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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마스의 새로운 역사적 유물론

기사승인 2020.08.16  1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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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버마스의 규범적 진화이론 (3)

이제 우리는 하버마스가 어떻게 “사회적 노동”, “종의 역사” 그리고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변증법”이라는 기본 개념들을 갖고 역사적 유물론을 새로운 형태로 종합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사회적 노동

마르크스와 더불어 하버마스는 사회적 노동을 인간 생활의 특수한(경제적) 재생산의 형태로 이해한다. 이때 하버마스에게는 재생산이 생산과 분배의 맥락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그것은 그가 행위를 세 유형으로 구별하고있는 데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생산목적에 위해 규정되고 있는) 도구적 행위와 (협동의 필연성에 의해 규정되고 있는) 전략적 행위와 (생산품의 분배와 관련된 기대와 관심의 상호관계에 의해 규정되고 있는) 의사소통적 행위의 세 유형으로의 구별에서처럼 말이다. 노동과 분배를 사회적으로 규제하는 체계를 경제라 부른다. 그러기 때문에 마르크스에 의하면 인간의 발전단계에 삶의 재생산과 관련된 경제적 형태가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1)

여기에서 하버마스는 다음과 같은 물음을 제기한다:

“사회적 노동이라는 구상이 인간 삶의 재생산 형태를 충분하게 특징짓고 있는가?”(2)

이에 대해 하버마스는 인간학적 내지는 인종학적 탐구에까지 소급해 올라가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사회적 노동에 대한 마르크스식의 구상은 포유류(Primaten)에 대한 직립인(Hominiden)의 생활방식을 제한 구별하는 데에는 적당하다. … 그러나 인간 특유의 삶의 재생산에는 맞지 않는다. 그 까닭은 직립인이 아니고 비로소 인간이 척추동물의 왕국에서 발생한 사회적 구조를, 다시 말해 그 안에서는 개개의 짐승 모두에게 오직 한 신분만이 타동적으로 배정되고 있는 그러한 일차원적 순위질서를 만들어내었다.”(3)

따라서 인간 특유의 재생산 형태를 충분하게 규정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노동 외에도 또한 규범화된 기대의 행동양식을 상호공통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데에 바탕을 둔, 언어적 의사소통과 역할이행행위를 추가해야 한다.(4) 하버마스에 의하면 인간 삶의 재생산에 있어서 이러한 요소들이 두드러지게 형성되고 있는 시기는 수렵에 의존한 경제에서부터 친족체계에 바탕을 둔 가족단위의 사회구조에로 넘어가는 그 무렵이다. 그러기 때문에 하버마스는 조심스럽게이긴 하지만 종합 요약하여 이와 같이 주장한다:

“역사적 유물론이 채택한 인간학적 기본 개념들과 관련지어 볼 때 그것은 다음의 사실을 의미한다. 사회적 노동의 구상이 기존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유는 사회적 조직·노동·분배라는 진화적인 성취작업에 분명히 형성정착된 언어적 의사소통의 전개가 앞서가고 있고, 또 이것에는 다시 사회적 역할의 체계가 앞서가고 있기 때문이다. - 그렇지만 인간특유의 생활 방식은, 우리가 사회적 노동의 개념을 가족적 조직원칙의 개념과 연결시킬 때에만, 비로소 충분히 특징지워질 수 있다.”(5)

다시 말해 하버마스는 사회적 노동을, 오직 그것이 그 형태에 있어 가족적 체계들까지도 감안하여 규정될 때에만, 비로소 “기본적”이라 간주한다. 하버마스 자신 바로 이점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기본적인 것은 외부적 자연뿐 아니라 내적인 자연까지도 통합하여 이 둘을 조정하고 있는 가족단위의 사회구조이다.”(6)

종의 역사

마르크스의 역사이론은 “사회적 노동”과 “종의 역사”의 개념들이 서로 결부시켜서만 올바르게 이해될 수 있다. 이때 종의 역사란 사회화된 주체들의 도구적 수단을 통한, 따라서 그들의 생산적인 활동을 통한, 자연적 진화의 연속을 뜻한다: 인간은 자신의 물질적인 생활관계를 역사적인 과정으로 만들어냄으로써 스스로를 발전시켜나가고 변화시켜 나간다. 그래서 마르크스에게 있어서 역사란 규정가능한 생산방식들의 눈에 띄지 않는 연속이며, 사람들은 이 생산 방식들에서 하나의 발전논리적 질서를 알아볼 수 있고 따라서 사회진화의 특정한 방향까지도 알아볼 수 있다.(7) 생산방식은 생산력 및 사회적 교환관계(생산관계)의 독특한 발전상태를 나타내고 있으며 이점이 생산방식의 특징 중 하나이다.

