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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와 오해에서 비롯된 교회들의 반란

기사승인 2020.09.23  16:5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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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의 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는 의미 있는가?

▲ 차별금지법 제정을 앞두고 교계의 엇갈린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KBS

한 가지 문제를 놓고 토론이 벌어지는 것은 아직 건강함을 보여주는 좋은 현상이다. 그러나 토론으로 생각이 바뀌는 일은 별로 없다. 그래서 토론은 합의에 이르는 데 목적이 있는 것 같지 않다. 다만 그 토론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아직 분명한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면 자신의 입장을 정하는데 도움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최소한 자기주장의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떠도는 이야기의 반복은 토론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한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하 포차법)으로 일컬어지는 법제정을 놓고 기독교계는 격렬히 반대한다. 그렇지만 그 법안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2007년부터 2020년까지 제시된 그 법안의 핵심은 이렇다. 아래는 2020년 제출된 법안의 3조1항이다.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국적,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및 가구의 형태와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學歷), 고용형태, 병력 또는 건강상태, 사회적 신분 등(이하 “성별 등”이라 한다)을 이유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영역에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분리·구별·제한·배제·거부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

가. 고용(모집, 채용, 교육, 배치, 승진·승급, 임금 및 임금 외의 금품 지급, 자금의 융자, 정년, 퇴직, 해고 등을 포함한다)
나. 재화·용역·시설 등의 공급이나 이용
다. 교육기관 및 직업훈련기관에서의 교육·훈련이나 이용
라. 행정서비스 등의 제공이나 이용

이 법을 반대하는 기독교인들은 이 법안 가운데 ‘성적 지향과 성별정체성’이라는 낱말에만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이 법이 제정되면 오히려 기독교가 차별을 당할 것이라고 한다. 마지막 말은 자신은 현재 차별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 자신은 차별을 당할까 염려하는 기독교인들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반대하더라도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될 것이다.

위 법안은 그것이 적용되는 영역을 분명하게 밝혀 놓고 있다. 고용과 서비스 제공에서 어떤 이유로든 차별을 금지하자는 것이 법안의 취지이다. 이와 관련하여 교회가 하는 것들은 예컨대 복지시설을 통해 급식이나 구제 같은 서비스를 공급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때 ‘성적 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거부할 것인가? 교회라면 아마도 안할 것이다.

교회에서 일하는 사람을 뽑을 때 동일한 이유로 거부할 것인가? 아마도 많은 교회들이 신앙을 이유로 거부할 것이다. 그럴지라도 위법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가 법조항이 허용하는 ‘합리적 이유’에 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안 자체만 놓고 보면 그 법은 교회의 존재나 활동에 조금의 영향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왜 그리 반대하는 걸까? 그 법이 제정되면 반대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동성애를 조장하는 것일까? 그것은 ‘성적 지향과 성별정체성’이라는 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탓이다.

그것은 사람 자체가 그렇다는 것을 뜻한다. 유혹이나 강요에 의해서 동성애자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성적 지향과 성별정체성’은 뱃속에서 또는 2-7세 사이에 이미 결정된다는 것이 학계의 입장이다.(물론 이를 반박하려는 시도들이 있지만 별로 성공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조장한다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이처럼 겉으로 나타나는 기독교의 포차법 제정 반론들은 타당성이 없다. 그러면 성서로 돌아가 보면 어떨까? 반대 입장의 출발점은 레위기 18:22; 20:13; 고린도전서 6:8-10; 디모데전서 1:8-10 등의 성서 구절들이다. 이 구절들은 동성애를 금지한다. 그리고 오랫동안 차별과 박해의 근거로 사용되어 왔다. 나찌는 장애인들과 함께 동성애자들을 살해했고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박해는 진행 중이다.

성서의 금지가 이러한 박해를 정당시하는 근거가 될 수 있는가? 동성애를 죄로 보는 이해는 동성애가 일탈이라고 간주한다. 그런데 과학의 진보로 동성애는 일탈이라기보다 타고나는 것이거나 성에 대한 인식이 생기기 이전 2-7세의 어린 시절에 결정된다는 것이 알려졌다. 바로 이 지점이 기독교인들에게 진지한 고민을 요구한다. 일탈이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래도 성서의 금지를 지켜야 한다고 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발견에 따라 수정하거나 포기해야 할 것인가?

