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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규홍 총장 체제의 어두움을 타파하자”

기사승인 2020.04.30  17:5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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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신대 교협 전·현임 집행위원 8인 명의 성명서 발표

한신대학교 교수협의회(이하 교협) 전·현임 집행위원 8인 명의로 성명서가 발표되고 한신대 교수들에게 배포되었다.

“연규홍 총장 체제의 어두움을 타파하자”는 제목의 이 성명서는 한신대를 ‘배’에, 연규홍 총장을 ‘선장’에, 현 학교본부 실·처장들을 ‘선원’에 비유하며 “선장과 선원을 교체하고 배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연 총장 체제로는 학교가 위태롭다는 강한 논조의 성명서이다.

성명서를 작성한 전·현임 집행위원 8인 중 한 교수는 “한신대에 6개의 단과대가 존재한다. 이들 중 4개의 단과대에서 성명서가 이미 이 성명서 이전에 나왔다. 이 정도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충분히 증명된 것 아닌가.”라며 일부 교수들이나 학생들의 주장이 아님을 강조했다.

한신대 구성원들 사이에 연 총장과 학교본부측에 대한 강한 불신이 팽배해 있음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성명서는 또한 연 총장과 학교본부측의 리더십에 관해서도 “메르스 사태 앞의 박근혜에 가까운가, 아니면 코로나 사태 앞의 문재인에 더 가까운가?” 반문하며 리더십의 붕괴를 언급했다.

이어 연 총장 체제 하에 일어난 사건들에 대해 조목조목 나열하며 연 총장 체제의 유지 불가능함을 강조했다. 대학 본부, 교협, 학생회, 대학 노조 등으로 구성된 4자 협의회의 붕괴, 제2 노조의 존재를 빌미삼아 기존 노조 압박, 교협 집행부 구성 방해, 교수 노조 불인정 등을 꼽으며 연 총장과 학교본부 측의 비행을 비판했다.

또한 이 성명서는 대학본부의 비민주적이고 비전문적인 대학운영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특히 여러 학과와 학부로부터의 정원 회수와 그런 정원을 활용한 미래융합인재대학의 신설, 신학부 교수단과의 협의없는 서울캠퍼스 운영 체계의 신설 등을 언급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한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다음과 같이 울분을 토했다.

과거 2011-2012년 사이에 대학이 맞이하고 있는 위기를 대비해 구조조정을 논의했습니다. 그 당시 교수들은 자발적으로 해야 한다는 취지 아래 교수들이 안을 만들고 평가를 해서 상위 7개 학과 정도를 발전시키기 위해 모든 학과가 정원의 일정 비율을 자발적으로 내어 주었습니다. 지극히 한신다운 구조조정을 한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그 회수된 정원을 모아 듣도보도 못한 이상한 학과를 만든다고 하는 것입니다. 미래융합인재대학이라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행정학과에 불과합니다. 유명하고 잘 운영되는 다른 학과의 정원을 축소하고 이상한 것을 만들겠다고 하니 누가 찬성을 하겠습니까. 좀 더 깊이 들여보면 이건 사리사욕 채우는 수단에 불과합니다. 신설한다고 하는 미래융합인재대학 수혜자들과 학과는 현 총장을 유일하게 지지하는 교수들이 속한 학부들입니다. 그 교수들이 속한  두 세 개 학과를 키워주는 꼴입니다. 학교의 평균을 갉아먹는 행위입니다.

특히 서울캠퍼스 운영에 대해서는 신학부 교수들의 반발은 크다.

서울캠퍼스를 운영하는 방식에 대해 전혀 사전 협의가 없었다. 서울캠퍼스 이전에 수유동 신학대학원은 한국기독교장로회 교단의 상징적인 곳인데 신학부 교수들에게 전혀 논의도 없이 부총장을 앞세워 왜 이렇게 운영하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민주적인 소통 방식을 문제 삼는 것이다. 한신이 가지는 위상 자체를 추락시키는 것이다. 교단 자체의 반발을 불러올 것은 자명하지 않겠나. 이미 목회자들 사이에는 강한 반발의 목소리가 일어나는 것을 본다. 그동안 한신이 가지고 있던 전통에 대한 도전으로 보인다.