하버마스의 비판은 다음의 마르크스 논제에 향하고 있다: 즉 종의 역사는 여섯 생산방식들(원시공동사회적, 고대의, 아시아적, 봉건사회적, 자본주의적, 사회주의적 생산장식들)로 분류되며, 그 생산방식들은 사회 진화의 보편적 단계들을 나타내고 있으며, 그러기 때문에 그것들을 발전논리적으로 재구성해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8)

하버마스는 비판의 화살을, 그 자신이 얘기하듯이, 이러한 논제의 교조적 입장에 던지고 있다. 그 입장에서는 “어떤 하나의 대주체가 일직선의, 필연적인, 끊이지 않는 그리고 계속 상승해나가는 발전을 전개한다고 확정짓고 있다.”(9) 종의 역사에 대한 이러한 해석에 대해 하버마스는 그 보다는 “약한 형태의” 해석을 내세우기를 원하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은 상대화를 포함하고 있다:

(1) 하버마스는 “그에게서 진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그런 어떠한 종의 주체”를 가정하기를 포기한다(같은 것).(10) 진화를 이끌고나가는 것은 사회와, 그 사회안에서 같이 파악되고 있는 행위의 주체들이다. 이때 사회적 구조와 과정을, 그것들을 산출해내는 주체들에서부터 독립시켜 고찰하는 것도 가능한 전개로 고려에 넣는다.
(2) 하버마스는 일직선의 끊임없이 전진하는 전재의 논리에 대한 가정과 전개의 역할을 분리시키려고 시도한다. 따라서 “계속 더 포괄적인 구조들을 포용하는 위계질서의 합리적으로 재구성가능한 모형과 과정들을”(11) - 이 과정들과 더불어 경험적 토대들이 전개돼 나간다. - 분리시키려고 시도한다. 이때 하버마스는 여러 과정들이 하나의 동일한 발전의 수준에로 이끌려 올 수 있음을 가정한다. 여기에서 전개의 논리라 불리울 수 있는 것은 재구성가능한 줄기이다. 경험적으로 구성가능한 진화적인 과정들은 다선적이고 지속적이지 않은 전개로서, 그리고 또 시간적으로 퇴보적일 수도 있고 또는 일정한 점에 이르러서는 완전히 끝이 나버리기도 하는 전개로서, 그 큰 줄기 사이를 오르락내리락 한다.(12)
(3) 마지막으로 하버마스는 역사가 그리로 향해 나아가고 있는 방향목표의 문제를 수용한다. 그에 의하면 진화란 어떤 한 방향에로 향하고 있는 일정한 축적의 과정이다. 그러나 하버마스는 복잡성의 상승이라는 구상은 받아들일만한 방향에 대한 비판기준은 못된다고 지적하는데,(13) 이 경우 체계형성과 이 체계형성의 방향사이의 명확한 병렬관계가 허용될 수 없겠기 때문이다. 그러기 때문에 여기서 하버마스는 마르크스식의 입각점으로 되돌아가는데, 그 입각점에 의하면 사회발전이란 추상적 수준에 머물러 있는 복잡성의 상승이라는 구상의 도움으로서가 아니고, 오히려 생산력의 발전정도와 사회적 교환상태의 성숙도를 보아서 평가하여야 한다. 생산력의 개발은 기술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식에, 그리고 (사회통합의 형태로서의) 교환형태의 형성은 도덕적 실천적 통찰을 따름에 얽매여 있다고 설명함으로써 하버마스는 그가 사회발전을 재는 가늠척도를 발견했다고 믿는다.

