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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을 마음먹는 일보다 단식을 그만두는 마음이 더욱 무거웠습니다”

기사승인 2019.11.22  23: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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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기한 단식 열둘째 날을 맞은 7명의 학생들의 심경

연규홍 총장으로 촉발된 한신대 학내 분규는 점점 깊어지고 있다. 특히 연 총장의 부정과 비리에 대해 항의하며 4자협의회 개최와 신임평가를 촉구하던 학생들에게 징계가 내려지면서 학내는 더욱 혼란스럽다. 한신대학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단 2인에게는 유기정학 3주, 한신대 신학대 학생 6인도 징계가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학생들은 이에 반발, 비대위 2인 뿐만 아니라 징계 대상이 된 신학대 소속 학생들과 문예패 회장단 등 총 10명의 학생이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하지만 단식 중 건강의 이상으로 이제 6명의 학생들이 단식 중이다. 에큐메니안은 이들의 심경을 들어보았다. 가감없이 게재한다.

이신효
우리의 무게가 다 다른 것 같습니다. 조약돌·자갈·모래에서 집을 지탱하는 큰 돌까지... 그 사람들은 가벼운 무게를 가진 돌에게 무겁지 않다고 비판합니다. 무거운 돌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 사람들은 총장과 당국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모여서 바위가 될 것입니다. 각자의 무게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모여서 바위가 될 것입니다. 그 바위는 산 한자락을 차지하여 아름답게 풍경을 이룰 것입니다.

이동훈
오늘은 단식날 중 제일 따뜻한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제일 기분이 좋은 날이었습니다. 혈당도 제일 좋았습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선배이자 동지인 한 학우가 몸상태가 안 좋아 응급실로 갔고 단식을 중단하게 됐습니다. 저만 몸이 좋았던 것이 무엇인가 죄스럽더군요. 내 건강을 나누어 줄 수 있다면 좋았을텐데 참 슬펐습니다...
하지만 쓰러진 학우의 의지를 이어 받아갈 것 입니다. 마지막으로 응급실에 간 학우에게 편지를 쓰고 마무리 할까 합니다.

“12일 동안 단식하느라 너무나 고생 많았어. 만일 내 건강을 나누어 줄 수 있었다면 나누어 주었을텐데... 푹 쉬고 더 건강한 모습으로 내가 아는 활기찬 누나의 모습으로 웃으면서 보자!!! :)”


이정민
12일차입니다. 오늘은 비교적 프리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오늘 또 한 친구가 병원을 가고 몸이 안 좋아 단식을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총장님, 처장님들께서는 모두가 쓰러지길 원하십니까? 저희는 내일은 누가 또 아프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점점 커져만 갑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습니다.

김혜원
저는 오늘이 마지막 일기를 쓰는 날이네요. 의현이가 재촉할 때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야할까 고민이 됐었는데 마지막이라고 하니 기분이 이상합니다. 병원에 가는 차 안에서 저는 울컥했습니다. 단식을 마음먹는 일보다 단식을 그만두는 오늘이 마음이 더욱 무거웠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차가운 천막에 남아있을 내 친구들, 나약한 내 모습, 이렇게 쓰러져감에도 불구하고 천막을 들여다보지 않는 연 총장, 바뀌기는 할까 하는 막연함.
총장님, 총장님의 이름을 멍하니 불러봅니다. 가만히 있어서는 바뀌지 않을 이 현실이 너무나 버겁습니다. 12일 동안 총장님을 얼마나 불렀는지 모르겠습니다. 한 번도 손 잡아주시지 않은 총장님의 모습이 밉습니다. 한 번도 우리의 이름을 불러 미안하단 말씀을 해주시지 않은 총장님의 모습에 서럽습니다. 언제쯤 우린 웃으면서 장공앞에 설 수 있을까요. 이제 저는 밥을 먹을 수 있지만 웃을 순 없을 것 같습니다.

강지우
오늘 유일하게 함께 단식하고 있는 여학우인 혜원 언니가 건강이 안 좋아져서 병원에 갔습니다. 또 다른 단식자가 쓰러졌습니다. 저희는 12일 동안 치열하게 투쟁하고 있고, 그 사이 네 명의 학우가 병원에 실려갔습니다.
정말 화가 납니다. 교육자라는 사람들이 학교와 학생들을 위해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비민주적인 결정을 하고 권력을 탐하는 교육자는 필요 없습니다.
학생들이 쓰러져갑니다. 자신의 행태를 돌아보길 바랍니다. 우리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강윤석
12일째입니다. 오늘은 또 한 명의 학우가 지쳐 쓰러졌습니다. 앞으로 몇 명이나 더 쓰러져야 할까요... 몇 명이나 지쳐쓰러져야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줄까요? 답답하기만 합니다. 더 이상 학우들이 쓰러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더 이상 젊은 청년들이 건강을 잃지 않고 우리가 원하는 한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건강의 이상으로 단식을 중단하는 학생들이 늘어간다. ⓒ에큐메니안

편집부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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