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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적인 학교를 다니는 건 어떤 느낌일까 싶었습니다”

기사승인 2019.11.21  23:3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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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기한 단식 열한번째 날을 맞은 7명의 학생들의 심경

연규홍 총장으로 촉발된 한신대 학내 분규는 점점 깊어지고 있다. 특히 연 총장의 부정과 비리에 대해 항의하며 4자협의회 개최와 신임평가를 촉구하던 학생들에게 징계가 내려지면서 학내는 더욱 혼란스럽다. 한신대학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단 2인에게는 유기정학 3주, 한신대 신학대 학생 6인도 징계가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학생들은 이에 반발, 비대위 2인 뿐만 아니라 징계 대상이 된 신학대 소속 학생들과 문예패 회장단 등 총 10명의 학생이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하지만 단식 중 건강의 이상으로 이제 7명의 학생들이 단식 중이다. 에큐메니안은 이들의 심경을 들어보았다. 가감없이 게재한다.

이신효
“늑대가 나타났다!” 양을 치던 소년이 마을사람들에게 외칩니다. 이 말을 들은 마을 사람들이 늑대를 쫓으러 오지요. 하지만 그것은 거짓이었습니다. “늑대가 나타났다!” 양치기 소년의 외침에 마을사람들은 또 손에 쟁기를 들고 양을 지키러 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들은 양치기 소년에게 속았습니다.
“늑대가 나타났다!” 이번엔 진짜로 늑대가 나타났습니다. 양치기소년이 아무리 크게 소리 질러도 두 번이나 속은 마을사람들은 거들떠도 보지 않습니다. 결국 양들과 소년은 큰 사고를 맞게되었다는 동화입니다. 아주 어릴 적 듣던 동화가 왜 오늘 문득 떠오르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지난 수년간 조롱과 멸시의 눈으로 학생을 대하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언제나 학생들에게 양보와 대타협의 손길을 내밀었지요. 그 말을 학생들은 상식선에서 생각하였고, 자신의 투쟁을 축하하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5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변함없이 우직하게 바위처럼 살려고 합니다.

강윤석
11일째입니다. 총장님 건강하시죠? 저는 이제 단식하는 삶이 저의 삶 같습니다. 처음에는 단식을 왜 하고 있지? 이제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왕 시작한거 죽을 때까지 버텨보자라는 다짐만 강해지네요. 총장님은 어떠신지 궁금하네요. 그래도 제가 총장님보다 한참 어리니 총장님보다 먼저 죽기에는 억울하잖아요? 그래서 꼭 오래 살아보려고 합니다! 항상 웃으면서 응원해주셔서 감사해요^^ 그 웃음에 꼭 보답해 드리고 싶네요!

강지우
벌써 곡기를 끊은 지 11일이 되었습니다. 11일 동안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고, 감정변화도 잦았습니다. 요즘은 계속 일상에 대한 욕구로 인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모임시간에 잠깐 가서 일놀이와 함께 오랜만에 악기를 쳤습니다. 배고픔도 잊고 신나게 악기를 쳐서 참 행복했습니다.
악기를 치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민주적인 학교를 다니는건 어떤 느낌일까 싶었습니다. 일단 연규홍 총장이 퇴진하고 총장직선제를 통해 우리의 손으로 총장을 뽑는 그 날, 저는 꼭 악기를 치고싶습니다.
일과놀이뿐만 아니라, 한신대학교 풍물패들이 모두 학교를 걸어다니며 기쁘게 신명나게 풍악을 울리는거죠.
일단 여기까지 가는게 굉장히 어려울거라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저는 아직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있습니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될때까지 해야죠.

김혜원
오늘 하루는 기분이 오락가락 하던 날이었습니다. 육체적으로도 슬슬 지침이 느껴지고 정신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감정에 지배되고 싶지 않은데 수많은 감정들이 저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게 만드네요. 버티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는 위로가 되지 않는 밤입니다.

이동훈
오늘은 몸이 꽤 괜찮은 하루였다. 아침에는 이사회와 이사장님이 오셔서 총장과 이야기를 나눌 거라며 어느 정도 우리의 요구안을 총장님에게 전한다고 하였다. 그 이후 이사회와 이사장님이 돌아가는데 총장이 나와 이사장님을 배웅하더군요. 농성장 바로 앞에서 출발하셨는데 우리와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농성장에 들리지도 않고 그냥 가더군요... 우리와 관한 이야기를 했을텐데 우리와는 이야기하려 하지 않는 당신의 모습을 보고 당신을 볼 때마다 나의 단식 의지를 다시 한 번 붙잡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 열하루를 밤을 맞이한 단식 농성 학생들이 버틸 수 있는 건 민주적인 학생에 대한 소망이 있기 때문이다. ⓒ에큐메니안

편집부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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