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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빼앗긴 서러움, 가시박힌 말 때문에 서럽습니다”

기사승인 2019.11.26  19:4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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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지우 학생, 단식 16일째를 맞은 심경을 말하다

“총장과 처장단의 모진 말과 입장문, 일상을 빼앗긴 것 같은 서러움, 모르는 사람들의 가시박힌 말 등 서러울 때가 많았어요.”

16일째 천막 단식 농성장에서 단식 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한신대 ‘강지우’ 학생의 심경이었다.

단식, 왜?

한신대 학생들이 곡기를 끊은 지 벌써 16일째를 맞았다. 이들이 단식을 시작한 이유는 4자협의회의 조속한 개회와 연규홍 총장에 대한 신임평가 실행, 마지막으로 징계 철회였다. 연규홍 총장 체제가 들어서고 2년간 7번째 단식이다.

특히 이번 단식은 학생자치기구로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신임평가 방법과 일시 등을 논의해야 할 4자협의회를 파행시켰던 학교 본부에 해당하는 장공관 2층 점거한 학생들에게 학교 본부 측이 “무기정학”이라는 징계를 처분하면서 시작되었다. 또한 지난 4월 학교개교기념행사에서 기도문을 낭독했다는 이유로 6명의 신학과 학생들의 징계를 논의하는 학생지도위원회에 회부되면서 사태는 더욱 커졌다. 학생들의 즉각적인 반발과 단식 논의가 이어졌다.

급기야 11월11일(월) 10명의 학생과 교수 한 명이 시작한 단식은 16일째 맞은 현재 학생 6명과 교수 한 명이 이어가고 있다. 그 사이 건강 이상으로 4명의 학생이 단식을 중단했다는 뜻이다. 단식자들은 급격한 체력 저하와 신체 이상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다각적인 노력들, 그러나 여전히 평행선

이러한 소식이 계속적으로 에큐메니안을 통해 전해지면서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목회자들과 신학대학 교수들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 학생들과 연 총장과 학교 본부 사이를 중재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학교법인 한신학원 이사장 김일원 목사도 학생들의 천막 단식 농성장을 찾는 등 다각적인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단식자들과 학교 본부 측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단식자들이 11월26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4자협의회 개회 후 총장 신임평가를 결정할 때까지 단식을 종료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쉽사리 단식이 종료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기사를 정리하는 이 시간에도 단식자 중 한 학생이 과호흡 증상으로 응급실로 이송된다고 하지만 다시 천막 단식 농성장으로 돌아오겠다는 의지를 밝혀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말뿐인 민주와 평화

이제 단식을 진행 중인 학생들은 5명이 되었다. 이 학생들 가운데 강지우 학생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강지우 학생은 2017년 한신대 국문과 입학해 재학 중이고 중앙풍물동아리 ‘일과놀이’ 회장을 맡고 있다.

▲ 한신대 강지우 학생은 단식 16일째를 맞았다. 이렇게 버틸 수 있는 이유에 대해 ‘분노’라고 답했다. ⓒ에큐메니안

그야말로 한신대학교가 폭풍 한 가운데로 진입할 무렵 입학했다. 시끄러운 학내 상황으로 학교를 떠날 수 있었지만 그를 붙잡아 준 것은 풍물동아리 ‘일과놀이’였다고 한다. “어쩌면 저는 ‘학교’가 아닌, 학교를 다니며 만난 ‘사람들’이 좋은 것 같아요.”라는 말 속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소용돌이 속의 학교에 대해서도 이렇게 회상했다.

“학교 자체가 좋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학교 당국과 총장은 말로만 ‘진보대학’, ‘민주한신’, ‘평화한신’이라고 하죠. 하지만 이들의 언행은 그 반대죠.”

분노가 저를 버티게 합니다

단식에 참여하게 된 이유에 대해 강지우 학생은 “3년 동안 많은 상황들과 문제들을 지켜봤고 답답함과 분노는 쌓여만 갔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학생대표 두 명에게 무기정학을 결정하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단식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 분노가 쌓이고 쌓이다가 터졌다고 생각해요.”라고 설명했다.

강지우 학생이 언급한 “분노”, 한신대 학생들의 정서를 대변하는 단어로 보인다. 연 총장과 학교 본부를 향한 이 분노가 학생들을 무기한 단식에 나서게 했고 지금도 버티게 하는 것은 아닐까 한다. 그럼에도 이들의 단식을 얼마나 버티게 할지 주위에서는 걱정이 쌓인다고 전했다.

다음은 강지우 학생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자기 소개 좀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벌써 단식한지 16일째이다. 건강 상태는 어떤가?

안녕하세요, 저는 중앙풍물패 일과놀이 꼭두 강지우입니다. 국문과 학생이기도 합니다. 어느새 16일차네요. 사실 저번주까지는 꽤 괜찮았는데 어제부터는 상당히 힘듭니다. 어지럼증이 잦아졌어요. 앉았다 일어나면 핑 도는 느낌이 심해서 이제는 벽을 잡기도 하네요. 아, 그리고 몸에 힘도 안들어가서 샤워할 때가 가장 힘들어요.

▲ 풍물동아리 회장으로 알고 있다. 풍물동아리 소개와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였는가?

‘일과놀이’는 악기 전수와 마당극뿐만 아니라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배워가며 연대하는 동아리입니다. ‘일놀이’에서 1년동안 꼭두로 활동하며 보람찼던 순간은 참 많았죠. 그 중에서도 학내문제를 잘 몰랐던 일놀이 새내기들이 어느새 관심을 갖고 함께 분노하는 모습을 보면 ‘일놀이’가 가진 힘을 실감하고 보람을 느낍니다.

