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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복음서에는 ‘제사장’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기사승인 2020.08.26  16:3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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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복음서와 성전 및 제사장 (1)

▲ 모세가 그의 형 아론에게 기름을 붓고 있다. ⓒGetty Image

신약성서를 살펴보면 제사장과 관련된 내용들이 많이 있다. 제사장은 복음서의 배경이 되는 팔레스타인에서 유대인들에게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신약성서는 당대의 제사장에 대한 나름대로의 시선을 가지고 평가하고 있으며, 또한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제사장의 신학과 이미지를 수용하고 발전시키고 있다.

복음서는 예수를 제사장으로 그리지 않는다

복음서는 대체로 제사장에 대해서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다.(1) 제사장들은 예수의 죽음에 대해서 일정 부분 책임을 가지고 있다.(2) 하지만 제사장의 권위를 인정하거나 긍정적으로 그려지는 부분도 없지 않다.(3)

그런데 복음서에서는 예수를 메시아, 하나님의 아들, 인자, 예언자, 선생, 왕으로 묘사하는 구절을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예수를 제사장으로 명시적으로 언급하는 구절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복음서에서 예수는 제물과 동일시될지언정 제사장과 동일시되지 않았다. 사실 예수는 혈연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제사장이 아닌 평신도였다. 복음서에서는 제자들도 제사장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다만, 복음서에서 제자들은 세례를 베풀거나 베풀라는 명령을 받는데, 이러한 제사는 사도들의 사역이 제사장적인 차원으로 발전될 것을 암시한다.

사도행전에서도 제사장들은 부정적으로 그려진다.(4) 사도행전에서도 예수와 제자들 및 교인들을 제사장과 연결시켜 이해하려는 시도를 발견할 수 없다. 복음서에서와 마찬가지로 사도들은 세례를 베푼다. 이러한 세례 사역은 그들이 장차 제사장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을 암시한다.

반면, 바울은 자신을 “복음의 제사장”으로 이해했으며 자신의 직무를 제사장 직무로 이해했다. 바울은 제사장을 뜻하는 일꾼(λειτουργός)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으며, 자신을 “복음의 제사장”이라고 불렀다(롬15:20).(5) 그리고 바울 서신을 살펴보면 자신을 제사장적인 존재로 그리고 있는 본문을 더러 찾아볼 수 있다.(6) 바울은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되기 이전에 살았고 활동했지만, 진정한 성전은 기독교인들의 모임인 교회라고 생각했으며, 그 자신은 전 지중해를 다니며 교회-성전을 세우는 존재로 인식했었다.

히브리서는 예수를 제사장으로 이해하고 있다. 여기에서 신약의 제사장 신학은 극치에 이른다. 히브리서는 예수를 대제사장으로 그리고 있다.(7) 베드로전서는 기독교인들을 왕 같은 제사장이라고 말한다(벧전2:9). 요한계시록도 성도들을 제사장이라고 부른다(계5:10).

Q복음서의 징후적 특징

본 연구는 ‘Q복음서는 제사장에 대해서 어떠한 말씀을 할까?’ ‘Q복음서는 제사장을 어떠한 시각으로 보며, 그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을까?’라는 물음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물음을 가지고 Q복음서 본문을 살펴본 결과 Q복음서에는 제사장이라는 단 한마디 단어조차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을 뿐이다. 이러한 사태는 굉장히 충격적인데, Q복음서는 정경 복음서의 여러 사항들과 유사한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8)

특히 Q복음서와 정경복음서의 사이의 근친성을 강조하는 매도스(E. P. Meadors)는 Q복음서는 마가복음서와 양립가능하다고 주장한다.(9) 물론 매도스의 주장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다. Q복음서가 정경 복음서와 유사한 측면과 일치하는 면모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경복음서와 상당히 상이한 부분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Q복음서에 제사장이라는 단어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징후적이다. ‘침묵으로부터의 논증’은 항상 비판을 받지만(증거의 부재가 부재의 증거는 아니다!), Q복음서의 이러한 제사장의 전적인 부재는 참으로 인상적이다. Q복음서에 예수의 유년기 이야기, 수난과 부활의 이야기가 명백하게 드러나지 않는 것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처럼, Q복음서에서 제사장을 만날 수 없다는 것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Q복음서에는 예수의 세례도 최소한도로 기록되어 있고 제자들이 세례를 베풀었다는 기록도 없다. 그리고 세례자 요한도 세례자적인 측면보다는 오히려 예언자적 측면이 더 강화되어 그려진다.(10)

