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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밝 성경해석학

기사승인 2019.08.26  17:5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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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문명담론으로 성경해석의 패러다임을 제시

1. 세계 신학계에 던진 한국 신학의 출사표

한국신학의 중추적 역할을 해 온 한국신학연구소가 서구중심의 성서해석전통을 탈바꿈하여 성서해석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시도한 변찬린(1934-1985)의 『성경의 원리』 4부작을 30여년만에 개정신판인 ᄒᆞᆫᄇᆞᆰ성경해석학 시리즈물로 세계 신학계에 선보이고 있다.

한국 그리스도교 문화는 교의학 측면에서 서구 교회전통을 한국에 이식시키려 한 제국형 식민신학의 백화점이었다. 변찬린은 서구 그리스도교의 세계의 맥락에서 보편성만을 강조한 교의학 모형과 서구신학의 종교적 언어, 헬레니즘적 사유체계에서 전개된 토착화 신학은 오히려 한국신학을 서구신학에 종속화를 초래한다고 우려한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그리스도교 신종교 계통에서 주창하는 영통계시적 성경해석이 지닌 독단성 등 성경해석의 세 가지 도그마를 극복하기 위해 성경해석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청한 『성경의 원리』4부작을 저술한다.

이 책은 성경을 성경론, 도맥론(道脈론), 타락론, 부활론, 윤회론 등 18개로 범주화하여 조직신학적으로 해석한 『성경의 원리(상)』(1979),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의 주요인물과 사건을 통시적으로 해석한 『성경의 원리(중)』(1980), 『성경의 원리(하)』(1982), 그리고 그의 유작인 『요한계시록 신해』(1986)로 구성되어 있다.

평자의 관심을 끄는 대목은 저자가 지구촌 사유체계가 합류되는 시점에 “기독교의 원효, 기독교의 고운, 기독교의 퇴계와 율곡”등 역사적 학맥을 맺는다는 자의식을 가지고 “번개와 피와 아픔과 눈물과 고독 속에서 쓴 『성경의 원리』 상·중·하 세 권은 두 사이비 종교(기독교와 맑스교)의 괴뢰로 전락된 이 민족과 세계 앞에 제출한 나의 피 묻은 각서(覺書)이다.”(하 10쪽)라는 부분이다. 영성우주와 시공우주의 경계인으로서 변찬린은 그리스도교 해석전통에 축적된 희랍이원론의 고정관념을 해체시키면서 한국의 풍류적 심성으로 성경에 함의된 구조와 원리를 밝힌다. 이를 필자의 학술연구서에서 이른바 ‘ᄒᆞᆫᄇᆞᆰ성경해석학’이라고 명명한 적이 있다.

이 해석학은 성경텍스트에 대한 삼대선언과 일곱가지 해석체계로 이루어져 있다. 즉 삼대선언은 “성경은 기독교의 전용문서가 아니다”라는 초종파성, “성경은 기독교가 아니다”라는 초종교성, ”성경 즉 인간이다”라는 범인류성을 바탕으로 성경텍스트를 새로운 담론자리에 갖다 놓는다. 일곱 가지 성경 해석 체계는 성경의 사건과 인물에서 독자를 성서의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다.

즉 역사와 현재 안에서 관계성을 맺고 재현성을 추동하는 언어·상징·재현해석, “성경을 성경으로 해석한다”는 대원칙을 실증한 성경 66권을 통전적으로 해석한 유기체 해석, 동서양의 종교사상과 현대학문을 성경해석에서 회통시킨 화쟁해석, 주체적 신앙의 근본문제에 대해 성경에 묻고 대답한 실존적 암호해석, ‘불립문자’와 아시아의 경전해석의 전통을 창조적으로 계승한 관조해석, 그리고 동서양의 영생신앙을 도맥으로 회통시킨 풍류해석 등의 체계로 이루어져 있다. 헬레니즘적 ‘격의해석’ 수준에 머물러 한국에 전래된 성경해석을 성경의 언어맥락을 바탕으로 다학제적, 다종교적, 간경전적 대화를 모색함으로써 성경해석의 지평을 우리와 관계를 맺고 재현해야 하는 생동하는 성경해석학, 즉 ᄒᆞᆫᄇᆞᆰ성경해석학으로서 자리매김한다.

2. 변찬린의 풍류도맥학, 선맥 해석학, 과연 무엇이 다른가?

그는 특히 동아시아의 근본적 사유언어인 ‘도(道)’를 동방의 풍류와 신선사상, 그리고 성경의 부활신앙을 풍류도맥(風流道脈), 즉 영원한 생명(Eternal Life)의 맥(脈)락으로 융합해 낸 도맥해석은 세계적인 신학작업이다. 김상일은 이를 세계 신학계의 최초이자 최고의 신학적 작업이라 평가한다.

