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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 모세 이야기 (1)

기사승인 2020.06.09  17: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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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수일 목사의 성경 인물 탐구 10

모세는 우리에게 수많은 영화를 통해서도 잘 알려져 있어서, 굳이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될 정도입니다. 물론 그런 영화들이 모세의 인물됨을 정확하게 표현했느냐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지만, 어쨌든 그런 매체들을 통해 모세는 종교를 넘어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지게 되었지요.

그런데 사실 성경 외에는 모세에 대한 기록이 별로 없습니다. 성경 외에 모세를 증언하고 있는 자료는 『유대전쟁사』를 쓴 유대인 역사학자 ‘플라비우스 요세푸스’(Flavius Josephus, AD 37-AD100)와 유대인 철학자 알렉산드리아의 ‘필론’(BC25-AD45?) 정도가 있을 정도입니다.

고대 근동 문헌이 증언하는 모세

플라비우스 요세푸스는 생을 마무리할 무렵, 그리스어로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를 다룬 『유대 고대사』라는 기념비적인 저작(총 20권)을 집필했는데, 그 네 번째 책 후반부에서 그는 모세의 삶을 전기 양식으로 기술했습니다. 당시의 그리스 철학과 심리학의 영향을 받는 요세푸스는 모세를 “이해하는 능력과 이해한 바를 가장 잘 사용했다는 점에서 모든 이를 뛰어넘는 인물이다. … 그는 마음에 어떠한 정념도 일어나지 않는 사람처럼 완전히 자기 자신을 통제했다.”고 하면서, 모세를 자기 절제와 객관적인 거리 두기의 전범으로 제시한 것입니다.

또 다른 유대인 철학자인 알렉산드리아의 필론(BC25-AD45?)은 『모세의 생애』라는 전기 형식의 중편 소설을 썼습니다. 필론은 모세를 그리스인들이 오랫동안 조화를 이루려 노력했던 삶의 두 방식, 즉 활동적인 삶과 관조적인 삶을 모두 살아낸 인물로 조명했습니다. 필론은 모세를 고대 근동종교의 이국적인 예언자가 아니라,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던 고전적인 네 가지 덕, 곧 지혜와 절제와 용기와 정의를 온전히 구현한 인물로 그렸던 것입니다.

요세푸스와 필론이 유대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모세를 이런 인물로 그린 데는 이들이 그리스 철학의 영향을 크게 받았고, 특별히 그리스어로 번역된 『70인역 성경』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구약성경이 증언하는 모세

그렇다면 구약성경은 모세를 어떤 인물로 증언하고 있을까요? 모세 이야기를 전승하고 있는 구약성경은 크게 ‘야훼-엘로이스트 전승’(Yahwist-Elohist Traditions), ‘신명기 전승’(Deuteronomic Tradition), ‘사제 전승’(Priestly Tradition)이 있습니다.

<1> ‘야훼-엘로이스트 전승’으로 불리는 모세 이야기는 주로 『출애굽기』와 『민수기』에 실려 있습니다. 출애굽기에 서술된 모세는 파라오의 억압통치 기간에 레위 가문의 히브리인으로 태어나 파라오의 궁전에서 성장, 노예생활을 하는 히브리인들을 탈출시키고 시나이 산에서 야훼 하나님과 계약을 맺고, 백성에게 율법을 준(Lawgiver) 위대한 인물로서, 하나님과 그의 백성 사이의 중재자(Mediator), 즉 하나님의 백성들에게는 율법으로 하나님을 대변하고, 하나님에게는 자기 백성을 대변하는 중재자(Intercessor)로서의 영웅적 인물, 주님과 함께 말씀을 나누어 얼굴에서 빛이 난 영웅(출 34,29)입니다.

그러나 ‘야훼-엘로이스트 전승’은 모세를 히브리인의 위대한 해방자 영웅으로서만이 아니라, ‘땅 위에 사는 모든 가운데서 가장 겸손한 사람’(민수기 12,3)이라고 합니다. 모세가 구스(에티오피아) 여인을 아내로 맞자 미리암과 아론이 모세를 비난하면서 말합니다: “주님께서 모세와만 말씀하셨느냐? 우리와도 말씀하시지 않았느냐!”(민 12,2)

그러나 이 말을 들으신 하나님은 모세를 땅 위에 사는 모든 사람들 가운데서 가장 겸손한 사람이라고 하시면서, “나의 종 모세는 다르다. 그는 나의 온 집을 충성스럽게 맡고 있다. 그와는 내가 얼굴을 바라보고 말한다. 명백하게 말하고, 모호하게 말하지 않는다. 그는 나 주의 모습까지 볼 수 있다.”(민 12,7-8)

‘야훼-엘로이스트 전승’이 전하는 또 다른 모세상은 ‘목자’입니다. 심하게 불평하는 백성을 심판하실 때마다, 모세는 하나님께 부르짖어 백성을 구합니다(민 11,2). 모세를 비방했던 미리암에게 악성 피부병이 번졌을 때에도 미리암을 고쳐달라고 모세는 하나님께 부르짖었고, 하나님은 미리암을 치유하셨습니다(민 12,13).

