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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연기(緣起)

기사승인 2019.12.06  20:2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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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상자전거 (8)

이것이 있기 때문에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기 때문에 저것이 일어난다.
When this is, that is; This arising, that arises.
- 붓다 Buddha

불교에 연기(緣起)라는 개념이 있다. 영어는 dependent origination(의존하여 발생), dependent arising(의존하여 생성), interdependent co-arising(상호의존하여 상호 생성), conditioned arising(조건 지어진 생성) 등으로 표현한다. 현상계 존재 법칙으로 존재는 그것이 생기는 원인과 조건이 있다는 것이다. 원인이 있어 결과가 생긴다는 인과법칙이다.

자전거의 기원은 어떻게 될까? 자전거는 어떻게 생겼을까? 여기에도 인과율에 따라 원인이 있다. 자전거의 기원에 대해 말하는 것은 최초의 인류에 대해 말하는 것 만큼이나 쉽지 않다.

독일의 칼 드라이스(Karl Drais)는 1817년 자전거의 조상이라 할 만한 것을 발명했다. 그는 이것을 드라이지네(draisine)라고 불렀다. 드라이지네라는 명칭은 자기 이름 드라이스에서 따온 것이다.

드라이지네는 ➀ 바퀴가 둘이고, ➁ 핸들을 돌릴 수 있고, ➂ 인간의 힘으로 나아가는 물건이었다. 드라이지네는 자전거 역사로 보면 인류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정도 된다. 드라이지네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봄바람이 불면 통장수가 돈을 번다.
If the wind blows, the bucket makers prosper.

이런 일본속담이 있다. 왜 봄바람이 불면 통(桶)장수가 돈을 벌까? 어떻게 이렇게 될까? 논법은 이러하다. 

바람이 분다 → 황사바람이 심하게 부는 해에는 안질 환자가 많이 발생한다 → 실명하는 사람이 생긴다 → 맹인들은 안마사가 된다 → 일본 안마사들은 고양이 가죽으로 만든 현악기를 연주하고 다녔다 → 그 현악기가 더 많이 필요하다 → 그래서 많은 고양이가 죽어나간다 → 고양이가 줄어들면 쥐들이 기승을 부린다 → 쥐들은 뒤주를 갉아 먹는다 → 그래서 뒤주 장수가 대박난다.

이런 연쇄 논법이다. 

자전거의 발명이 이와 비슷하다. 아시아의 화산폭발로 인해 유럽에서 자전거가 생겼다. 왜 아시아에서 화산이 터졌는데 유럽에서 자전거가 탄생했을까?

1815년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 폭발했다 → 화산폭발이 멀리 유럽까지 기후변화를 일으켰다 → 그 여파로 대기근이 왔다 → 흉작으로 인해 말이 굶주리고 죽었다 → 말을 대신할 것이 필요했다 → 말을 대신할 드라이지네가 만들어졌다.

‘바람이 불면 통장수가 돈을 번다’는 말은 속담이지만, 화산폭발이 자전거의 원조를 만들었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인류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 해당되는 드라이지네는 땅을 발로 박차고 나아가게 고안된 운송수단이었다.

바퀴가 발명되었을 때, 타이어가 없었다. 모든 바퀴의 테는 나무 아니면 금속이었다. 여기에 타이어가 붙기까지 약 5000년이 걸렸다. 우리나라 역사만큼 긴 시간이 걸렸다.

드라이지네가 자전거계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정도 된다면, ‘두 다리로 페달을 밟아 바퀴를 돌림으로써 움직이게 하는 탈것’이라는 현대적 정의에 맞는 최초의 자전거는 벨로시페드(velocipede)이다. 벨로시페드는 페달이 있는 최초의 자전거다. 이로써 자전거는 드디어 페달을 갖게 되었다. 벨로시페드 이전에는 페달이 없었다.

veloc은 ‘빠른(swift)’이라는 뜻이고 ped는 ‘발(foot)’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빠른 발’이다. 우리말로는 축지법이다. 실제로 한국에 자전거가 처음 들어왔을 때 축지차라고 불리었으나 이후 정부가 자전거라는 이름을 붙였다.

벨로시페드는 프랑스 대장장이 피에르 미쇼(Michaux) 부자가 발명하고 개량했다. 초기 자전거는 바퀴 테가 목재나 금속이었다. 이후 고무 밴드로 바퀴를 감싸기는 했지만 제대로 완충역할을 하지 못했다. 벨로시페드에 붙은 별명은 본셰이커(boneshaker)였다. 말 그대로 진동이 심해 뼈(bone)를 흔들었기(shake) 때문이다.

어느 날 영국의 수의사 던롭(Dunlop)은 아들이 울퉁불퉁한 길 위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는데,

고무로 감싼 타이어가 장착된 자전거를 타는 아들 모습이 몹시 불편해보였다.

아버지는 축구공에서 영감을 얻어 아들의 바퀴에 튜브를 달아 바람을 넣어준다. 충격은 완화되었다. 이후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타이어를 만들어 특허를 내고, 아예 타이어 사업을 하여 성공한다. 그가 세운 회사 던롭 타이어는, 브랜드 사용권 매각과 기업합병을 거쳤지만, 아직 남아있다. 던롭이라는 명칭은 사람 이름이기도 하고 타이어 이름이기도 하다. 

(기차나 탱크, 건설 장비인 불도저 등을 제외하고) 공기 타이어를 쓰지 않는 바퀴는 거의 없다. 비행기 바퀴도 기체가 주입된 타이어이다. 통짜 고무가 아니다. 타이어는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생긴 물건이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
Necessity is the mother of invention

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

그러나 타이어의 경우 사랑이야 말로 발명의 어머니(Love is the mother of invention)가 되었다.

당신이 오토바이, 차, 비행기, 혹은 자전거를 타고 어디를 간다면, 그것은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의 산물인 타이어의 도움에 의한 것이다.

내가 이해하는 모든 것은, 내가 사랑하기 때문에 이해한다. 
존재하는 모든 것이 존재하는 것은, 내가 사랑하기 때문이다. 
All, everything that I understand, I understand only because I love. Everything is, everything exists, only because I love.
- 레프 톨스토이 Leo Tolstoy

전성표 목사(이웃사랑교회) s1564@hanmail.net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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