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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의 장애인 학살을 위한 선전·선동

기사승인 2019.10.04  01:5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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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은 가족과 사회의 짐이다

독일에서 박사과정 중에 있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한 목사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기사와 관련된 자료들과 포스터 자료들을 신속하게 찾아준 것은 기자 혼자서는 하루 종일 매달려야 하는 일을 단 몇 분 만에 끝내도록 도와준 것이다. 또한 기자의 난삽한 독일어 번역을 유려하게 다듬어 주었고 포스터에 기록되어 있는 독일어 문장들을 번역해 주셨다.

‘슈츠슈타펠’(Schutzstaffel)이라는 조직이 있었다. 독일 나치에 존재했던 준군사조직(나치 친위대)이다. 나치라는 단어에서 10에 9명의 사람들이 연상하게 되는 검은 제복과 하켄크로이츠(십자모양) 등의 빨간 완장을 착용한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다.

이들이 악명 높았던 것은 장애인과 유대인 그리고 흑인 등에 대한 인종말살정책을 포함해 온갖 전쟁 범죄를 앞장서서 저질렀기 때문이다.

장애인 학살 T4작전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 슈츠슈타펠의 공식 기관지가 “검은 군대”(Das Schwarze Korps)이다. 이 신문은 매주 수요일에 발행되었고 무료로 배포되었다. 슈츠슈타펠 소속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신문이었고, 이 신문의 기사 내용을 통해 힘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이 신문의 편집장은 ‘군터 드알크벤’(Gunter d’Alquen)이었고, 발행인은 “프란츠-에어-출판사”(Franz-Eher-Verlag)의 ‘막스 아만’(Max Amann)이었다. 이 신문은 로마 가톨릭교회, 유대인, 공산주의, 프리메이슨주의자, 장애인과 다른 이들을 저주하는 기사를 자주 게재해 이들을 향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표출했다. 슈츠슈타펠은 나치의 선전 역할을 했던 신문이었다.

▲ “당신은 지금 같이 부담을 지고 있습니다. 유전병자 한 명이 60살까지 살기위해 평균 5만 마르크의 비용이 듭니다.”(Hier trägst Du mit. Ein Erbkranker kostet bis zur Erreichung des 60. Lebensjahres im Durchschnitt 50,000 RM.) ⓒGetty Image

이 신문이 1937년 3월18일에 발행한 “Zum Thema Gnadentod”(자비로운 죽음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기사의 한 대목에는 다음과 같은 쓰여 있다.

“정신병 환자”의 죽음에 관하여(über die Tötung »Geisteskranker«)

한 성인이 정신적인 병을 앓게 된다면, 그는 적어도 인간 가치는 가지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 그 자신과 그와 관계된 모든 사람들을 구원으로 이끈다고 해도 그를 소멸시키는 것은 어려운 결정이다. 정신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는 인간 가치가 없다. […] 생명의 빛이 꺼지게 내버려둔다면 잃을 게 없는 것이다. 누군가 사람은 무엇인가를 죽일 권리가 없다고 말한다면, 그는 사람이 자연에 개입(서투르게 간섭)하거나 아직 생명으로 태어나지도 않은 생명체를 살아있도록 만드는 권리가 백배나 적다는 대답을 듣게 될 것이다. 그것은 기독교적 이웃 사랑 실천과 관련이 없다. […]
누군가는 자연이 그 자신의 권리를 성취하도록 법을 만들어야 한다. 자연은 이러한 소생능력이 없는 피조물을 굶어 죽게 할 것이다. 우리는 좀 더 인간적으로 고통 없이 자비로운 죽음을 마련해 줄 수 있다. 이것만이 이러한 경우 실천할 수 있는 유일한 인간성이며, 인도주의 뒤에 숨어 있는 비겁함보다 백배나 고귀하고 품위 있고 인간적인 것이며, 그러한 불쌍한 피조물은 그 존재 자체가 짐이며 가족과 사회의 생존에 대한 부담이다.

