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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이후 세계, 그리고 교회는?

기사승인 2020.03.17  18:2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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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당을 허물었던 예수의 심정으로

주일 아침에 눈떠 『愼獨』에 관한 책을 읽으며 하늘(하느님)이 나와 함께 있음을 깨닫고 조용히 묵상하며 오늘의 사태를 생각해 봅니다. 이 글을 온 마음을 다해 쓰는 것으로 하늘과 세상에 바치는 저의 예배로 삼고자 합니다. 3월 15일 주일 저의 설교로 생각해 주셔도 좋겠습니다. 많이 부족할 것이나 신학자로서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 시대에 대한 염려라 여겨 주셨으면 합니다.

< 1 >

우주를 정복할 만큼 과학기술이 발전한 시대지만 박쥐로부터 전파된 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인이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독일 총리에 이어 프랑스 대통령의 대국민 호소문이 발표되었습니다. 이보다 앞서 G7 국가들의 수장인 미 대통령 트럼프 역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자국을 위해 60조원의 돈을 풀기로 했다는 소식도 접했습니다.

다소 진정세에 접어든 중국,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진원지란 오명을 벗기 위한 허세 탓에 대국의 이미지를 잃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접하며 중국이나 미국보다는 독일, 프랑스가 그래도 좋은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영웅 이미지 손상을 걱정했던 시진핑, 차기 대선 셈법에 익숙한 트럼프 모두 친민(親民), 애민(愛民)의 지도자가 아니란 생각 때문입니다.

집단적 공산주의 나라는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기독교 국가도 혼란과 공포를 극복하는 방식에 있어 신뢰를 주지 못했습니다. 이들에게서 인류 미래를 기대할 수 없을 듯합니다. 봉쇄와 폐쇄를 능사로 아는 이들 두 국가들의 오만이 너무도 닮았습니다.

반면 영국의 경우는 많이 실망스러웠습니다. 실기한 탓도 있겠으나 추적조사대신 확진을 늦추는 정책을 폈고 회복 가능한 사람부터 치료하는 길을 택했던 탓입니다. 실용주의적이긴 했으나 인도주의적 태도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독일과 프랑스는 달랐습니다. 지정학적 탓도 있었겠지만 이들은 하나의 유럽을 염려했고 공동체를 우선했습니다. 기독교 세계였으나 이성적 판단에 호소했고 민(民)의 공감력에 호소했습니다. 사람을 우선하는 가치, 무엇보다 약자를 우선하는 국가적 태도가 앞선 두 대국과 달랐고 영국과도 변별되었습니다. 사회주의의 긍정적 요소가 자유민주주의 체제 속에 녹아들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어떤 정치 행위도 국가의 이런 정책을 발목 잡지 않았습니다. 여야, 좌우가 함께 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심지어 견원지간인 독일을 본받자고 했고 한국의 지혜와 경험도 적극 요청했습니다. 본 사태의 위중함을 알기에 일체 권위를 내려놓고 호소했던 것입니다 유럽의 민주 체제, 사회주의적 연대, 과학적 이성주의, 궁극적 신앙 그리고 민(民)을 우선하는 솔직담백한 가치관이 최후 승리할 것을 저도 믿고 싶습니다.

< 2 >

지금 세계는 대한민국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인접한 관계로 피할 수 없는 고통을 당했으나 특유의 성실함과 빠른 대처로 세계의 희망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가 속한 G20 국가 정상들에게 코로나 바이러스 퇴치를 위한 화상회의를 제안했다는 소식도 전해집니다. 난세일수록 지도자가 중요한 법,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아가는 한국경험이 공유될 때 세계는 희망을 품을 수 있습니다. 자가 격리된 집에서 창문을 통해 함께 노래하며 절박한 상황을 이겨내려 애쓰는 이태리 사람들에게도 큰 힘이 될 것입니다.

▲ 지난 15일 경기 성남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추가 확진자가 나온 수정구 양지동 은혜의 강 교회 주변을 소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가 놀란 것 중 첫 번째는 아마도 그 투명성 때문일 것입니다. 중국은 체제를 위해 감췄고 일본은 올림픽 때문에 축소했으나 우리는 선거철이 코앞임에도 수많은 확진 자를 찾고자 동분서주했습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고려하지 않은 결과였습니다. 적폐 없는 나라, 공평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의지의 표현이라 봐도 좋겠습니다.

다음으로 우리들의 의료체계에 대해 세상이 놀랐습니다. 이번 사태가 없었다면 우리 스스로도 몰랐을 우리의 저력이었지요. 의료 민영화가 도입되었더라면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건강을 지키는 일에 예외가 없다는 사실을 우리 정부가 확실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미국정부가 거액의 돈을 푼 것도 이런 영향 탓이라 생각합니다.