“이들 두 차원에 있어서의 진보는 두 보편적인 타당성의 요청들의 도움으로 평가될 수 있다. 그 요청들에서, 즉 명제의 진리와 규범의 올바름에 대한 요청들에서, 우리는 또한 경험적 인식 및 도덕적 실천적 통찰의 진보도 잴 수 있다.”(14)

이 요청들의 보편성과 회피될 수 없는 타당성을 하버마스는 “언어적 의사소통의 규범적 기본토대들”(15)에서부터 끌어내고 있다. “사회통합형태의 성숙과 연결된 생산력의 전개는 두 차원 모두에 있어서의 교육능력의 발전을 뜻하니, 곧 객관화하는 인식에 있어서 뿐 아니라, 또한 도덕적 실천적 통찰에 있어서의 진보도 뜻한다.”(16)

이제는 어느 정도 왜 사회적 규범적 구조들이 하버마스의 “유물론적 진화이론”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떠맡고 있는 지가 이해 가능하게 된 셈이다.(17)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변증법”

“생산력”아래 하버마스는, 생산자들의 노동력, 기술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식 그리고, 조직의 지식들로 혼합되어 있는 사회의 부분체계를 이해하며, “생산관계” 아래에는 노동력과 생산수단들의 연결을, 그리고 그로써 노동생산품의 분배를 규제하고 있는 사회의 제도와 그 메카니즘까지를 포함시키고 있다. 생산관계는(18) 자신의 기초과정(생산과 분배)을 조직하기 위해 여러 다른 제도들을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들(예컨대 친족관계, 지배체계, 시장)을 하버마스는 생산관계의 “제도적 핵심”, 사회통합의 특정한 형태를 확정짓고 있는 핵심이라고 부른다.

하버마스는 사회적 통합을 다시 “가치와 규범에 대한 사회적 생활세계의 일률성을 보장”(같은 곳)하는 것이라 이해한다. 체계의 문제가 틀이 잡힌 사회통합 형태의 테두리안에서 해결될 수 없을 때, 사회는 일종의 동일성(정체)의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이 위기는 문제해결에 더 적합한 사회통합 형태의 발전을 통해서만 제거될 수 있다. 따라서 체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 문제를 제도적 규제의 새로운 수준에로 이끌어 올려야만 할 때, 새로운 진화적 과장을 위한 발전의 계기가 생겨나온다.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변증법”을 진화이론적으로 다음과 같이 종합·요약할 수 있다:

(1) 한 사회의 기초분야에 있어서(노동과 분배를 위한 하부구조의 제도들에 있어서) - 외적인 자연, 체계내재적 과정들 그리고 사회화된 행위주체들의 내적인 자연(본성)에 의해 - 진화적인 혁신이 없이는 해결될 수 없는 체계문제들이 발생한다.(19)
(2) 체계문제들의 해결을 위한 필연적인 조건은 사회화된 행위 주체들이 자체적으로 견지하고 있는 지식의 인지적 잠재능력을 스스로 증대시켜가는 것이다.(20)
(3) 이러한 잠재능력을 체계문제의 해결을 위해 소급 활용할 수 있기 위해서는 먼저 하나의 새로운 제도적 틀이 형성되어야 한다. 이 틀은 새로운 의사소통의 가능성들과 도덕적 실천적 통찰의 도움으로 생산력을 상승시키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키워온 인지적 잠재능력을 활용하도록 해준다.(21)

왜 사회가 진화적인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가 하는 물음에 대한 하버마스의 대답은 이렇다: “인간이란 종은 생산력전개를 위한 결정적인 차원인 기술적 조직적인 지식만을 배워나가지 않고 또한 상호행동의 구조를 위한 결정적인 차원인 도덕적 실천적 의식에 있어서도 배워나간다.”(22) 이때 다음의 사실이 첨부되어야 한다: 제도적 틀과 그 틀을 떠받치고 있는 도덕적 실천적 의식의 변화는 기술적 조직적 지식의 영역에서의 발전에 대한 반작용(반응)으로 생겨난다. 그러나 이때 제도적틀의 변화는 “자신의 독특한 논리”(23)(24) 따르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적 조직적 지식을 활용하는 것은 결국 이 논리에 의존하고 있는 셈인데, 그 까닭은 이때의 지식이란 다만 앞에서 말한 제도적 틀을 통해서, 그리고 그에 속하는 세계관의 구조를 통해서만 집단적으로, 즉 사회적으로 접근 가능할 뿐이기 때문이다.(25)

