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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행동하고 누가 죄를 짓는가

기사승인 2020.03.28  17:2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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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만 (4)

▲ William Blake, 「The Good and Evil Angels」(1795–c.1805). ©Tate

『기독교강요』제2권 4장에 이르렀습니다. 여기서 칼빈은 인간은 필연적으로 죄를 짓지만 자발적으로 죄를 짓는다는 사실, 그가 사탄에 예속되어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죄를 짓는 것은 인간 자신이라는 사실을 다룹니다.

하나님은 무엇을 하고 계시는가

여기서 두 가지 문제가 제기됩니다. 첫째, 악한 행위에 대해 하나님께 어떤 책임이 돌아가는가? 둘째, 인간의 악행에서 사탄과 인간이 차지하는 상대적 지위, 역할은 어떻게 나눌 수 있는가? 이것은 신정론의 문제입니다.

하나님은 세상을 선하게 창조하셨고, 섭리를 통해 지배하시는데, 악이 성하고 인간이 죄 가운데 방황하고 사탄은 악한 행동을 조장한다면, 하나님은 이 세상의 악과 어떤 관련이 있는가 하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칼빈은 첫째 질문에 대해서는 어거스틴이 사용한 비유를 끌어와 설명합니다.

어거스틴은 사람의 의지를 기수의 명령을 기다리는 말과 비교하고, 하나님과 악마를 기수와 비교했다. ‘만일 하나님이 타신다면 온건하고 숙련 된 기수시기 때문에 말을 올바르게 인도하신다. 느릴 때에 박차를 가하시 며, 너무 빠르면 고삐를 당기시며, 너무 거칠거나 너무 광태를 부리면 억 제하시며, 도중에서 안 가겠다고 앙탈할 때에는 억눌러 바른 길로 인도하신다. 그러나 악마가 안장에 올라앉게 되면, 모든 미련하고 방자한 기수와 같이, 말을 난폭하게 몰아 길에서 멀리 떠나게 하며, 도랑에 처박으며, 벼랑에서 뒹굴게 하며, 찌르고 괴롭혀 결국 고집을 부리며 난폭하게 만든다.’(II.iv.1)

칼빈에 의하면 이렇게 자연인의 의지는 악마의 세력에 예속되어 그 선동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이것은, 제2권 3장 5절에서 확인한 것처럼, 주인에게 복종하지 않을 수 없는 노예들이 내심 싫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복종하는 것과 같이, 우리의 의지는 싫어서 반항하지만 어쩔 수 없이 악마의 명령을 듣도록 강요를 받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도리어 반대로, 사탄의 간계에 사로잡혀 있는 의지가 필연적으로 항상 시키는대로 순순히 복종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칼빈은 “죄악의 원인을 사람의 의지 밖에서 찾아서는 안 된다. 오히려 사람의 의지에서 악의 뿌리가 솟아나며, 사람의 의지가 사탄의 나라의 토대, 즉 죄의 토대가 된다”(II.iv.1)고 주장합니다.

한 사건, 두 의지

그리고 2절에서 칼빈은 두 번째 문제를 분석합니다. 동일한 사건 안에서 하나님과 사탄과 사람이 어떻게 역사하는가? 칼빈은 욥의 사례를 통해 설명합니다. 갈대아 사람들이 욥의 재산을 도적􏰀질 하기 위해 목자들을 죽이고 양떼를 약탈해갔습니다(욥1:17). 도적들의 행동이 악했다는 것은 분명하고, 이 모든 일이 사탄의 작용에 의해서 일어났던 것도 분명합니다.

이 사건의 배후는 사탄임에 분명합니다. 그러나 욥은 이 사건 안에서 하나님의 역사를 보았습니다. 갈대다 사람들이 약탈한 것은 하나님께서 가져가신 것이라고 말합니다(1:21). 칼빈은 이러한 욥의 진술에서, “우리는 어떻게 이 동일한 일에서 사탄을 하나님의 동역자로 만들거나 하나님을 악의 조성자로 만드는 일없이 하나님과 사탄과 사람이 같이 한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하고 행동의 목적과 방법을 분석하면 문제해결은 쉽다고 말합니다. 하나님의 목적은 욥의 인내심을 단련시키려는 것이었고, 사탄은 욥을 절망상태에 몰아넣으려는 것이 그의 목적이었습니다.

갈대아 사람들은 법과 공의를 어기면서 남의 재산을 약탈하는데 온통 관심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서로 목적이 전혀 달랐습니다. 하나님은 사랑하는 종을 시험, 연단시키려는 것이었고, 사탄은 욥을 절망시켜서 하나님을 배신하게 하는데 목적이 있었고 갈대아 사람들은 무조건 재물에 눈이 어두워 남의 재산을 약탈하는데 관심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목적도 달랐고 방법도 그렇게 달랐습니다.

주님께서는 자기의 종을 사탄이 괴롭히는 것을 허락하시며, 심부름꾼으로서 갈대아 사람들을 택하여 사탄의 지배하에 넘겨주신다. 사탄은 독을 묻힌 창으로 갈대아 사람들의 악한 마음을 자극하여 그 악행을 실천하게 만든다. 그들은 미친듯이 범죄로 돌진하여 온 지체를 죄로 물들이며 더럽힌다. … 그러므로 같은 행위를 하나님과 사탄과 사람에게 돌리는데는 조금도 모순이 없으며, 목적과 방법을 구별할 때에 하나님의 의가 아무 흠 없이 빛나며, 사탄과 사람의 추악한 행동이 그들의 사악함을 폭로한다.(II.iv,2)

자유의지에 대한 반박

5장 전체는 각주입니다. 영어판에서는 본문과 각주를 구별하지 않고 똑같은 크기 활자로 배열했기 때문에, 영어판을 번역한 우리가 읽는 이 텍스트도 이것이 본문인지 각주인지 구별이 안 되서 읽기 어려운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불어판에서는 본문은 큰 글씨로 써 넣고 각주는 깨알 같은 글씨로 쓰여 있어서 건너뛰어도 무방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5장 전체는 깨알 같은 글씨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 주된 내용은 자유의지를 주장하는 자들에 대하여 성경을 통해 반박하는 내용입니다. 16절부터 19절까지는 구체적으로 자유의지를 주장하는 자들이 사실과 다르게 인용한 본문들에 대한 칼빈의 주석입니다.

자유의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 본문들을 가지고 자유의지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삼는데, 칼빈은 전혀 잘못된 성서인용과 주장이라는 것을 그가 로마서 7장과 고린도전서 15장 주석하면서 보여주었듯이 그렇게 논박하는 내용입니다. 참조하시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최영 소장(기독교장로회 목회와신학연구소)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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