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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관에 걸려 넘어지는 소자”

기사승인 2019.09.23  17:5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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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며 묵상하며

6 “나를 믿는 이 작은 사람 가운데서 하나라도 걸려 넘어지게 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차라리 그 목에 큰 맷돌을 달고 깊은 바다에 빠지는 편이 낫다. 7 사람을 걸려 넘어지게 하는 일 때문에 세상에는 화가 있다. 걸려 넘어지게 하는 일이 없을 수는 없으나, 걸려 넘어지게 하는 일을 일으키는 그 사람에게는 화가 있다.” 8 “네 손이나 발이 너를 걸려 넘어지게 하거든, 그것을 찍어서 내버려라. 네가 두 손과 두 발을 가지고 영원한 불 속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손이나 발 없는 채로 생명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9 또 네 눈이 너를 걸려 넘어지게 하거든, 빼어 버려라. 네가 두 눈을 가지고 불 붙는 지옥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한 눈으로 생명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마태복음 18:6~9/새번역)

주님을 믿는 작은 사람은 누구일까요? 절대로 넘어지게 하지 말라고 경고하시는 그 작은 이는 누구입니까? 작은 사람은 바로 앞서 나온(마18:1~5) 어린 아이를 떠오르게 합니다. 하늘 나라에 들어갈, 하늘 나라에서 큰 사람인 어린 아이와 이어집니다. 그러나 당대에 어린 아이는 물건 취급 받던 약자였습니다. 권력도, 재력도, 능력도 없는 약자 중에 약자가 바로 작은 사람입니다. 아무 힘이 없어 주님을 찾아와 간절히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들입니다. 의지할 것 하나 없고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우리도 주님께 매달릴 수밖에 없는 작은 사람이 되고 맙니다.

죽을힘을 다해 애쓰고 또 애써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삶이 있습니다. 꿈은 사치일 뿐 갖은 모욕과 천대를 감수하며 애써보지만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뻔히 보이는 실패로 인해 희망을 갖고 미래를 계획하는 것 자체가 상처일 뿐입니다. 교회를 다니지 않아도, 기도 한 번 해보지 않았어도 기도가 절로 나옵니다. 신이 계시다면 제발 도와달라고, 기도인지 절규인지 그렇게라도 버텨야 하는 삶이 있습니다.

▲ Stanley Spencer, 「Christ with Scorpion」

그들이 결국 버티다 못해 사회의 규범을 어길 때, 죄를 범할 때, 법은 약자에게 더욱 가혹합니다. 범법자라고, 무능력하다고, 불성실하다고 손가락질 당하는 그들, 그들의 죗값은 그들만의 몫입니까? 직접 유혹하지 않았다고 책임이 없을까요. 그런 한계 상황에 그대로 방치시키며 방관하는 모두가 공범은 아닙니까? 방관의 냉혹한 침묵이 주님께 매달릴 수밖에 없는 작은 이들을 죄로 몰아가지 않습니까. 법적으로는 방조죄가 아니겠지만, 사랑에게는 너무 아픈 죄입니다. 주님께서는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작은 자, 약자 한 사람이라도 죄 짓게 하면 큰 맷돌을 달고 물에 빠지는 게 낫다고.

살기 좋은 나라로 부러움을 사는 북유럽 국가들을 살펴보면, 사회구조가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합니다. 경쟁을 부추기지 않는 구조, 남보다 더 뛰어나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 구조가 한국사회와 극명하게 달라보였습니다. 남을 짓밟지 않아도, 속이고 사기 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구조가 그들의 자존감과 선함을 지켜주는 것 같았습니다.

하나님 나라가 이미 이 땅에서 시작되었다고 주님께서 선포하셨습니다. 그러니 돌이켜서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서부터 살아가라는 복된 소식입니다. 그 나라를 믿는다면, 약자들이 죄 짓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살아가려 애씁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그런 사회구조가 든든해집니다. 약자들이 자존감과 선함을 지켜도 충분히 살아갈 사회, 이 땅에서 시작되는 하나님 나라입니다.

약자를 넘어지게 하지 말라는 말씀에 이어서 주신 말씀은 그러나 더 철저한 자기성찰입니다. 자기 손과 발이라도 죄 짓게 한다면 잘라버리라고 하십니다. 하나님 나라의 씨앗을 뿌리는 신앙은 사회구조를 핑계 삼지 않습니다. 죄짓지 않고는 살기 힘든 사회구조 때문이라며 합리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기도합니다.

“사회구조를 핑계 삼지 않게 하소서. 남을 비난하기보다 자신을 먼저 성찰하게 하소서. 구조의 원인이 있어도 그 한계를 넘어서고, 그것을 개혁하는 책임을 짊어지게 하소서. 걸려 넘어지게 하는 자신을 경계하겠습니다. 제 손과 발에 스스로 걸려 넘어지지 않게 하소서. 제 욕망과 두려움에 붙들리지 않게 하소서. 자기 손과 발, 욕망과 두려움이 자신뿐만 아니라 타자를, 작은 이를 넘어뜨리지 않게 하소서. 무엇보다 자신의 방관에 그 누구라도 걸려 넘어지지 않게 하소서.”

하태혁 목사(단해감리교회) devi3@naver.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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