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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사상, 맑스주의를 딛고 일어서다

기사승인 2020.02.20  16:5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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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선교를 위해 꼭 알아야 할 주체사상 100문 100답(73)

Q: 주체사상이 밝힌 ‘철학의 근본문제’는 무엇인가요?_세계에서의 사람의 지위와 역할 문제(1)

A: 주체사상은 세계관을 제시하는 철학에는 ‘근본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주체사상 이전의 철학들도 모두 다 근본문제를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 근본문제가 무엇인지 밝히지 않은 철학들도 있었지만, 그러한 경우에도 철학의 근본문제는 있었으며, 그 철학의 모든 내용은 그 나름의 근본문제에 대한 이러저러한 해명을 전제로 하여 전개되었다는 것입니다.

맑스주의, 철학의 근본문제를 질문한 철학

주체사상은 ‘철학의 근본문제’라는 개념을 고유한 의미를 가진 철학적 개념으로 처음 내놓은 것은 맑스주의 철학이라고 합니다. 엥겔스는 『루드비히 포이에르바하와 독일 고전철학의 종말』에서 ‘철학 전체, 특히 근대철학에서 중대한 기본문제’, ‘철학 전체의 최고문제’라는 개념을 내놓았습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철학의 기본문제’는 ‘철학의 근본문제’와 같은 개념이라고 합니다.

그 근거는 레닌이 『유물론과 경험비판론』에서 철학의 기본문제라는 개념과 근본문제라는 개념을 동의어로 섞어 사용한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엥겔스가 말한 ‘철학 전체의 최고문제’라는 개념은, 모든 철학에서 공통적으로 취급하는 중대한 문제입니다. 그 해결이 철학의 이론적 출발점으로 되는 문제를 말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주체사상은 엥겔스가 철학 전체의 최고문제로서의 ‘기본문제’라는 개념을 내놓았을 뿐 아니라, 그것이 존재와 사유, 즉 ‘물질과 의식의 관계문제’라는 것을 처음으로 밝혔다고 합니다. 존재와 사유, 물질과 의식의 관계에 대한 문제는 존재, 물질이 1차적이냐, 사유, 의식이 1차적이냐 하는 문제를 한 측면으로 합니다. 또한 의식, 사유가 존재를 인식할 수 있는가 없는가 하는 문제를 다른 측면으로 하고 있습니다.

맑스주의 철학은 물질과 의식의 관계문제가 철학의 기본문제가 되는 근거를 물질과 의식이라는 범주가 세계에서 가장 일반적인 범주를 이루며 물질과 의식의 관계가 가장 일반적인 관계를 이룬다는 데 두고 있습니다. 세계가 물질로 이루어져 있는가, 의식의 산물인가 하는 ‘세계의 시원’에 대한 문제는 철학에서 관념론과 유물론의 분기점이 됩니다. 또한 사유가 존재를 반영할 수 있는가 하는 ‘세계의 인식가능성’의 문제는 인식론의 이론적 출발점이 됩니다.

맑스주의 철학은 ‘물질과 의식의 관계문제’라는 ‘철학의 근본문제’를 제기하였고, 이 문제에 대한 대답으로, ‘세계의 물질적 통일성’과 ‘세계의 인식가능성’이라는 대답을 내놓았습니다. 그래서 맑스주의 철학은 과학적 유물론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전체 철학사를 ‘유물론과 관념론의 투쟁의 역사’로 체계화하게 되었습니다.

▲ 주체사상은 철학의 근본문제를 제기한 맑스주의 철학을 폐기한 것이 아니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Getty Image

주체사상은 철학의 근본문제에 대한 이러한 맑스주의적 이해의 확립에 대하여 ‘철학 발전에서 커다란 의의를 가진다’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주체사상은 ‘철학의 근본문제’ 해결에 있어서 맑스주의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맑스주의 철학이 내놓은 ‘물질과 의식의 관계문제’라는 ‘철학의 근본문제’가 매우 시의적절하면서도 철학 발전에 있어 필연적인 문제제기였다는 인정입니다.

