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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밝 변찬린, 단군신화의 상징을 풀다

기사승인 2020.08.18  17:3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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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학자와 한밝 선생의 가상대화

▲ 1970년 경 ᄒᆞᆫᄇᆞᆰ 변찬린

종교학자와 한밝 선생의 단군신화에 대한 대담

단군신화는 신화적 표현과 역사적 사실이 혼재된 한민족 신화·역사의 원형적 표현이다. ‘ᄒᆞᆫᄇᆞᆰ’이라는 호를 쓸 정도로 한민족의 상징적 세계를 보편화하려는 변찬린이 단군신화에 대해 언급이 없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수 있다. 변찬린은 1980년 초반에 단군신화에 관련한 단편을 종교 관련 신문에 발표한 사실이 있다. 그러나 원문은 아직 발견하지 못하였다. 이 글은 제자의 메모와 변찬린이 생전에 『성경강의』에서 말한 관련 내용을 원의를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ᄒᆞᆫᄇᆞᆰ 선생’과 종교학자의 가상대화형식으로 재구성해 보기로 한다.

종교학자 : 안녕하세요? ᄒᆞᆫᄇᆞᆰ 선생님, 단군신화에 대해 ᄒᆞᆫᄇᆞᆰ 선생께서 생전에 단군신화에 대한 상징적 해석을 발표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 세간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번에 《에큐메니안》의 지면을 빌어 소개하려고 특별대담을 하게 되었습니다. 초대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ᄒᆞᆫᄇᆞᆰ 선생 : 그동안 무명의 자리에서 구도자로서 살았는데 《에큐메니안》이라는 기독교 정론지가 주관하는 대담에 참여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개천은 물리적 공간이 열린 것이 아니라 깨달음의 도덕 윤리의 차원이다

종교학자 : 네 그럼 바로 본론에 들어가겠습니다. 우리는 한민족이 시작된 날을 기념하여 개천절 행사를 하고 있는데 단군신화에 기원을 둔 개천절은 어떠한 함의가 있는지요?

ᄒᆞᆫᄇᆞᆰ 선생 : 우리가 기념하는 개천절은 물리적 하늘(sky)이 열렸다는 의미가 아니고 윤리·도덕차원의 하늘이 열렸다는 의미입니다.(1) 그리고 이는 『삼일신고』에 ‘창창비천(蒼蒼非天)’이라. 보통 범인들은 하늘이라고 하면, 저런 푸른 하늘로 착각하는데, 그것이 하늘이 아니다, 창창이 비천이며, ‘현현비천(玄玄非天)’이다. 검을 ‘현(玄)’자 두 개 쓰는 것이 그것도 하늘이 아니다. 그러니까, 물질적인 그런 푸른 하늘, 검은 하늘이 아니다.

그러면, 하늘이라는 것은 무엇이냐? 천무형질(天無形質), 하늘이라는 것은 어떤 형상이 없다. ‘무단예(無端倪)’, 하늘이라는 것은 끝과 시작이 없다. ‘무상하사방(無上下四方)’, 하늘이라는 차원은 위라는 개념, 아래라는 개념, 이런 옆이라는 개념, 다시 말하면, 우리가 사는 이 3차원 공간에 그런 개념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허허공공 무부재 무부용(虛虛空空 無不在 無不容)’이라. 하늘이라는 것은 이런 차원은 아니지만, 그것이 허하고 공허해서 모든 것을 싸지 않고, 모든 것을 안지 않음이 없다. 이것은 우리 선조들이 이미 4,000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하늘관입니다.(2)

종교학자 : 그렇다면 단군신화에 나오는 하늘의 신인 환인과 환웅은 어떻게 이해하시는지요?