셋째로 세계는 우리의 민주적 역량에 놀랐습니다. 자국이기주의에 빠진 정치 세력들이 중국봉쇄를 외쳤으나 그리 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130여 개국이 한국인 입국을 금지했으나 우리는 달랐습니다. 특별한 방식으로 입국자를 검진했을 뿐 빗장을 걸어 잠그지 않았던 것이지요. 앞으로도 그런 정책을 펼치겠다하니 사실 염려도 됩니다. 우리들 의료체제에 대한 확신 탓도 있겠으나 “덕(德)은 결코 외롭지 않다(德不孤)”는 말을 믿으며 우리들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 같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조선반도가 이제 세계의 대국이 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다음으로 한국인들의 근면, 성실함, 때론 조금증(?)이 세계를 감동시켰습니다. 우리 역사 속에서 한국인의 진가는 위기에서 빛났습니다. 평소 감춰진 듯싶다가도 모두가 고통당할 때 ‘우리’의 정신이 소생한 것이지요. 갓 임관한 여성 의료진이 대구로 달려갔고 가난한 이들의 쌈짓돈이 모여 희망을 만들고 있으니 말입니다.

평소 ‘빨리빨리’의 정신이 이번에도 큰 성과를 냈다고 서구 언론들이 칭송합니다. 한 사람이라도 확진 자를 찾아 치유하겠다는 의지가 큰 힘을 발휘한 것입니다. 대구와 광주간 평소 지역갈등 조차 장애가 되지 않았으나 기쁘고 감사한 일입니다. 난세에 처해 연대와 공감의 힘이 증오와 혐오를 이겨낸 것이다.

< 3 >

여하튼 한국의 경우를 세계가 주목하고 도움을 받고자 하니 불행 중 다행이라 생각하며 앞으로 남은 과제를 더 잘 감당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고 화나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우리만 느끼지 않고 외신들도 그리 전하니 틀린 말은 아닌 듯합니다. 이 땅의 언론, 검찰과 연합된 야당 정치세력 그리고 종교들의 어깃장이 우리들 미래에 아픈 가시가 되고 있습니다. 언론 속성상 비판이 먼저이기에 과정, 절차에 있어 미흡한 점이 보일 것인 바, 정부를 비판의 대상 삼는 것은 나무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외신보도를 의도적으로 잘못 해석, 전달하거나 거짓 뉴스를 만들어 확대 재생산하고 의료진을 편 갈라 정치적 선동을 일삼는 신문들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창간 100주년을 자랑한 조선, 동아는 물론 중앙, 때론 한국일보에 이르기까지 사실보도를 실종시키고 있으니 우리 미래에 있어 이들은 여전히 독(毒)이자 화(禍)가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 정치를 민(民)이 아니라 자신들임을 과시하고자, 권력을 자기 손바닥 안에서 쥐락펴락하기 위한 술수란 것을 ‘깨시민’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 국민은 민(民)의 생명조차 정치 볼모 삼은 언론과 검찰에게 명합니다. 금번 코로나 사태가 다른 길로 나설 수 있는 마지막 시간(점)인 것을 명심하고 다른 백년을 시작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큰 기대하지 않겠습니다. 그럴수록 분명한 것은 성서의 말대로 ‘돌들이 소리 칠 것’이기에 승산은 여전히 우리들의 몫이 될 것입니다. 진리가 우리의 것인 까닭입니다.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에 관한 실망도 작지 않습니다. 코로나 사태와 사투하고 있는 정부와 방역당국(질본) 그리고 헌신적 의료인들을 정치적으로 매도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온갖 책임 전가하며 선거 전략 차원에서 비난을 일심는 야당에 대한 분노가 임계점에 이렀습니다. 잘잘못을 가리되 응원과 협치도 함께 있어야 하는 것인데 문재인을 ‘문재앙’이라 부르며 코로나 사태를 대통령의 방역실패로 귀결시키려는 야당, 이들 인간성이 의심스럽습니다. 서구 언론들이 코로나 사태의 책임이 발목 잡는 야당에게 있다며 야당 정치인을 맘껏 조롱해도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유럽이 존중하는 이 땅의 대처(방역)능력을 여전히 부정만 하는 이들 정치인들 말입니다. 오로지 정쟁 화시켜 정권만을 탐하는 야당을 건전한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후로도 그 지지도는 하락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것은 정치의 정도(正道), 더구나 개인의 생명을 으뜸가치로 삼는 보수적 정치행보가 아닌 까닭입니다. 맘껏 ‘협력’하는 과정에서 ‘다름’(和而不同)을 이야기해야 여야가 함께 살고 국민들이 행복해 지는 법입니다.