Q복음서에 제사장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제사장과 관련된 단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Q복음서에는 희미한 단서가 있다. 제사장과 결부된 가장 분명하고 중요한 단서는 당연하게도 성전이다. 또한 Q복음서에는 십일조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이는 제사장과 희미하게 연결되어 있는 주제가 된다.

마지막으로 Q복음서는 사가랴를 언급한다(Q11:51). Q11:51의 사가랴의 신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지만, 일반적인 의견이 맞다면 Q복음서가 언급하는 사가랴는 역대하 24장의 사가라일 것이다. 이러한 추정이 맞다면, 사가랴는 Q복음서에 등장하는 유일한 제사장이다.

본 논문은 Q복음서의 제사장이라는 어휘의 부재를 중요한 문제로 간주하면서, 제사장과 관련된 혹은 관련된 것처럼 보이는 성전, 십일조, 그리고 사가랴를 순서대로 조사하고자 한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이러한 극히 희미한 단초를 통해서, 즉 Q복음서가 성전, 십일조, 사가랴를 어떻게 바라보았는가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Q복음서가 제사장을 어떻게 이해했는가를 추정하고자 한다.

미주

(미주 1) 제사장에 대한 비판적인 뉘앙스는 복음서 저자들의 서술 뿐 아니라 비유에서도 드러난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서 제사장은 부정적으로 그려진다.
(미주 2) 마21:23-27, 45; 마26:3-5, 47, 57-68; 마27:1-10, 20, 41-43, 62-66; 마28:11-15; 막8:31; 막10:33-34; 막11:18; 막11:27-33; 막14:1-2, 10-11; 막14:43-50, 53-72; 막15:1, 10-15, 31; 눅10:31; 눅20:1-8, 19-26; 눅22:1-6, 47-71; 눅23:13-25; 요7:45-52; 요11:47-57; 요12:10-11; 요18:3-32; 요19:6-22.
(미주 3) 마8:4; 눅1:5-25, 57-80; 눅5:12-16.
(미주 4) 행4:5-31; 행5:17-33; 행7:1-60; 행9:1-2; 행19:14-20; 행22:30-23:10; 행23:12-35; 행14:1-21; 행21:1-8.
(미주 5) 김재현, “바울, 복음의 제사장: 제사장 신학의 관점에서 본 바울,” 『계명신학』 제13집 (2013): 97-117. 정승우는 바울이 중재자(broker)로서의 자기이해를 가지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정승우, “파트론/클라이언트 모델(Patron/Client model)로 살펴본 로마 공동체와 바울의 사회적 관계,” 『로마서의 예수와 바울』(서울: 이레서원, 2008), 43-67. 주윗(R. Jewett)에 따르면 바울은 그리스도의 대사(ambassadorial)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다. R. Jewett, Romans (Minneapolis: Fortress Press, 2007), 907.
(미주 6) 빌2:16-17; 고전9:13-14.
(미주 7) 히4:14-5:14; 히6:20-7:28; 히9:11-14, 23-28; 히10:1-25.
(미주 8) E. P. Meadors, “The Orthodoxy of the Q Sayings of Jesus,” Tyndale Bulletin 43 no. 2(1992): 233-257.
(미주 9) E. P. Meadors, Jesus: The Messianic Herald of Salvation(Tübingen: J. C. B. Mohr(Paul Siebeck), 1995), 316f.
(미주 10) Q복음서는 세례자 요한을 세례자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저 요한이라고만 부른다. Q3:2-17; Q7:18-35; Q16:16 참조.

김재현(계명대) verticalkj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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