그러나 모세도 사람이었습니다. 하나님에게 불평하고 자신에게 짐이 되는 백성들이 원망스러워, 모세는 말합니다: “이 모든 백성을 제가 배기라도 했습니까? 제가 그들을 낳기라도 했습니까? 어찌하여 저더러, 주님께서 그들의 조상에게 맹세하신 땅으로, 마치 유모가 젖먹이를 품듯이, 그들을 품에 품고 가라고 하십니까? 백성은 저를 보고 울면서,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고기를 달라! 하고 외치는데, 이 모든 백성에게 줄 고기를, 제가 어디에서 구할 수 있습니까? 저 혼자서는 도저히 이 모든 백성을 짊어질 수 없습니다. 저에게는 너무 무겁습니다. 주님께서 저에게 정말로 이렇게 하셔야 하겠다면, 그리고 제가 주님의 눈 밖에 나지 않았다면, 제발 저를 죽이셔서, 제가 이 곤경을 당하지 않게 해주십시오.”(민 11,12-15). 야훼-엘로이스트 전승은 모세의 인간적 모습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지요.

▲ Michelangelo, 「Moses」 ⓒGetty Image

<2> 모세 이야기를 전하는 또 다른 전승은 『신명기』입니다. 신명기 전승도 ‘야훼-엘로이스트’ 전승처럼 많은 혼합적인 모세 상을 보전하고 있지만, 강조점과 독특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호렙 산에서의 경험을 요약하는 부분에서 모세는 ‘기적을 행하는 영웅’(wonder-worker)이 아니라, ‘지도자’(leader)로 서술됩니다(신명기 1,6-3,29). 그러나 하나님과 백성을 연결하는 중재자(mediator)로서의 역할은 지속됩니다(신명기 5,5; 5,27). 모세는 율법을 준 인물(Lawgiver)이면서 동시에 율법의 해석자(interpreter)입니다(신 1,5: ‘모세는 요단 강 동쪽 모압 땅에서 이 율법을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신명기는 명령의 부정적 형태를 긍정적인 형태로 변화시킨 특징을 보여줍니다: “이것은 주 당신들의 하나님이 당신들에게 가르치라고 나에게 명하신 명령과 규례와 법도입니다. 당신들은 건너가서 차지할 땅에서 이것을 지키십시오. 당신들이 주 당신들의 하나님을 경외하며, 내가 당신들에게 명한 모든 주님의 규례와 법도를 잘 지키면, 당신들과 당신들 자손이 오래오래 잘 살 것입니다. 그러니 이스라엘 자손 여러분, 이 모든 말을 듣고 성심껏 지키면, 주 당신들 조상의 하나님이 당신들에게 약속하신 대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서 당신들이 잘 되고 크게 번성할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들으십시오. 주님은 우리의 하나님이시오, 주님은 오직 한 분뿐이십니다. 당신들은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당신들의 하나님을 사랑하십시오. 내가 오늘 당신들에게 명하는 이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 집에 앉아 있을 때나 길을 갈 때나, 누워 있을 때나, 일어나 있을 때나, 언제든지 가르치십시오. 또 당신들은 그것을 손에 매어 표로 삼고, 이마에 붙여 기호로 삼으십시오. 집 문설주와 대문에도 써서 붙이십시오.”(신명기 6,1-9).

‘야훼-엘로이스트’ 전승에서도 모세는 하나님과 소통하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백성에게 전하는 예언자로 서술되지만, 신명기에서는 모세의 예언자적 기능이 특별히 강조되고 있습니다: “나는 그들의 동족 가운데서 너와 같은 예언자 한 사람을 일으켜 세워, 나의 말을 그의 입에 담아 줄 것이다. 그는, 내가 명한 모든 것을 그들에게 다 일러줄 것이다. 그가 내 이름으로 말할 때에, 내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은, 내가 벌을 줄 것이다. 또 내가 말하라고 하지 않은 것을, 제 마음대로 내 이름으로 말하거나 다른 신들의 이름으로 말하는 예언자는, 죽임을 당할 것이다 하셨습니다.”(신명기 18,18-20)