이러한 인정의 바탕 위에서, 주체사상은 ‘세계에서 사람의 지위와 역할 문제’라는 새로운 ‘철학의 근본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주체사상이 해명한 철학의 근본문제

주체사상은 맑스주의 철학이 제기한 철학의 근본문제도 결국 ‘사람의 운명문제’를 해명하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합니다. 사람의 운명문제를 해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람의 의식의 본질과 세계의 시원에 관한 문제를 해명하여야 하였다는 것입니다. 맑스주의 철학이 제기한 철학의 근본문제는 철학적 사유발전의 요구 상, 주체사상이 제기한 철학의 근본문제 해명 이전에 반드시 해명되어야 할 문제였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목적의식적으로 세계를 개조하고 자기 운명을 개척하는 만큼, 사람의 운명개척의 방도를 밝히기 위해서는 사람의 의식의 본질과 기원, 세계의 본질과 시원부터 해명해야 하는데, 그 사명을 감당한 것이 바로 맑스주의 철학이라는 것입니다.

주체사상은 또한, 맑스주의 철학이 표명한 철학의 근본문제 제기의 필연성에 대해, ‘종교’를 거론하고 있습니다. 맑스주의 철학이 태동할 당시에는, ‘반동적 통치계급이 계급적 지배를 종교와 그 변종인 관념론으로 신성화하고 합리화’ 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맑스주의 철학은 ‘반동적 통치계급’의 ‘사상적 무기’인 ‘종교’를 반대하기 위하여 ‘유물론’을 들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요컨대, 맑스주의 철학이 대두될 당시, ‘사람의 운명개척’에 있어 가장 걸림돌이 된 것이 ‘종교’였습니다. 그 종교가 ‘관념론’에 기초하여 있었기 때문에 맑스주의 철학은 ‘유물론’을 무기로 삼아 ‘물질과 의식의 관계문제’를 ‘철학의 근본문제’로 제기하였다는 것입니다.

주체사상은 맑스주의 철학이 ‘물질과 의식의 관계문제’를 철학의 근본문제로 제기하게 된 역사적 의의와 철학적 정당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한계’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물질과 의식의 관계문제’는 ‘철학의 근본문제’로 되기에는 일련의 ‘제한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질과 의식의 관계문제’를 해명한 것은, 세계의 시원과 인식의 원천을 밝히기는 하였으나, ‘사람’이 ‘세계’를 어떻게 지배하고 개조하는지, ‘사람’이 ‘세계’에서 어떤 지위와 역할을 가지고 있는지를 밝혀주지는 못한다는 것입니다.

즉, 맑스주의 철학의 근본문제는 ‘사람 운명의 개척방도를 해명’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입니다.

주체사상은 맑스주의 철학이 제기한 철학의 근본문제가 지닌 일련의 제한성을 넘어서기 위하여, ‘철학의 근본문제에 대한 이해를 혁신하고 철학의 근본문제를 새롭게 설정’하게 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사람의 운명 문제’에 ‘해답’을 주어야 하는 ‘철학의 사명’에 부응하기 위하여 주체사상이 새롭게 설정한 ‘철학의 근본문제’는 바로 ‘세계에서의 사람의 지위와 역할 문제’입니다. 이 문제를 달리 표현하면, ‘세계에서 사람이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 문제’라고도 합니다.

주체사상은 맑스주의 철학에 의해 ‘세계의 시원’과 ‘세계의 인식가능성’의 문제가 해명된 조건에서, ‘사람의 운명개척’을 위해 풀어야 할 ‘철학의 근본문제’로 ‘사람이 세계의 주인인가 아닌가?’, ‘사람이 세계를 개조하고 변혁하는 데서 어떤 작용을 하는가?’라는 물음을 제기한 것입니다. 전자는 ‘세계에서 사람의 지위 문제’, 후자는 ‘세계에서 사람의 역할 문제’에 대한 물음입니다.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이 바로 ‘주체사상의 철학적 원리’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주체사상의 철학적 원리는 ‘주체사상의 모든 체계를 전일적으로 관통’하고 있는 것입니다. 주체사상이 제기한 ‘철학의 근본문제’에 대한 해답, 즉, 주체사상 전반을 관통하고 있는 ‘주체사상의 철학적 원리’는 ‘사람이 모든 것의 주인이며 모든 것을 결정한다’ 입니다. ‘사람’이 ‘모든 것의 주인’이라는 ‘지위’를 가지고, ‘모든 것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기독교, 맑스주의와 주체사상의 비판에 응답해야 한다

