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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사람들 곁에 와 있는 예수

기사승인 2020.01.09  16:3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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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CCK신학위 <사건과 신학> 12월호 (2)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신학위원회는 ‘사건과 신학’이라는 이름으로, 매달 시대적 요청에 대한 신앙고백과 응답을 신학적 접근과 표현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사건과 신학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번 12월 사건과 신학 주제는 “성탄, 성찰 2019”입니다. 이글은 모두 6편의 글 중에서 <다문화평화교육연구소 박흥순 소장님의 글>(클릭하면 원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입니다.

예수께서 오기를 기다리지만 ‘이미’ 주변에 와 있다. 동일한 얼굴을 지니고 다양한 존재로 사람들 곁에 예수가 ‘이미’ 와 있다. 하지만 ‘이미’ 온 예수를 무시하거나 배제하고 ‘아직’ 오지 않은 예수를 기다린다. 지금 여기에(here and now) 예수께서 온다면 ‘그 예수’를 제대로 알아보고 환대할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예수가 이 땅에 온다면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사회와 공동체에서 버림받고, 배제되고, 무시를 받은 사람들 속에 예수가 오리라는 것을 마태복음 저자가 거듭 외치는 목소리가 뇌리를 맴돈다.

너희는, 내가 주렸을 때에 내게 먹을 것을 주지 않았고,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지 않았고, 나그네 되었을 때에 영접하지 않았고,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지 않았고, 병들었을 때나 감옥에 갇혔을 때에 찾아 주지 않았다.(마 25:42-43, 표준새번역)

이 성서본문을 모르는 기독교인은 많지 않다. 예수가 다양한 모습과 존재로 ‘이미’ 사람들 곁에 머물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상당수 기독교인은 ‘이미’ 와 있는 예수로 만족하지 못한다. 거듭 반복해서 ‘아직’ 오지 않은 예수를 기다린다고 난리법석이다. 설령 새로운 모습으로 예수가 사람들 곁에 다시 온다고 하더라도 ‘금방’ 알아보리라는 긍정적 기대도 어렵다. 따라서 예수가 지금 여기 어디에든 다시 온다고 한들 환영과 환대를 받으리라는 보장 또한 쉽지 않다.

2019년 청년이 그들 세상에 대해서 말한다. 청년이라는 이름, 동료와 시스템이 없는 대학, 신학교를 떠나는 이유, 청년 일자리와 존중이 필요, 정치에 참여하는 이유, 페미니즘이라는 이름, 빚 권하는 사회, 에큐메니칼 운동과 자존감에 관한 목소리를 들었다. 진솔하게 깊은 고민과 질문을 던지는 목소리에 쉽게 반응하거나 답변할 자신이 없었다. 단지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하고 성찰할 뿐, 할 수 있는 일이 그다지 없었기 때문이다.

매년 12월을 시작하면 크리스마스 시즌에 온 나라와 온 세상이 들썩인다. 캐럴 송이 거리마다 울려 퍼지고 오색찬란한 네온사인이 반짝이고 모두가 행복하고 즐거운 성탄을 축하한다. 12월에 슬픈 기색이나 걱정스런 얼굴을 드러낼 수 없을 정도로 기쁨과 즐거움에 파묻혀 미세하고 힘없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 오히려 기적이다. 청년이 말하는 그들 세상에 대해서 무엇이라 답변할 말이 아무 것도 없다. 그들이 말하는 세상이 의미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말하는 세상이 적절하고 통렬한 비판이기 때문에 그저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미안함과 부끄러움에 답할 말이 없다. 어린이가 말하는 세상, 노인이 말하는 세상, 여성이 말하는 세상, 이주민이 말하는 세상, 장애인이 말하는 세상, 이렇게 사회에서 제대로 주목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세상을 쫓아가면 그 곳에 예수가 서 있으리라 믿는다. 며칠 전 페이스북(Faceboook)에 올라온 사진 한 장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 대신에 쏘리 크리스마스(sorry Christmas), 즉 미안한 성탄이라고 말하는 단순하지만 강렬한 메시지에 수긍하고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2019년 ‘지금 여기에 예수는 어디에 오실까?’라는 질문에 쉽고 분명한 답변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 곳’이 어디이고, ‘그 사람들’이 누구인지 한정하고 제한하는 것이 어렵다. 수많은 기독교인과 성도는 자신이 출석하는 신앙공동체에 예수가 오리라고 믿을 것이다. 아니 믿고 싶을 것이다. 예수 탄생이 지닌 의미를 강조하는 설교와 성가대 찬양과 교회학교 어린이와 청소년이 준비한 발표회로 모두가 즐겁고 기쁜 성탄절을 보내는 그 곳에 예수가 오리라고 믿을 것이다. 수많은 기독교인과 성도 가운데 한탄과 슬픔을 삼키며 스스로 버티고 있는 이웃과 동료가 분명히 함께 앉아 있지만 알아채지 못하거나 깨닫지 못한다. 예수 ‘그 곳’에서도 그렇게 무시를 당하고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 사람들 틈 속에 끼어서 한탄과 슬픔을 내뱉는다.

