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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교가 키운 괴물 이탈리아 파시즘

기사승인 2019.08.29  03:4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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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선교를 위해 꼭 알아야 할 주체사상 100문 100답(49)

Q: 세속종교에는 무엇이 있나요?(5)_이탈리아의 파시즘(2)

A: 지난 연재에 이어 이번 연재에서도 이탈리아의 세속종교인 파시즘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세속종교는 ‘정치의 신성화’(sacralization of politics)와 연관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은 정치의 신성화에 결정적인 자극이 되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은 ‘조국의 신성화’와 ‘전통종교의 정치화’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거의 모든 나라들의 전통종교는 제1차 세계대전을 ‘적그리스도’(Antichrist)와 맞서는 거룩한 전쟁, 즉, 성전(聖戰)으로 규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속한 국가는 그리스도의 편에 서 있다고 확신하였습니다. 전쟁은 그 자체로 신에 의해서 부여된 거대한 묵시적(apocalyptical)이고도 재생적(regenerative)인 사건으로 해석되었고, 선한 세력의 승리를 위해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정당화 되었습니다.

적에 대한 이미지는 사탄의 화육으로 발전하였습니다. 국가 공동체 내에서 충성과 헌신을 맹세하지 않는 내부의 적도 외부의 적과 동일하게 사악한 것으로 간주되었습니다. 죽음과 부활에 대한 상징, 조국에 대한 헌신, 피와 희생에 대한 신비, 영웅과 순교자에 대한 제의, 지도자와의 일체감 등은 전투 장병들 속에서 정치란 전체적인 것이고, 따라서 존재의 모든 형태를 재생시키는 종교적 경험이라는 생각을 광범하게 전파하였습니다.

▲ 1929년 무솔리니가 라테란 조약(Lateran Treaty)에 있다. ⓒHulton/Getty

제1차 세계대전에서 비롯된 조국과 민족에 대한 신화와 의례는 새로운 민족 정체성을 형성하고 강화, 발전시킬 세속종교의 형성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였습니다. 이러한 제1차 세계대전의 산물로서 형성된 세속종교의 하나가 바로 파시즘입니다.

무솔리니는 파시즘의 정신을 애국주의적이고 민족주의적인 맥락에서 파악하였습니다. 그는 내이션(Nation, 민족/국가)의 위대함에 대한 신화를 창조할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이러한 강조는 무솔리니가 ‘로마로의 행진’을 진행할 무렵 나폴리에서 행한 다음의 연설에서 잘 나타나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신화를 창조했습니다. 그 신화는 신념이요 열정입니다. 그 신화가 반드시 현실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그것이 하나의 자극이자 희망이요 믿음이자 용기라는 의미에서 이미 하나의 현실인 것입니다. 우리의 신화는 내이션(민족/국가)입니다. 우리의 신화는 내이션(민족/국가)의 위대함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신화와 이 위대함을 완전한 현실로 바꾸어놓아야 하며 또 이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쳐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위의 인용문에서 세속종교인 파시즘이 내이션을 거룩하게 성화시킨다는 점에 있어서, 내셔널리즘(nationalism, 민족주의/국가주의)과 맥락을 같이 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파시즘은 내이션에 대한 신화를 창조하고, 내이션의 위대성을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칠 것을 요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이션’을 숭배하는 세속종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파시즘의 태동 배경을 살펴보면서, 파시즘을 비롯한 세속종교의 탄생에 전통종교가 기여하고 있는 지점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정치의 신성화’의 결과로 세속종교가 탄생되는데, ‘정치의 신성화’의 과정에서는 전통종교가 자신의 문법으로 ‘내이션’에게 거룩함을 부여하는 계기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계기는 미국의 독립전쟁, 프랑스의 대혁명 등 극적인 사건을 배경으로 마련되었고, 이탈리아 파시즘의 경우는 제1차 세계대전이었다는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전통종교인 그리스도교가 파시즘을 비롯한 세속종교의 탄생에 기여하게 된 계기에 대해 깊이 있게 성찰해보아야 합니다.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엄청난 역사의 도전 앞에서 ‘하느님이 주시는 진정한 평화’를 선포할 대신, ‘전쟁’을 ‘하느님의 섭리’로 묘사하고, 전쟁 수행 주체인 국가를 ‘하느님의 도구’로 거룩하게 미화하여 결국은 ‘거룩한 하느님’의 자리를 ‘거룩한 내이션’에게 내어주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주지 않았는가 하는 반성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덧붙여, 전통종교가 마련한 계기를 통해 탄생한 세속종교에 내재한 전통종교의 흔적에 대해서도 깊은 통찰이 필요합니다. 파시즘과 같은 세속종교가 태동한 자리가 종교적 인간(Homo Religiosus)이 지니고 있는 종교성(religiosity)의 자리라는 점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내부적이고 외부적인 이중의 과제를 제시합니다. 내부적으로는 우리 그리스도교 안에 있는 파시즘을 통찰하는 것이고, 외부적으로는 파시즘을 비롯한 세속종교와의 대화에 있어 상호간의 유사성과 상이성을 분별하여 대화의 지점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정대일 연구실장(그리스도교-주체사상 대화연구소) jungsca@hanmail.net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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