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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는 학생참여, 한신대 학교본부 속내는 ‘내맘대로’

기사승인 2020.03.22  17:2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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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임용문제로 징계회부된 사복과 학생들을 만나다

지난 2월 한신대학교에서 복수의 과에서 교수 임용 절차가 진행되었다. 하지만 복수의 학과들 중 사회복지학과 교수 임용 과정에서 학교본부는 사회복지학과 구성원 만장일치의 추천을 받은 후보자를 면접 후보자 군에도 넣지 않았다. 이에 사회복지학과 학생들과 총학생회는 문제를 제기하며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 지난 2월 진행된 교수임용절차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한신대 총학생회와 사회복지학과 학생들이 수유동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 중이다. ⓒ이신효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학교본부는 1차 2명, 2차 3명, 총 2차례 학생지도위원회(사실상 징계위원회)를 꾸리고 회부했다. 또한 오는 24일 3차 지도위원회에서는 3명을 추가하여 총 8명의 학생들이 지도위원회에 회부되어 있다. 징계 절차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신대는 살벌한 징계정국 중

이에 한신대학교 총학생회는 지난 20일(금),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진행했다. 작년에 이어 징계정국이 사그러들지 않는 한신대학교.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회견 참석자들과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에서 학생들은 신규 교원임용 시행세칙에 명시되어 있는 “학생들의 의견을 참조한다”는 내용을 적극적으로 적용하라고 주장했다. 해석의 여지가 많은 ‘참조’를 학교가 소극적으로 적용하여 학생들의 평가 참여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학생들은 구체적인 평가기준과 함께 점수 평가서를 학생들에게 배부하는 등의 제안도 언급했다.

이어 학생들은 교원 임용이 학교의 고유한 권한이라고 인정했지만 제도 개선을 위한 문제제기 자체를 막는 학교의 비민주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무분별하게 학생지도위원회 출석을 통보하고, 지도위 면담에서는 마치 취조에 가까웠다고 증언했다. 이러한 비민주적 행동의 책임이 실질적으로 총장에게 있다고 지적하며, 그 책임을 신임평가로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학생들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징계 대한 이야기는 처음 들은 것으로 안다. 심정이 어떤가?

탁영희(사회복지학과 회장, 이하 탁): 징계 받으면 생활기록부에 쓰인다고 하더라. 나중에 취업할 때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걸로 징계하고 사과하고 천막 접으라는 건데, 그렇다고 우리가 농성을 접는 것도 아니다.

▲ 그렇다면 징계가 나와도 계속 문제제기를 하겠다는 뜻인가?

탁: 그렇다. 해결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도개선도 되지 않았고, 점수 공개도 안 되고 있지 않은가?

▲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임용절차의 문제제기를 했다가 징계에 회부당한 탁영희 사복과 회장(사진 오른쪽)과 노유경 총학생회장(왼쪽) ⓒ이신효

▲ 그렇다면 이 농성을 통해서 최종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탁: 점수공개와 제도개선이 목표이다. 거기에 더해서 신임평가도 있다. 이 문제(교수 채용)의 최종 결정권한이 있는 사람은 총장이기 때문에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단순하게 이번 임용과 관련해서, 교무처에서 주관했다고 해도 교무처장만의 책임이 아니다. 이사회의 동의와 총장의 동의가 있었기 때문에 임용도 중단되지 않고 이루어진 것이다. 징계같은 경우에도, 학생처장이 회부하지만, 징계 최종 결정은 총장이 한다. 이것들을 종합했을 때, 신임평가로 총장에게 책임을 묻고자 한다.

▲ 이번 임용 건에 대해 가장 크게 문제 삼는 것은 무엇인가?

탁: 거기(학칙)에 보면 학생의견이 참조된다고 하지만, 참조가 되었는지 안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적성심사에 학생들이 들어가는 것은 겉보기 형식 맞추기 정도이지 의견개진이 아니었다고 본다. 당시 기획처장도 학생들이 들어올 수 있는지 몰라서 “왜 들어오냐? 학칙 가져와봐라” 했는데 막상 학칙을 보이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심사위원도 학생들이 참조할 수 있다는 것을 몰랐던 거다. 말로는 참조라고 적혀있지만 심사위원조차도 모르고 참조되었는지도 모른다.

노유경(총학생회장, 이하 노): 이번 임용 절차에 문제가 있었고 함께 논의하자고 했을 때, 학교가 그 의견을 아예 차단하고 강행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생각한다. 절차 문제는 차차 개선할 수 있다고 해도, 이번 사건은 문제제기를 했는데도 듣지 않고 강행한 것이다. 문제제기를 위해 농성장을 설치하고, 성명서를 내는 등의 의사개진의 행동 자체를 학교는 징계로서 차단한 것이다. 더군다나 징계 대상자가 더 늘어나는 것 또한 문제이다.

▲ 교수 임용 때 공개강연은 했나?