루돌프 불트만(R. Bultmann)은 그의 『요한복음 연구(상)』에서 피안적 존재인 영과 차안적 존재인 육을 이원론적으로 이해하며, 한스 콘첼만(H. Conzelmann)은 『신약성서신학』에서 성령의 물활론적 표현양식과 역동적 표현양식을 가지며 헬레니즘적 사고에서 실체적인 유기체를 밝힌 것은 종교사학파의 공적이라고 요약한다. 또한 레이몬드 브라운(R. E. Brown)은 『앵커바이블 요한 복음』에서 성령은 물질과 정신의 혼용적 표현이며, 성령으로 거듭나는 것은 신비라고 구체적 해석을 중지한다. 이처럼 서구 신학자들은 성령의 구약적 표현인 루아흐(rûah)와 신약적 표현인 프뉴마(pneuma)의 어원과 본질에 대해 해석의 곤혹스러움을 느끼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적절한 영어식 표현조차도 없다고 결론내린다.

이에 변찬린은 한국의 종교적 정체성을 나타내는 풍류의 종교적 문법을 성경해석에 적용한다. 특히 “풍류는 선(僊)”이라고 규정하며 풍류의 선맥사상과 성경의 부활사상을 도맥(道脈)으로 연결한다. 더 나아가 ‘풍류’를 근본어로 삼아 풍류로 거듭난 궁극적 인간의 영육쌍전(靈肉雙全)한 현상을 ‘풍류체’, 회통적인 인식체계를 가리키는 ‘풍류심(風流心), 그리고 일상생활에 속박없이 자유무애한 종교적 인간을 ‘풍류객’, 곧 한민족을 표상하는 근본어를 해석학적 사유의 밑바탕에 둔 풍류적 세계관으로 성서를 해석한 선맥해석학 혹은 풍류도맥학을 탄생시킨다. 이것은 유동식의 풍류신학이 세상에 선보이기 몇 년 전의 일이다.

이런 문제의식에 대한 궁극적 탐구로 “성경은 선맥(僊脈)이다”라는 변찬린의 종교적 상표권인 대선언이 나오게 된다. 성경의 바른 맥은 에녹과 엘리야처럼 죽음을 체험하지 않고 우화등선(羽化登仙)하는 선맥(僊脈)과 모세와 예수가 개척한 죽은 후에 우화등선(羽化登仙)하는 선맥(仙脈)이라는 ‘영생신앙’이라고 세계 신학계에 보고하고 있다. 그의 호인 ᄒᆞᆫᄇᆞᆰ(풍류, 신선은 유사어족임)에서 보듯이 풍류도맥학 혹은 선맥해석학은 중국 종교인 도교적 요소가 아니라 동이족의 선가적 언어인 ‘풍류’, ‘천의무봉’, ‘환골탈태’ 등을 개념어로 사용하며 서구 신학의 난제를 해결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3. 한반도발 종교개혁의 조명탄을 쏘아올리다

▲ 이호재 원장

만일 독자들이 변찬린을 단순한 성경연구가로 한정하여 이해한다면 그에 대해 큰 오해를 초래할 수 있다. 그의 방대한 사유체계와 실천체계의 깊이와 넓이는 당대의 누구에게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의 문명사가로서의 면모, 선지자와 예언자의 목소리, 종교개혁자로서의 사회적 이미지에 대한 연구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지면관계상 상세히 거론하지는 못하지만, 방대한 그의 역사관에 기초한 초인간과 초인류의 탄생이란 생명담론, ᄒᆞᆫᄇᆞᆰ문명의 남상에 따른 통일한국의 생활모형이란 역사와 문명담론, 자본신앙과 건물종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종교 개혁에 대한 종교담론, 간경전적 해석과 종교와 과학의 대화담론 등은  아직도 연구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미개척분야이다.

이제 한국신학연구소의 『성경의 원리』4부작 출간과 그의 생애와 사상을 조명한 『ᄒᆞᆫᄇᆞᆰ 변찬린(한국종교사상가)』와 새 교회운동을 조명한 『포스트종교운동』 등이 세간에 나옴으로 인해 그의 종교세계를 연구할 기반이 갖추어졌다. 변찬린의 종교신학적 성과는 세계 종교와 신학계의 백화점에 당당히 그 명함을 내놓을 수 있는 한국 신학의 훌륭한 자산이며, 앞으로 한국 신학의 세계화에 관심있는 연구자의 적극적인 후속작업에 큰 기대를 하며 평자의 역할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이호재는 중국사회과학원의 중국종교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성균관대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현재 자하원 원장이다. 관심영역은 동서양의 종교사상 연구를 바탕으로 '새 축 시대의 영성생활인’이라는 생활프로젝트를 세계화하는데 있다. 주요 저서로는 『포스트종교운동』(2018), 『ᄒᆞᆫᄇᆞᆰ 변찬린: 한국종교사상가』(2017), 『인생지도』(2017) 등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한국 재래종교의 ‘구원’관」, 「함석헌의 ‘새 종교’론의 의미와 남겨진 과제」, 「변찬린의 새 교회론 연구」 등 수십 편의 국내외 논문이 있다.

이호재 원장(자하원, 종교학 박사) injiche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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