금번 추경 안을 처리할 때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생계를 비롯한 온갖 민생 문제를 더욱 적극적으로 염려해 주길 바랍니다. 대구, 경북 지역 일부가 특별재난 지역으로 선포된 것은 기쁜 일입니다. 이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고통중인 이들에게 속한 시간 내에 재난기금이 주어져야 할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신천지’ 집단이 폭로된 것이 그나마 다행스럽습니다. 신천지, 참으로 무섭고 독버섯 같은 종교집단입니다. 가정을 파괴하고 젊은이들 인생을 망치는 거짓된 집단, 그 교리 탓에 ‘대구·경북’ 지역이 큰 고통을 당했습니다. 정신질환으로 입원 중이던 그곳 노인 분들의 희생이 안타깝습니다. 아직까지도 거짓을 숨기고 자신들 살 길을 모색하는 이만희를 비롯한 지도급들에게 공권력의 무서움을 보여 주어야겠습니다.

누군가 이단을 이렇게 정리했더군요. “신(神)이 없음을 확실히 아는 자가 신(神)이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다수 사람들을 상대로 벌인 사기극”이러고 말입니다. 이렇듯 사기 치는 이단세력에게 종교자유란 말은 가당치 않을 것입니다. 선의의 피해자들에게 퇴로의 기회를 마련해 줘야 할 것입니다. 국가와 이 땅의 교회들이 함께 노력 할 일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속한 기성교단 역시 문제가 많습니다. 밖에서 보기에는 교회와 신천지가 그렇게 달리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독교인 치고 예배의 존엄성을 부정하는 이가 없습니다. 사람들에게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시공간을 마련하는 일은 참으로 귀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 시간과 장소만을 성역이라 여겨 세상과의 변별력만 강조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하느님은 교회를 통해 세상에 말씀하지만 세상을 통해서 교회에게 당신의 뜻을 전하기도 하셨지요. 그래서 옛 부터 신학자들은 ‘하느님의 선교’(Missio Dei)란 말을 즐겨 사용해 왔습니다. 계몽주의를 경험한 이래로 종교는 사회통합기능을 으뜸 과제라 생각해 왔습니다. 자신만 옳다고 주장하는 배타성은 사회를 해체시키는 일인 바, 이런 부류를 일컬어 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단, 섹트(Sect)라 일컫습니다. 따라서 교회를 통한 코로나 집단 감염자들이 양산되는 상황에서 예배 역시 달리 생각될 여지가 많습니다. 하느님을 위하는 예배란 실제로 사람을 살리고 세상을 구하는 일이 되어야 하겠기 때문입니다.

교회가 지혜롭게 이 시기를 넘기지 못하면 코로나 사태 종료이후 교회를 보는 세상의 차디찬 시각과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럴수록 교회의 사회(공동체)적 책임이 중요해 질 수밖에 없습니다. 진정 우리들 앞날을 염려한다면 교회안의 사람들뿐 아니라 교회를 바라보는 밖의 사람들도 함께 생각해야 마땅합니다. 차제에 “경건의 모양만 있고 경건의 능력 없음을 한탄”한 성서 말씀도 귀담아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 4 >

여하튼 전 세계가 지혜와 경험을 공유하고 연대한다면 조만간 코로나 19바이러스는 퇴치될 것입니다. 아직도 진행 중에 있기에 지금보다 더 큰 비극이 탄생할 수도 있는 바, 끝까지 마음 놓을 수는 없겠습니다. 향후 해마다 이 바이러스가 유행병처럼 인류를 어렵게 할 수 있다고 하니 걱정이 큽니다.

하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값비싼 대가를 치룬 만큼 큰 배움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번 사태가 의학 전문가들에 의해 어찌 정리, 평가될지 모르겠으나 생명신학자로서 제 나름대로 세상과 교회의 향방을 가늠해 보겠습니다. 우선적으로 세계는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기후붕괴라는 생태 환경적 차원에서 심각하게 살펴야 합니다.

올해는 국내적으로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기념할 역사적 사건이 많은 해입니다. 국제적 차원에서 볼 때 JPIC 서울 대회(1990년)가 열린지 30년이 되는 시점입니다. 세계기후환경회의의 모체가 공의회 성격의 본 모임은 기후붕괴가 가져올 폐해를 적시했습니다.

