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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의 스탈린이즘, 러시아 정교회의 세속화

기사승인 2019.09.26  03: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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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선교를 위해 꼭 알아야 할 주체사상 100문 100답(53)

Q: 세속종교에는 무엇이 있나요?(9)_소련의 스탈린이즘

A: 지난 연재에 이어서 소련의 세속종교인 스탈린이즘(Stalinism)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1924년 레닌 사후 스탈린이 최고지도자로 등극하였습니다. 1929년 이후부터 소련의  세속종교인 스탈린이즘은 스탈린의 신격화에 박차를 가하였습니다.

스탈린은 1953년 사망할 때까지 신격화된 독재자로서 당과 소비에트를 통치하였습니다.

영국 노동당의 정치이론가 해롤드 라스키(Harold Laski)는 스탈린 당대에 스탈린이즘에 매료되었습니다. 그는 1943년에 출판된 『우리 시대의 혁명에 대한 성찰』이라는 저서를 발간합니다. 이 책을 통해 스탈린이즘이 종교적 열정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스탈린이즘의 영성을 1600년대 청교도들의 급진적이고 전투적인 영성과 비교하였습니다. 그는 소련, 즉 소비에트 연방이 새로운 삶의 길을 찾았으며, 사람들을 평화로 묶어주는 공통의 신념을 발견하였다고 평가하였습니다.

▲ Left: Patriarch Alexy I of Moscow greets Joseph Stalin on the occasion of his 70th birthday (1949). Right: Icon portraying Joseph Stalin, where he (following a totally unsubstantiated legend) is asking St. Matryona of Moscow for her blessing. ⓒGetty Image

라스키는 청교도들이 성경에 의지하는 것처럼 볼셰비키들은 맑스와 레닌의 경전에 의지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특히 볼셰비키들은 청교도들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이 선택받았으며 선취된 미래의 질서에 대한 선구자들로 예정되었음을 느끼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볼셰비키와 청교도들은 모두, 진리에 대한 열광적인 믿음을 지니고서 진리에 반대하는 자들은 누구든지 사탄의 첩자이며 반드시 즉결 처분되어야 함을 확신하였다고도 하였습니다.

요컨대, 진리에 대한 배타적인 태도와 근본주의적 열정이 스탈린주의자들과 청교도들의 공통점이라는 것입니다. 라스키는 소련의 세속종교인 스탈린이즘이 전통종교인 그리스도교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당대에 통찰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라스키의 저서가 출판된 해와 동일한 해인 1943년에 슘페터(Joseph Alois Schumpeter)는 그의 역작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를 출판하였습니다. 그는 이 저서에서 “맑시즘은 하나의 종교”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맑시즘은 그 신자들에게 “궁극적인 목표들의 체계”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이 신념체계가 그 믿는 자들에게는 모든 사건과 행위의 절대적인 기준이 되며, 삶의 의미를 구성해준다는 것입니다. 맑시즘은 원대한 인류사적 구원계획이 있으며, 현세에 있어서의 천국인 사회주의 실현을 약속한다는 점에서 종교의 한 종파로 간주해야 한다고 슘페터는 주장하였습니다. 라스키와 마찬가지로 슘페터 또한 소련의 스탈린이즘이 세속종교로서 기능하고 있음을 당대에 통찰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폴란드의 역사학자 마르친 쿨라(Marcin Kula)는 공산주의가 전통 종교에 맞서 줄기차게 싸워왔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종교와 닮아간 것은 역설이 아닐 수 없다고 합니다. 그는 여러 가지 차원에서 스탈린주의와 그리스도교를 비교하고 있습니다. 역사와 시간에 대한 해석에서 역사는 예정된 것이고 완성을 향해 전진한다는 것은 스탈린주의와 그리스도교에 공통적이라고 합니다.

레닌과 스탈린은 노동계급을 약속의 땅으로 인도하는 지도자라는 것입니다. 소련의 공산당은 소련의 ‘사제’로서 진리와 권위의 문제에 있어서 독점적인 해석권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소련 공산당의 레닌 숭배는 러시아 정교회의 성인 숭배와 유사하며, 레닌 능묘를 지어올린 건축가 알렉세이 슈추시에프(Alexey Shuchusiev)가 혁명 전에는 러시아 정교회 성당을 건축하였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스탈린주의자들에게 레닌의 능묘는 예수의 무덤자리와 그 위에 세워진 교회가 그리스도인들에게 갖는 의미와 유사합니다. 모스크바는 성지이고, 붉은 광장은 지성소이며, 맑스, 레닌, 스탈린의 저서들은 성경입니다. 또한 스탈린주의 해설서들은 교리문답서의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스탈린주의의 예배력은 메이데이(노동절)를 비롯한 각종 기념일입니다. 각종 축전의 형식은 종교적 축제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지도자들의 초상화를 성자의 유골함처럼 높이 들고 다니고, 기계적 연설들로 가득한 당 대회는 마치 기도회를 닮았다고 마르친 쿨라는 평가합니다.  

스탈린은 러시아 정교회에서 운영하는 교회소학교를 최우등으로 나왔으며, 마찬가지로 러시아 정교회에서 운영하는 트빌리시 신학교로 진학하였습니다. 아들을 정교회의 사제로 만들려는 어머니의 간절한 소원대로 트빌리시 신학교에 재학한 6년의 기간 동안 스탈린의 성적은 우수하였습니다. 비록 사제의 길을 포기하고 혁명가의 길을 택하였지만, 트빌리시 신학교 시절에 접한 러시아 정교회의 가르침은 스탈린이즘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스탈린의 사고에 끼친 러시아 정교회의 영향은 스탈린이즘에 고스란히 반영되었습니다. 초기 공산주의 진영에서 절대적인 지위를 가졌던 소련의 영향 하에 전 세계 공산주의 진영으로 전파 되어 주체사상의 형성 과정에도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바로 이러한 지점에서 남의 그리스도인들은 북의 세속종교인 주체사상을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실마리의 끝에서 대화의 물꼬를 틔워낼 수 있을 것입니다.

정대일 연구실장(그리스도교-주체사상 대화연구소) jungsca@hanmail.net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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