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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규홍 총장님, 당신 때문에 제 친구들은 쓰러져 갑니다”

기사승인 2019.11.17  22: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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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기한 단식 일곱째 날을 맞은 9명의 학생들의 심경

연규홍 총장으로 촉발된 한신대 학내 분규는 점점 깊어지고 있다. 특히 연 총장의 부정과 비리에 대해 항의하며 4자협의회 개최와 신임평가를 촉구하던 학생들에게 징계가 내려지면서 학내는 더욱 혼란스럽다. 한신대학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단 2인에게는 유기정학 3주, 한신대 신학대 학생 6인도 징계가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학생들은 이에 반발, 비대위 2인 뿐만 아니라 징계 대상이 된 신학대 소속 학생들과 문예패 회장단 등 총 10명의 학생이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하지만 단식 중 건강의 이상으로 이제 8명의 학생들이 단식 중이다. 에큐메니안은 이들의 심경을 들어보았다. 가감없이 게재한다.

이신효
아침에 교회 근처 목욕탕에서 샤워를 했습니다. 단식하면서 일어난 직후가 가장 힘들지만, 샤워한 직후는 가장 좋습니다. 마치 든든한 식사를 한 마냥 몸에 생기가 돋습니다.
식욕은 다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교회 청년이 날씨도 추운데 국수나 한그릇 하자는 말에 이미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배고픔보다 식욕을 참기가 힘듭니다.
일주일이 넘어가려고 하니 슬슬 체력이 달립니다. 건강 때문에 중단하는 동료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에 더 힘을 내야겠다 생각하지만 매우매우 나약한 자신을 발견합니다.
비가 내립니다. 비 하나도 이겨내지 못하는 우리들에게 하느님은 이 땅의 목숨줄을 맡기셨나 봅니다. 이 부담스러운 천명을 거절할 길이 없습니다.
족발이 너무 먹고 싶은데, 저들에게 내리실 하느님의 저주를 확인하고 먹으렵니다.

이동훈
교회 사역을 하는 내내 힘이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정신도 있고 체력도 있는데 그냥 힘이 안 들어가더군요. 교회에서 많은 성도님들이 전도사님 식사하셨어요?라고 물으시는 질문에는 그냥 웃음으로 답했습니다. 준비해주신 그 맛있는 음식을 먹지 못한다는 나름의 죄책감이었던것 같습니다. 제 사정을 아시는 성도님들께서는 “전도사님, 힘내세요. 항상 기도하겠습니다.”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예!!! 힘내겠습니다. 나아가겠습니다. 그러니 우리 함께 갑시다.”

이지환
총장님! 어제는 사역 준비하고, 기절하듯이 자느라 편지를 못써드렸네요. 많이 기다리셨죠?
저는 학교에서 편도 3시간 거리에 있는 교회에서 전도사로 사역 중입니다. 교회로 가는 길이 참 묘하더라고요. 맛있는 냄새가 가득하고, 사람들이 행복하게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며... 배고픈 이들의 서러움과 괴로움을 만끽했던 주말이었습니다.
교회에서는요! 애들한테 “야~ 전도사님 7일째 밥 안 먹고 있어.”라고 말해도 안 믿더라고요. 아이들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3일만 안먹어도 죽어요.”라고요. 
아이들의 시선에서는 3일만 안먹어도 그 배고픔은 죽은 이와 같다고 말해주는데... 총장님은 7일이 지나도 아무런 대꾸가 없으신 게 속상하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찬양 하나를 소개 해드릴까해요. 꼭 한번 들어보세요. 찬양의 가삿말 중에 이런 가사가 있어요.
“나 오늘도 주께 내 삶을 깨뜨립니다”
저는 이 찬양을 들으면서 눈물로 기도하며 다짐했답니다. 단식을 하면서도 맡겨진 사역을 감당하고 힘이 쭉 빠져... 넋나간 사람처럼 학교로 돌아오면서 말이죠.
“주님께라면. 아깝지 아니하는 마음으로 내 삶을 온전히 깨뜨려보자.”
이번주도 힘내겠습니다. 열심히 주님과 힘들어하는 학우들을 위해 그리고 한신대와 기장을 위해 그리고 맡겨진 사역을 위해 한 방울 남김 없이 깨뜨려보겠습니다.
목사님이신 총장님도 부디. 오늘 주일에 은혜받으셨길 바라며... 자신의 삶을 깨뜨려 하나님께 돌아가길 기도합니다.
오늘 참 고생한 하나님의 자녀, 저에게 그리고 같이 고생하는 친구들에게 뜨끈한 물에 효소 한 잔 선물하며...

