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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일이 없어요”

기사승인 2020.05.01  17:3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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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수 목사가 재난지원금을 나누게 된 이야기

75년이라는 풍상을 견뎌온 교회였지만 여러 사정으로 인해 교회가 폐쇄될 위기를 맞기도 했던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옥천제일교회. 전임 목사의 12년간의 노력으로 교회는 다시 활력을 찾았고 새로운 담임 목사가 부임하게 되었다. 새로운 담임 목사가 부임할 때 일어나는 잡음도 없이 김진수 목사는 옥천제일교회에 부임하게 되었다.

하지만 1월말 새로 부임한 김진수 목사가 맞이해야 했던 건 ‘코로나19’ 사태였다. 부임하자마자 2월 매주 긴급 당회를 열고 정부 방침을 지켜보며 급기야 2월16일 주일 오전 예배를 끝으로 대면 예배는 가정예배로 전환되었다. 3월 한 달, 대면 예배가 중지되어 있는 동안 교우들은 힘을 잃고 대면 예배를 다시 시행하면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많았다고 한다.

▲ 옥천제일교회

그럼에도 혹시라도 일어날지 모를 감염 사고에 대비해 가정예배와 전화심방으로 교우들을 독려했다고 하는 김진수 목사. 그런 김 목사는 전화심방에서 의외의 교우들의 어려운 사정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교우들의 기도 제목을 부탁받으며 알게 되었다고 한다.

몇몇 교우들은 생계형 일자리에서 근무하고 계셨기에 어려움을 토로하셨습니다. “목사님 일이 없어요.”, “직장에서 쉬라고 하네요.”, “코로나 19가 빨리 종식되게 기도해 주세요.”, “곧 있으면 저희 직장도 순차적으로 쉴 것 같아요.” 등등.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제일 어려운 성도님 가정부터 도움을 드려야 하나 등등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담임 목사를 포함 13가정이 출석하는 교회에서 가장 큰 문제는 재정이었다. 이리저리 알아보기도 했고 궁리 끝에 제안서를 작성하고 당회에서 논의하게 되었다고 했다. 쉽지 않은 일로 보였으나 당회원들로부터 의외의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목사님 혼자 좋은 일 다 하실 거면 당회를 왜 하냐고 우리도 함께 짊어질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

이렇게 시작된 재난지원금은 이름도 ‘사랑나눔금’으로 정하고 교회 재정과 당회원들의 나눔으로 재원을 마련, 전 교우들에게 작지만 나눌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사랑나눔금’을 넣어 전달할 봉투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청년회 전국연합회’에서 함께 활동했던 한 선배의 캘리그래피로 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자랑스러운 기청’이라고 뿌듯해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멀게만 보이는 코로나19 종식. 김 목사는 “한시적이기에 지속적인 대안을 모색해 봐야겠지요.”라며 장기전을 대비하는 듯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의 돌파가 교회에게도 큰 걸림돌로 보인다.

마지막 김 목사는 교우들에게 재난지원금을 나누려는 교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첫발을 내딛는 게 어렵다 생각하면 진행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방법은 교회 공동체 안에 있더라구요. 재정 나눔은 한국 대부분 교회가 다 하고 있다고 봅니다. 일례로 교회에서 운영하는 장학기금, 불우이웃돕기 등 다양한 나눔의 방법이 출발점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한 방법을 몸에 익히고 있는 공동체라면 더 쉽게 접근할 방법들을 발견하지 않을까요?

다음 김진수 목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목사님과 목사님이 사역하시는 교회 소개 부탁드립니다.

충청북도 옥천군에 위치한 옥천제일교회입니다. 75년 역사입니다. 2005년 폐 교회 위기에 처했으나, 2008년 재건 예배로 교회가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저의 전임자 ‘이진’ 목사님(선민교회  시무) 12년간 시무하며 교회 재건에 헌신했으며 안정화 시켰습니다. 현재 교인은 목회자 가정 포함 13가정입니다.

