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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경제위기해법, 시민들의 손에 현금을

기사승인 2020.03.23  16:5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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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중신학자의 눈으로 세상 읽기 (12)

가난한 사람들의 일용할 양식

성서의 민중전통에서 하느님의 정의의 초점은 가난한 사람들의 일용할 양식에 맞추어져 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일용할 양식을 보장하는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은 하느님의 정의에 응답하는 사람들의 과제이다.

이처럼 하느님의 정의를 가난한 사람들의 배려와 보호에 직결시키는 성서는 가난한 사람들이 기본적인 욕구들을 충족하고 인간다운 삶을 꾸려갈 권리가 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여러 모티프들을 제공한다. 만나 이야기(출애 16:1-36), 주기도문(마태 6:11; 누가 11:3 병행), 포도원 주인의 비유(마태 20: 1-16), 최후심판의 비유(마태 25:31-46)가 그것이다. 지면이 적어서, 아래서는 주기도문의 가르침에만 초점을 맞춘다.

주기도문 제2항목 첫째 기원은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십시오.”이다. ‘일용할 양식’은 문자적으로는 사람이 매일 살아가기 위해 꼭 섭취해야 할 음식이지만,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일용할 양식’은 음식만이 아니다. 루터는 ‘일용할 양식’을 넓은 의미로 해석했다. 루터에 따르면 ‘일용할 양식’은 “삶을 위한 양식과 필수품에 속하는 모든 것, 먹는 것, 마시는 것, 옷, 신발, 집, 정원, 경작지, 가축, 현금, 순수하고 선한 배우자, 순박한 아이들, 착한 고용인, 순수하고 신뢰할 수 있는 통치자, 선한 정부, 좋은 날씨, 평화, 건강, 교육, 명예, 좋은 친구, 신용 있는 이웃 등”이다.(1) 한 마디로, ‘일용할 양식’은 인간의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기본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다.

이러한 ‘일용할 양식’은 나 혼자 차지해서는 안 되고, ‘우리’ 모두에게 허락되어야 한다. ‘우리’가 모두 똑같은 기본적 필요를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을 인식한다면, 오직 그 필요를 공동체적으로 충족시킬 때 우리는 비로소 형제자매가 된다고 말할 수 있다. 한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웃의 ‘일용할 양식’을 챙겨야 하고 특별히 가난한 이웃의 ‘일용할 양식’을 보장해야 한다. 그래야 공동체 안에서 정의와 연대가 함께 간다.

코로나 19 감염증(이하 코비드 19)으로 인해 경제위기가 가속화되고,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삶이 무너지고 있는 이때에 이웃의 ‘일용할 양식’을 보장하는 연대와 정의는 위기 재정을 이끌어가는 기본 원칙이 되어야 할 것이다.

코비드 19가 가져온 경제위기의 심각성

코비드 19가 강타한 나라들에서 생산과 소비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위축되었다. 전염병 확산 속도를 늦추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력하게 시행하다 보니 소비가 크게 줄어들었고, 판로를 찾지 못한 재화와 서비스의 공급도 크게 감소하였다. 이처럼 소비와 생산, 수요와 공급이 악순환을 이루며 실물경제가 위축되면 그 부작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진다.

누구나 다 짐작하는 바와 같이, 기업의 매출 감소는 조업 단축과 기업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노동 기회가 줄어들면, 가계소득이 감소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가계지출이 줄어들고, 부채 상환을 하지 못하거나 집세마저 내지 못하는 가계는 파탄에 직면할 수도 있다. 무수히 많은 점방들이 개점휴업 상태에 있거나 문을 닫고, 일부 자영업자들은 심지어 파산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실물경제의 위축과 파탄은 결국 금융기관을 부실화시킬 것이고, 실물경제 위기와 금융 위기가 서로 결합하여 국민경제가 총체적인 위기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비상경제회의를 주제하고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긴급예산을 편성했다. ⓒ연합뉴스

