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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사상의 종교비판, “종교는 허위와 독으로 가득차 있다”

기사승인 2019.12.12  17:3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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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선교를 위해 꼭 알아야 할 주체사상 100문 100답(64)

Q: 주체사상의 종교 인식은 어떻게 변하여 왔나요?(1)_반종교 운동 초기(1945~1970)의 종교 인식 (1)

A: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북의 주체사상 신봉자들과 대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주체사상이 그리스도교를 비롯한 종교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여 왔는지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상대가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그리고 그 인식이 어떻게 변화하여 왔는지를 아는 것을 통해 상대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이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연재부터 몇 회에 걸쳐 주체사상의 종교 인식 변화 과정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근대 내이션(국민/민족국가)을 건설하는 데 있어서 어떠한 이념을 바탕으로 삼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 문제는 한마디로 어떤 이념을 그 민족의 내셔널리즘(국가/민족주의)으로 받아들일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이 문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경쟁하는 여러 이념들 간의 인정투쟁이 벌어지게 됩니다.

정부수립 초기부터 1960년대에 이르는 시기에 북의 정권은 내셔널리즘으로서의 기능을 담당할 수도 있는 이념의 한 형태인 ‘종교’를 강력히 배제했습니다. 이에 따라 ‘주체사상’이 배타적으로 ‘내셔널리즘’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북의 정권은 헌법 상으로 ‘신앙의 자유’와 함께 ‘반종교 선전의 자유’를 명시함으로써 반종교 운동을 전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습니다.

▲ 북한인권정보센터, ‘2013 북한 종교자유백서’

북의 초대 내각 수상인 ‘수령’ 김일성은 1949년 7월 내각 제21차 전원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발언하였습니다.

“물론 국가에서는 종교를 믿는 것을 반대하지 않으며 신앙의 자유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종교를 믿는 것을 수수방관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종교를 믿지 말라고 강압적으로 요구하여서는 안 됩니다. 사람들로 하여금 종교의 비과학성을 깨닫고 스스로 례배당에 가지 않도록 하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하여서는 종교의 해독성과 허위성을 폭로하는 것과 함께 세계는 어떻게 발생 발전하였는가, 인간은 어떻게 생겨났는가 하는 것과 같은 문제를 가지고 담화와 강연을 자주 조직하며 자연과 사회발전의 법칙을 통속적으로 해설한 도서를 많이 출판하여 근로자들 속에 널리 보급하여야 합니다. 문화선전성에서는 과학서적을 많이 출판하여 보급하기 위한 대책을 철저히 세워야 하겠습니다.”

이 발언은 ‘주체사상의 창시자’인 ‘수령’ 김일성의 당시 종교 인식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종교 인식은 북의 ‘내셔널리즘’으로 기능하고 있었던 세속종교인 ‘주체사상’의 종교 인식이기도 합니다. ‘종교’는 그 교리가 ‘관념론’으로서 ‘허위적’이고, 그 실천이 ‘반동적’이기에 ‘해독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1959년에는 주체사상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종교에 대한 입장을 보다 명확히 드러내주는 『우리는 왜 종교를 반대하여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단행본이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정하철은 ‘종교’란 ‘자연이나 사회적 힘에 대한 인간의 무력성으로 하여 사람들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합니다. 종교는 사람들에게 현실에 대한 무관심성, 현실도피적인 사상, 노예적 복종의 사상을 설교하고 있으며, 식민주의자들이 약소국가들을 침략하고 약탈하는 데 흔히 이용하여 왔다고 합니다.

이러한 종교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종교의 허망성, 그의 본질과 반동적인 역할, 그의 해독성을 철저히 인식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종교의 허망성, 반동성과 해독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위해서는 이와 관련된 신문, 기타 서적들을 자주 읽으며 영화, 연극, 기타 써클 공연들을 자주 관람하며, 특히 강연회 등에 열성적으로 참여하여야 한다고 합니다.

동시에, ‘우리들 속에 아직 남아있는 종교 미신적인 환상들’ 뿐만 아니라 낡은 사회에서 물려받은 ‘온갖 낙후한 사상잔재들’을 극복 청산하는 가장 중요한 방도로서 ‘사회주의 건설을 위한 실천적인 로력 투쟁’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가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말하여, 이 책은 종교가 ‘과학적인 세계관’인 맑스-레닌주의와는 반대되는 ‘관념론’의 일종이라는 것과, 역사적으로는 지배층과 제국주의의 입장을 옹호하여 왔다는 것을 지적하며, 종교가 ‘허망성’과 ‘반동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질타하고 있는 것입니다.

