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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회계의 투명성과 내부통제제도

기사승인 2019.10.01  18: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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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를 위한 기독교 경제윤리 (21)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주(主)로 고백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지만, 그 모임을 제도화한 현실 교회는 부동산, 수익용 재산, 수입 등의 물질적 기반에 바탕을 두고 전문가 집단에 의해 운영되는 종교단체로서 세상의 경제와 맞물려 있다. 교회의 재정 운영은 세상 안에 있는 종교단체가 그 본분에 충실한가를 짐작하게 하는 요소이고, 교회에 대한 신도들과 시민사회의 신뢰성을 얻는 기회이다. 그러나 교회의 재정 운영은 교회에 큰 시련이 되기도 한다.

많은 지교회들에서 교회 재정 운영을 둘러싼 추문이 끊이지 않는다. 2017년 5월 대법원은 여의도 순복음교회 원로목사 조용기 씨의 배임 및 조세 포탈에 대해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의 확정 판결을 내렸는데, 이 판결에서 보듯이, 교회 재정 운영을 둘러싼 담임목사들의 범죄도 심심치 않게 불거지고 있다. 이로 인하여 교회 재정 운영에 대한 신도들의 불신이 커지고, 교회의 사회적 신인도는 걷잡을 수 없이 떨어졌다. 개신교에서 신도 이탈이 가속화되고, 젊은 세대의 교회 가입이 크게 둔화된 것은 교회의 사회적 신인도 하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교회의 사회적 신인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교회의 본분과 과제에 부합하게끔 교회의 재정을 투명하고 신뢰성 있게 운영하는 방안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이에 관련해서 필자는 교회를 위한 기독교 경제윤리의 원칙들 가운데 ‘참여’의 원칙과 ‘정의’의 원칙에 입각하여 교회 회계기준을 수립하고, 교회 재정 운영에 대한 내부통제제도를 확립하고, 교회 재무제표의 공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싶다.

교회 회계의 필요성

재정 운영의 측면에서 볼 때, 교회는 예배, 친교, 교육, 선교, 봉사 등 하나님의 일을 위하여 신도들이 낸 헌금과 기부를 주요 수입원으로 하는 단체이다. 교회는 이 수입원을 지출하여 교회의 고유한 과제들을 수행하고, 그 과제들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을 확보하고, 기금이나 적립금 등을 활용하여 교회의 미래를 위해 투자한다. 교회를 치리하도록 성별된 교역자들과 장로들은 교회의 지도부를 구성하여 하나님께 봉헌된 헌물을 맡은 청지기로서 그 봉헌물의 보관과 사용과 처분에 대한 책임을 지는 선한 관리자의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교회의 수입과 지출을 망라한 모든 재정 운영은 하나님과의 관계, 교회 구성원들에 대한 관계, 세상과의 관계에서 그 적정성이 입증되어야 한다. 교회의 재정 운영은 무엇보다도 하나님보시기에 적절하여야 한다. 그것은 하나님의 일을 수행하기 위해 교회의 재정이 효과적으로 충분히 사용되었는가를 놓고 판단할 문제이다. 전통적으로 하나님의 일은 예배, 친교, 교육, 선교, 봉사 등으로 이해되어 왔고, 하나님의 선교와 하나님의 봉사 개념이 정립되어 있는 오늘날에는 교회가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의를 실현하기 위해 펼치는 다양한 활동들과 특히 작은 사람들 편에 서서 수행하는 봉사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 교우들의 헌금이 교회의 성공의 척도가 될 수는 없다. ⓒGetty Image

교회 구성원들과의 관계에서는, 헌물을 바친 사람들이 하나님의 뜻에 따라 그 헌물이 사용되고 있는가를 분명히 알 수 있도록 하고, 그 헌물의 사용과 처분이 투명하게, 공신력 있게 이루어졌음을 확신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과의 관계에서 교회는 세상을 섬기는 하나님의 도구로서 작은 사람들 편에서 정의와 봉사를 실천하여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세상의 경제와 맞물려 있는 교회의 재정이 투명성, 신뢰성, 공익성의 원칙에 따라 운영되고 있음을 입증하여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교회의 재정이 세상에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할 것이다.

교회의 재정 운영이 하나님, 교회 구성원, 세상과의 관계에서 적정하게 이루어졌는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교회 재정 운영에 대한 회계 처리가 교회 구성원들과 세상 사람들에 의해 받아들여질 수 있는 기준에 따라 정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교회가 종교단체로서 세상의 경제와 맞물려 경제 활동을 하고 있는 한에서 교회 회계는 불가피하다.