이상에서 우리는 ‘주체사상의 철학적 원리’가 주체사상이 제기한 ‘철학의 근본문제’에 대해 대답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주체사상이 제기한 ‘철학의 근본문제’는 ‘사람의 운명문제’에 해답을 주는 것을 ‘철학의 사명’이라고 규정한 것으로부터 논리적으로 도출된 것이라는 점도 살펴보았습니다. 만약, 주체사상이 ‘철학의 사명’을 ‘세계의 시원에 대한 탐구’나 ‘인간의 세계인식 가능성에 대한 탐구’ 등에 ‘해답’을 주는 것이라고 규정하였다면 구태여 맑스주의 철학이 제시한 것과 다른 ‘철학의 근본문제’를 제시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주체사상이 ‘사람의 운명 문제 해명’을 ‘철학의 사명’이라고 규정하였기에, 주체사상은 맑스주의 철학과는 다른 ‘철학의 근본문제’를 ‘사람을 중심’으로 제시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문제에 대한 대답으로 ‘사람 중심의 철학적 원리’를 내놓은 것입니다. 그 원리에 기초하여 ‘사람의 운명개척’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들을 풀기 위해 ‘전일적으로 체계화’ 된 ‘주체사상’을 구성하게 된 것입니다.

이 모든 과정의 출발점에는 사람의 ‘운명’문제가 놓여있습니다. 이는 다른 말로 사람의 ‘생명’문제가 놓여있다는 것입니다. 주체사상은 한 마디로 말하여,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구성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주체사상이 구성되게 된 ‘출발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출발점은 ‘사람’의 ‘생명’에 대한 관심과 ‘사랑’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를 고백할 때에, 우리를 ‘사랑’하시며, 우리의 ‘생명’을 구원하시는 분으로 고백합니다.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우리 그리스도교는 예수 그리스도의 뒤를 따라 누구보다 ‘사람’의 ‘생명’을 ‘구원’하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생명 사랑’과 주체사상 신봉자들의 ‘생명 사랑’은 구체적인 ‘사상’과 ‘이론’과 ‘방법’에서 커다란 차이를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초의 출발점과 관심사가 같다는 점에서 ‘대화’의 지점을 모색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주체사상이 제기한 ‘철학의 근본문제’가 이미 해명된 것으로 전제하고 있는 ‘맑스주의 철학’의 문제제기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주체사상은 맑스주의 철학을 반대하여 나온 사상이 아니라, 맑스주의 철학을 인정한 조건에서 구성된 사상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맑스주의 철학’이라는 산을 넘지 못한다면 ‘주체사상과의 대화’라는 들판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맑스주의 철학은 19세기 유럽에서 바로 우리 그리스도교를 비판하며 형성된 철학입니다. 그리고 19세기에 맑스주의 철학이 우리 그리스도교를 비판하였던 그 비판의 지점과 논거들을 주체사상은 고스란히 계승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19세기 맑스주의 철학의 종교 비판에 답하는 것은, 지금 여기에서 주체사상과 대화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입니다.

맑스주의 철학과 주체사상은 우리 그리스도교의 삶의 자리가 ‘반동적 지배계급’을 ‘옹호’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반동’이라는 것은 역사의 흐름에 거스른다는 뜻으로, ‘반동적 지배계급’을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적폐 세력’으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맑스주의 철학과 주체사상은 우리 그리스도교가 ‘적폐 세력’을 ‘옹호’하며 야합하였다고 고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적폐 세력’을 ‘옹호’하며 그와 야합한 그리스도교를 단호히 단죄하며, 파산을 선고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지금 여기에 있는 남측의 그리스도교가 과연 맑스주의 철학과 주체사상의 그리스도교 비판에서 자유로운지 자문하고 성찰하여야 합니다. 적폐세력과 야합한 역사를 과거지사로 훌훌 털어버리고, 중세와 근대 초기 그러한 경향이 있었으나, 21세기 우리 그리스도교는 적폐세력과의 인연을 청산했고, 결코 ‘옹호’하지 않으며, 역사의 선두에 서서 적폐세력 청산에 앞장서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계급성’의 입장에서 ‘민중’의 편에 서는 ‘당파성’을 견지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지배계급’이 허구적으로 창안한 ‘가진 자의 하느님’이라는 ‘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가진 자의 하느님’, ‘지배자의 하느님’이라는 ‘관념’에서 벗어나 ‘작은 자의 하느님’,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하느님’, ‘눌린 자의 하느님’의 ‘얼굴’을 대면하게 될 때, 바로 그 ‘생명 살림’의 삶의 자리에서 주체사상과 더불어 ‘인민대중’의 ‘운명’과 ‘생명’, 그리고 ‘구원’에 대해 실천적 대화를 이어갈 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대일 연구실장(그리스도-주체사상 대화연구소) jungsc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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