이: 그게 적성심사인데, 그곳에서 강연 시연을 했다. 그때 학생 3명이 들어갔다. 그런데 공식적으로 학생들에게 광고를 한 것이 아니라 학과에서 참석할 수 있는 사람 3명 정도 오는 게 어떻겠냐는 식으로 말했다. 교원임용절차 중의 하나인데 거기에 학생들의 의견을 참조한다고 명시가 되어 있으니까 그렇게 한 것이다. 우리가 상식선에서 이해하는 그런 공개강연은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공개강연을 왜 이렇게밖에 할 수 없었는지에 대해서도 정보를 요구했던 부분이다. 그런데 학생지도위에 회부한 것이다. 이건 오히려 학생을 배제하고 가는 절차이다.

탁: 사회복지학과 학생 전체 대상을 한 것도 아니고, 공개강연을 한 것도 아니고, 일부 몇 명만 오고 학생들은 알아서 해라고 하고, 갔더니 왜 왔냐는 식이다.

유: 2008년 교원 임용 때는 공개 강연을 했었다. 학생들에게 준 점수 평가서도 있었는데, 10년이 지나면서 법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것이다. 학생이 3명인 것도 2018년 교학회의 때 학생들의 참조 사항이 있으니 오라고 해서 그때 3명이 갔던 것이다. 사실 이번도 잘못 했으면 임용결과가 다 끝나고 알게 될 뻔 했다. 사회복지학과가 교수와 학생이 친밀한 편인데 그래서 알게 된 것이다. 그렇게 보면 이번 지도위 문제는 학생과 교수가 친밀해서 생긴 문제도 된다. 학생들에게 참조할 사항을 받으려면 기준과 절차를 명확하게 설명해줘야 하는데, 10분 강연 듣고 5분 토의하고 교수를 선택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상 이런 것들을 묻고 추천한 게 지도위 회부 사안이라는 것이다. 이건 지도위에서 사법처리 각오되어 있냐고 물을 게 전혀 아니다.

▲ 다른 대학의 사정은 어떠한가?

노: 공개 강의를 한다던가, 실제로 학생들의 평가점수가 반영이 된다든가 하는 학교는 있다. 비율은 정확하지 않다. 그런데 그걸 떠나서, 타 대학에서 그렇게 반영이 된다고 하지 않더라도 한신대 내에서 문제가 있고 학생들의 의사를 표명하는 데 있어서 그러니까 교수임용과 관련해서 교육을 듣는 당사자로서 학생들이 평가에 참가를 하겠다는 문제제기를 했을 때, 소통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학교본부가 태도를 취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 학교의 고유한 일이라고 학교 측에서 반박할 수가 있다. 법적 절차는 정당하다는 학교 측에 주장에 대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교수임용에 대해서 참여해야 한다는 정당성은 어떻게 이야기 할 수 있겠는가?

학생 A: 결국은 학교 본부의 말을 잘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을 임용해서 학교 행정을 유리하게 하겠다는 판단 이상은 없는 것이다.

탁: 학생들의 평가가 들어가면 원래 심사위원들의 점수를 나눠서 주는 것이지 않는가. 그러니까 우리(학교)의 권한이 빼앗겼다고 말할 수도 있는데, 사실 좋은 교수를 뽑는데는 권한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좋은 교수를 잘 뽑을 수 있느냐를 따지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다. 몇몇 교수와 처장들도 학생들이 강의평가를 잘할 수 있는 것을 인정하더라. 이 자체가 학생들의 평가를 반영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말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수들의 권한을 학생들에게 나눠주기 때문에 힘들다고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좋은 교수를 뽑는 것이 초점이 되어야 당연하다.

▲ 실질적으로 학생들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이 되었나? 되었다면 어느 정도?

탁: 학생의 의견은 그저 참조할 뿐이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강의 실연을 듣고 아무개 교수 후보의 강의를 추천하면, 그걸 들으시고 평가위원이 알아서 점수를 주는 것이다. 우리(평가위원)들이 학생들의 의견을 참조하지 않았다고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을 하더라.

▲ 실제적으로 학생들의 의견이 점수로 반영되는 것은 아닌데, 그래도 반영하는 형식은 취하겠다는 것인가?

탁: 그렇다.

유금문(대학원생, 지도위대상자, 이하 유): 2004년 즈음에 어떤 교육신문에서 “교수임용과정에서 학생들의 참여가 불가능한가?”라는 글이 있었다. ‘학생들의 참조’의 학칙이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는 글이 있었고, 그 학칙이 있는 것 자체가 학생들의 임용평가 참여의 가능성을 염두에두고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외국의 경우에는, 후보자가 인터뷰도 하는 경우도 있다. 한신대 학칙에 학생들의 참조가 있다는 것은 이러한 고민들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학과 측 의견과 대학 측 의견이 갈려 있을 때, 학생들이 참여함으로서 해결할 수 도 있는 것이다.

