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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자의 이마를 단단하게 하신 하나님

기사승인 2020.10.15  17: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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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굳은 마음을 갈다(에스겔 3,4-11; 마가복음 4,1-9)

▲ Vincent van Gogh, 「씨 뿌리는 사람(The Sower)」(1888) ⓒGetty Image

에스겔은 이스라엘이 망하기 훨씬 이전에 포로로 잡혀가 거기서 하나님께 부름을 받은 예언자입니다. 이 사실 자체가 하나님이 어떤 하나님인지를 짐작케 합니다. 하나님은 그가 포로 되게 한 자들 가운데도 계시고, 그들에게 말씀하시며 그들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십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아담과 하와를 에덴동산에서 쫓아내셨지만, 여전히 그들의 하나님이시며 그들을 보호하셨던 것과 같을 것입니다.

하나님은 사람의 행태와 상관없이 사람의 하나님 되기를 포기하신 적이 없습니다. 사람이 하나님을 떠나고 멀리 할 때에도 또 하나님이 사람을 심판하실 때에도 그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 하나님이 포로지에서 에스겔을 불러 말씀하십니다. 이스라엘에게 그의 말씀을 들려주시려 합니다.

그런데 이때 하나님은 이스라엘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십니다. 하나님 보시기에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않는 것은 언어 탓이 아니라 이마가 단단하고 마음이 굳었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언어가 다른 민족에게 하나님이 말씀하셨다면 그들은 언어를 몰라도 들었을 것이라고 하시니, 이 말에서 하나님의 답답함과 서운함이 그대로 묻어나옵니다.

포로가 되었다고 해도 그들의 상태가 나아지거나 달라진 것은 아닙니다. 그들의 이마와 그들의 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하나님은 이들에게 맞서야 하는 에스겔의 이마를 그들보다 더 단단하게 마치 금강석처럼 만드셨으니 그들을 두려워말라고 하십니다.

그러면 이마가 단단하다는 말은 꼭 부정적인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이를 부정적이게 만드는 것은 하나님이 에스겔에게 당부하시는 말씀에서 알 수 있는 대로 굳은 마음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스며들거나 자리할 여지가 전혀 없는 마음 상태입니다. 그런데 이마까지 단단하여 두려움을 모르니 하나님 앞에서 그 행태가 어떨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말씀 없는 대담함의 결국은 ‘패역’입니다.

하나님은 에스겔에게 그의 말을 마음으로 받고 귀로 들으라고 하십니다. 이스라엘의 굳은 마음과 달리 그 마음은 부드러워 귀를 엽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나님이 그의 마음을 강하게 하여 두려워하지 않게 하시지만, 그의 마음을 부드럽게 하여 말씀을 담는 것은 에스겔의 몫이라는 점입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에게 그의 말씀을 전하시기 위해 에스겔에게 부드러운 마음을 요구하십니다. 아마도 여기에는 에스겔처럼 이스라엘도 그렇게 되기를 바라시는 하나님의 마음이 담겨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이스라엘이 과연 그렇게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기대하지 못하십니다. 에스겔에게 그들이 듣든지 안 듣든지 그의 말씀을 전하라고 명령하시는 것을 보면 그렇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굳은 마음이 과연 부드러운 마음으로 바뀔 수 있을까요? 계속되는 고달픈 포로생활이 그 계기가 될 수 있을까요? 훗날 이사야가 보도하는 포로 이스라엘의 상태를 보면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하나님께서는 그들에게 말씀하시고 또 말씀하시니 참으로 놀랍습니다. 그만큼 하나님 마음에는 그들이 깊게 자리 잡고 있고, 하나님은 그 마음을 그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하십니다. 혹 이스라엘이 해방을 경험하면 그러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요?

하나님은 마치 에스겔에게서 볼 수 있는 부드러운 마음을 모두가 갖게 되기를 기다릴 수 없으시다는 듯 해방된 이스라엘에게 한 마음과 새 영을 주시고 돌같이 굳은 마음을 도려내고 살같이 부드러운 마음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11,19; 36,26). 그 마음에 하나님의 말씀이 뿌려지고 그 말씀이 자라 새 이스라엘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실현된 약속이 아니라 기다려야 하는 약속입니다.

따라서 부드러운 마음은 여전히 우리의 책임이요 과제이며 에스겔에게서 그 과제 수행의 가능성을 우리는 엿볼 수 있습니다. 다행히 우리는 성령의 도움으로 그 과제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최고의 목표는 그 약속처럼 우리의 굳은 마음을 도려내고 부드러운 사랑의 마음을 그 자리에 심는 것에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이와 관련하여 씨 뿌리는 자의 비유로 우리를 새로운 통찰로 인도하십니다. 씨는 좋은 땅에만이 아니라 제대로 뿌리내릴 수 없는 길가나 흙이 얇은 돌밭이나 가시떨기 사이에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것들 각각은 우리의 마음의 상태입니다. 우리의 마음을 어둡게 하는 것은 걱정과 근심과 욕심이고, 우리의 마음을 흔들고 넘어지게 하는 것은 재난과 고통이며, 우리의 마음을 절연상태로 만드는 것은 무관심과 무지입니다. 그렇기에 씨뿌리는 자의 비유는 우리에게 절망이 아니라 희망을 줍니다. 우리를 좋은 땅이 되지 못하게 하는 것들이 강력한 힘을 갖고 있어서 우리가 저항하기 어려울지라도 그것들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창조될 때 땅을 갈아 생명이 자라도록 하는 책임을 부여받았습니다. 그러나 그 땅은 우리 밖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안에 마음의 땅이 있었습니다. 이 땅은 여러 가지 이유로 굳어져 가고 있습니다. 굳어진 마음의 땅을 갈아 생명의 말씀이 자라게 하는 것도 우리의 책임입니다.

그렇지만 하나님은 그 일을 전적으로 우리에게만 맡겨두신 것이 아니라 성령으로 우리를 도우시고, 우리에게 땅을 갈 도구를 마련해주십니다. 그 도구는 앞에서 언급된 바로 그 사랑입니다. 우리를 먼저 사랑하신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속에 불러일으킨 사랑으로 우리 마음의 땅을 갈 때 우리는 욕심을 멈추게 하고 재난이나 박해도 견디고 이기며, 무관심도 녹일 것입니다.

사랑은 우리의 눈을 열어 너를 보게 하고 너에 대한 새로운 지식으로 우리의 마음을 채울 것입니다. 이렇게 사랑은 우리 마음의 땅을 좋게 좋게 만들어갈 것입니다. 우리 마음에 뿌려진 말씀의 열매는 곧 사랑의 열매입니다.

그 열매가 우리를 그리스도 안에 있게 하고 하나님 안에 있게 하고 하나님을 사람들 가운데 계시게 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 사랑으로 마음의 밭을 갈아 옥토로 만들어 갑시다.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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