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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흐르다, 어둠을 뚫고 빛으로

기사승인 2020.11.27  17:2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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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리교여성개발원 20주년 기념행사 가져

▲ 대표적인 에큐메니칼 여성 단체인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이 창립 20주년 기념행사를 가졌다. ⓒ권이민수

11월 26일 오후 2시 종로5가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20주년 기념행사(이하 기념행사)’가 있었다.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이하 개발원)은 성 평등한 감리교회와 에큐메니칼 여성지도력을 양성하기 위해 2000년 설립된 기관이다. 기념행사는 코로나 19 전파 위험을 막고자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30명 이내의 인원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기념행사 1부는 20주년 기념예식으로 진행됐다. 김지원 연구원(개발원)이 예배지기로 예식을 인도했다. 예식은 총 3부분으로 주제가 나뉘어 진행됐다. 첫 번째 주제는 ‘오래 전에 흘러온 빛’이었다. 김명현 이사(개발원)는 신약성서 요한복음 1장의 말씀을 통해 첫 번째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 이사는 “빛은 어둠의 반대 개념”이라며 성서 속에 나타난 하나님과 관련된 다양한 빛에 대해 언급했다. 더불어 “우리 모두는 빛으로 초대받은 사람일 뿐만 아니라 빛이 되라는 명령도 함께 받은 빛 공동체”라고 강조했다. 개발원도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명령을 따라 빛 공동체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주제는 ‘우리가 품은 빛’이었다. 이 주제에 대한 나눔은 홍보연 원장(개발원)이 맡았다. 그가 들고 온 성서 구절은 요한복음 8장 12절과 마태복음 5장 14절이었다. 홍 원장이 대표로 성서를 읽고 ‘빛 흐르다’라는 제목의 20주년 기념 영상을 다함께 본 후 나눔이 시작됐다.

홍 원장은 “우리는 빛이다”라고 했다. 그는 “지난 시간은 빛과 어둠이 함께한 시간이었다”는 말도 남겼다. 어둠은 성차별적이고 성폭력적인 문화가 여전히 있는 교회 문화를 비유한 것이다. 그러나 개발원은 그런 어두운 교회의 이면을 향해 지속해서 성 평등이라는 빛을 비춰왔다. 홍 원장은 기념행사에 자리한 참석자들을 향해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로의 빛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의 목소리는 지난 시간을 회상하기라도 한 듯 촉촉이 젖어 있었다.

나눔이 끝나자 홍 원장의 감사 인사에 참석자들이 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석자들은 저마다 입장할 때 받았던 별 카드에 개발원을 응원하는 마음을 적어 무대 중앙에 내놨다. “개발원 파이팅!”, “개발원 사랑스러워!” 등 응원의 외침도 잊지 않았다. 

마지막 주제는 ‘함께 만드는 빛’이었다. 김주영 연구원(개발원)이 나와 나눔의 시간을 인도했다. 그는 빌립보서 2장 15절과 이사야 60장 1절의 말씀을 주제 말씀으로 삼았다.

김 연구원은 “하나님이 (내 안의) 작은 빛을 소중히 간직하려고 한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어려움이 찾아오면 그 빛은 심지부터 흔들린다며 본인의 힘든 마음도 뒤이어 전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개발원이 있었다. 개발원에 와 동료 여성들을 만나면 다시금 마음의 빛이 활활 타올랐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서로의 빛을 함께 비추면서 앞으로도 감리교여성지도력의 빛을 환하게 비춰가길 바란다”며 기념행사 참석자들을 독려하는 말로 나눔을 마쳤다.

기념 예식은 서로를 축복하면서 마무리 됐다. 참석자들은 서로를 향해 “당신은 이 땅과 교회를 밝게 비추는 여성지도력입니다”라며 축복의 말을 건넸다.

▲ 20년 동안 하나되어 어둠을 이겨왔던 감리교여성개발원을 상징하는 예식이 진행되었다. ⓒ권이민수

2부는 ‘<언니들의 뜰밖기도> 출판기념예식’이었다. <언니들의 뜰밖기도>는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의 개발원20주년출판위원회가 집필한 묵상집이다. 국내외의 여성신비가, 여성신학자의 글을 한데 모았다.