▲ 그렇다면 학생들이 생각하는 학교와의 타협의 수준은 어떻게 되는가?

탁: 학생들이 문제가 있다고 말했을 때, “감사 중”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감사’를 들여다 보면 사실은 내부 감사이다. 감사과정에서 신뢰할 수 있는 감사위원이 참여해야 감사 결과에 우리도 납득을 할 수 있는 것인데, 내부 감사이기 때문에 그것이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무리 감사를 진행한다고 해도 내부적으로 어떤 감사위원을 쓰는지에 대한 학교와의 신뢰가 적다. 감사한다고 하는데, 내부 감사이고, 감사위원이 누구냐고 물으면 “말해줄 수 없다”고 한다. 감사를 진행할거면, 외부감사를 진행해야 하고 그 외부 감사 또한 신뢰가 가는 위원이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점수공개가 안 된다고 하면, 가장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에게 만이라도 공개하는 것이 아닌가?

▲ 감사에 있어서 신뢰할 수 있는 외부감사가 참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용결과를 뒤집을 수 없다면, 그때는 수긍한다는 것인가?

탁: 그렇다. 그렇지만 하나는 명확해졌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의견이 교수임용에 적용이 안 되고 있다는 사실과 반발하면 해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를 훈계하는 것, 그러니까 학생들이 알 사항이 아니라고 말하는 학교의 행태가 이번 문제를 통해 명확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이런 것들을 학교와 이야기 한 적이 있는가?

탁: 그렇지는 않고, 어제 지도위 대상 학생들 학부모와 총장과의 면담에서 총장이 ‘대화의 자리’를 만드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만약 그랬을 때는 방금 말한 입장을 가지고 갈까 고민 중이다.

이지민(사회복지학과 학생, 이하 이): 학부모 면담이 있기 전에 기획처장과 학생처장과 면담할 때도, 우리가 납득할만한 설명이나 공개할 수 있는 정도의 정보는 공개해 주길 바란다고 한 적이 있다. 그런데 학교는 늘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을 허위사실이라고 말했을 뿐이다. 그래서 그조차도 확인할 수 있도록 설명과 정보는 제공하라고 했는데도 아무것도 공개할 수 없다고만 말했다. 그런데 학교 측 한 관계자와의 논의 중에 공개가 가능한 정보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학생들이 사용한 문구 중에서 오해가 있을만한 문구에 대해서도 대화가 더 있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관계자가 사과하기도 했다. 정보를 공개하라고 말하면 허위사실,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더니, 정작 면담자리에서는 대화를 통해서 오해가 풀리는 것을 본다.

▲  마지막으로 교수임용에 대해서 반드시 바뀌어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노: 참조라는 애매한 단어가 아니라 학생들이 임용절차에 있어서 함께 할 수 있게 바뀌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징계로 학생들의 의견을 묵살하는 것이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사회복지학과 유금문 학생(사진 왼쪽)과 이지민 학생(오른쪽) 등은 학교의 불투명한 행정을 문제삼았다. ⓒ이신효

연 총장과 학교본부 무엇을 위해 동분서주 하는가

연규홍 총장의 현 학교 본부는 지난 몇 년간 연 총장의 잦은 인사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루어진 인사행정이라고 회자된다. 즉, 연규홍 총장이 한신대학교 교수사회에 대해 확고한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또한 학생사회에 대해서도 학교본부는 학생징계를 통해 학생들의 목소리를 잠재우려고 했다.

물론 작년 말 학생 10인의 단식으로 일정 부분의 합의를 이끌어 냈지만, 교수협의회 대표단을 명분으로 4자협의회 개최와 신임평가 논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이번 교수 임용 사태를 놓고도 학교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기라고 느끼는 여론이 적지 않다. 교수 임용이 학칙상 이사회와 학교당국의 고유 권한임을 인정하더라도, 그 자체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학생들을 징계의 방법으로 정리하려는 것은 결코 민주적이지는 않다는 것이다.

‘모두 공개할 수 없다면 가능한 범위 내에서라도 공개하라’는 학생들의 의견에 대화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처사는 지나치게 “정치공학적”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사소한 문제를 놓고 학생들에게 이해를 요구하며, 어떠한 방식으로든지 학생의 사과를 받아내려는 모습 또한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수년 동안 이어오고 있는 한신대학교 사태. 그동안 수많은 학생들의 노력과 학내 구성원들의 노력 덕분에 한신대학교는 학교 민주주의 담론을 조금씩 성장시켜 왔다고 학생들은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당국은 학생들의 끊임없는 문제 제기를 외면으로 일관하고 이를 보도하는 언론까지 허위사실을 유포한다고 몰아세우고 있다. 학생 징계라는 무리수를 던지면서까지 당국이 지키려는 학교의 명예가 무엇인지 많은 구성원이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이신효 shinhyo100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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