미주

(미주 1) J. Habermas, Zur Rekonstruktion des Historischen Materialismus (=RHM) (Frankfurt a.M., 1976), 146.
(미주 2) RHM, 147.
(미주 3) RHM, 149.
(미주 4) “노동과 언어는 인간과 사회보다도 오래 되었다”(RHM, 151쪽).
(미주 5) RHM, 151.
(미주 6) RHM, 152.
(미주 7) RHM, 152.
(미주 8) RHM, 153.
(미주 9) RHM, 154.
(미주 10) 여기에서 하버마스가 종의 주체를 가정하기를 포기하는 것은 분명히 그의 초기의 견해에 대한 모순이 아닌가?  W. Kunstmann은 여기서 “초월의식 내지는 종의 주체의 가정이 전적으로 사라져 버리고 있음을” 본다. W. Kunstmann, Gesellschaft - Emanzipation - Diskurs, 83쪽. 그러나 나는 여기에서 모순을 보기보다는 오히려 종의 주체에 대한 좀더 정확한 규정을 볼 수 있을 뿐이다. 그 까닭은 하버마스가 전과 다름없이 계속 “세계사적 주체를 상정하는” 구상을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J. Habermas, “Über das Subjekt der Geschichte,” Kultur und Kritik (= KuK)(Frankfurt a.M., 1977), 394쪽 볼 것. 이미 그의 주저인 “인식과 관심”에서도 하버마스는 이 견해를 대변하고 있었다. 거기에서 마르크스를 다음과 같이 인용하고 있다. “사회를 유일한 하나의 주체로 고찰하는 것은 사회를 잘못 고찰하는 것이니 곧 사변적으로 고찰하는 것이다.”(J. Habermas, Erkenntnis und Interesse [= EuI], 75쪽).
(미주 11) RHM, 154.
(미주 12) RHM, 155.
(미주 13) 하버마스는 그의 논문 “Geschichte und Evolution”에서 N. Luhmann의 이러한 견해와 논쟁을 벌인다. J. Habermas, “Geschichte und Evolution.” RHM, 200-259쪽; “Zum Theorievergleich in der Soziologie: am Beispiel der Theorie der sozialen Evolutionstheorie,” RHM, 129-143쪽; “Theorie der Gesellschaft oder Sozialtechnologie? Eine Auseinandersetzung mit Niklas Luhmann,” Theorie der Gesellschaft oder Sozialthechnologie (= ThG) (Frankfurt a.M., 1971), 142 - 290쪽.
(미주 14) RHM, 156.
(미주 15) RHM, 194.
(미주 16) RHM, 194.
(미주 17) 하버마스는 그의 책 『역사적 유물론의 재구성』 입문의 제목을 다음과 같이 달았다. “입문: 역사적 유물론과 규범적 구조의 전개”(RHM, 9 - 48쪽). 하버마스에 따르면 “규범적 구조의 변경도 과학 및 기술의 역사처럼 하나의 방향이 잡힌 과정이다.” J. Habermas, Legitimationsprobleme in Spätkapitalismus (= LiS )(Frankfurt a.M., 1977), 23쪽, “동일성을 보장해주며 사회통합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세계상의 구성요소들은, 즉 도덕체계들과 그에 속하는 해석들은, 증가하는 복잡성을 갖고 하나의 모형을 따르고 있는데, 이 모형은 개체발생적인 차원에서 본 도덕의식의 전개논리와 유사점을 갖고 있다”(LiS, 24쪽).
(미주 18) 하버마스에서의 “생산관계”라는 개념의 이해를 위해서는 J. P. Arnason, “Marx und Habermas,” Arbeit, Handlung, Normativität, 150쪽 이하 볼 것.
(미주 19) RHM, 160 이하.
(미주 20) RHM, 161 이하; “지식의 내인적인 성장은 … 사회진화를 위한 필연적인 조건이다”(RHM, 162).
(미주 21) RHM, 162.
(미주 22) RHM, 162/3
(미주 23) RHM, 163.
(미주 24) 하버마스는 이 논리를 그전에는 다른 곳에서 다음과 같이 조심스럽게 암시하였었다: “상호행동구조의 전개의 논리는 추측컨대 도덕의식의 발전의 모형을 따르고 있다. 그래서 규범체계들과 집단적 의지형성과정의 형태들은 진보하는 보편화 내면화의 선상에서 변화되어 나간다 (최종상태는 모든 정치적으로 중요한 결단을 실천적 토의에 결부시키는 것이 될 것이다).” J. Habermas, “Notizen zum Begriff der Rollen Kompetenz,” KuK, 203.
(미주 25) 종의 학습이행능력에 대해서는 A. Honnneth, “Vorbemerkung,” Theorien des Historischen Materialismus, 406쪽 이하 볼 것. A. Wellmer, “Kommunikation und Emanzipation...,” Theorien des Historischen Materialismus, 483 이하. W. Kunstmann, Gesellschaft - Emanzipation - Diskurs, 97 이하.

이기상 명예교수(한국외대 철학과) saemom@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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