은 성서를 관통하는 내용과 실체로서 그것의 원형을 한국인의 전통적 종교 영성에서 찾음으로써 토착화 신학의 새로운 국면을 발굴해낸다. 이 해석은 번역신학이라는 오명을 받아왔던 서구의 성서해석과 다른 국면에서 성서의 영성을 추출하고 이해함으로써 유동식의 풍류신학, 윤성범의 성의 신학, 김광식의 토착화론과 안병무 서남동의 민중신학에 이은 새로운 토착화 신학 또는 한국적 신학의 범주를 형성하게 된다.

한국의 영성과 성서의 영성의 해석적 통합을 적용한 한국 기독교의 소중한 자산

한국의 선맥은 단군설화 등 고대 건국설화에서 나타나듯이 동북아 천신사상과 산신사상에 널리 관계되어 형성되어 있다. 중앙아시아의 탱그리 설화처럼 천신에서 지상을 교화하는 강림신으로 그리고 그것이 인간의 보편적 본성으로 세계의 도덕적 교화의 원리가 되고 최종적으로 대자연으로 복귀하여 신선계로 귀환하는 것이 단군신화같은 한국 고대 설화의 원형이다. 여기에서 이 설화는 고대 사회의 정치적, 영적, 도덕적 의미를 함유하며 민족 문화의 원형으로 작동하여 왔다. 그의 이러한 해석의 틀은 기존의 토착화 신학의 강조점이 문화신학적 범주에 강조점이 주어졌던 것과 비교하여 영적 범주에 강조점을 둠으로써 영성적 실천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는 점도 중요한 특징이다.

변찬린의 해석은 이러한 한국의 문화적 원형을 성서의 영적 실체와 이야기를 재해석하는데 적용함으로써 성서 이야기의 한국적 이해를 돕는다. 다만 비판이라기보다 아쉬움으로 남는 것은 그의 영성적 해석이 사회적 해석으로 좀 더 확장되고 그에 따라 영성적 실천과 사회적 실천의 두 범주가 작동하게 한다면 교회와 사회의 영성적 통합을 통해 하나님 왕국의 신학으로 완성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제한 점에도 불구하고 그의 성경해석의 원리는 개성적이고 문화적이며 영적 자산을 보여 준다.

또 다른 아쉬움은 성서의 내적 통일성에 치중하다 보니 영맥 또는 도맥이라는 흐름으로 성서를 일관하고 또한 마감함으로써 이원론적 경향을 강하게 드러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활의 영성 차원을 강조함으로써 부활의 창조적 측면을 간과하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성서가 영성이 뚜렷한 것이기는 하나 역사성과 사회성 그리고 그 기원으로서 창조신학이 뚜렷하게 나타남으로써 피안적 종교보다는 현실에서의 하나님 왕국 운동이 더 본질적인 신학적 주제라는 점이다. 변찬린의 해석은 이러한 차안의 갱신으로서 새 창조운동으로서 부활이라는 측면은 상당히 간과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이 저작이 출현하던 시기에 나타난 민중신학과 같은 사회신학과 접촉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이점은 그가 극복하려던 서구신학의 피안적 교리를 극복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성서의 세 차원 우주적 차원으로서 창조성, 역사적 차원으로서 사회성, 그리고 인격적 영적 측면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성서의 세계관의 범주라고 할 때 변찬린의 해석은 영적 차원을 강조함으로써 창조 신학과 하나님 왕국 사상을 그의 해석에서 유실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이 필자의 관점에서 변찬린을 독서할 때 나타나는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영성과 성서의 영성의 해석학적 통합을 일관되게 적용하여 구원의 내면적 이해에 대한 토착화의 창의적 범주를 수립한 것은 변찬린의 탁월한 공헌이라 할 수 있다. 또 한국교회의 세속화에 저항하고 또 경건의 이질화를 발현하는 기독교계 신흥 종파의 성서해석의 오류를 포괄적으로 비판한 그의 해석은 1970년대와 1980년대의 한국 기독교 역사의 소중하고 창의적인 유산으로 기억될 것이다.

박종현 : 현 한국문화신학회장, 연세대학교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 전문연구원
             전 관동대학교 교수,  연세대학교 Ph.D. 교회사.

박종현(한국문화신학회 회장)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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