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성소수자 부모모임과 NCCK인권센터, 교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나서달라 호소

기사승인 2020.09.22  17:14:59

공유
default_news_ad1

-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억압 멈추어 달라 촉구

▲ 성소수자 부모 모임과 NCCK인권센터가 종로5가 기독교회관 앞에서 개신교 각 교단 총회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멈추어줄 것과 차별금지법 제정에 나서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권이민수

9월 22일 아직 여름 끝자락의 뜨거운 햇볕이 길거리를 데우는 시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국기독교회관 앞에 성소수자부모모임과 연대인이 모였다. 오전 11시부터 ‘국내 주요 개신교단 총회에 즈음한 ‘평등 세상을 바라는 호소문’ 발표 긴급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9월은 한국 개신교의 여러 교단이 총회를 여는 달이다. 특히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측(총회장 소강석 목사),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측(총회장 신정호 목사) 등  국내 주요 장로교단 총회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맞아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다.

성소수자부모모임과 NCCK 인권센터(이사장 홍인식 목사, 소장 박승렬 목사)는 한국 개신교가 교단 내의 성소수자 혐오, 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 등을 넘어 평등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교계에 전하기 위해 ‘평등 세상을 바라는 호소문’을 준비하게 됐다.

기자회견 중 음향기기가 고장나 기자회견 발언인이 맨 목소리로 발언과 낭독을 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시끄러운 길거리의 소음과 고장 난 음향기기도 평등 세상을 꿈꾸는 이들의 열정을 막지는 못했다.

기자회견은 NCCK 인권센터 사무국장 김민지 목사의 사회로 시작됐다. 호소문을 낭독하기 전에 기자회견 참석인의 발언이 먼저 이어졌다.

여는 말로는 NCCK 인권센터 소장인 박승렬 목사가 나섰다. 그는 “우리도 죄인”이라고 했다. 이어 본인도 “(성 소수자) 부모님들의 눈물을 닦아주지는 못할망정 고통을 더하고 있는 한국 교회에 속한 한 사람으로서 사과드리고 용서를 구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박 목사는 “한국 교회가 심판자 행세를 한다”고 했다. 교회가 하느님이 아닌 이상 누가 누구를 죄인으로 단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교회는 용서받은 죄인의 입장으로 서로 사랑하라는 의무만 있을 뿐이다.

그는 “동성애가 죄냐 아니냐는 더 이상 따질 필요가 없다”고 못 박기도 했다. 또 우리 모두가 용서받은 죄인으로서 성 소수자의 부모, 이웃이 되고, 혐오와 차별을 반대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다음으로는 성소수자부모모임의 오소리 활동가의 발언이 있었다. 오 활동가는 “오늘날 성 소수자들은 사회의 수많은 차별과 혐오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는 터무니 없는 음해로 인해 박해받았던 과거 기독교의 사례와 비슷한 모양새라고 했다.

성 소수자에 대한 무지와 정치적인 이유 등의 음해가 성 소수자를 혐오의 자리로 내몬다는 것이다. 그는 “(성 소수자 또한) 하나님의 손길이 가닿아 탄생한 인간이기에 모든 인간은 그 존재만으로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하나님은 성 소수자들 또한 존재하는 그 자체로 사랑하신다”라고도 말했다.

오 활동가는 발언을 마무리하며 “교회가 성 소수자들도 상생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으로 변화하길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연대 발언으로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소속 목사이자 교회와사회연구소 대표인 박성철 교수와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소장 박상훈 신부가 마이크를 잡았다.

박 교수는 “한때 이 땅의 민중들과 함께 울고 웃었던 한국의 기독교회가 전광훈 사태와 같은 극우 기독교의 부상으로 몰락의 길에 서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교회는 사랑을 실천하는 신앙의 공동체”여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교회가 신사참배를 결의하고 개발독재와 결탁하는 등의 역사적 과오”를 저질렀던 과거를 언급하며 “(교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것은 역사적 과오를 다시금 되풀이 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성경에서 말하는 하나님의 정의, 즉 사랑에 기초한 하나님의 정의는 힘이 없는 사람의 입장에서 힘을 가진 사람에게 주어진 의미이지 힘을 가진 사람이 힘이 없는 사람에게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보호하기 위한 차별금지법을 하나님의 정의라는 명목으로 가로막는 것은 인간의 불의를 정당화하는 행위일 뿐”이라는 말도 남겼다.

박 교수는 특히 보수 교단의 젊은 목회자들을 향해 “과거 신앙의 선배들이 저질렀던 잘못을 되풀이하지 말고 차별 금지법 제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간청하기도 했다.