3부 사회는 최소영 총무(개발원)가 맡았다. 먼저 하영숙 출판위원장의 20주년 출판위원회 보고가 있었다. 그는 “척박한 세상에서도 치열하게 살며 참 삶의 길을 낸 여성들을 더듬어 보았다”라며 “시공을 초월하여 우리가 만난 21명의 여성들의 삶과 신앙은 오늘의 우리에게도 큰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라는 말을 전했다.

뒤이어 여성신학자인 하희정 박사의 강연도 이어졌다. 강연 주제는 ‘<언니들의 뜰밖기도>는 네버엔딩 역사’였다. 하 박사는 피피티로 사진 자료도 보여주며 한국의 여성지도력 역사를 강의했다. 그에 의하면 한국의 여성지도력은 지속된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거쳐야 했다. 당시 성 차별적인 시대상에서 결혼하지 않으면 성인으로 인정받을 수 없어 비혼 여성이 지도력을 갖기 어려웠던 탓이었다. 결혼한 여성에게는 전문적인 일보다는 가정에 집중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감리교회는 여성지도력을 지원할 대안을 마련하는데 성공한다. 바로 ‘이화학당’과 ‘보구여관’이었다. 이화학당은 여성교육기관이고 보구여관은 한국 최초의 여성병원이다. 

하 박사는 ‘감리교 디커니스 운동’이 감리교가 여성지도력을 지원하도록 영향을 준 것이라고 했다. ‘디커니스(deaconess)’운동은 19세기 중반 미국에서 감리교 비혼 여성들이 시작한 사회운동이다. 기독교 탄생 초기에 가정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 종교의 고된 길을 선택한 여성을 지칭하던 디커니스의 정신을 계승한 것이다.

뒤이어 하 박사는 사회적 책임의식, 전문성 확보, 생활공동체 형태의 협업체계, 종교적 성찰을 통한 자기 관리 시스템 등 4가지 근대 초기 감리교 여성들의 가치들이 감리교 디커니스 운동의 정신과 함께 여성지도력 개발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그는 근대 초기 감리교여성지도력 개발의 정신을 이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또 하 박사는 “이제는 시대도 과제도 달라졌고 그 방식도 표현도 달라질 수밖에 없지만 여전히 여성이 설 수 있는 공간은 좁기만 한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오늘의 현실”이라며 “감리교여성지도력의 선전을 끝까지 응원할 수 밖에 없다”는 말도 남겼다.

강연 이후 실제로 <언니들의 뜰밖기도>를 활용한 묵상의 시간도 가졌다. 홍 원장의 인도 아래 참석자들은 여성 신비가인 마르그리트 포레테의 글을 조용히 묵상했다. 묵상 이후 느낀 점을 서로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기념 예식은 장근지 연구원(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의 어우러짐 시간으로 마쳤다. 어우러짐 시간에는 기념행사 참석자들이 기다란 보라색 천을 연이어 잡으며 마음을 하나로 모았다. 참석자들은 보라색 천을 잡고 여성지도력을 흐르게 했던 여성신학자, 여성영성가 등 여성을 기억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지난 교회의 역사는 성 차별과 성폭행의 역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교회 내 성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만큼 개발원의 존재의의와 역할 그리고 앞으로가 중요한 것이다. 20년을 맞은 개발원은 다음 20년을 어떻게 바라보고 준비하고 있을까?

26일 개발원 총무 최소영 목사는 에큐메니안과의 인터뷰에서 “개발원은 올해 20주년을 맞아서 ‘2030연구원’을 새로 시작했다. 20주년에 새로운 20대, 30대 연구원들이 자체적으로 모여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맘껏 펼쳐 나갈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했다. 20년 전에 저희 선배 여성들이 ‘우리가 울타리가 돼 줄 테니 이 안에서 맘껏 뛰 놀아라’해주셨던 것을 본받아서 우리도 새로운 세대의 울타리가 돼 주고 싶다. 그래서 2030연구원에게 ‘이 시대의 소명을 따라 하나님이 부르시는 대로 맘껏 응답하라’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예상한 것보다 2030연구원들이 훨씬 많은 일을 활기차게 하고 있다. 앞으로 돌아오는 20년은 더 멋진 일이 일어나리라고 기대한다”라고 했다.

권이민수 simin004@nate.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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