코비드 19가 확산되고 있는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들은 세계적 유행병이 가져온 경제적 손실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천문학적 규모의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세우고 있다. 지난 3월 3일 미국은 연방중앙은행의 이자율을 전격적으로 0.5%를 낮추었고, 국채 매입 중심의 양적완화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미 연방정부는 1조 2천억 달러 규모의 재정지출을 계획하고 있다. 이미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유럽중앙은행은 3월 19일 연말까지 국채와 회사채를 가리지 않고 7천5백억 유로 규모의 채권 매입을 결정하여 양적완화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3월 20일 유럽연합은 회원 국가들의 국채 발행을 억제해 왔던 규범의 적용을 유예하고, 코비드 19로 인한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 지출을 회원국가의 재정적자에 반영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독일 연방정부는 GDP의 0.35%로 국채 발행 한도를 정해놓았던 재정건전성 규율의 빗장을 풀고 3천6백억 유로 규모의 추경안을 세울 것을 고려하고 있다. 프랑스,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도 거의 비슷한 조치를 취하려고 한다.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들이 이처럼 천문학적인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들고 나온 것은 코비드 19 확산이 경제 전반을 마비시키다 싶이해서 기업과 가계를 지원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종주국에서 슈퍼 리치 중심의 편향적인 정책을 추진해 왔던 트럼프가 하루아침에 돌변하여 연간 7만 5천 달러 이하의 개인소득, 혹은 14만 달러 이하의 부부 합산 소득을 거두는 미국 성인들에게 1천 달러의 재난보조금을 지급하고, 거기에 더하여 미성년자 1인당 5백 달러를 지급하겠다고 나선 것이나, 신자유주의의 선봉에 서고 있는 영국의 존슨 수상이 앞으로 3개월 동안 영국 노동자 3천3백만 명에게 임금의 80%를 보전하기 위해 3천5백억 파운드를 지출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조업 단축과 가계소득 감소가 가져오는 경제적 위기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우리나라 정부의 비상 계획

우리나라 정부도 코비드 19 사태에 대응해서 확장적인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취하고 있다. 지난 3월 20일 국회는 코비드 19가 가져온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11조 7천억 원의 추경안을 승인했다.

그러나 이 정도의 재정수단을 갖고서는 코비드 19가 촉발시킨 경제적 손실에 대응할 수 없기에 정부는 후속 조치들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지난 3월 16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대폭 내렸고, 정부는 국채 발행을 염두에 두고 2차 추경안을 준비하고 있다. 일단 시중에 통화를 충분히 공급하여 기업과 가계의 부실화를 막겠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중앙은행은 이자율 하향 정책과 양적완화 정책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채 발행과 정부의 채무 보증, 심지어 기업채권 매입 등과 같은 조치들이 필요할 경우, 이자율 하향 조정과 양적완화 이외에 어떤 방법이 더 있겠는가? 물론 연성화폐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양적완화는 크게 제약될 수밖에 없겠지만 말이다.

코비드 19가 촉발한 경제위기에 대응할 때 반드시 유념해야 할 세 가지 사항

코비드 19가 가져온 경제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펼치는 것과 관련하여 국민이 요구할 것이 많이 있겠지만, 세 가지 사항이 특별히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첫째, 이자율 하향 조치를 통해 풀리는 돈이 증권, 부동산, 채권, 기업 사내유보금 등으로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을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코비드 19로 인한 경제위기는 실물경제에서 시작했고, 이로 인해 자산 시장의 거품이 꺼지는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에, 지난 2008년의 금융공황 때와는 달리 자산시장으로 돈이 몰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아주 잘못된 생각이다. 이자율이 낮으면, 값싼 돈을 쉽게 확보한 세력이 투기적 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자산 취득 게임에 뛰어들기 마련이다. 따라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풀리는 돈이 자산 시장으로 퇴장하지 않도록 방어벽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주식 거래세, 외환 거래세 등을 도입하기 위한 국제 공조 없이 한 국가가 나선다고 해서 자산 시장을 규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최소한 우리나라에서 취하고 있는 부동산 매입 담보 대출 상한액을 제한하는 조치만큼은 계속 엄격하게 유지해야 할 것이다.

둘째, 기업 부실화와 도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은 경제위기 시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심지어 매출 감소로 벼랑 끝에 몰린 항공사나 자동차 회사 등 핵심 기업들을 국유화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심지어 평상시에는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규모의 기업 대출 보증이나 기업 채권 매입 등을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경제위기의 급박성 때문에 지금 굳이 언급을 하면 야박하게 들릴는지 모르지만, 천문학적 규모의 기업 대출 보증과 기업 채권 매입을 할 경우에는 한국 경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염두에 두고 심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사회적이고 생태학적인 뉴딜을 위한 국민경제 계획과 산업 구조조정 차원에서 재정정책이 관철된다면 의미가 있을 것이다.