그러나 동시에 신명기가 서술하는 모세는 ‘고난 받는 중재자’(suffering mediator)입니다. 하나님의 백성이 송아지 우상을 만들어 섬길 때, 십계명이 기록된 돌 판을 깨뜨린 모세는 “밤낮 사십 일을 밥도 먹지 않고 물도 마시지 않고 주님 앞에 엎드려 있었습니다. 그것은 주님의 백성이 주님 보시기에 나쁜 일을 저질러 주님을 노엽게 하는 온갖 죄를 지었기 때문이었습니다.”(신 9,17-18). 그러나 크게 분노하신 주님이 백성을 멸하시겠다고 하셨을 때에도, 모세는 밤낮 사십 일을 엎드려 주님의 소유인 백성을 멸하지 말아달라고 기도했습니다(신명기 9,25-29). 그러나 처음 출애굽 1세대는 약속의 땅에 들어가지 못하는 벌을 받아야 했습니다: “이 악한 세대의 사람들 가운데는, 내가 너희의 조상에게 주기로 맹세한 좋은 땅을 볼 사람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신명기 1,35)

그리고 모세 역시 약속의 땅에 들어가지 못하는 비운을 겪어야 했습니다. 모세는 간절히 기도했지만 허락받지 못했습니다: “부디 저를 건너가게 하여 주십시오. 그래서 요단 저쪽 아름다운 땅과 아름다운 산과 레바논을 보게 하여 주십시오. 그러나 주님께서는, 당신들 때문에 나에게 진노하셔서, 나의 간구를 들어 주지 않으셨습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으로 네게 족하니, 이 일 때문에 더 이상 나에게 말하지 말아라. 너는 이 요단강을 건너가지 못할 것이니, 저 비스가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너의 눈을 들어, 동서남북 사방을 바라보아라. 너는 여호수아에게 너의 직분을 맡겨서, 그를 격려하고, 그에게 용기를 주어라. 그는 이 백성을 이끌고 건너갈 사람이며, 네가 보는 땅을 그들에게 유산으로 나누어줄 사람이다.”(신명기 3,25-28)

신명기 사가는 왜 모세가 그런 대가를 치러야했는지 설명하지 앉지만, 하나님은 더 이상 말하지 말라고 거절한 것입니다. 모세는 하나님이 자기 백성에게 내린 진노를 대신하여 짊어진 것이지요. 모압 땅에서의 그의 죽음도 대리적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님의 종 모세는, 주님의 말씀대로 모압 땅에서 죽어서, 모압 땅 벳브올 맞은쪽에 있는 골짜기에 묻혔는데, 오늘날까지 그 무덤이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신명기 34,5-6)

비록 사람들은 모세가 어디에 묻혔는지도 모르지만, 모세는 가장 위대한 예언자로서, 하나님께서 얼굴과 얼굴을 마주 대고 말씀하신 유일한 예언자로서, 큰 권능을 보이면서 놀라운 일을 한 예언자로서 이스라엘 백성의 마음속에 살아있습니다(신명기 34,10-12).

<3> ‘사제 전승’(Priestly Tradition)에 나타난 모세는 성소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사제로 서술됩니다.

바벨론 포로기 동안 사제들에게는 성전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그들의 관심을 사제 전통을 지키고 권위를 부여하면서, 백성의 생활방식을 규정하는 데로 돌렸습니다. 그래서 사제 전승은 모세가 시내 산 위에 밤낮 사십 일을 머물렀고(출 24,15-18), 모세에게 하나님께서 손수 쓰신 증거 판 두 개를 그에게 주셨다고 합니다(출 31,18).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하나님께서 손수 쓰신 증거 판이 파괴되고, 두 번째 증거 판이 주어졌을 때, 모세는 이 증거 판을 둘 성소를 만들게 합니다(출 25,8-9). 이로써 하나님은 시내 산에서 새로운 거주지, 곧 성소로 이주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성소는 이제 하나님을 만나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내가 거기에서 너를 만나겠다.’(출 25,22). 레위기(1,1)와 민수기(1,1)는 하나님께서 자신의 명령을 모세에게 전하는 공간을 호렙 산이나 광야가 아니라, 회막에 둠으로써 모세를 예언자라기보다는 제사장으로 보고 있는 것이지요.

‘야훼-엘로이스트 전승’과 ‘신명기 전승’과 마찬가지로 ‘사제 전승’ 역시 모세를 지극히 인간적으로 묘사합니다. 마실 물이 없어 불평하는 목마른 백성 때문에 바위를 쳐 물이 나오게 한 이른바 ‘므리바 샘’(다툼이라는 뜻/ 이스라엘 자손이 주님과 다투었다는 의미에서) 이야기에서 사제 전승은 모세와 아론을 ‘죄인’으로 여깁니다: ‘너희는 이스라엘 자손이 보는 앞에서 나의 거룩함으로 나타낼 만큼 나를 신뢰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너희는, 내가 이 총회에게 주기로 한 그 땅으로 그들을 데리고 가지 못할 것이다.’(민수기 20,12)

채수일 목사(경동교회) sooilchai@hanmail.net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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