교회 회계는 ‘교회 경영’을 위한 판단자료일 수 없다

교회 회계는 교회의 재정 운영을 건전하게 하는데 꼭 필요하지만, 교회 회계의 여러 정보들을 활용하여 효율적인 ‘교회 경영’을 하겠다고 나서서는 안 된다. 필자는 이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 교회 회계를 바로 세우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본시 회계는 영리 활동을 하는 기업의 손익을 판단하고, 기업의 자산과 자본의 증감을 파악하고, 현금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인식하는 등 기업 경영의 성패를 가늠하는 활동이다. 따라서 교회가 이러한 의미의 회계를 필요로 하는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교회의 성공과 실패는 기업의 성패와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갖는다. 기업의 성패를 판단하는 가장 분명한 지표는 이윤이고, 이윤을 최대화하기 위해 기업 경영자는 매출을 늘리고 비용을 절감하고, 시장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기업저축을 투입하는 결정 등등을 하여야 하고, 이를 위해 다양한 시계열상의 회계 분석 자료들을 활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교회는 기업과 같은 영리 활동을 하는 기관이 아니다. 따라서 ‘교회 경영’은 애초부터 성립될 수 없는 개념이다. ‘경영 마인드’를 갖고서 교회를 운영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점점 더 힘을 얻고 있지만, 그 주장은 자본의 논리나 화폐의 논리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는 교회를 자본과 화폐의 지배 아래 놓겠다는 의견으로 간주되기에 단호하게 배격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의미에서 교회 회계는 ‘교회 경영’을 위한 판단자료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

교회 회계의 수량화된 자료들은 교회가 자신의 본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였는가를 직접 판단하는 가늠자로 여겨질 수도 없다. 교회의 성패는 교회에 맡겨진 과제들을 충실하게 수행하였는가에 따라서 판단하여야겠지만, 교회에 맡겨진 과제들, 곧 예배, 친교, 교육, 선교, 봉사 등은 그 성과를 계량화하기 힘들다. 대부분의 교회에서는 교회 등록 신도의 수효, 예배 출석 교인의 수효, 헌금 액수, 교회의 각종 프로그램들에 참석한 사람들의 수효 등의 양적 지표에 따라 교회의 성패를 가늠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향은 개신교의 거의 모든 교단들에서 지교회가 노회 혹은 총회에 보고하는 교회 현황에 주로 교인 수효와 헌금 액수를 기입하도록 하는 관행에 의해 부추겨지기도 한다. 교회의 성과를 양적으로 계량화하려는 시도는 교회가 빠져 든 양적 성장의 결과이기도 하고, 양적 성장을 끝 갈 데 없이 부추기는 유인이기도 하다.

양적 성장을 목표로 설정하는 교회는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이웃 교회들을 에큐메니칼 친교와 협력의 상대로 여기기는커녕 경쟁과 세력 확장의 대상으로 설정한다. 그 결과, 개교회 중심주의와 물질주의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강화되고, 예배, 친교, 교육, 선교, 봉사 등 정작 교회가 수행해야 할 하나님의 일조차 양적 성장의 요구 아래서 왜곡되거나 제대로 수행되지 못한다. 개교회중심의 재정 구조가 고착되어 있는 개신교 교회에서 대부분의 교역자들은 교인 수효와 헌금 액수의 증감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당회의 압력 아래서 성장 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교인 수효와 헌금 액수의 많고 적음이 교역자들의 역량을 가늠하는 지표로 자리를 잡고 있는 풍토에서 교역자는 성장주의와 물질주의의 유혹을 떨쳐내고 자주적으로 위엄 있게 하나님의 일에 나서기 어렵다.

교회의 성공을 양적으로 측정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극단적인 폐해는 예배 처소의 거대화와 화려한 장식, 교회 부속 시설의 확보, 수양관이나 임대건물 등 부동산의 확보, 이를 위한 기금이나 적립금 확보 강박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양적인 성취는 교회 회계의 여러 자료들에 어김없이 기입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계량화된 수치들이 교회의 성공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교회 인프라는 하나님의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수단일 뿐이고,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교회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판단은 하나님과 신도들, 그리고 세상 앞에서 교회가 교회에 맡겨진 과제들을 교회답게 수행하였는가를 가늠하는 고도의 신학적 작업이다. 교회가 예배, 친교, 교육, 선교, 봉사 등을 수행하면서 거둔 성과는 비용 대 효과 분석을 통하여 드러나기 어렵다. 따라서 교회 회계는 교회의 성공을 가늠하는 지표로 쓰이기 어렵고, ‘교회 경영’을 위한 판단 자료로는 더더욱 쓰일 수 없다. 그렇지만, 이처럼 교회 회계의 용도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한다고 해서 교회 회계의 중요성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다.

