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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서는 동성애를 정죄 하는가

기사승인 2020.09.22  17: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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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별금지법과 동성애 ⑵

▲ Gerard Hoet(1648-1733), 「맹목적인 것에 매료된 소돔 사람들(The Sodomites are smitten with blindness, 창세기 19:11)」 ⓒWikipedia

레위기 본문(레 18:22; 20:13)

창세기 출애굽기에 이어 세 번째 책인 레위기는 통독을 할 때 멈추게 되는 책이다. 제의와 관련된 내용이면서 율법의 형태를 띠고 있다. 레위기 전체는 제사장 그룹이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내용적으로는 희생제사법과 정결법으로 구성된 1-16장과 성결법전이라고 불리워지는 17-27장으로 나뉜다.

1-16장이 제사장들의 의무 규정이라 할 수 있다. 제사장은 제사 예식 집행과 정결예식 집행할 의무가 있다. 17-27장은 거룩한 백성으로서 성결한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지침서로서 1) 동물제사, 식사 정결예식, 성관계 금지규정, 제사장 관련법(17-22장), 2) 거룩하게 지켜야할 절기에 관한 법(23-2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성결법전은 다음과 같은 말로 시작된다. “아론과 그의 아들들과 이스라엘의 모든 자손에게 말하여 그들에게 이르기를”(레 17:2). 율법을 듣고 지켜야할 대상으로서 이스라엘의 모든 자손이 제사장과 그의 후예들과 함께 언급된다.

율법을 듣고 지켜야 하는 이유는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거룩하게 살기 위함이다. 유대인들에게 거룩이란 다른 민족과 구별 짓는 것이다. 유대인들이 타민족과 거리를 두고, 성결, 거룩성을 지키려는 강한 의지는 강대국의 지배를 받으며 민족의 생존위기를 겪고 난 후에 생긴다.

레위기 17-26장의 성결법전은 사제문서(P) 이후로 보는 학자들이 많다. 포로기 이후의 문서라면, 49년간 바빌론 포로기를 겪고 돌아와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며 살아남으려는 의지가 강할 때이다.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 규정(17:10-16)이나 해서는 안 되는 성관계 규정(레 18:1-30)은 생명의 위험과 인간관계의 무질서를 예방하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 동성 간의 성관계 금지규정(레 18:22)는 수많은 성관계 금지 규정의 하나로 언급되었다. 동성애를 죄라고 한다면, 이성애로 인한 죄가 훨씬 더 많다.

이 본문에서 다른 모든 성관계 규정들이 가족 내의 질서혼란이 이유라면, 동성애는 금지 이유가 좀 달라 보인다.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옹호하려는 학자들 중에는 이 금지 규정을 항문 성교로 인한 위생문제와 의료문제로 연결시키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고대사회에서 동성 간의 성관계를 구체적으로 알고 기록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필자가 보기에 동성 간의 성행위가 이성간의 성행위와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자녀의 생산이라는 결과에 있다. 따라서 동성 간의 성관계를 금하는 규정(레 18:22)은 성관계를 자녀 생산을 목표로 보았던 유대사회에서 동성 간의 성관계는 무익한 일이기 때문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창세기 1장에서 남자와 여자를 창조한 이후에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창 1:28)는 하나님의 축복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창세기 1장도 바빌론포로기 이후 기록된 사제문서로서, 민족의 영속성은 인구의 증가에 의존한다는 생각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다.

레위기 20장 전체는 사형에 해당하는 죄를 열거한 것이다. 몰렉에게 자식을 제물로 주는 사람, 접신한 자와 박수 무당을 따르는 사람, 부모를 저주하는 사람, 타인의 아내와 간통한 사람, 아버지의 아내나 며느리와 동침하는 사람 등, 레위기 18장에서 금지된 성관계를 언급한 것과 마찬가지로 동성 성관계한 사람도 언급되었다(20:13). 이것은 18장의 내용을 좀더 강경하게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레위기 18장이나 20장이나 마찬가지로 성과 관련된 금지 내용은 동성애보다 이성애가 훨씬 더 많다. 또한 이 구절로 인해 유대인들은 이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사형을 시킨 일은 없고, 이것이 다른 어떤 것보다 더 극악한 죄라고 여기지도 않는다. 살아있는 생명은 모두 하나님에게서 오고 하나님이 거두어 가시는 것이기 때문이다.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창 19장)

롯의 손님들을 내놓으라며 마을사람들이 몰려와 행패를 부린 이야기이다. 이들을 달래기 위해 롯은 자신의 처녀딸을 주겠으니 손님들에겐 아무 일도 저지르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다. 롯이 소돔을 떠난 후 소돔이 멸망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에서 소돔이 멸망하게 된 원인을 동성애로 보는 경향이 많았다. 그래서 동성애를 소도미(Sodomy)라고 번역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본문을 면밀히 보면, 동성애 이야기라기보다는 나그네에 대한 집단 폭력, 나그네에 대한 홀대의 이야기로 보인다. 롯이 지나가는 두 명의 사람을 저녁이 깊었으니 자기 집에서 먹고 쉬었다가 아침에 가시라고 청한다. 성경에서는 행인 둘을 천사로 표기한다. 그들은 그대로 길에서 밤을 보내겠다고 사양하다가 롯의 초청을 받아들인다.

롯의 집에 낯선 이들이 머문다는 소식을 들은 소돔사람들은 롯에게 와서 손님들을 내놓으라고 한다. 자신들이 “상관하겠다”는 것이다. 상관하겠다는 번역어의 히브리어는 “알아보겠다”는 의미의 야다(ידע)이고, 야다는 아담과 하와가 처음 육체적인 관계를 가질 때 사용되었던 어휘이기도 하다. 그래서 많은 학자들은 소돔사람들의 태도가 성과 관련된 일이라고 보고 이것을 동성애로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야다가 반드시 성적인 관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성관계와 관련하여 사용된 경우는 10번 정도 이고, 933번 정도는 “알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그러므로 그들을 알아보겠다는 것이 꼭 성관계를 하겠다고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미 소돔이 타락해서 하나님이 그들을 멸하겠다는 선언은 19장 이전 18장에서 아브라함과 하나님의 대화에서 드러난다(창 18:20-32). 소돔성에 의인이 열 명만 있어도 멸하지 않겠다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다. 실제로 그들의 죄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19장의 이야기를 본다면, 손님을 환대하지 않고 홀대했다는 사실이다.

필자가 보기에 소돔사람들이 손님을 내놓으라는 주장이 동성애와 관련된 것일 수 없는 이유가 또 있다. 소돔성에 사는 사람들이 롯을 찾아와 외부인을 끌어내라고 소동을 벌인다. 이들의 폭력성을 가라앉히기 위해 롯이 제안한 것은 자신의 처녀딸 둘을 줄테니 딸들과 즐겁게 지내고 손님들은 건드리지 말라는 것이다. 그래서 소동을 일으킨 사람들이 성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따라서 동성애를 원하는 것처럼 오해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동성애를 하는 남성에게 여성을 제공한다고 성욕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다. 이성애자는 동성애를 할 수 없다. 동성애자도 이성애를 할 수가 없다. (물론 양성애자는 가능하다). 그러므로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은 동성애 결과가 아니라 나그네를 환대하지 않은 것, 의인 열 명이 없었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김판임 교수(세종대학교 대양휴머니티칼리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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