성탄을 축하하러 온 기독교인이 예배당과 성당에 넘쳐나지만 정작 2019년 지금 여기에 예수가 찾아갈 곳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예수가 ‘이미’ 와 있다는 것을 진즉 깨달은 아주 적은 사람들만이 ‘그 곳’에 ‘그 사람들’과 함께 있다. 이윤이나 효율, 성공이나 경쟁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결코 찾아가지 않는 ‘그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예수가 ‘이미’ 와 있고, 계속 거듭해서 오신다.

2019년 지금 여기에, 예수는 100년 전 쿠바로 이주한 사람들에게 찾아오시길 기대한다. 영화 <헤로니모>에서 보여주었듯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가장 큰 희생자로 살아온 사람들, 조국에서 쫓겨나 멕시코로 팔려가고 쿠바로 이주해 간 사람들, 어려운 삶에도 조국 독립을 위해서 쌀 한 숟가락을 기꺼이 내놓은 사람들, 남과 북이 갈라진 지금 모습에 쓴 소리를 던지는 사람들, 분열된 조국이 하나로 통일이 되길 간절히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예수가 ‘이미’ 와 있고, 2019년에 찾아오시길 간구한다.

2021년이 되면 쿠바 한인 이주 100년이 된다. 100년 가까이 쿠바에 살고 있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고, 누군가는 알리려고 외쳤을 테지만 누구도 들으려하지 않았다. 2019년 한 젊은 변호사이며 감독이 전해 준 감동적 메시지는 보이지 않았던 사람들과 관심 밖에 있었던 사람들 목소리를 듣고 소통하게 해 주었다. 예수가 이미 ‘그 곳’에 ‘그 사람들’과 함께 있었다. 계속 거듭해서 사람들 곁을 찾아오시는 예수께서 ‘그 곳’과 ‘그 사람들’이 지금 여기에 있다고 외치는 절규가 들린다. ‘이미’ 와 있는 예수를 찾은 사람들은 쉬지 않고 ‘그 곳’과 ‘그 사람들’을 찾아 나서서 사람들 곁에 머문다. 영화 <헤로니모>에서 주인공인 헤로니모 선생이 자녀들에게 쓴 편지에서 다음과 같은 고귀한 글을 전한다.

조국은 순수하게 나라를 지킨 조상들 유산이자 순교자들 제물이다. 조국은 더 나은 내일과 미래 동포애를 꿈꾸는 모든 이들 영감이다. 조국이라는 개념은 지리적 경계를 넘어선다. 한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에게만 해당되거나 이기적인 민족주의를 따르지 않는다. 애국심은 더 나은 세상을 열망하는 착취 받고 고통 받은 이들의 희망과 눈물과 합쳐져야 한다. 조국은 그것을 가질 자격이 있는 사람들 존엄이자 명예다.
- 헤로니모 선생이 자녀들에게 쓴 편지 중에서

조국이란 말을 하느님 나라로 대체해서 읽어도 손색이 없다. 조국이라는 단어를 하느님 나라로 바꾸어 다시 읽어보자.

하느님 나라는 순수하게 나라를 지킨 사람들 유산이자 순교자들 제물이다. 하느님 나라는 더 나은 내일과 미래 동포애를 꿈꾸는 모든 이들 영감이다. 하느님 나라라는 개념은 지리적 경계를 넘어선다. 한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에게만 해당되거나 이기적인 민족주의를 따르지 않는다. 하느님 나라에 대한 간절함은 더 나은 세상을 열망하는 착취 받고 고통 받은 이들의 희망과 눈물과 합쳐져야 한다. 하느님 나라는 그것을 가질 자격이 있는 사람들 존엄이자 명예다.

지금 여기에 예수께서 어디로 오시는가를 질문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 곳’과 ‘그 사람들’을 주목하고 함께 곁을 지킬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하느님 나라는 장소나 지리적 경계를 넘어선 관계적 개념이다. ‘그 곳’과 ‘그 사람들’과 공감하고 연대할 때 만들어지는 관계적 개념이 바로 하느님 나라다. 예수는 바로 ‘그 곳’과 ‘그 사람들’에게로 찾아오신다. 그래서 오늘 ‘그 곳’과 ‘그 사람들’을 향한다.

박흥순 소장(다문화평화교육연구소) kncc@kncc.or.kr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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