교회 회계의 쓰임새

교회 회계를 엄정한 회계 기준에 따라 작성해서 공개하는 까닭은 여러 가지가 있다. 무엇보다도 먼저 교회 회계는 교회 재정 운영의 책임을 맡은 사람들이 하나님의 일을 위해 봉헌된 물질을 신실하게 관리하고 하나님의 뜻에 충실하게 사용하는 청지기의 직분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가를 평가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한다.

둘째, 교회 회계는 그 특성상 예산 회계이기에 교회 지도부가 설정하는 교역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예산 계획을 수립하고 그 집행 결과를 결산하여 교회 수지계산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도록 돕는다.

셋째, 위의 첫째 항과 둘째 항에서 언급한 내용과 연결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교회 재정 운영의 적정성에 관련하여 덧붙인다면, 교회 회계는 예배, 친교, 교육, 선교, 봉사 등 교회가 반드시 수행하여야 할 과제들을 위한 예산 수립과 그 집행, 그 과제들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의 확보를 위한 예산 계획과 집행, 교회의 미래를 위한 적림금과 기금의 확보 등 교회 재정 활동의 적정성에 대한 판단의 자료를 제공한다.

넷째, 교회 회계는 교회의 발전을 위한 투자 계획을 합리적으로 수립하고 그 집행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도록 판단 자료를 제공한다. 예를 들면, 교회 발전을 위한 무모한 부동산 매입과 교회 건축 등은 교회를 재정적 파산 상태로 이끌 수 있기에 교회 수입과 그 결산을 합리적으로 예측하고, 자본수지와 그 비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하는 회계 자료들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다섯째, 교회 회계는 교회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비용이 낭비되지 않도록 통제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예를 들면, 교회가 버스를 소유하여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리스 방식의 교회 버스 운영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여섯째, 교회 회계는 교회를 구성하는 신도들이 교회 예산의 수립과 편성, 그 집행과 결산 등 교회 재정 활동의 전 과정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교회를 형성하고 운영하는 책임 있는 주체가 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한다.

일곱째, 교회 회계는 그 자체가 교회 활동의 기록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교회의 발전을 평가할 수 있는 자료로서 기능한다.

여덟째, 교회 회계는 교회의 재정이 투명성, 공신력, 공익성 등의 요구에 따라 운영되고 있음을 교인들과 세상에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이것이 갖는 중요성을 인식하는 사람들은 교회 회계가 절차에 따라 반드시 공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교회 회계는 ‘교회 경영’을 위한 판단 자료나 교회의 성공을 가늠하는 자료로 사용되지 않고도 매우 다양한 쓰임새를 갖고, 그 쓰임새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교회 회계 기준

「교회 회계 기준」은 1987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에서 최초로 제정되었으며, 1999년 개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것은 교단 차원에서 교회 회계기준을 제정한 최초의 사례이고 유일한 사례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차원에서는 2013년 「교회회계와 재무처리기준」을 제정한 바 있다. 예장 통합측의 기준과 NCCK의 기준은 모두 지교회에 권고되었을 뿐 의무사항으로 정립된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인지, 교회 회계가 중요한 쓰임새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회 회계의 재무제표가 개교회 차원에서 엄격한 회계기준에 의해 작성되는 경우는 여전히 드물다.

예장 통합측의 교회 회계기준에서 교회 회계에 복식부기를 도입하였다는 것은 눈여겨보아야 할 점이다. 교회 회계는 현금 중심으로 수입과 지출을 단순하게 기입하는 단식부기 형태를 취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러한 장부 기재는 수지계산을 하는 데 그칠 뿐 자산과 부채의 변화, 자본수지 균형 등 교회 재정 운영을 파악하는 데 필요한 정보들을 제공하지 못하는 한계를 갖는다. 이 때문에 예장 통합측은 단식부기 작성 관례를 깨고 복식부기 도입을 통하여 발생주의 원칙에 따라 교회 회계 장부를 기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설정하였다.

복식부기를 시행하게 되면, 복식부기로부터 예산수지결산서, 자금수지계산서, 대차대조표, 부속명세표 등 재무제표를 손쉽게 작성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교회 재정운영에 관한 다양한 정보들과 자료들에 바탕을 두고 교회 운영과 사업 계획에 관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기가 쉬워진다.

