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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은 마르고 꽃은 시들지만”

기사승인 2021.01.07  16:2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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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치는 자, 세례요한(이사야 40,3-8; 마태복음 3,1-12)

▲ 광야에 죽음을 몰고 오는 태양이 떠올라 모든 것을 태울 것 같지만 그 속에 하나님의 은총이 깃들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Getty Image

시간은 똑같이 흐르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에겐 특별한 시간들이 있습니다. 새해를 맞는 날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날은 기억이 담긴 특별한 날들과 달리 특정한 사건이 아니라 미래와 관계가 있습니다. 그 날은 막연하게라도 한해 전체를 조망해보는 시작의 날입니다. 이와 비교될 수 있는 날이 연중에도 있습니다. 바로 주일입니다. 하나님이 제정한 분리된 시간으로서 주일은 한 주를 마감하는 쉼의 날이며 한주를 여는 시작의 날입니다.

새해 첫날은 그만큼 강하게 분리된 시간은 아닐지라도 우리를 한해 앞에 세우며 우리의 마음을 가다듬게 합니다. 새해 첫 주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하나님 앞에 서 있습니다. 마치 이집트를 떠난 이스라엘이 긴 가나안 여정을 시작하기에 앞서 시내산에서 하나님 앞에 서있었던 것과 같을 것입니다. 한해의 여정을 준비하는 오늘이기를 빕니다.

이사야 본문은 3-5절과 6-8절로 나눠지고 내용은 언뜻보기에 상당히 다르며, 표면적으로는 육체라는 말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3절은 마태복음의 본문과 달리 ‘한 소리가 외친다’입니다. 신원미상의 존재가 ‘한 소리’로 일컬어집니다.

그는 ‘광야에 야훼의 길을 닦아라! 사막에 우리 하나님의 큰 길을 곧게 내라!’고 외칩니다. 야훼가 오실 길입니다. 야훼에게 길이 필요할 리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그 명령은 조금은 다르게 이해됩니다. 우리는 오늘날 사막에 도로 닦는 것을 보고 이 모습을 연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 이 명령은 길을 닦을 수 없는 곳에 길을 내라고 하는 말로 들렸을 법합니다. 길을 닦아야 할 사람들은 이사야서의 최종 수신자들입니다. 포로된 자들에게 광야와 사막으로 나아가 길을 닦으라고 합니다. 이것은 포로생활에 지쳐 주저앉아 있는 자들에게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들이 닦은 길 저편에서 야훼께서 개선장군처럼 영광가운데 오실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해방을 위해 역사 속으로 들어오시는 분입니다. 이스라엘을 억압했던 강대국 사람들도 모두 그 영광을 볼 것입니다. 야훼는 그 길로 이스라엘을 이끌어내실 것입니다. 신원미상의 그 소리는 3절 끝에서 야웨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임이 밝혀집니다.

그런데 이 소리를 듣는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그 소리를 직접 듣는 자의 반응에서 짐작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소리가 계속 말합니다. 외쳐라! 말하라! 듣는 자가 무엇을 외쳐야 하느냐고 묻자 그에게 소리가 말합니다. ‘모든 육체는 풀이요 그의 모든 아름다움은 들의 꽃과 같다.’ 아직 그 소리의 말이 끝나지 않았는데, 그가 끼어들어 탄식을 합니다. 그 말이 인생의 덧없음을 뜻하기 때문에 그는 곧바로 맞장구를 쳤던 것 같습니다.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듭니다. 야훼의 입김이 그 위에 불었기 때문입니다. 이 백성을 정말로 풀입니다.’ 이렇게 이해하면 그의 말에는 자신들이 하나님의 심판으로 그와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되었고, 따라서 이스라엘은 시든 풀처럼 소생의 가망성이 없다는 절망이 배어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아마도 그는 광야에 길을 내라는 말을 듣고도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누가 그렇게 할 수 있는가? 하고 회의에 젖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 소리는 그 말로 그와 이스라엘의 바로 그런 반응에 응답하려고 합니다. 그들을 절망에서 일으키려고 합니다. 그 소리는 그의 말에 이어 이렇게 말합니다.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들지만 우리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히 서 있을 것이다.”

그렇습니다. 인간의 모든 영광은 시간 속에서 시들어버리고 사라질 것이지만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히 변함없고 현실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광야에 닦여진 길을 통해 그의 영광이 오리라고 하는 그의 말씀은 절망한 포로 이스라엘 속에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시간 속에 갇히지 않는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오늘도 우리 속에 들어와 우리의 한계를 깨닫게 하시고 그 너머에서 오는 하나님의 현실을 우리에게 보여주실 것입니다. 올해 그 하나님과 동행하며 그의 길을 닦고 그 길을 통해 오시는 하나님의 영광을 볼 수 있기를 빕니다. 그의 평화가 우리에게 있을 것입니다.

세례요한은 그 소리에 비춰 ‘광야에서 외치는 자’로 이해되지만 이는 위에서 본대로 이사야 본문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의 삶을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복장도 그의 먹거리도 광야와 닮았습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천국이 가까웠다고 선언합니다. 그는 야훼의 영광이 오는 것에서 하나님의 나라가 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는 사람들을 절망에서 이끌어내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죄에서 이끌어내려고 합니다. 회개하라! 이제까지 살아왔던 모든 삶의 태도를 버리고 돌아서라! 종교적 위선, 군사적 위압, 세무적 폭압 등 일상적 불의를 버리고 하나님에게로 돌아오라! 사람들 속에서 정당한 질서를 지키고 인권을 세워주어 삶을 살만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회개가 맺는 열매입니다. 그는 바로 이 열매들이 가까이 오는 하나님 나라를 평화로 맞게 하는 것임을 알려줍니다. 그렇지 않으면 하나님의 진노를 피할 수 없다고 선언합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우리의 마음과 생각으로만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나라는 우리의 모든 삶이 그 나라를 향해 바뀌었을 때 곧 사람들 속에 평화를 이룰 때 받을 수 있는 나라입니다. 요한은 사람들에게 자기 자리를 떠나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 자리에서 하나님 나라를 맞을 수 있도록 회개하라고 촉구합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 나라는 우리를 광야로 불러내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 나라는 사람들 속에 뿌려지고 그 안에서 자라는 씨앗입니다. 광야 같은 세상에 하나님의 영광이 오도록 길을 닦는 것입니다. 하나님 없고 사랑 없고 정의 없고 평화 없는 불모지를 바꿔 하나님과 사람이 만날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회개입니다.

하나님의 길을 닦는 올해가 되기를 빕니다. 우리 삶의 방향을 하나님 앞으로 정하는 한해이기를 빕니다. 사람들 속에 평화와 사랑을 뿌리는 회개의 삶을 사는 올해이기를 빕니다.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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