ᄒᆞᆫᄇᆞᆰ 선생 : 단군 시대에는 한문이 없던 시대입니다. 『삼국유사』를 쓴 일연이 ‘환인(桓因)’이라는 말을 처음 썼습니다. 태양, 광명을 상징할 때, ‘환(桓)’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빛이 들어오면, ‘환하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 ‘환’이라는 순수한 우리말이 한문으로 표기될 때, 같은 유사한 음을 가지고 표기하여 ‘환’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因)’이라는 것은 근본 자리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과(因果),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고, 그래서 인(因)자를 쓰는 것입니다. 인(因)자는 입 ‘구(口)’자, 큰 ‘대(大)’자. ‘크다는 것’은 항상 하나님의 자리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근본존재이고 하나님을 쓸 때, 그는 태양같이 환한 존재이기 때문에, 그래서 환인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환인의 아들은 ‘환웅(桓雄)’이라고 합니다. ‘웅’이라는 것은 수컷이란 말이에요. 우리가 절간에 가면 가장 큰 집을 뭐라고 했어요? ‘대웅전(大雄殿)’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우리말로 번역하면, 큰 수컷이 앉아 있는 집이라는 의미입니다.(3)

종교학자 : 단군의 ‘단’(壇 혹은 檀)자에 대해 학자들 사이에 이견이 있습니다. 『삼국유사』에는 ‘壇’으로 표기되고 『제왕운기』(1287), 『동국사략』(1403), 『세종실록지리지』(1454) 등에는 ‘檀’으로 표현되어 다른 한자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논쟁이 되고 있습니다만 어찌 생각하시는 지요?

ᄒᆞᆫᄇᆞᆰ 선생 : 단군은 하나님 앞에 제사를 드리는 제사장인 동시에, 왕이었던 것입니다. 대개 종교학에서는 ‘신목(神木)’ 사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어떤 신이든지 인간에게 강신을 할 때 일반적으로 나무 밑에 강림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단군신화를 보면 환웅이 신단수 밑에 내렸다. 그런 말이 있지 않아요? 석가모니가 보리수나무 밑에서 도통(道通)을 하는데, 그 보리수나무도 불교적인 신목인 것입니다. 어느 종교에든지 신목 사상이 없는 곳이 없어요. 그래서 ‘단’ 자에도 두 가지가 있는 것입니다. 이 나무 ‘목(木)’ 변에 쓰는 단(檀) 자와 흙 ‘토(土)’ 변에 쓰는 단(壇) 자. 이것은 요새 학자들의 논의가 많지만, 둘 다 옳은 자가 되는 것입니다. 이 나무 목(木) 변에 쓰는 단(檀) 자는 신단수 나무 밑에, 박달나무 밑에 강림하신 단군의 역사, 다시 말하면, 단군이 하나님의 권위를 받아 인간 세상을 다스리기 위해서 왕의 권위를 가지고 올 때는 이 자(檀)를 쓰지만, 제사장이 되어서 흙을 토단(土壇)으로 쌓아서 할 때는 이 자(壇)를 쓰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단’ 자라도, (칠판에 적힌 글자를 가리키며) 여기에는 제사장의 직분이 암시되어 있고, 여기에는 왕의 직분이 암시되어 있는 것을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 나라 역사만이 아닙니다. 모든 나라의 고대사를 볼 것 같으면, 옛날의 역사일수록 제정일치의 종교였는데, 이것이 점점 내려오면서 분리되기 시작합니다.(4)

종교학자 : 근대 신종교 가운데 하나인 대종교에는 『천부경』이라는 경서가 있습니다만 단군신화에는 환웅이 인간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고자 하는 뜻을 알아채고 환인이 환웅에게 천부인(天符印) 세 개를 주었다는 말이 나옵니다. 천부인은 무엇을 상징하는 것인지요?

ᄒᆞᆫᄇᆞᆰ 선생 : 단군신화에 보면, 천부인 세 가지를 가지고 왔다는 거에요. 천부인은 이 세상을 다스릴 수 있는 하늘의 신임장을 말하는 거에요. 그래서 예수께서 요한복음에서 무엇이라고 했어요? 예수는 하나님께서 인(印)친 자라 했습니다. “하나님이 인을 쳐서 보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독교에서 ‘인’ 사상이 가장 중요한 것이, 끝날에도 “우리 이마에 인을 친다.”고 하지 않았어요? 기독교만이 인 사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에요. 불교에서도 ‘해인(海印)’이라는 말을 하지 않아요? 혹은 ‘법인(法印)’. 불교에서도 인 사상을 중요시하는 것입니다.(5) 하나님이 모세에게 사명자로 준 3개의 성물(6)과 단군이 받은 천부인 세 개는 성서와 유비적인 상징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7)

호랑이와 곰은 구도자, 쑥과 마늘은 구도의 상징물

종교학자 : 같은 동굴에 살던 호랑이와 곰이 인간이 되기를 빌었다고 하는데 동굴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는지요?