이정민
오늘은 추수감사절이고 동기들의 교회로 예배를 드리러 다녀왔습니다. 소소한 것에 감사하고,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감사하고, 모두와 함께 감사하라는 말씀을 들으며 나를 응원해주시는 목사님의 모습을 보며 많은 위로와 힘을 얻었고 너무나도 힘들고 화나는 상황이지만 내가 가진 소소한 것에 감사하려고 합니다.
총장님...
당신 때문에 제 친구들은 쓰러져 갑니다.
당신 때문에 나는 곡기를 끊었습니다.
당신 때문에 학생들이 또 언제 누가 아파서 쓰러져 병원에 갈수도 있다는 걱정에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하나님께 감사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당신은 앞으로 어떻게 하실지 잘 바라보겠습니다.

강윤석
7일째입니다. 총장님 진지는 꼭꼭 씹어 잘 드셨는지요. 저는 오늘 교회에 다녀왔습니다. 몸도 지치고 마음도 지쳐가고 있었는데 교회에 다녀오면서 많이 회복된거 같습니다. 목사님들께서도 힘내라고 안아주시고, 격려해주셔서 힘들고 지쳤던 마음을 뒤로하고 버텨보려고 합니다. 제가 지난 6일간 잘못된 것을 외치는 사람이 우리밖에 없다고 착각했었나봐요. 눈에 보이지 않게 뒤에서 우리의 뜻을 지지해 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는구나 깨닿게 된 하루였어요. 그래서 저는 저희를 지지해 주시는 분들과 함께 앞으로도 힘내보려고 합니다. 총장님도 건강 잘 챙기셔요. 과식은 몸에 해롭습니다^^

박미소
7일차가 마지막 일기가 되었네요. 제 몸이 더 버텨주기를 바랬는데 조금 더 함께하지 못해서 죄송하고 이상한 기분이 들어요. 빨리 회복해서 다른 방법으로 열심히 뛰어야겠어요. 나머지 단식자 분들이 조금이라도 몸이 건강할때 단식이 끝나는 날이 오기를 정말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김혜원
오늘은 교회 사역으로 이리저리 바쁜 하루였습니다. 괜찮다, 괜찮다, 하지만 밥을 굶는 게 티가 슬슬 납니다. 힘내야지 다짐했던 것과는 다르게 힘이 빠지는 모습에 답답하기도 합니다. 특히 성도님들과 더 반갑게, 더 따뜻하게, 더 힘내서 인사를 나누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속상합니다. 오히려 못난 전도사 걱정해주시는 성도님들을 보고 연규홍 총장님을 다시 한 번 떠올려봅니다. 총장님, 아무것도 아닌 교육전도사는 밥을 굶고도 교회에 갑니다. 우리 교회 성도님들과 더 힘내서 안부 묻고 싶습니다. 우리 교회까지 괴롭히지 말아주세요. 그만 내려와주세요. 다들 못난 사람이라고 하는데 왜 총장님만 모르십니까.

강지우
오늘 비가 정말 많이 왔습니다. 천막 안으로 물이 떨어지고 이불이 많이 젖었습니다. 그래서 비닐을 사와서 안에 설치했습니다.
오늘도 제게 참 고마운 사람들이 와서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꽤 자주 보는 얼굴들인데도 얼마나 반가웠는지 배고픔도 잊고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하지만 즐거운 마음과는 달리, 혈당은 꽤 낮아졌습니다. 그래서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무조건 혈당을 더 올려, 버티고 버텨서 연규홍 총장에게 우리가 요구한 것을 받아낼 것입니다. 치열하고도 즐거운 주말이 이렇게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 단식 농성장의 천막이 많은 비로 더 이상 유지하기가 힘들어, 특히 남학생들이 생활하던 천막은 일단 철수한 상황이다. ⓒ에큐메니안

편집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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