다음으로 박 신부는 “우리는 크고 작은 차이가 있다. 그러나 서로가 서로에게 동등하고 평등하게 대해야 한다. 그것이 그리스도인들이 믿고 있는 하느님의 창조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창조의 뜻을 어기면서까지 어떤 소수자들을 차별하고 배제하고 모욕을 주는가 이해하기가 어렵다”며 한국 교계를 향해 의문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가톨릭 교계와 개신 교계를 향해 “(성 소수자들도) 똑같은 주님의 자녀들이니 차별하지 말아달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발언을 마쳤다.

기자회견은 성소수자부모모임의 하늘 대표가 호소문을 읽으며 마무리됐다.

하늘 대표는 동성애자인 아들을 둔 부모이자 가톨릭 신자다. 그는 “혐오와 차별인 만연한 세상에서 성 소수자가 모든 사람과 똑같이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하늘 대표는 호소문을 통해 “교회가 성 소수자들에게 우정과 환대의 손을 내밀어 줄 수 있기”를 간청했다. “성 소수자로 태어나 세상의 혐오와 차별을 견디지 못해 생을 마감한 이들”을 언급할 때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하늘 대표가 호소문을 낭독하는 중에 보수 기독교인 남성이 찾아와 기자회견을 방해하며 난동을 부렸다.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 적힌 붉은 조끼를 입은 그는 기자회견을 진행한 이들을 향한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를 진정시키고자 몇 사람이 달려들었지만, 그는 성 소수자와 연대인을 향한 저주를 멈추지 않았다.

한국 기독교 교계의 차별과 혐오로 고통받는 성 소수자와 가족의 외침, 그리고 그 외침을 막으려는 남성의 모습은 오늘날 한국 기독교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 긴급 기자회견 중 호소문을 낭독하는 중 한 극우 개신교인이 저주에 가까운 욕설을 퍼부으며 기자회견을 방해했다. ⓒ권이민수

다음은 성소수자 부모 모임이 발표한 호소문 전문이다.

평등 세상을 바라는 호소문

저는 동성애자 아들을 둔 부모이고 온 가족이 가톨릭신자입니다. 12년 전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성 소수자에 대해 무지한 엄마였습니다.

그 후 용기 내어 성 소수자 인권단체를 찾았고, 그곳에서 수많은 성 소수자들을 직접 만나보고, 제대로 알고 나니, 제 안에 자리 잡고 있었던 오해와 편견이 부끄러워지고, 이제는 내 아이가 성 소수자인 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혐오와 차별이 만연한 세상에서 성 소수자가 모든 사람과 똑같이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인권은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에게 베푸신 큰 은혜이자 사랑이라 생각합니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는, 우리 인간들이 서로의 존재를 이해하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가운데 주어지는 큰 축복이라 믿습니다. 그런데 그런 소중한 인권이 누군가에게는 존재를 걸고 싸워야 겨우 찾을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교회는 ‘사랑과 환대의 공동체’이고, 지켜야 할 가장 큰 덕목은 ‘조건 없는 사랑의 실천’이라고 배웠습니다. 성 소수자들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어 왔습니다. 세상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성 소수자들의 삶을 재단하고 이웃과 친구로 받아들이지 않는 공동체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혐오의 말을 합니다. 있는 존재를 부정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닙니다.

성 소수자와 가족은 혐오의 말을 들으면 몸이 크게 다쳐서 아픈 것과 똑같은 통증을 매일 느낍니다. 지금도 벽장 안에서 한 발자국도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성 소수자들이 많습니다. 교회가 그들이 문을 열고 세상으로 나올 수 있는 다리가 되어 주십시오. 교회가 성 소수자들에게 우정과 환대의 손을 내밀어 주십시오. 성 소수자들도 교회공동체의 일원으로 사랑받으며 신앙생활을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성 소수자로 태어나 세상의 혐오와 차별을 견디지 못해 생을 마감한 이들도 많습니다. 먼저 간 영혼들의 간절한 바램 마저 차별 하지 말아 달라는 것입니다. 어린 나이에 피어나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한 동성애자인 육우당(윤현석 안토니오 18) 시인인 소년의 절규를 들어 보십시오.

소돔과고모라/우리를 공포로 몰아넣는 이야기/가식적인 십자가를 쥐고, 목사들은 우리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우리는 떨어지지 않으려고, 있는 힘껏 발악하고/만일 우리가 떨어진다면, 예수님이 구해 주시겠지. (‘현실’ 2003년)

이 어린 소년의 비통한 절규를 어른들이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고, 또 죄송할 뿐입니다. 성 소수자의 부모는 특혜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성 소수자도 하느님이 창조한 귀한 자식들이니, 차별만 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는 것입니다.

교회 지도자 여러분, 성 소수자도 모든 이들과 함께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이제는 교회가 마음을 열고 헌법적 차원의 권리인 “차별금지법 제정”을 적극 도와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2020년 9월 22일
성 소수자의 부모 하늘 드림

권이민수 simin004@nate.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