ᄒᆞᆫᄇᆞᆰ 선생 : 동굴이라는 것은 고대 종교에서, 굉장한 큰 종교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어느 종교에서든지 동굴의 생활을 한다는 것은 여인의 자궁 속에 다시 들어갔다가 거기서 도를 깨우치고 나오는 그런 생활을 상징하는 것입니다.(8) 예를 들면 ‘요조숙녀’라는 말의 어원이 어디서 나온 줄 압니까? 『시경』에 보면 “관관저구(關關雎鳩)는 재하지주(在河之洲)요, 군자호구(君子好逑)는 요조숙녀(窈窕淑女)라.” 그런데, 그 ‘요조’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요? 우리가 아주 행실이 품절하고, 아주 깊이가 있는 여인에 대해 ‘요조숙녀’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그런데, 그 뜻에 대해 물어보니까, 거기에 대해 아는 사람이 많이 없어요. 그러니까 ‘요조숙녀’라는 말은 『시경』의 첫 장에 나오지만, 노자의 『도덕경』에도 ‘요조’라는 말이 나오는 것입니다. ‘요조’라는 말은 무엇이냐면, 우리가 아주 깊은 굴 속을 한참 들여다보면, 그 굴속에 무엇인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고, 그 굴속에 어떤 큰 도의 비밀이 있는 것, 그것을 ‘요조’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인을 ‘요조숙녀’라고 하는 것은, 그것은 보통 여인을 말하는 것이 아니에요. 이것은 무슨 시정배의 그런 여인들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성인의 짝이 될 수 있는 그런 여인은 요조와 같이 그 자궁 속에 하나님의 비밀을 간직한 그런 뜻입니다.(9)

 

▲ 白川靜, 『字統』, 平凡社, 2007, 880.

종교학자 : 그러니까 동굴은 자연적인 공간이기도 하지만 죽었다가 재탄생하는, 구도생활을 한다는 종교적 상징으로 해석하고 계시는군요, 그럼 환웅이 인간이 되기를 바라는 호랑이와 곰에게 ‘쑥(艾)’과 ‘마늘(蒜)’을 주고 백일동안 햇빛을 보지 않는 생활을 하면 인간으로 변한다고 하였는데 호랑이는 기한을 채우지 못하고 곰은 ‘웅녀’로 변화하였다고 합니다.

ᄒᆞᆫᄇᆞᆰ 선생 : ‘쑥’은 고대에 불을 붙이는 재료로 사용하였는데 프로메테우스의 불과 같이 하늘의 불을 가지고 온 것을 의미합니다. ‘마늘’은 한자로 마늘 ‘산(蒜)’인데 ‘풀’ 아래에 ‘示+示’로 하늘의 비밀을 두 눈으로 보았다(示: 보일 시)는 의미입니다. 동굴에서 구도하는 중에 3.7일 즉 21일만에 하늘의 뜻을 알았다는 의미입니다.(10)

 

▲ 용추사 산신도

종교학자 : 호랑이와 곰에게 준 것이 쑥과 마늘이 하늘의 뜻을 깨우치라는 구도의 상징물로 해석을 했는데, 그렇다면 창세기에 나오는 생명과와 선악과는 서구 신학의 근간을 형성하는 원죄와 타락과 관련되어 있는데 이를 어떻게 이해를 할 수 있는지요?