Wenn ein Erwachsener geisteskrank wird, hat er bisher wenigstens einen Persönlichkeitswert gehabt. […] Ihn auszulöschen, ist ein schwerer Entschluß, obwohl er für ihn und alle Beteiligten zur Erlösung führt. Ein idiotisch geborenes Kind hat keinen Persönlichkeitswert. […] Man nimmt ihm nichts, wenn man sein Lebenslicht verlöschen läßt. Wenn einer sagt, der Mensch habe kein Recht zu töten, so sei ihm erwidert, daß der Mensch noch hundertmal weniger Recht hat, der Natur ins Handwerk zu pfuschen und etwas am Leben zu erhalten, was nicht einmal zum Leben geboren wurde. Das hat mit christlicher Nächstenliebe nicht das Geringste zu tun. […]
Man müßte ein Gesetz schaffen, das der Natur zu ihrem Recht verhilft. Die Natur würde diese lebensunfähigen Geschöpfe verhungern lassen. Wir dürfen humaner sein und ihm einen schmerzlosen Gnadentod bereiten. Das ist die einzige Humanität, die in solchen Fällen angebracht ist, und sie ist hundertmal edler, anständiger und menschlicher als jene Feigheit, die sich hinter der Humanitätsduselei verkriecht und dem armen Geschöpf die Last seines Daseins, der Familie und der Volksgemeinschaft die Last des Unterhalts aufbürdet.

이 기사의 핵심은 제일 마지막 문장인 “그러한 불쌍한 피조물은 그 존재 자체가 짐이며 가족과 사회의 생존에 대한 부담”이다. 즉 슈츠슈타펠은 이 기사를 통해 선천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는 아이들은 그 아이 뿐만 아니라 가족과 사회에 부담이 되는 존재이며 죽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앞선 기사들에서 소개했던 바와 같이 독일 나치의 안락사 프로그램이자 장애인 학살 T4 작전이 시행되기 2년이나 앞서 이미 이런 이야기가 유포되었다.

▲ “한 명의 유전 병자를 위해 국가는 매일 5,50마르크의 비용을 지불한다 - 그 5,50마르크는 한 건강한 가족이 하루를 살 수 있는 돈이다.”(Täglich RM 5,50 kostet den Staat ein Erbkranker - für RM 5,50 kann eine erbgesunde Familie 1 Tag leben) ⓒGetty Image

이러한 형태의 이야기를 흔히들 프로파간다(Propaganda)라고 한다. 프로파간다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것의 존재나 효능 또는 주장 따위를 남에게 설명해 동의를 구하는 일이나 활동, 주로 사상이나 교의 따위의 선전을 일컫는다. 여기서 선전의 주체는 각각의 목적에 따라 정부·혁명조직·노동자·시민·기업 등 정치적인 것으로부터 상업적인 것까지 포함된다.

그리고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 등 프로파간다를 위한 주요 수단의 발달은 정치 선전의 대상을 확대시키고 관련 기법을 보다 고도화했다. 이와 같은 프로파간다의 개념적 정의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사례들은 대부분 전시 상황에서 이루어졌다. 이는 전쟁이라는 참혹한 현실 속에서 선전을 통해 대중들의 의식을 집단화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히틀러의 입 혹은 나치의 입이라고 불렸던 파울 요제프 괴벨스(Paul Joseph Goebbels)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 행동을 국민에게 강요해서는 안 되고, 국민이 위임한 후 행동해야 한다.” 즉 프로파간다를 통해 국민의 동의를 이끌어내고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괴벨스는 이런 말도 했다. “선동은 문장 한 줄로도 가능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반박하려고 할 때면 사람들은 이미 선동 당해 있다.” 프로파간다의 위험을 정확하게 지적한 것이다.

왜 독일 국민들은 장애인 학살에 동조했을까

그렇다면 장애 아이들이 가족과 사회에 부담이 된다는 저러한 선동이 독일 국민들의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다음 사진은 1923년 독일의 어느 도시, 이른 아침 한 주부가 부엌에서 난로에 불을 지피려는 장면이다. 그녀의 손에는 장작이 아닌 돈다발이 쥐어져 있다.