성명서는 계속해서 “갖가지 문제로 자격시비가 있는 교수들을 부총장과 처장 등으로 임명하고 임명에 응하는 모습”은 “자기 이익을 위해서라면 배의 바닥에 구멍을 내고야 말 이상한”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인터뷰에 응한 한 교수는 “학교는 지금까지 이런게 나오면 변명하거나 무시하거나 반응을 하지 않았다. 아니면 성명서에서 사소한 허점을 문제삼아 반박했다. 또 이도저도 아니면 소위 유체이탈 화법을 많이 써 왔다. 반성이라는 것을 모른다.”고 한탄했다.

이어 “지금까지 보아온 바에 따르면 별반응이 없을 것 같은데 제발 어떤 반응이라도 나왔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저도 말씀드리고 싶은 건 학내 구성원의 명확하게 과반수가 이미 내용상으로 연 총장과 학교본부를 탄핵하고 있는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 수유동에 소재한 한신대 신학대학원의 입구에는 신학대학원이라는 단어는 이미 사라졌고 서울캠퍼스라는 단어로 대체되었다. ⓒ에큐메니안

연규홍 총장 체제의 어두움을 타파하자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말해주는 것은 지도자와 그 스탭(Staff)의 중요성이다. 한국의 방역체제가 세계적인 모범으로 부상했지만, 그 모범적 방역을 만들어낸 공공 방역체제의 주역들(질본 및 의료진)이 현 정부 들어서 새롭게 충원된 사람들은 아니다. 그들 거의 대부분이 박근혜 정부 시기에도 있었던 인물이다. 그런 이들이 가진 역량과 협동의 시너지를 발휘하느냐, 아니면 산산이 흩어져서 책임 회피만을 일삼느냐는 지도자의 능력과 소신에 달려 있다는 것을 코로나19 사태는 잘 보여준다. 관련해서 당연히 떠오르는 질문은 “우리 대학의 리더십은 어떠한가?” 하는 것이다. 요컨대 연총장과 그 스탭들은 메르스 사태 앞의 박근혜에 가까운가, 아니면 코로나 사태 앞의 문재인에 더 가까운가?

연총장이 취임하고 생긴 일을 돌아보자. 무엇보다 따져보고 싶은 것은 ‘4자 협의회’이다. 우리 대학은 대학을 구성하는 주요한 집단인 대학 본부, 교협, 학생회, 대학노조가 각자의 고유한 전통과 조직 논리를 따라 구성되고, 그렇게 구성된 4자가 서로 협의를 하는 것을 귀중한 문화로 생각해왔다. 그래서 한 단위의 조직이 다른 단위의 자율적 조직화와 활동을 저해하려고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설령 어떤 단위의 조직이 허약한 것이 다른 조직에게 ‘유리’하더라도 그런 유리함을 의도적으로 도모하는 저열한 행태는 없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연총장 취임 이래로 우리 대학의 4자는 모두 기능 부전 상태를 겪었고 4자 협의회가 제대로 열린 적이 없다. 학생회는 지난 한 해 내내 ‘비대위’ 체제였다. 학생회의 구성이 원만하지 못한 것은 유감스런 일이긴 하나, 그것은 학생들 스스로 풀어야 할 문제이다. 그리고 학생들은 어쨌거나 자신들이 승인한 비대위를 구성했으니 그들의 발언권을 인정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니 4자 협의회의 다른 단위가 그들의 정당성을 문제 삼고 나서는 것은 월권일뿐더러 그렇게 문제 삼고 나선 이가 교협 집행부의 일원이었던 것은 같은 교수로서 몹시 부끄러운 일이었다. 학생회가 올 해 들어 ‘제대로’ 구성되자, 본부는 학생회 간부 다수를 징계에 회부하고 학생회비의 지급을 2개월 미루며 압박했다.

4자 협의회 가운데 비교적 조직적 토대가 분명한 직원노조가 이런저런 목소리를 내왔다. 특히 직원노조는 인사의 공정성 그리고 인사 규정의 개악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왔다. 하지만 대학 본부는 묵살로 일관하고 있다. 그리고 제2 노조의 존재를 빌미로 기존 직원노조의 위상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기도 하다.