예장 통합측 회계기준에는 잉여금처리에 관한 문서도 작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교회가 영리 기관이 아니어서 잉여금의 분배 등에 관한 관념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그것은 불필요한 문서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소한 실수가 남아 있는 것은 어쩌면 예장 통합측 회계기준이 ‘교회경영’을 염두에 두고 회계전문가들에 의해 정교하게 가다듬어졌음을 암시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밖에 예장 통합측 회계기준에 관련해서는 고정자산의 감가상각이 배제되었기 때문에 교회 자산에 대한 실사가 어렵다는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이 지적되고 있으나 여기서는 깊이 들어가지 않는다.

NCCK가 마련한 「교회회계와 재무처리기준」은 한국회계기준원이 작성한 「비영리조직 회계기준」 초안을 대폭 수용한 것이기 때문에 교회 회계와 세속적인 비영리조직의 회계 사이의 간격을 좁혔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교회 회계를 세상에 공시하더라도 시민사회나 국가가 이를 파악하고 평가하기 쉽게 회계기준이 마련되었다는 뜻이다. 그런 만큼 교회의 특성에 맞는 회계 및 재무처리 지침을 정교하게 가다듬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도 눈에 띈다. 예를 들면, 이 지침에서 언급되고 있는 ‘운영성과표’는 재무제표에 상세하게 기입하기 어려운 사업계획과 활동 내용을 정리한 문서이다. 따라서 교회의 성과를 가늠하는 문서로 오해되어서는 안 된다.

NCCK의 「교회회계와 재무처리기준」도 발생주의 원칙에 따른 복식부기 작성을 원칙으로 삼았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점이다. 그러면서도 NCCK는 이 원칙을 예산 규모 5억 원 이상의 교회에 적용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아 교회의 현실을 어느 정도 감안하고 있다. NCCK의 지침은 복식부기로부터 도출되는 재무제표를 작성할 것을 요구하고, 이와 밀접하게 관련되는 ‘운영성과표’와 현금흐름표, 주석 등을 작성할 것을 요청하였다.

예장 통합측과 NCCK가 마련한 교회예산기준 혹은 교회 회계 및 재무 처리 기준은 교회 회계가 엄격한 회계기준에 따라 작성되어야 한다는 요구를 담고 있다. 발생주의에 따른 복식부기는 교회 재정 운영에 관한 다양한 정보들과 자료들을 제공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만, 이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회계 지식이 필요한데다가 교회 재정이 일정한 규모에 이르렀을 때 효과적이다. 따라서 예산 규모가 적은 교회에 복식부기 작성 지침을 일률적으로 적용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규모가 작은 교회들에서는 현금주의 원칙에 따라 수입과 지출을 기록하되, 교회 수입과 지출을 관항목 수준에 따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간이 대차대조표를 작성하고, 교회 사업 계획과 집행 내역을 대차대조표의 부속 문서로 마련하거나 주석으로 기입하는 것으로 족하다.

교회 회계 기준과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세부적인 지침들을 들여다보아야 하지만, 이 글에서는 세부적인 지침들을 상식적인 내용으로 간주하여 더 자세한 논의를 하지 않는다.

내부통제제도

교회의 재정 운영은 엄격한 교회 회계기준에 따라 통제될 수 있지만, 이러한 회계기준은 내부통제제도가 확립되어 있지 않을 때에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내부통제제도는 교회 재정에 관한 업무 분장과 관련되어 있다. 그 원칙은 간단하다. 우선, 재물의 보관과 재물의 사용을 분리한다.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그 재물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둘째, 재물 보관과 그것에 대한 장부 기입을 분리하고, 재물의 사용과 그것에 대한 장부 기입도 마찬가지로 분리한다. 상호 체크가 가능해서 부정과 독직의 가능성을 없애자는 뜻이다. 이 원칙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세부적인 인사 규정들을 제정해야 하지만, 여기서는 더 이상 자세하게 논하지 않는다.

셋째, 집행 계획을 수립하여 절차에 따라 승인을 받고, 그 계획을 집행할 때에도 각 단계별 집행내역을 절차에 따라 승인을 받는다. 집행 결과는 절차에 따라 보고하여 승인을 받는다. 이렇게 하는 것은 책임의 소재와 감독권 행사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이다.

마지막으로, 업무에 대한 감사와 재정에 대한 감사가 교회 재정의 업무 분장에서 독립된 위상을 갖는 기구에 의해 항시적으로 이루어지게 한다.