작은 사람들의 생존과 복지에 중점을 두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셋째, 코비드 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우리 시대의 작은 사람들의 생존과 복지에 중점을 두는 것이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아래와 같이 몇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1) 경제 회생의 기운을 북돋을 정도로 충분한 ‘재난기본소득’을 과감하게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민중신학자의 눈으로 세상 읽기” 제11회 연재에서 상세하게 설명한 바 있기에 여기서는 더 부연해서 언급하지 않겠다.

2) 자영업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은행 대출을 받고자 하는 자영업자들의 신용을 정부가 100% 보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통령이 주재한 제1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지원과 정부 보증이 확충되었지만, 정작 붕괴에 직면한 영세 자영업자들에 대해서는 대출 연장과 이자 지불 유예 등의 조치를 취하는 데 그쳤을 뿐, 정부 보증과 같은 강력한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많은 경우, 자영업자들이 낮은 신용등급 때문에 은행 문턱을 넘을 수 없다는 것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경제인구 가운데 특이할 정도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겪고 있는 매출감소와 지불능력 상실에 대한 대책이 사실상 없는 것이다.

만에 하나 일부 자영업자들이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한다고 해도 이를 국가의 손실로 처리하는 것이 전염병으로 인해 파탄에 직면한 자영업자들을 위한 더 나은 정책이다. IMF 경제신탁 과정에서 재벌들의 도산을 처리하는 데 들어간 천문학적인 공적 자금을 생각한다면, 일부 자영업자들의 신용 보증에 따르는 손실은 결코 큰 것이 아니다. 따라서 제2차 비상경제회의에서는 정부의 자영업자 신용 보증 제도를 추진할 것을 결의하기 바란다.

3) 코비드 19로 인해 휴업에 들어간 사업장에서 통상임금의 70% 수준에서 지급하는 휴업수당은 정부가 인수하여 지급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 휴업은 자발적인 휴업이나 경영 악화에 따르는 휴업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의 조사에 따르면, 법정 휴업수당을 제대로 지급하는 사업장은 전체 사업장의 58%에 불과하다고 한다. 심지어 보육원이나 유치원 등에서는 휴업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무급휴가로 내모는 경우까지 있다. 이러한 일은 당연히 불법이지만, 코비드 19로 인한 위기시기에는 그러한 불법을 처벌하기 이전에 불법이 자행될 소지를 남기지 않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4)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코비드 19로 인해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에 휴업 수당의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예를 들면, 정규직 교사들은 학교가 휴업을 하는 동안에도 꼬박꼬박 봉급을 받는데, 같은 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휴업 기간 동안에 휴업 수당을 받지 못한다. 그 휴업이 코비드 19로 인해 강제되고 있는 한, 그 휴업 기간에 발생하는 휴업 수당은 결국 정부가 지급하여야 한다. 식당, 점포, 5인 이하의 영세 사업장 등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휴업 수당을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는 당연히 없어야 한다.

5) 코비드 19 때문에 보육원들과 유치원들과 초중등학교들이 휴업을 하는 동안에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부나 모가 장기간 휴가를 얻어야 할 경우, 그 휴가는 유급 휴가로 처리하고, 정부가 사업자에게 유급 휴가비를 지원하여 이를 해당 노동자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이 경우에는, 임금 조정을 하지 않고 완전한 임금을 유급 휴가비로 지급하는 것까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위에서 말한 여러 항목들에 관련하여 정부 지출을 계산한다면, 그 액수는 매우 많을 것이다. 1차 추경안 11조 7천억 원이나, 제1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마련한 50조 원 이상의 민생·금융 안정 프로그램을 위한 비용은 아마 코비드 19로 인한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하여 앞으로 정부가 지출해야 할 재정의 작은 일부에 그칠는지 모른다.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하고자 하고, 1인당 100만 원의 재난수당을 지급하기로 결정한다면, 그 액수만 해도 50조 원이 넘을 것이다.

우리 국민은 이제껏 정부가 가보지 않은 길을 가도록 격려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그 길은 가난한 사람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우리나라의 구성원들이 서로 연대하고 협력하며 함께 걸어가야 할 길이기 때문이다.

미주

(미주 1) Martin Luther, Der kleine Katechismus(Göttingen:  Vandenhock & Ruprecht, 1947), 43.

강원돈 교수(한신대 신학부/민중신학과 사회윤리) wdkang55@h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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