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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나 무엇이든

기사승인 2020.05.01  17: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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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화 한 묵상 7

미사가 끝나고 나를 조금 겁먹게 만들 만한 체구가 몹시 큰 남자가 저돌적으로 다가와서는 처량한 눈빛으로 말했다. “신부님, 저희 집에 가시지요. 신부님께 드릴 것이 있습니다.”

순간 나는 망설였다. 제안을 받아들여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는데, 나와 함께 있던 사제가 “신부님, 받아들이십시오. 좋은 사람입니다.” 하고 말했다.

나는 그의 거처로 갔다. 그의 집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오두막이었다. 그는 내게 삐걱거리는 낡은 의자에 앉으라고 권했다. 의자에 앉자,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석양을 볼 수 있었다. 그 거구의 사내가 말했다. “보세요, 신부님, 아름답지요?”

우리는 한참 동안 말없이 앉아 있었다. 이윽고 해가 지평선 너머로 모습을 감추었다. 그러자 남자가 말했다. “신부님께서 저희를 위해 해주신 모든 일에 어떻게 감사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신부님께 드릴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지만, 신부님이 이 석양을 보시면 틀림없이 좋아하실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음에 드셨나요?” 그러면서 그는 내 손을 꼭 잡았다.

나는 그 집을 나오면서 ‘이렇게 마음이 따스한 사람을 만났던 것이 언제였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제임스 마틴 저,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 발견하기』, 성찬성 역(서울: 가톨릭출판사, 2014), 432.

간절히 주고 싶건만 아무 것도 줄 수 없을 때
무력감과 자책감은 절로 고개를 듭니다.
하지만 줄 것이 없는 순간은 없습니다.
 
몸을 가누기도 힘들어 간신히 앉은 사랑하는 이
머리를 가지런히 하고 미소를 지어주십니다.
석양처럼 사랑 물든 미소를 전해 주십니다.
 
저도 미소로 선물을 드립니다.
기도로 간절함을 드립니다.
나눌 것이 없는 사랑은 없습니다.

ⓒ하태혁

하태혁 목사(단해감리교회) devi3@naver.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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