이러한 내부통제제도는 교회에서 제대로 확립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람을 믿고 맡긴다는 불문율이 교회에서 강력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회에서 재정과 관련된 사고들은 이 불문율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재물은 맘몬으로 둔갑하여 사람들의 몸과 마음과 영혼을 쉽게 지배할 수 있기 때문에 재정 운영의 투명성과 신뢰성이 생명처럼 중요한 교회에서는 내부통제제도를 엄격하게 확립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그런데 교회의 내부통제제도를 무너뜨리는 장본인은 교회를 세우고 발전시키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담임교역자인 경우가 많다. 그러한 교역자들은 대체로 카리스마적 유형의 지도자이기 때문에 합리성의 요구나 법이나 준칙의 규율에 매이지 않고 권위를 앞세워 자신의 뜻에 따라 교역 활동을 펼치고 교회 재정을 임의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교역자의 권위에 눌린 당회원들과 제직들은 교역자의 전횡을 방조하거나 심지어 협력하기까지 한다.

그렇게 해서 교회 재정 운영의 최종적인 승인자이자 감독자인 담임교역자가 앞장서서 교회재정 운영의 준칙을 무너뜨리게 되면, 교회는 복마전을 방불케 하는 재정 파탄 상태에 직면한다. 이에 염증이 난 신도들의 일부가 담임 교역자의 재정 전횡을 문제로 삼고 이를 상급 치리 기관이나 사법 기관에 고발하기에 이르게 되면, 이 불행한 사태는 결국 담임교역자의 배임과 횡령, 세금 포탈 등을 다스리는 국가형벌권을 발동시키는 지경에 이르기까지 한다.

교회 회계 공시의 의무화

교회의 재정 운영은 교회 구성원들뿐만 아니라 세상을 향해서도 공시되어야 한다. 교회 구성원들은 교회 재정을 조성한 당사자이기에 교회 재정에 관한 회계 보고를 받을 권리가 있다. 교회 재정 운영의 최종 책임자인 담임교역자는 절차에 따라 교회 재정에 관한 회계 보고서를 작성하여 감사를 받고, 감사 결과를 첨부한 회계보고서를 제직회를 경유하여 교인 총회에 보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할 의무가 있다. 회계보고서는 교회 재정에 관한 재무제표, 교회 사업 계획과 집행 내역, 부속명세표와 주석 등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이 문서들은 영구적으로 보관되어야 하고, 항시적으로 공시되어 누구든 이를 열람할 수 있어야 한다.

교회는 세상을 향해서도 교회 회계를 공시할 의무가 있다. 그것은 교회가 첫째 하나님의 선교와 하나님의 봉사 개념에 따라 세상을 섬기고 작은 사람들 편에 서서 정의를 실천하고 봉사를 펼치는 공익의 구현자이기 때문이다. 교회의 공익성은 세상을 섬기는 교회의 예산 계획과 그 집행 내역이 기록된 교회 회계의 공시를 통하여 누구나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교회는 세상의 경제에 맞물려 그 나름의 경제 활동을 하는 종교단체이고, 교회의 인건비 지출과 재화 및 서비스 소비, 그리고 교회의 수익사업은 세법의 규율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교회는 재정 운영과 회계의 정보를 있는 그대로 세무 당국에 제공할 의무가 있다. 이러한 세무 협력 의무가 교회의 회계를 세상에 공시하여야 할 중요한 이유이다.

국가는 국가 나름대로 교회 회계를 공시하도록 유도하는 법적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교회가 교회 회계를 공시할 때에만 세무당국이 교회에 기부금 증명서를 발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면, 교회의 회계 공시는 촉진될 수 있다.

맺음말

교회 쥐처럼 가난하다는 말은 교회가 세상에서 현존하는 이상적인 방식을 가장 잘 표현한다. 세상을 섬기기 위해 자신에게 아무 것도 남기지 않고 내어주기 때문에 교회의 곳간은 비고, 그 곳간에 사는 쥐는 배가 고프다.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곳간이 빈 교회는 실패한 교회이다. 하나님이 보시기에도 그럴까? 교회 회계는 교회의 이상적인 현존 방식을 기록하는 문서가 아니다. 그러나 그 문서는 교회의 재정 운영이 투명성, 신뢰성, 공익성의 요구에 따라 얼마나 적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가늠할 수 있는 정보들을 제공한다. 그 정보들은 물론 빈약하지만, 매우 중요하다.

강원돈 교수(한신대 신학부/사회윤리와 민중신학) wdkang55@h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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