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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혁명기의 세속종교

기사승인 2019.08.15  17:5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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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선교를 위해 꼭 알아야 할 주체사상 100문 100답(47)

Q: 세속종교에는 무엇이 있나요?(4)_프랑스 혁명기의 세속종교

A: 지난 연재에 이어, 프랑스 혁명기의 세속종교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루소에 의해 구상된 프랑스의 세속종교는 프랑스 혁명기에 활짝 꽃을 피우게 됩니다. 1789년의 프랑스 혁명은 1776년의 미국 혁명과 마찬가지로 메시아적이고 종말적인 종교적 열광주의의 기운 속에서 일어난 사건입니다.

프랑스 혁명의 과정에서 정치적인 것과 종교적인 것이 급속하게 얽혀 들어갔습니다. 이 양자를 구분하는 것은 대단히 힘들었습니다. 당시 가톨릭의 보수주의자들이 프랑스 혁명을 ‘악마의 활동’이라고 규정한 것은, 프랑스 혁명이 종교적인 사건이었다는 점에서 일면 정당한 것이었습니다.

‘조국의 제단’(the Altar of the Fatherland), ‘자유의 나무’(the Tree of Liberty), ‘삼색 모표(the tricolor cockade)’ 등의 새로운 상징들은 새로운 시대에 대한 메시아적 기대를 나타내었습니다. 바스티유 감옥 습격이나 봉건제 폐지 등의 혁명적 사건들을 경축하고, 조국을 찬양하는 새로운 제의들이 수립되었습니다. 이러한 제의들은 프랑스 혁명의 사상과 사건들을 거룩하게 성화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습니다.

프랑스의 인권 선언문과 헌법은 시민들의 공식적인 맹세문이었고, 새로운 혁명적 신앙의 십계명이 되어 조국의 제단에 새겨졌습니다.

▲ 프랑스 혁명 중에 탄생한 상징 중의 하나인 ‘조국의 제단’(the Altar of the Fatherland) ⓒWikipedia

새로운 상징, 새로운 의례, 새로운 교리는 루소가 살아생전에 강렬히 소망하였던 ‘시민종교’를 구성하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이로서, 루소가 꿈꾸었던 프랑스의 세속종교가 드디어 온전한 몸을 갖추고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프랑스의 세속종교인 ‘시민종교’는 프랑스 혁명을 ‘시대를 새롭게 하는 위대한 메시아적 사건’으로 규정하고 종교적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으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일련의 신앙, 신화, 의례, 상징을 온전히 갖추게 된 것입니다.

프랑스 혁명의 지도자들은 혁명의 고양기인 1793년에서 1794년 사이에, 매우 실제적인 의미에서 시민종교를 제정하였습니다. 루소의 철학에 대한 거의 광신적인 신봉자였던 로베스 피에르(Robespierre)는 공식적으로 ‘최고 존재의 종교’(the Religion of the Supreme Being)라고 불린 것을 만든 선구자였습니다. ‘최고 존재’는 사실상 자코뱅당 지도자들이 인류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종교적 사건으로 간주한 ‘프랑스 혁명 그 자체’였습니다.

새로운 종교는 전통종교인 그리스도교에 대해 적대적이었습니다. 길로틴을 비롯한 공포의 도구를 사용하여 삶의 모든 영역에서 그리스도교의 흔적을 지우고자 노력하였습니다. 공포의 도구는 새로운 종교에 반대하는 보수주의자들 뿐 아니라, 혁명에 대한 존경이 ‘위선’이라고 판명된 혁명가들에 대해서도 사용되었습니다.

새로운 종교에 대한 자코뱅 당원들의 믿음이 대단히 격렬하였습니다. 그들의 이념과 교리와 규칙적인 의례와 예식, 찬가들, 그리고 예술작품들은 엄격하게 기록되었습니다.

새로운 종교인 프랑스의 세속종교, 즉 시민종교의 예식들은 대부분이 결정적으로 로마 가톨릭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서구에서 수백만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프랑스 혁명의 주요한 부분으로서 종교가 취해졌다는 사실입니다. 세속적 국가, 정치적 국가, 특히 혁명 국가에서 신념과 의례의 정수로서 종교를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전통종교를 전유하여 세속종교를 창시하고, 그 세속종교로서 세속국가의 정수로 삼아, 세속국가를 묶어내는 기제로 삼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근대 이후 역사에서 끊임없이 반복되어 왔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게 눈여겨보아야 할 지점입니다. 이 지점에 착목할 때,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역사적인 안목을 가지고 미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여타 세속국가들과 북한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으며, 서구의 세속종교와 북한의 세속종교인 주체사상을 비교분석할 수 있는 올바른 척도를 찾을 수 있습니다.

끝으로, 동시대에 프랑스 혁명을 목도한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의 증언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토크빌은 프랑스 혁명이 정치적 혁명에서 종교적인 혁명으로 바뀌고 있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혁명은 개종을 강요하고 선전문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종국에는 종교 혁명의 모습을 지니게 된 것이며, 여기에 대해 동시대인들은 놀라고 있다. 다르게 말하자면, 오히려 그것은 새로운 종류의 종교가 되었다. 신도 없고, 의례도 없고, 내세도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이슬람처럼, 이 땅에는 혁명의 전사들과 사도들과 순교자들이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정대일 연구실장(그리스도교-주체사상 대화연구소) jungsca@hanmail.net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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