▲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의 일환으로 정부나 지자체에서 온라인 예배나 가정예배로 전환을 독려했습니다. 그간 어떻게 진행해 오셨는지 이야기해 주세요.

저는 옥천제일교회로 1월 말 부임 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부임심방부터 잠정 연기했습니다. 2월 매주 긴급 당회를 열어 정부 방침 지켜보며 2월 16일 주일 오전 예배만 드리고 3월 한 달 중지했습니다. 4, 50대 교우들보다 60대 이후의 성도들은 예배 중단을 겪으며 참으로 힘들어했습니다.

일례로 예배를 드리지 못하는 노 권사님들에게서부터 “사는 게 재미없다.”, “언제 교회에 갈 수 있나요?”, “주변 교회는 예배들 드리는데… 우리는 적게 모이니 지장이 없지 않나요.” 등등의 심경을 토로하기도 하셨습니다.

가정 예배로 전환되었기에, 매주 설교 영상을, 매일 매일은 말씀과 삶(가정묵상집)을 통해 묵상할 수 있도록 문자 안내 등을 보내드렸습니다. 다시 모일 예배를 기다리며 매주 교회 소독과 환기도 진행했습니다.

3월 마지막 주 당회를 열어 4월 5일 첫 주일부터 오전 예배만 매주 드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정부 방침의 7대 원칙을 지키기 위해 비접촉식 체온계, 마스크, 소독제, 소독기 구입, 등을 구비했습니다. 지정좌석제를 시행하여 15명 정도 예배드립니다. 참석 못하는 교우들을 위해서는 영상제공 및 묵상말씀 문자 안내는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 1월말 옥천제일교회로 부임하자마자 맞이한 ‘코로나19’ 사태로 대면 예배에서 가정예배로 전환되어 교회 안은 텅비게 되었다.

▲ 인터뷰를 진행하게 된 것은 전체 교우들에게 일종의 재난지원금을 나누어주셨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처음 이 생각을 하시게 된 계가 무엇이었나요?

코로나 19로 인해 전화 심방을 교우들에게 드리면서 교우들의 기도 제목도 함께 부탁을 받았습니다. 몇몇 교우들은 생계형 일자리에서 근무하고 계셨기에 어려움을 토로하셨습니다. “목사님 일이 없어요.”, “직장에서 쉬라고 하네요.”, “코로나 19가 빨리 종식되게 기도해 주세요.”, “곧 있으면 저희 직장도 순차적으로 쉴 것 같아요.” 등등.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제일 어려운 성도님 가정부터 도움을 드려야 하나 등등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3월 한 달 이 문제를 갖고 씨름하는 중에 부활절에 그걸 몸소 실행한 교회 소식을 듣게 됩니다. 선배 목사님에게 전화를 드려서 상의했습니다. 그 당회에서 어떻게 어려움 없이 통과를 시켰는지 재원은 어떻게 마련이 되었는지 등을 물었습니다.

우리교회는 모든 세대에 걸쳐 지원한 선배 목사님이 사역하는 교회만큼은 못하지만 우리 교회 실정에 맞게 할 수 있는 대안들을 하고 제안서를 작성하여 당회에 안건으로 상정했습니다.

▲ 당회에서 논의할 때 어때나요?

4월 마지막 주 당회 때 제안서를 당회원들에게 드리며 “저는 이 사항을 꼭 진행하고 싶다”는 말씀을 전했습니다. 제 제안은 가정 당 지원이었습니다. 긴급재난 지원금, 재난 기본소득 등의 명칭보다 ‘사랑나눔금’이라 명하고, 한 가정에 지원하되 자녀가 있으면 인당 일 만원씩을 더했습니다. 기본금은 가정 당 3만원으로 정했습니다. 부족한 재원은 장로님들이 어려워하시면 목회자가 감당하겠다는 제안도 드렸습니다. 한 장로님께서 “목사님 혼자 좋은 일 다 하실 거면 당회를 왜 하냐고 우리도 함께 짊어질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 말씀하시며 통과 되었습니다.