이를 결정하기 위한 지침을 성서는 우리에게 마련해주는가? 예수 그리스도의 전통해석이다. 예수는 간음 규정처럼 지켜야 할 것은 더 철저하게 요구하고 안식일 규정이나 장애인 이해처럼 수정되어야 하는 것은 새로운 관점을 도입한다. 그리고 교회는 안식일을 포기하고 주일로 대체하였다.

다른 하나는 하나님의 명령에 의한 법규정 포기이다. 음식에 관한 레위기의 규정은 이스라엘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으로 간주될 만큼 중요한 규정이다. 그에 따라 먹어선 안되는 더러운 것들을 하나님께서 깨끗케 하셨으니 베드로에게 먹으라고 하신다. 나중에 바울도 음식과 관련하여 이와 동일한 태도를 보인다. 이러한 예들은 상황에 따라 전통과 법이 재해석되고 강화되거나 포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 하나는 교회가 포기하거나 변경한 규정들도 꽤 많다는 것이다. 십일조에 대한 규정들과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는 명령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교회 내지 시대 상황에 따라 규정의 변경과 포기를 허용하는 것이 성서의 전통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과학적 발견이 교회가 처한 새로운 상황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끝으로 동성애와 관련된 고린도전서 6:8-10을 그와 비슷한 갈라디아서 5:19-21을 비교하고자 한다. 양자는 모두 하나님 나라를 유업으로 받지 못하는 행위들을 다루는데 후자에는 동성애 항목이 없다. 다를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각각 서로 시대와 상황을 반영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나님 나라를 유업으로 받지 못하는 다른 불법 행위 항목들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불의한 사람들은 하나님 나라를 상속받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지 못합니까? 착각하지 마십시오.
음행하는 사람들, 간음하는 사람들, 여성 노릇하는 사람들, 동성애 하는 사람들,
도둑질하는 사람들, 탐욕을 부리는 사람들이나,
술 취하는 사람들이나,
남을 중상하는 사람들이나, 남의 것을 약탈하는 사람들은,
하나님 나라를 상속받지 못할 것입니다. (고전 6:8-9 새번역 약간 변경)

육체의 행실은 환히 드러난 것들입니다.
음행과 더러움과 방탕과
우상숭배와 마술과 원수맺음과
다툼과 시기와 분냄과 분쟁과 분열과 파당과 질투와
술취함과 흥청망청 먹고 마시는 놀음과, 그와 같은 것들입니다.
내가 전에도 여러분에게 경고하였지만, 이제 또다시 경고합니다. 이런 짓을 하는 사람들은
하나님의 나라를 상속받지 못할 것입니다. (갈 5:19-21 새번역 약간 변경)

양자는 항목의 차이를 보이지만, 결론은 동일하게 하나님 나라를 유업으로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나님 나라를 유업으로 받느냐 못받느냐는 일반인들이 아니라 교회의 관심사다. 다시 말하면 이 항목들은 교회 밖이 아니라 교회 안의 사람들의 행태와 관련된다. 동성애를 제외하면 나머지 항목들 가운데 적어도 몇몇은 지금도 교회 안에서 훨씬 더 자주 드러나고 훨씬 더 문제가 되는 것들이다.

그러나 그 문제들에 대해 교회는 대개 침묵한다. 마치 교회가 하나님 나라를 상속받지 못하게 하는 일들을 허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이 든다. 교회는 이 문제들을 심각하게 물어야 한다.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 동성애 문제는 성서의 경향에 따라 재해석될 수 있지만, 나머지 것들은 재해석 여지가 없다. 세리와 죄인들로 정죄 당하던 ‘소수자들의 친구’가 곧 우리의 주 예수 그리스도였다. 그 예수 그리스도는 동성애자로 정죄당하는 ‘성소수자’들의 친구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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