기후 붕괴로 미세한 영역에서 온갖 변종 생물체들이 창궐할 여지가 충분히 많습니다. 그간 신자유주의 체제하의 공장 식 축산업이 생태계 파괴의 큰 원인 되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밀폐된 공간에서 오직 ‘고기’를 위해 사육되던 수많은 가축들, 구제역이라도 발생되면 산 채로 묻혀야 했던 뭇 생명의 반항이자 저항이 이번 사태의 이면(裏面)이라 생각해도 좋겠습니다. 개발로 서식지를 잃어버린 자연 생명체의 보복은 앞으로도 강도를 높여만 갈 것입니다. 이런 연유로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만드는 것으로 만족치 말고 세계의 말썽꾼 미국을 설득시켜 기후붕괴 현실을 막아내는 계기가 만들어지길 희망합니다.

주지하듯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초(超)연결사회’가 ‘장벽 사회’로 퇴행되는 세계사적 누(累)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위험사회에 직면하니 저마다 자국 중심, 자기(민족) 지키기에 앞장서는 형세가 된 것입니다. 아메리칸 드림을 대신해 생겨난 ‘유러피안’ 드림이 이번 사태로 거품이 될까 걱정하는 지경에 이른 것입니다.

정치권이 민족을 넘어 생명권으로 지평을 넓혀야 할 시점에서 다시 민족, 가진 자들로 지경이 좁혀지는 것은 인류 미래에 있어 비극입니다. 약자들, 자연 생명체들의 임지를 그만큼 좁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지요. 바이러스 사태가 아프리카에로까지 번졌다는 소식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그럴수록 세계는 이성에 호소하고 있습니다. ‘장벽사회’로의 퇴행이 아니라 평화를 위한 ‘초(超)연결 사회’를 지속적으로 꿈꾸며 살기를 말입니다.

사실 올해는 대한민국이 3.1 백주년을 보낸 첫 해를 시작하는 시점이었습니다. 코로나 사태만 아니었더라면 긍정적으로 미래를 논의할 여지가 많았을 것이지요. 3.1 선언의 누적적 전통이 촛불혁명의 바탕이 되었다는 역사적 평가가 있었기에 2020년은 남남갈등을 넘어 남북 평화 체제를 이루고 세계를 위해 기여할 큰 꿈을 펼치는 원년이 되었어야만 했습니다. 새로운 백년을 향한 우리들 꿈이 다소 움츠려지긴 했으나 다시 펼쳐내야 할 소망이자 꿈입니다.

한국 전쟁 70주년, 4.19 혁명 60주년, 광주혁명 40주년 그리고 앞서 말한 JPIC 30주년의 그 정신을 기억하며 다시 기지개를 펼 수 있기를 앙망합니다. 하늘이 우리에게 뜻을 주었기에 아니 인류 미래를 위해 우리를 세계사 속으로 등 떠밀었기에 감당할 과제가 되었습니다. 그럴수록 우리 교회가 이런 희망을 전파하는 매개물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 5 >

마지막으로 한국교회에게 하고픈 말이 남았습니다. 코로나 사태는 한국 교회를 향후 크게 변화시킬 것입니다. 원(願)의 여부에 관계없이, 교회 안팎 어느 곳에 있는 사람이든지 간에 교회를 달리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더구나 신천지가 세상에 폭로된 시점에서 교회는 그와 다른 새 모습으로 세상에 드러나야 마땅합니다. 비록 모든 가톨릭교회가 따르고 있지는 않으나 프란치스칸 교종이 외치는 파격적 소리들에 세상이 귀 기울이고 있습니다.

종교개혁 500년을 지난 시점에서 우리도 종교개혁의 심정으로 교회를 달리 구성해 보십시다. 자신을 변호, 변증하는 일은 지금껏 충분히 해왔습니다. 이제는 회당을 허물었던 예수의 심정으로 우리들 교회도 허물고 다시 세워 보십시다. 그러려면 신앙(信)이 무엇인지도 근본에서 되물을 일입니다. 중세는 신앙을 갖고서 천국을 바라보는 삶을 구원이라 했습니다. 근대는 이성을 갖고서 진보의 이상을 종교화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중세의 신앙관, 근대의 이성관 모두가 허물어진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천국도 우리에게 낯설며 진보신앙도 좌초되어버린 것이지요. 해서 혹자는 이 시대를 ‘공감의 시대’라 했습니다.

코로나 사태에서 드러났듯 우리는 예외 없이 연약한 존재들입니다. 쉽게 상처받고 두려움을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이런 나의 연약함을 미루어 타인의 상처에 공감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이 시대의 적실한 종교인, 신앙인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런 삶을 살아 내라고 힘을 주시는 이가 하느님이고 예수인 것을 고백할 때 우리는 ‘장벽’을 부수고 ‘초(超)연결 사회’를 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교회가 바로 그 역할의 선봉에 서주길 바라고 싶습니다. 한국 교회는 이 점을 금 번 코로나 사태가 주는 교훈으로 받아야 할 것입니다.

이정배(顯藏 아카데미) ljbae@mt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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