▲ 이에 필요한 재정은 어떻게 마련하셨나요? 온라인 예배나 가정예배 상황이라 교회 재정으로 하시기에는 어렵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서 질문드리는 것입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어느 정도 수준에서 나누시게 되었나요?

재원 마련이 숙제였습니다. 이미 옥천제일교회는 5월 어버이 주일을 기념하며 직계가족 그리고 부부까지 교회가 선물을 드리고 있었습니다. 올해는 한시적이지만 선물비용을 ‘사랑나눔금’으로 지원하자는 제안을 당회에 드렸습니다. 선물 구입비 예산과 현금으로 드릴시 예산서를 두 개를 만들어 당 회원들을 만났습니다. ‘사랑나눔금’은 52만원 직계가족 선물비 포함 총 예산 61만원의 예산을 세웠습니다. 당회는 교회가 31만원 지원, 부족분 30만원은 당회원 세 명이 각각 10만원을 헌금하여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3만원부터 최대 8만원까지 사랑나눔금을 전해드렸습니다.

사랑나눔금을 기청활동을 함께 한 선배 도움으로 예쁜 캘리그래피로 디자인 된 봉투에 담아 드렸습니다. 이 글을 통해 ‘김성태’ 선배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전합니다. 역시 ‘자랑스러운 기청’입니다.

▲ ‘사랑나눔금’을 담을 봉투에 예쁜 캘리그래피는 청년 시절 ‘한국기독교장로회 청년회 전국연합회’에서 함께 활동했던 선배가 디자인해 주었다며 ‘자랑스러운 기청’이라고 김진수 목사는 뿌뜻해 했다.

▲ 교우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교우들은 목사님 교회도 어려울 것인데, 목사님 뭐 잡수고 살아갈라고 그러느냐고, 우리 가정이 제일 헌금 생활을 적게 하는 가정일 텐데, 우리 친정엄마가 소식 들으면 교회 옮기고 싶다고 하시겠다고 등등의 반응을 보이셨습니다.

▲ 한국에서는 해외 유입자를 제외하고 내국인 감염자는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국가들이 아직도 감염 사태가 진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경제가 원활이 이전 상태를 회복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경제 상황이 계속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계속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얼마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앞으로도 이런 계획이 또 있으신가요?

할 수만 있다면 교회 공동체 안에서 교우들의 가정을 돌보는 일을 열심히 하고 싶습니다. 지금 모습은 한시적이기에 지속적인 대안을 모색해 봐야겠지요.

▲ 목사님과 목사님이 사역하시는 교회처럼 이런 활동을 하고자 하는 교회에 교우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시면 마지막으로 말씀 부탁드립니다.

첫발을 내딛는 게 어렵다 생각하면 진행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방법은 교회 공동체 안에 있더라구요. 재정 나눔은 한국 대부분 교회가 다 하고 있다고 봅니다. 일례로 교회에서 운영하는 장학기금, 불우이웃돕기 등 다양한 나눔의 방법이 출발점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한 방법을 몸에 익히고 있는 공동체라면 더 쉽게 접근할 방법들을 발견하지 않을까요?

금번 저희 교회가 진행하는 일이 인터뷰 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어려운 가운데 목회 현장에 계신 목사님들께 누가 되는 기사가 되지 않기를 바랄뿐입니다. 이름 없이 빛도 없이 묵묵히 교회 공동체를 섬기는 목회자 가정, 그분들이 진정 낮은 데서 꽃을 피우는 분들입니다. 한국교회가 더 많은 관심과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 평일 인적이 없는 교회 공간을 소독하기에 여념이 없는 김진수 목사

이정훈 typology@naver.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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