종교에 대한 주체사상의 이러한 입장은 1966년에 발간된 『남조선에 류포되고 있는 현대부르죠아철학 및 사회학 비판』이라는 단행본에서 계속 확인됩니다. 이 책의 저자인 조중학은 ‘남조선에 류포되고 있는 현대부르죠아철학’의 예로 실존주의, 실용주의, 논리적 실증주의, 신토마스주의를 열거한 뒤,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남조선에 류포되고 있는 현대부르죠아철학은 특히 종교와 밀접하게 결합되고 있다. 그들은 저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최종적으로 종교에 내맡긴다. 오늘 남조선에서 잡다한 종교류파들과 서로 엉키여서 사람들로 하여금 갈피를 잡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 여러 가지의 사상조류들은 거의나 다 세계관의 최종문제를 결국 종교에 귀착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현대부르죠아철학은 세계의 객관적 합법칙성을 거부하고 종교적 비합리주의를 설교하고 있다.”

즉, 저자는 ‘종교’의 문제를 ‘세계관’의 문제로 파악하고, 결국은 ‘관념론’ 철학이 비과학적 세계관인 ‘종교’로 귀착된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그는 종교의 세계관이 허망하다는 점과 함께, ‘제국주의’와 관련된 종교의 실천적인 ‘반동성’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미제는 이미 19세기 하반기부터 조선에 대한 침략을 개시하였고 그들이 사상침략의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삼은 것은 종교였다. 조선에 파견된 기독교선교사들은 자기들을 <하느님의 사도>로 가장하고 교회와 병원, 신학교들을 설립하고 그것을 통하여 조선인민들에게 미국에 대한 <숭배>사상을 부식시키는데 골몰하였다. 미제는 해방 후 더욱 발광적으로 종교를 남조선에 부식시키고 자기들이 조종하는 12개의 신학대학 및 신학교를 비롯하여 158개의 중고등학교 및 국민학교, 6개의 방송국, 5개의 신문사, 700여개의 병원, 고아원, 양로원, 4개의 출판사들을 운영하면서 <반공> 숭미사상을 고취하고 있다.”

결국 1966년에 출판된 이 책도 1959년에 출간된 정하철의 책과 마찬가지로 맑스-레닌주의의 종교관에 기초하여 ‘종교’의 교리적 ‘허구성’과 실천적 ‘반동성’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반종교 선전과 관련한 책자들을 통해 주체사상의 반종교 담론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주체사상의 반종교 담론의 논지는 종교는 비과학적인 ‘관념론’이기에 이론적으로 ‘허구적’이며, 착취계급에 복무하기에 실천적으로 ‘반동적’이라는 것입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반종교 운동 초기의 시기에 북의 정권은 강력한 반종교 정책을 통해 종교의 부정적인 면모를 ‘폭로’해나갔으며, 그 결과 북에서의 ‘종교’는 북의 국가건설에 있어 ‘내셔널리즘’의 자리를 두고 경쟁할 수 있는 지위를 완전히 상실하였습니다. ‘종교’는 ‘미신’과 짝을 이루어 ‘타파’되어야 할 대상이 되었습니다. 주체사상은 종교비판을 통해 ‘종교적 세계관’이 그 기반이 된 ‘잡다한’ 사상조류가 뒤섞여 돌아가는 ‘남조선’보다 ‘위대한 주체사상’에 기반을 두고 있는 ‘공화국’이 훨씬 더 우월한 국가라는 체제 우위의 논리도 도출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자기 성찰의 지점을 얻게 됩니다. 주체사상의 종교비판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자유롭기 위해서는 항상 ‘나의 신앙이 관념적이지 않은지’, ‘나의 실천이 반동적이지 않은지’를 돌아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서구 그리스도교의 역사에서 그리스도교가 관념화, 반동화 된 시기가 존재하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입니다. 다만, 오늘 날의 그리스도교 교회가 지난 시기의 교회가 범한 잘못을 되풀이하여 지금에서도 주체사상의 종교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를 바로잡기 위해 반드시 실천적인 개혁의 과제를 수행하여야 할 것입니다.

정대일 연구실장(그리스도교-주체사상 대화연구소) jungsc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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