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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보다 더 거짓 같은 진실”

기사승인 2020.02.03  16:5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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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며 묵상하며

29 다음 날 요한은 예수께서 자기에게 오시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보시오,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입니다. … 31 나도 이분을 알지 못했습니다. 내가 와서 물로 세례를 주는 것은, 이분을 이스라엘에게 알리려고 하는 것입니다. … 32 나는 성령이 비둘기같이 하늘에서 내려와서 이분 위에 머무는 것을 보았습니다. 33 나도 이분을 몰랐습니다. 그러나 나를 보내어 물로 세례를 주게 한 분이 말씀하시기를, ‘성령이 어떤 사람 위에 내려와서 머무는 것을 보거든, 그가 바로 성령으로 세례를 주시는 분임을 알아라’하셨습니다. 34 그런데 나는 그것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분이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증언하였습니다.”(요한복음 1:29~34/새번역)

갤러리에 전시된 옻칠 장이 있습니다. 칠화장 무형문화제 김환경 작가의 작품입니다. 겉보기에는 흔한 원목장처럼 보입니다. 옻칠장이다, 무형문화제 장인의 작품이다, 해야 관람객은 그제야 다시 살펴봅니다. 어느 날 한 관람객이 아무 설명하지 않았는데도 그 앞을 떠나지 않고 오래도록 살피는 것입니다. 수공예 기타를 만드는 작가였습니다. 대단한 작품이라고, 이런 것은 요즘 보기도 힘들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선수가 선수를 알아봅니다. 나무작품을 오래도록 만들어 본 눈이 작품을 알아본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수많은 기적을 보고, 놀라운 가르침들을 듣고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세례 요한은 자기에게 오시는 모습만 보고도 알아봅니다. 하나님과 깊은 교제 가운데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하나님의 말씀에 귀 기울여, 그 뜻에 순종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 그렇게 살아가는 주님을 한 번에 알아본 것이 아니겠습니까. 모든 존재, 모든 사건을 통해 말씀하시는 그 미세한 음성에 귀를 열어두고, 바람처럼 오가는 하나님의 임재에 온 몸의 감각을 열어둔 삶, 그런 영혼의 촉수가 성령이 임하시는 한 사람의 걸음걸음을 어찌 놓치겠습니까.

▲ 최정혁, 「Natural Topia」, oil on canvas

최정혁 작가의 극사실주의화 「Natural Topia」는 200호 크기의 캔버스에 잘 익은 사과들을 보여줍니다. 관람객들 대부분은 거대한 사진인 줄 알고 지나칩니다. 그러나 멈추어서 이상하다며 질문을 던지는 분들이 있습니다. 바로 사과 농사를 짓는 분들입니다. 함박눈 내린 계절에 저렇게 잘 익은 사과들이 가지에 달려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잠시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은 알아보지 못합니다. 아름답고 사실적이면 더 이상 생각해보지 않는 이미지 시대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사실보다 더 사실적인 거짓이 있고, 거짓보다 더 거짓 같은 진실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감동적인 설교에 가슴이 뭉클하고, 교향악단의 반주와 완성도 높은 합창, 몇 층짜리 예배실이 꽉 차서 아멘 소리도 우렁찬, 깔끔하게 연출된 예배. 그쯤 되어야 은혜 충만한 예배라 여깁니다. 그것이면 충분해 하며,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6일을 살아갑니다. 그 예배와 전혀 상관없는 일상을 살아갑니다. 잘 연출된 예배가 감동을 너무 사실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러나 사실보다 더 사실적인 거짓은 아닙니까? 감동적인 그 이미지가 환상은 아닙니까? 예배와 너무나 다른 일상이 그 증거입니다.

소외되고 손가락질 받는 이들 곁을 지키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지만, 그럼에도 함께 울며 곁을 지키는 사람, 무기력해 보이지만 존재만으로도 하나님의 임재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감동적인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 이들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까요? 거짓보다 더 거짓 같은 하나님의 진실이 아닐까요? 거짓이길 바라는 하나님의 진실! 자신이 순종하지 않는 하나님의 임재는 알아볼 수도 없겠지만, 알아보려 하지도 않습니다. 불순종이 눈을 멀게 하고, 순종이 계시를 알아보게 합니다.

하태혁 목사(단해감리교회) devi3@naver.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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