ᄒᆞᆫᄇᆞᆰ 선생 : ‘생명과’란 ‘선화(僊化)의 도과(道果)’이며 ‘선악과’란 ‘분별지’를 내고 모든 차별상에 떨어지는 죽음의 열매인 것입니다. 인간은 선악과를 따먹은 후 영혼과 육신이 분리되는 비본래적인 존재로 전락되었던 것입니다.(11) 기독교가 생긴 이후에 많은 사람들이 이 선악 나무에 대해서, 선악과에 대해서 이것이 무슨 나무 열매일까? 많은 명상과 기도와 생각을 했지만, 이 날까지 우리에게 가슴 깊이 와닿는 그런 소식을 우리에게 전해 준 것은 거의 볼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너희가 따 먹으면, 반드시 죽으리라 할 때는 거기에는 보다 어떤 깊은 뜻이 숨어 있는 것입니다. ‘선악과’라는 것은 사과와 같은 혹은 복숭아와 같은 열매도 아니고, 혹은 ‘여인의 정조’라, 그런 말도 그것이 다 얕은 소리이지, 성경의 깊은 근원을 뚫는 소리라고 생각할 수 없는 것입니다.

혹은 어떤 신학자들은 말하기를 ‘선악과’야, 그것이 사과가 되었든지, 복숭아가 되었든지, 여인의 정조가 되었든지, 그것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 그것은 아무런 관계가 없고, 선악 나무 열매를 따 먹지 말라는 것은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느냐, 안 하느냐? 그것을 시험하기 위한 것이다, 또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 것입니다. 히브리서에 볼 것 같으면, 혹은 야고보서에 볼 것 같으면, 하나님은 절대로 인간을 시험하는 법이 없는 것입니다. 인간을 시험하는 것은 천사들이나, 마귀들이 하는 것이지, 하나님은 인간을 시험하지 않는 것입니다. 또한 인간이 시험 당하는 것은 자기 욕심 때문에 당하는 것이지, 하나님이 인간을 시험하는 것이 아닙니다. 40년 광야에서 출애굽한 60만 백성을 시험하는 것도 천사가 하는 것이었고, 예수를 광야에서 시험하는 것도 마귀가 한 것이지, 하나님이 한 것이 아닙니다.(12)

이처럼 ‘생명과’와 ‘선악과’가 사과나 복숭아 따위 식물성의 열매가 아님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성경을 정독해 보면 여러 가지 열매가 있음을 알 수 있다. ㉠ 거룩한 열매(롬 6:22), ㉡ 성령의 열매(갈 5:22), ㉢ 빛의 열매(엡 5:9), ㉣ 의의 열매(약 3:18), ㉤ 사망의 열매(롬 6:21). 이처럼 성경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열매는 도과(道果)이지 결코 식물성의 열매가 아니다.(13)

나는 성경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것이 서양 선교사들이나 서양학자들이 이방종교에 대한 경전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면 절대로 선악과의 문제가 2000년 동안 이렇게 남아있을 리가 없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불경에 『미린다왕문경』이라 책이 있습니다. 그리스의 미린다 왕이 인도를 침략했을 때 고승들을 앉혀놓고 너희들이 믿는 종교라는 것이 무엇이냐고 하며 고승에게 교리를 듣는 문답이 있습니다. 그것을 적은 경이 『미린다왕문경』이에요, 그 문답 속에 중들이 도를 닦으면 네 가지 열매를 따먹어야 한다. 그런 말이 있습니다. 네 가지 무슨 열매가 있느냐? 그 네 가지 열매가 ‘수다원과’(인간으로 다시 환생해야 하는 경지), ‘사다함과’(한 번만 더 오면 해탈하는 경지), ‘아나함과’(다시 이 세상에 오지 않아도 해탈), ‘아라한과’(하늘에서 예배를 받는 경지)라는 것입니다. 이방종교에서도 ‘도과’에 대해 완전히는 아니지만 희미하게라도 알았습니다.(14)

종교학자 : ᄒᆞᆫᄇᆞᆰ 선생께서는 단군신화의 쑥과 마늘, 에덴동산의 생명과와 선악과는 도과(道果)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앞에서 말씀하셨듯이 『시경』과 『도덕경』에 출전을 둔 요조(窈窕)라는 것도 동굴과 비유하면서 『설문』과 한자해석학의 한 방법인 파자(破子, glophomancy)를 응용하여 구도생활을 한다는 상징으로 읽는 것은 상당히 독창적인 해석인 것 같습니다. 그럼 같은 동굴에서 호랑이와 곰이 인간이 되기를 빌었다는 신화적 표현은 ‘토템의 상징’이라는 등의 연구가 있습니다. 동굴을 뛰쳐나온 호랑이와 단군의 어머니격인 곰이 웅녀로 변화하여 환웅과 결혼을 한다는 신화적 표현은 어떻게 보는지요?

