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서, 인류의 영원한 고전: 고고학으로 파헤친 성서의 역사』(21세기북스, 2019)
“주당 1백만 부 발행부수를 자랑하며 유럽과 독일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잡지” 독일의 시사주간지 Spiegel(슈피겔)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수식어이다. 1947년 ‘Rudolf Augstein’(루돌프 아우크슈타인)이 독일 함부르크에서 창간한 이 잡지는 기자만 200명에 이르는 여느 일간지를 넘어서는 규모를 갖추고 있다.
그간 슈피겔 紙(지)는 수많은 특종 기사와 권력의 부정부패에 대해 매섭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기사를 양산해 냈다. 최근 2018년 유명 축구 선수들에 대한 이적료, 급료, 계약정보, 구단 간의 비밀 협약을 대중에 알리고 선수와 구단, 축구협회의 감추어진 비밀을 폭로하는 웹사이트인 ‘Football Leaks’(풋불리크스)와 함께 “UEFA와 유럽축구계의 작종 비리·부패 의혹”을 폭로해 다시 한 번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성역(聖域) 없는 취재와 권력 감시를 수행하는 언론의 표상처럼 여겨지고 있다.
슈피겔 기자들, 학문적 성과를 따라 취재했다
이런 슈피겔이 성서를 말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독일어 원제는 『Die Bibel: Das mächtigste Buch der Welt』이고 직역하자면, “성서: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책” 정도가 된다. 우리말로는 이승희 선생에 의해 『성서, 인류의 영원한 고전: 고고학으로 파헤친 성서의 역사』(이하, ‘성서’)라는 제목으로 2019년 12월 ‘21세기북스’에서 출판되었다.
이 책은 슈피겔 특별판 시리즈 중의 하나인 「Der Spiegle Geschichte」(슈피겔 역사) 2014년 제6호로 발행된 것이었다. 이것을 2015년 11월 독일의 한 출판사인 Deutsche Verlags-Anstalt가 다시 단행본으로 출판했다. 슈피겔 특별판 시리즈는 방금 언급한 ‘슈피겔 역사’뿐만 아니라 「Der Spiegle Wissen」(슈피겔 지식), 「Der Spiegle Biografie」(슈피겔 전기), 「Der Spiegle Spezial」(슈피겔 스페셜) 등의 주제 아래 세계의 역사와 인문학, 과학, 인물 등을 여러 학자의 균형 잡힌 시선으로 분석해 내놓고 있다.
슈피겔 취재진들은 ‘성서’라는 책에서 우리말 번역의 부제처럼 고고학적 발견을 기반으로 고대 근동의 전승들과의 비교를 통해 성서를 조명한다. 아울러, 특히 4부와 5부에서는 성서 이후 시대의 역사적 사건들을 추적한다. 성서에 의해 영향을 받은 사건들이나 문화 이야기들을 소개하기도 한다.
목차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서문 01 책들의 책 02 유대인들의 성스러운 경전 03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서 04 모두를 위한 성서 05 성서 비평: 믿음과 실제 용어 해설 / 연대표 / 참고 문헌 / 저자 약력 / 감사의 글 / 인명 색인 |
성서는 여전히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기자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이 책의 제5부 제3장 “아담의 갈비뼈-어떤 젊은 미국 여성이 성서에 따라 1년 살기를 결정한 이유”였다. 미국 오하이오(Ohio) 주 데이턴(Dayton) 시에 살고 있는 ‘레이첼 헬드 에반스’(Rachel Held Evans)라는 여성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녀가 이렇게 살아보기로 작정한 것에 대해 이렇게 취재해 놓았다.
“성서에 나오는 문자 그대로 살아보려고 했다. 그것도 여성으로서, 성서의 계명을 자키고, 이에 대한 책을 쓰기로 했다. 왜? 단순한 이유다. 그녀는 작가이고, 언제나 좋은 이야깃거리를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296)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 ‘데이턴’이라는 도시 자체이다. 데이턴은 극보수 개신교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텍사스에서 플로리다까지 미국 동남부 지역을 일컫는 ‘Bible Belt’에 속해져 있다. 그 중 벨트의 버클이라고 할 정도로 중심으로 여겨지는 곳인데, 특히 80여 년 전에 이곳에서 전설의 ‘원숭이 재판’이 열렸다. 1925년 성서를 신봉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의 진화론 확산을 막으려는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재판에서 승리한 사건이다.
성서는 역사적 사실을 전하려 하지 않았다
이 책의 한 대목만 소개한 것이지만, 이 책 ‘성서’는 성서의 형성에서부터 현대에 이르는 성서의 영향력을 추적했다. 책의 원제처럼 성서가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 역사를 취재한 것이다. 어쩌면 왜 성서가 아직도 영향력이 있는지 되묻는 책이라는 생각도 든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되는 제1부 제2장 ““역사적 핵심에 창작된 이야기가 덧붙다”-성서의 형성에 대한 구약학자 에른스트 악셀 크나우프와의 인터뷰”에서 크나우프 교수가 이야기한 한 대목을 소개하며 마치고자 한다.
“성서 저자들은 사실을 전달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토라와 <여호수아기>는 이스라엘의 거대한 신화를 담고 있습니다. 그 신화란 토라와 축복받은 땅의 약속, 소예언자들과 바빌론 유배와 신화에 대한 내용입니다. 모세오경과 <여호수아기>를 역사로 여기는 건 이미 헬레니즘적 오류입니다. 허구라는 증거도 충분히 있습니다. 사람이 900세까지 살았다는 이야기가 그 예가 되겠죠. 이를 사실로 여겨서는 결코 안 됩니다.”(53-54)
이정훈 typolog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