그리고 함께 어울려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워하는 일놀이원들을 볼 때 참 사랑스럽고 고맙고 그렇더라구요.

▲ 대학들마다 동아리들이 사라지고 자신들이 원하는 활동으로 뭉치고 개별화되는 시대이다. 어떻게 동아리를 유지하고 있는가?

집행부의 ‘일놀이’에 대한 끝없는 관심과 애정, ‘일과놀이’ 동아리원들의 공동체에 대한 애정이 동아리를 유지하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집행부는 ‘일과놀이’가 지향하는 ‘함께함’, ‘사람과 사람 사이의 배려와 사랑’, ‘연대’ 등을 잃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그만큼 회의도 길게 하고요. ‘일놀이’원들은 그 지향점을 잘 파악하고 각 사업을 즐기며 추억을 쌓아갑니다. 이 모든것들로 인해 일과놀이가 유지될 수 있는것 같습니다.

▲ 학교 사정은 언제 정확하게 알게 되었는가?

17년도에 저는 새내기였고, 한창 학내문제가 지속되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어렴풋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정확하게 알게되고 관심을 갖게된 건 2학년때입니다. 일과놀이에서도 교양을 했고, 연대공연과 길놀이, 같은 동아리원인 김건수 학우의 고공 단식 농성으로 더 큰 관심을 갖고 알아가게 되었죠.

▲ 강지우 학생은 연규홍 총장과 학교 당국이 잘못을 인정해야 이 모든 상황들이 정리될 수 있다고 전했다. ⓒ에큐메니안

▲ 학교가 시끄럽고 어려울 때 학교 생활을 시작했다. 이런 질문이 조금 이상하지만 학교 입학한 걸 후회한 적은 없는가?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제가 한신대학교에 입학한 후, 함께할 때 즐겁고 행복한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났고 일과놀이를 만났으니까요. 그리고 학교가 혼란스러운 상황은 우리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서 후회한 적은 없었습니다.

▲ 하지만 학교를 다니면서도 학교가 좋다는 느낌은 없었는가?

학교 자체가 좋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학교 당국과 총장은 말로만 ‘진보대학’, ‘민주한신’, ‘평화한신’이라고 하죠. 하지만 이들의 언행은 그 반대죠. 어쩌면 저는 ‘학교’가 아닌, 학교를 다니며 만난 ‘사람들’이 좋은 것 같아요.

▲ 징계 대상자도 아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단식에 참여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었는가?

사실 입학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순간도 학내문제가 말끔하게 해결된 적이 없습니다. 3년 동안 많은 상황들과 문제들을 지켜봤고 답답함과 분노는 쌓여만 갔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학생대표 두 명에게 무기정학을 결정하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단식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 분노가 쌓이고 쌓이다가 터졌다고 생각해요. 대표 자치기구인 비대위원단에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결정을 했으니, 결국 그 다음은 학과와 문예패, 그리고 동아리 사회에도 손을 뻗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문예패장님들께 제 생각을 전하고 함께 분노하며 단식 결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 학교 생활 특히 학내 문제로 투쟁을 하면서 마음에 많은 상처를 입었을 것 같다. 어떤가?

사실 몸과 마음이 건강하다고 자부했는데 제가 조금 자만했다고 생각해요. 오늘로 16일째인데, 어떻게 보면 짧은 시간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이 짧은 시간동안 참 많이 힘들었습니다. 총장과 처장단의 모진 말과 입장문, 일상을 빼앗긴 것 같은 서러움, 모르는 사람들의 가시박힌 말 등 서러울 때가 많았어요. 그래도 함께하는 사람들로 인해 다시금 용기와 힘을 얻고, 단식하면서 사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게 되어 견딜만 합니다.
 
▲ 단식 기간이 너무 길어졌다. 출구가 안 보인다는 이야기가 많다.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사실 명확한 답을 잘 모르겠습니다. 연규홍 총장과 처장단의 권력욕으로 인해 아직까지 끝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일단 학교 당국이 본인의 잘못과 학우들의 분노를 직면하고 물러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교수님들의 관심이 큰 힘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교수님들께서 이제 이 싸움을 학생들만의 싸움이 아닌 교수와 학생이 함께하는 싸움으로 만들어주시면 큰 압박이 될 거에요. 

▲ 상황이 어려운데 교수님들께 바라는 점이 있는가?

학생들이 굶고 있습니다. 벌써 16일차에요. 제자들을 구해주세요. 교수님들도 이 일이 잘못되었다는 걸 아실거라 믿습니다. 부디 함께 싸워주시고, 학생들만의 처절하고 외로운 투쟁이 아닌 교수와 학생의 투쟁으로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게 도와주세요.

▲ 일과놀이 동아리원이나 전체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달라.

전체 학생들께는 아까 대답했으니 일놀이 친구들에게 말할 게요!

정기공연 앞두고 매일 연습하느라 고생이 많아. 옆에서 함께 하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늘 카톡으로, 전화로, 얼굴 보고 걱정하는 일놀이 보면서 마음이 아프더라. 너희들의 마음이 다치질 않길 바라. 늘 응원해줘서 고마워. 나는 일놀이 아니었으면 진작 쓰러졌을지도 몰라. 얼른 내가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갈게, 사랑해!

▲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마지막으로 해달라.

이 싸움은 저희 단식자들만의 싸움이 아닙니다. 진정한 민주한신을 되찾기 위해 문예패장과 신학대생들이 단식을 결의했지만, 이 싸움은 오천한신의 싸움입니다.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함께해주세요...! 쓰러질 때까지, 쓰러지더라도 꿋꿋하게 민주 한신을 외치겠습니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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