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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무와 오클로스 그리고 역사적 예수를 다시 생각하다

기사승인 2019.10.14  01:2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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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병무 선생 23주기 추모강연 열려

‘心園안병무선생기념사업회’(회장 박경미 교수)가 10월13일(일) 오후3시30분 한국기독교장로회 향린교회(김희헌 담임목사)에서 心園 안병무 선생 23주기 추모강연회를 개최했다. 1996년 작고하신 안병무 선생의 삶과 신학을 기리기 위해 시작된 추모강연회는 그간 다양한 주제와 국내외의 많은 강연자들이 참여해 자리를 빛냈다.

안병무의 『민중신학 이야기』영문판 출판 기념회도 겸해

특히 이날 강연회는 안병무 선생의 주저 중의 하나인 『민중신학 이야기』의 영문판 출판을 기념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영문으로 번역된 『민중신학 이야기』의 영문판 제목은 “Stories of Minjung Theology: The Theological Journey of Ahn Byung-Mu in His Own Words”이며 미국 SBL(Society of Biblical Literature)에서 출판되었다. 그간 민중신학에 관한 논문들이 모아져 단행본으로 출판되기도 했지만, 안병무 선생의 책이 직접 번역되기는 처음이다.

『민중신학 이야기』의 영문판 번역은 인한나(Hanna In) 선생이, 편집은 박원기(Wongi Park) 선생이 맡았다. 또한 영문판에서 안병무 선생에 대한 소개는 안병무 선생의 제자이기도 한 ‘제3시대 그리스도교연구소’(소장 양권석 교수) 김진호 연구기획위원장이 썼다. 책 전체에 대한 소개는 이날 강연을 맡은 영국 버밍햄 대학교 수기타라자(Rasiah S. Sugirtharajah) 명예교수가 서술했다.

▲ 안병무 선생의 『민중신학 이야기』가 영문으로 번역되어 미국 SBL에서 2019년 출판되었다. ⓒGetty Image

“예수가 있는 곳에 민중이 있고, 민중이 있는 곳에 예수가 있다”

이날 출판기념회와 강연회 사회를 맡은 박경미 회장의 여는 기도로 추모강연은 시작되었다. 박 교수는 여는 기도를 통해 “안병무 선생의 민주화 정신을 기억하며, 아직 이루지 못한 민주화 사회를 이룰 것을 다짐하자”며 향린교회에 모인 청중들의 가슴에 다시금 숙제를 되새겼다.

여는 기도에 이어 수기타라자 교수는 양권석 교수의 통역으로 ‘지중해 세계의 민중 메시아 탐구–안병무의 역사적 예수(Searching for the Minjung Messiah in the Mediterranean World)’라는 제목의 강연을 진행했다.

수기타라자 교수는 먼저 안병무의 연구 주제에서 세 가지 특징들을 언급했다. ‘오클로스(ochlos)에 대한 주석 작업’, ‘역사적 예수에 관한 연구’, ‘갈릴리에 관한 연구’가 바로 그것들이었다. 수기타라자 교수에 의하면 안병무가 연구를 시작했을 당시, 독일 중심의 학계 연구는 묵시, 하나님 나라의 임박한 도래와 지연, 그리고 예수에게서 예언의 성취에 집중되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안 선생의 연구는 이와 달랐다고 지적했다. 먼저 안병무에게 성서를 읽는 것은 일반적인 사람들의 삶을 읽는 것이었다. 그러한 삶들은 예수의 삶과 구분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수기타라자 교수는 안병무의 역사적 예수 연구가 기존 역사적 예수 연구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안병무의 예수 연구와 독일의 역사적 예수 연구의 차이점을 세 가지로 압축했다.

첫째, 안병무는 예수를 케리그마적 언어로부터 구했다고 지적했다. 그의 책 『민중신학 이야기』에서도 강조하고 있듯이, “태초에 케리그마가 아니라 사건이 있었다.”는 안병무의 역사적 예수 연구에서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안병무는 케리그마 뒤편에 자리한 역사적 예수를 발견하는데 몰두했던 것이다.

둘째, 안병무는 단독적 구원자 서사에서 예수를 구했다고 수기타라자 교수는 밝혔다. 불트만이 예수와의 ‘실존론적 결속’을 주장했다면, 안 선생은 예수를 사회적, 집단적으로 경험할 것을 강조했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 영국 버밍햄 대학교 수기타라자 명예교수가 안병무 선생 23주기 추모 강연에서 “지중해 세계의 민중 메시야 탐구-안병무의 역사적 예수”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진행했다.(사진 왼쪽) 이날 통역은 제3시대 그리스도교연구소 소장이자 성공회대 신학과 교수인 양권석 신부가 맡았다.(사진 오른쪽) ⓒ유영상

수기타라자 교수가 밝힌 세 번째 차이점은 안병무에게 예수는 말씀과 설교로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민중사건 속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사건의 증언자로 민중을 강조한다. 안 선생에 따르면, ‘예수와 함께 했던 사람들’인 민중은 – 서양의 연구처럼 예수의 보조자가 아니라 – 역사의 주체이자 성서의 눈이었다.

즉 민중의 관점으로 성서를 해석하고자 했으며, 박제될 위기에 처한 예수를 지금 여기에서 살아있는 예수로 소환했다.

안병무의 발자국이 희미해져간다

이어서 수기타라자 교수는 안병무 이후의 신학연구자들을 비판했다. 그 이유는 더 이상 한국의 상황이 안병무가 경험했던 격정적이고 치열한 운동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한국 신학자들은 신자유주의 사회 속에서 부유하고 번창했으며, 길들여져 있을뿐더러 신선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수기타라자 교수는 안병무의 아쉬운 점 또한 지적했다. “안병무는 예수의 반식민주의적 연설 배후에 통제, 패권, 그리고 심판의 언어를 설파하는 제국주의적 사고가 잠복해 있다”고 비판한다. 화산맥처럼 되풀이 되고 있고 폭발적으로 터져나오는 민중해방운동은 하나의 민중사건이며 이러한 해방적 사건들 속에서 예수의 현존을 깨닫는다는 것은 그리스도교 신앙에 밖에 있는 사람들에겐 생색내기이거나 모욕을 주는 일이 될 것이라는 게 그 이유이다.

이와 동시에 수기타라자 교수는 당시의 탈식민주의 비평은 아직 걸음마 단계였음을 인정하며, “일제강점기에 대항하는 성서 읽기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에 관한 안병무의 예시들과 민중에 관한 논의를 전개하는 안병무의 표현 방식을 통해서 탈식민적 단서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민중을 돕지 말라, 민중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

마지막으로 수기타라자 교수는 “민중은 정체돼 있지 않은 역동적인 집단”이라 강조하며, “신학자들은 민중을 돕는다는 것으로, 다시 말해 민중을 시혜적 관계로 이해하지 말고 민중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민중의 곁에 있는 사람들은 민중의 목소리가 전해지고 사람들이 이를 들을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이번 강연을 계기로 민중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유영상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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