ᄒᆞᆫᄇᆞᆰ 선생 : 호랑이는 구도하는 남자인데 ‘산신각’에 있는 우리나라의 ‘신선도’를 보면 소나무 밑에 이렇게 신선이 호랑이를 타고 지나가는 그런 그림이 있지 않아요?(15) 백수의 왕인 호랑이가 웃고 있는 모습은 신선의 도를 닦은 평화의 도맥을 계승했다는 상징이며, 까치는 하늘의 소식을 전하는 영조(靈鳥)입니다. 호랑이는 구도하는 남자로 신선의 도맥, 즉 선맥을 계승하였고, 칠성당 여사제인 곰은 환웅과 결혼하여 단군을 낳았습니다.(16) 태극무늬가 붉은 색깔과 푸른 색깔이 회전하면, 거기에서 무슨 색깔이 나옵니까? 보라색이죠. 그래서 동양에서는 하늘나라를 의미할 때는 ‘자(紫)’ 자를 붙이는 원인이, 이것이 한문으로 보라색이라는 뜻인데, 옛날 도교에서는 하나님이 계신 하늘나라를 ‘자부(紫府)’라고 했어요. 이것이 무슨 뜻인지 압니까? 태극으로 계신 하나님이 활동을 한다면, ‘보라색(紫)’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하늘나라를 ‘자부’라고 하는 것입니다. 북두칠성의 하나인 것에도 ‘자미성(紫微星)’이라는 별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 보라색깔이라는 것은 도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띄는 색깔입니다.(17)

곰은 칠성당의 여사제를 말합니다. 북두칠성은 곰자리이며 이 북두칠성의 칠성신앙을 이어받은 칠성당의 여사제가 곰으로 상징화되어 표현된 것입니다.(18)

단군은 선맥을 깨우친 신선

종교학자 : 단군신화의 주인공은 단군입니다. 그런데 단군이 실존인물이다, 신화적 인물이다 혹은 특정 개인이 아닌 여러 세대의 단군왕조를 말하는 것이다는 등 여러 가지 설이 공존합니다. 어려운 자리에 나오셨기에 오늘 대담의 화제에서 벗어나는 질문도 하나 하겠습니다. 《서경書經》<주서(周書)> 홍범(洪範)편에 오복(五福)은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이라 하고, 『효경(孝經)』에는 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손 효지시야(身體髮膚,受之父母,不敢毀傷,孝之始也)라면서 인간의 장수와 신체를 양생하는 것이 유교적 사회의 덕목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런데 예수라는 존재는 창으로 신체가 훼손당하고, 십자가에 못박혀 33살의 단명의 나이로 죽임을 당하였지만 오히려 부활하였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유교적 죽음과는 상반되는 듯한 이런 삶과 죽음, 그리고 부활에 대해서는 한 말씀 해 주실 수 있는지요?

ᄒᆞᆫᄇᆞᆰ 선생 : 단군이 1908세나 살았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장수했다는 의미로만 이해할 것이 아니라 신선이 되는 도리를 깨친 지혜의 나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예수가 33세의 나이로 단명하였지만 예수의 머리와 털의 희기가 흰 양털 같고 눈 같으며(계 1:14)라고 한 것도 지혜가 백수와 같다는 말이며 동양의 신선도에도 신선의 머리가 하얗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며, 백두(白頭 : 하얀 머리)산이 ᄇᆞᆰ산인데 이도 유사한 비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머리카락이 희다는 것은 인간의 지혜가 완성된 것으로 성서적 언어로 생명나무의 지혜라고 할 수 있습니다.(19) 예수는 골고다에서 십자가에 달리기 전 거룩한 산에 가서 변화의 경험을 하였습니다. 그는 죽기 전에 변화의 체험을 함으로써 죽어서 부활할 수 있는 비의를 터득하였던 것이지요. 다시 말해서 변화산의 신비한 체험이 없으면 부활할 수가 없습니다. 예수는 죽기 전 이미 부활을 선험하였기 때문에 죽어서 부활할 수 있었습니다.(20)

