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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 떠날 때는 눈썹도 빼놓고 가라

기사승인 2019.10.04  16: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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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상 자전거 (4)

산티아고 순례길, 혹은 카미노라고 불리는 유럽 이베리아 반도의 성지 순례길을 걸을 때, 배낭을 자기 몸무게의 1/10 이하로 맞추라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800km 정도 되는 순례길이 무척 힘들어진다. ‘삶의 무게’ 같은 말이 생각난다.

알베르게(albergue)라 부르는 숙소에는 많은 책이 있는데, 순례자들이 두고 간 것이다. 무거워서 버린 것이다. 나는 여벌옷을 버렸다. 물병도 버렸다. 포도주 오프너도 버렸다.

너무 무거웠다. 미친 듯이 버리고 싶다. 짐이 무거우면 걷기 힘들고, 쉬 지치고, 발에 물집도 생기기 쉽다.

자전거를 타다보면 자기 자전거가 무겁다고 생각하는 때가 열병처럼 온다.

자전거가 무거우면 주행이 힘들다. 당연한 이야기다. 자전거가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짧은 거리는 별 문제없지만, 장거리를 갈 때, 언덕을 오를 때 힘들어진다.

그때 자전거 무게를 줄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이를 위해 노력한다. 이런 노력을 ‘경량화’라고 한다. 그래서 가벼운 소재의 자전거를 찾게 된다.

자전거 무게를 줄이는 쉬운 방법은 비싼 자전거를 사는 것이다. 고급자전거는 가볍다.

자전거 소재는 철 – 알루미늄 – 카본 순으로 가볍다.

꼭 이런 것은 아니지만 대충 이렇게 된다. 가벼울수록 비싸다. 

자전거 마니아들은 자전거 무게 1g 줄이는데 만 원이 든다는 말을 한다. 이 말은 허무맹랑하지 않다. 상급 자전거로 가면 과장이 아니다.

자전거 페달은 (좌우 한 쌍 합쳐) 400g 정도 나가고 가격은 만 원 정도 한다. 대부분 사람들이 쓰는 페달이다. 상급 페달은 220g 정도 나가는데 가격은 30만 원 선이다.

카본과 티타늄, 알루미늄을 섞어 만든 최상급 페달은 90만원정도 한다. 190g이다. 30g 줄이는데 60만원이 든 것이다.

미친 것 같다.

사과 하나 무게는 300g 정도고 A4 용지 무게가 5g 정도다. 
도대체 무게 조금 줄여서 - 1kg도 아니고 100g도 아니고 - 겨우 몇 십 g 줄여서 속도가 얼마나 빨라진단 말인가.

수영선수들이 제모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까. 혹은 경마 선수의 경우와 비슷할까. 경마선수는 신장 168cm 이하, 체중 49kg 이하에서 선출한다. 체격이 이보다 크면 말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경마는 무게와의 전쟁이다. 자전거도 그러하다.

자전거에 돈을 들이지 않고 가볍게 가는 방법은 자신의 몸무게를 줄이는 것이다. 몸의 지방을 근육으로 대체하면 된다. 고통스럽지만 돈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방법을 두고 돈을 들여 자전거 무게를 줄인다.

삶도, 여행도, 자전거도 가벼운 것이 미덕이다.
  
천리불소서(千里不捎书)라는 말이 있다.

‘천리 길에는 편지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작고 가벼운 물건이지만 길이 멀면 무겁게 생각된다는 의미이며 여기서 파생되어 ‘천리 길에는 눈썹도 짐이 된다’는 뜻이 되었다.  

길을 떠나려거든 눈썹도 빼놓고 가라. 
千里不捎书  
중국속담

전성표 목사(이웃사랑교회) s1564@hanmail.net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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