교협은 어떤가? 교협 집행부는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상태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기 때문에  전임 교협 집행위원 다수와 현임 집행위원 다수는 이렇게 성명서를 쓰고 있는 것이다. 교협이 제 역할을 못한 것은 현재 집행부의 문제만은 아니다. 전임 집행부의 경우에도 대표의장이기도 했던 어떤 교수가 자신이 대표하는 조직의 회원을 향해 소송 운운하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보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현 집행부도 대학본부와 결탁한 것으로 보이는 일부 집행위원들로 인해 대표의장 선출 문제조차 풀지 못해서 표류하고 있다.

교협의 기능상실로 인해 한편으로는 합헌 판결에 이어 합법적 지위를 획득한 교수노조가 나서고 있지만, 본부는 이미 일개 팀의 공지사항 형식으로 교수노조를 정당한 교섭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의지를 비추려다 스스로 삭제하는 작태를 보인 바 있다. 한국 대학 민주주의의 보루임을 자처해온 한신대에서 이런 모습은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단과대학 교수들이 직접 나서고 있다. 3월 25일에는 인문대학 교수들의 호소문이 있었고, 4월 7일에는 사회과학대학 3개 학과 교수들의 호소문, 4월 20일 신학부 교수 ‘호소문’(신학부 교수회 입장), 4월 22일에는 글로벌협력대학 입장문이 있었다. 4개 전공단위의 입장문 내지 호소문은 공통적으로 대학 본부의 비민주적이고 비전문적인 대학운영을 비판하고 있다. 특히 최근 여러 학과와 학부로부터의 정원 회수와 그런 정원을 활용한 미래융합인재대학의 신설, 신학부 교수단과의 협의없는 서울캠퍼스 운영 체계의 신설 등이 그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휴강과 온라인 수업 중에 이렇게 연이어 여러 단과대학의 호소문(입장문)이 나오고 있다는 것은 우선 매우 놀랍고, 다음으로 전현임 교협 집행위원들로서는 매우 부끄러운 일이며, 끝으로 대학 본부로서는 엄중하게 받아 들여야 할 일이다.

대학을 구성하는 교수, 직원, 학생들의 목소리를 엄중하게 받아들인다면 있을 수 없는 일들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갖가지 문제로 자격시비가 있는 교수들을 부총장과 처장 등으로 임명하고 임명에 응하는 모습은 대학본부의 신뢰성과 품격을 떨어뜨린다. 객관적 현실을 무시하고 특정 학과를 단과대학으로 승격시키는 것처럼 보이는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모습은 총장이 협소한 학내 지지 기반의 유지를 위해 학교전체를 희생시키는 방식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자괴감을 유발한다. 산학협력교원을 다섯 명이나 신규 채용하고 관련 규정을 개정하는 것 역시 다를 바 없이 연총장 체제의 비민주성을 입증한다.

대학본부의 전횡과 대학의 핵심 단위들에 대한 무력화 시도는 우리 대학의 미래는 물론 연총장체제 자체의 어두움을 짙게 할 뿐이다. 멸망의 도시에 살고 있음을 자각한 『천로역정』의 ‘크리스천’은 손가락으로 귀를 틀어막고 “생명, 영원한 생명”을 외치며 들판을 가로질러 뛰어간다. 학교에 드리운 어두움을 보며, 우리도 귀를 틀어막고, “수업, 영원한 연구”를 외치며 들판으로 뛰어가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 앞에는 들판이 없다. 우리는 연총장이 탄 배를 함께 타고 있다. 이 배에는 자기 이익을 위해서라면 배의 바닥에 구멍을 내고야 말 이상한 선원들도 있다. 그러므로 “수업, 영원한 연구”를 위해라도 선장과 선원을 교체하고 배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나서야 할 것이며, 우리들 전•현임 교협 집행위원들은 그런 일에 힘을 모을 것을 약속한다.

2020. 4. 29.
교협 전•현임 집행위원 8인(가나다순)
강영경, 김상욱, 김종엽, 노중기, 이상헌, 이영미, 차윤정, 최창원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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