▲ 독일 한 여성이 불을 피우기 위한 불쏘시개로 돈다발을 사용하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 후 독일의 경제상황은 최악이었다. ⓒGetty Image

이 여성이 돈을 불쏘시개로 쓰는 이유는 장작 값이 하루에도 수차례 오르는 데다 구하기도 어려워 돈으로 불을 지피는 것이 편하고 싸게 먹힌다는 것이다. 웃지못할 상황은 다른 집들도 다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돈이 아무짝에도 쓸모없어진 상황을 보여준다.

이것이 제1차 세계대전 후 독일의 상황이었다. 전쟁을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출한 독일 정부는 배상금을 지불할 여력은 남아 있지 않았다. 종전 후 독일 정부의 재정은 엄청난 적자상태에 놓여 있었고, 갚아야 할 부채도 1500억 마르크에 달했다.

그 외에도 파괴된 사회 기반과 생산시설의 복구,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자국민에 대한 보상 등 재장이 투입되어야 곳은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세금도 충분히 징수할 수 없었던 독일 정부는 하루 종일 윤전기를 돌리기 시작했다. 필요한 만큼의 돈을 인쇄소에서 찍어내기로 한 것이다.

▲ “민족은 스스로를 돕는다!”(Ein Volk hilft sich selbst!) ⓒGetty Image

모든 자원이 전쟁에 동원돼 상품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중에 돈이 풀리자 물가는 상승하고 화폐 가치는 하락했다. 사람들은 보유하고 있는 현금을 되도록 빨리 소비하려고 하였고 물가 상승은 가속화했다. 물가가 더 오르기 전에 소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 화폐 유통량이 늘고, 이것이 다시 소비를 부추겨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독일의 이 경제상황을 정리한 것이 바로 독일 제3제국 총통 아돌프 히틀러였다. 이렇게 집권한 히틀러와 나치는 민족공동체를 강조하며 독일의 재건을 주장했다. 복지 정책을 실행할 능력이 없었던 히틀러와 나치의 민낯이 드러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결국 히틀러와 나치는 이 모든 원인을 장애인과 유대인을 향해 돌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물이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은 슈츠슈타펠의 기사들이다. 이 당시 복지를 갉아먹는 원인으로 지목한 장애인들을 향해 국민들이 분노하고 그들의 죽음에도 동조하도록 프로파간다 정책을 밀고 나간 것이다.

장애인 쓸모없음을 선전하다

다음의 포스터 몇 장을 소개한다.

▲ “유전 병자를 위한 독일의 연간지출 12억 마르크(88만 유전병자, 1936) / 지방정부와 소도시 행정 비용 7억1천3백만 마르크”(Der jährliche Aufwand Deutschlands für Erbkranke / Die Verwaltung von Reich Ländern und Gemeinden) ⓒGetty Image
▲ “이 유전병자의 생존을 위해 민족공동체가 6만 마르크를 지불하고 있습니다. 민족동지여, 이것은 당신의 돈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민족을 구성합시다. 국가 사회주의독일 노동자당의 인종정치국의 월간관보”(60.000 RM kostet dieser Erbkranke dieVolksgemeinschaft auf Lebenszeit. Volksgenosse, das ist auch Dein Geld. Lesen Sie Neues Volk. Die Monatshefte des Rassenpolitischen Amtder NSDAP) ⓒGetty Image

결국 이러한 선전·선동은 주효했고 히틀러와 나치는 장애인 학살 T4 작전을 실행할 수 있었다. 돈 앞에는 장사가 없다고 했던가, 그 당시 독일 국민들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수많은 학살을 눈감은 것이었다. 사람의 생명을 돈으로 환산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이 당시로 끝났을까.

여전히 가치없는 장애인의 삶

기자가 장애인 인권 단체에서 활동할 당시 보건복지부 관계자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자신의 의지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의 활동보조 수가에 대한 대화 중 복지부 관계자는 이런 말을 했다. 충격적인 이야기였기 때문에 토시 하나 틀리지 않고 기억하고 있지만 나름 순화해서 기록한다.

“그 정도의 비용이면 그냥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생활하는 게 국가 재정이 덜 들어갑니다.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 당시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았던 것이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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