종교학자 : ᄒᆞᆫᄇᆞᆰ 선생께서 대담 중 말씀하신 단군신화에 대한 상징적 해석은 단군연구를 하는 연구자에게도 참고가 되어야 할 귀중한 얘기인 것 같습니다. 장시간 동안 대담에 응해주어 감사드리며 다음에도 기회가 되시면 초대해서 좋은 말씀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간단하게라도 《에큐메니안》 독자에게 한 말씀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ᄒᆞᆫᄇᆞᆰ 선생 : 한국은 세계 문명의 교체기에 지대한 역할을 하여야 할 지정학적 위치에 있습니다. 정치 외교적인 사대주의와 종교문화적인 식민주의에서 탈피하여 한민족의 고유한 풍류적 심성을 창조적으로 계승으로 한국 기독교와 교회가 새 문명을 선도해 나가는데 《에큐메니안》 독자들이 앞장서 주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홍산문화의 유적 발굴로 재조명되기 시작한 요하문명과 고조선 문명과의 상관관계를 고려할 때 단군역사가 세계 문명사에서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가는 여전히 우리에게 남겨진 큰 과제이다. 이런 측면에서 변찬린의 ‘단군신화에 대한 상징적 해석’은 하나의 가능한 역사적 해석으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미주

(미주 1) 변찬린의 ‘하늘론’에 자세한 내용은 변찬린, 『성경의 원리(上)』 (서울: 한국신학연구소, 2019, 448-470을 참고할 것.
(미주 2) 변찬린, 「성경강의」, 1981년 1월 11일.
(미주 3) 변찬린, 「성경강의」, 1982년 10월 17일.
(미주 4) 변찬린, 「성경강의」, 1981년 9월 20일, 1982년 3월 7일.
(미주 5)변찬리, 「성경강의」, 1976년 1월 2일.

(미주 6) 변찬린은 지팡이가 뱀이 되는 이적과 문둥병이 치유되는 기적과 강물이 피가 되는 기적을 하나님이 모세에게 준 세가지 신임장으로 해석한다. 변찬린, 『성경의 원리(中)』 (서울: 한국신학연구소, 2019), 210-213.
(미주 7) 변찬린, 「성경강의」,1978년 5월 1일.
(미주 8) 변찬린, 「성경강의」,1982년 11월 21일.
(미주 9) 변찬린, 「성경강의」, 1982년 11월 21일.
(미주 10) 변찬린, 1980년초, 종교 관련 신문.
(미주 11) 변찬린, 『성경의 원리(上)』, 75; 자세한 내용은 변찬린, 『성경의 원리(上)』, 104-114를 참고할 것.
(미주 12) 변찬린, 「성경강의」, 1980년 5월 3일.
(미주 13) 변찬린, 『성경의 원리(上)』, 104.
(미주 14) 변찬린, 「성경강의」, 1982. 08.15; 변찬린은 『성경의 원리』에서 하지 못한 내용을 「성경강의」에서 다양한 해석을 하고 있지만, 지면의 한계상 당시 말한 윤회와 연기법 등에 대해 상세히 싣지 못함을 양해바란다.
(미주 15) 변찬린, 「성경강의」, 1982년 3월 7일.
(미주 16) 변찬린, 1980년초, 종교관련 신문.
(미주 17) 변찬린, 「성경강의」, 1981년 9월 6일.
(미주 18) 변찬린, 1980년초 종교관련 신문.
(미주 19) 변찬린, 「성경강의」, 1980년 10월 6일.
(미주 20) 변찬린, 『성경의 원리(上)』, 69.

이호재 원장(자하원) injiche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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