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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자크 루소의 시민종교와 주체사상의 종교성

기사승인 2019.08.08  17:2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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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선교를 위해 꼭 알아야 할 주체사상 100문 100답(46)

Q: 세속종교에는 무엇이 있나요?(3)_루소의 시민종교(1)

A: 지난 두 연재에서 다룬 미국의 세속종교에 이어, 프랑스의 세속종교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프랑스에서 세속종교를 주창한 사람은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입니다. 루소는 자신이 주창한 세속종교의 이름을 ‘시민종교’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18세기의 인물인 루소의 생애가 시작되기 전인 16세기와 17세기의 유럽에서는 신교도들과 구교도들 간의 파괴적인 충돌이 있었습니다. 그 뒤를 이은 18세기의 소위 ‘계몽기’에는 모든 종류의 계시종교들에 대한 공격이 진행되었고, 그 결과 서구 유럽의 상당수의 집단들 사이에서는 신앙의 공백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전통적인 그리스도교의 개념으로 ‘이신론(理神論)적인 신’이나 ‘자연 혹은 진보의 신’을 설명하려는 시도는 그리 성공적이지 못하였습니다.

이러한 실패 속에서 루소는 새로운 신조어인 ‘빠트리’(patrie, fatherland, 조국)라는 개념을 만들었습니다. ‘빠트리’는 루소가 ‘정치적인 국가’로 ‘신’을 대체하기 위해 만든 신조어였습니다. 루소에게 ‘국가’는 오랫동안 오해되어 온 것처럼 전쟁과 세금걷기의 수단 이상의 그 무엇이었습니다.

루소가 『사회계약론』에서 소위 ‘일반의지’(Volonté générale, general will)를 신성화하여 서술하고 있을 때 염두에 둔 것이 바로 이 ‘빠트리’였습니다. 루소의 ‘일반의지’는 본질상 ‘빠트리’였습니다. 자유로운 주권자들의 일반의지가 현현한 실체가 바로 ‘국가’라는 것입니다.

루소는 모든 사람들 속에 종교적인 요구가 내재해 있다고 보았습니다. 동시에, 존재하는 모든 종교, 특히 그리스도교는 이상적인 국가에 부적합하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주권국이 계약 조항으로 확정해야 할 조직적인 ‘시민종교’를 제안하였습니다.

그는 이러한 ‘시민종교’로 ‘그리스도교’를 대체하려고 하였던 것입니다. ‘시민종교’와 ‘국가’를 앞세워 ‘그리스도교’와 ‘신’을 대체하려고 한 혁명적 시도가 루소가 추구한 계몽의 기획이었습니다.

▲ 계몽주의 시대 이후 시민종교를 제창한 프랑스의 장 자크 루소 ⓒGetty Image

루소는 시민종교의 교리에 대해 ‘전능하며 지적이고 자비로운 신의 존재, 내세, 정의의 승리, 악에 대한 심판, 사회계약과 법률의 신성함’ 등으로 제안하였습니다. 루소의 시민종교는 신과 내세의 존재를 긍정한다는 측면에서 유신론적인 세속종교라고 볼 수 있습니다. 루소는 시민종교의 교리들에 대해, ‘그것이 없이는 사람이 좋은 시민이나 충실한 신민이 될 수 없다는 사회적 감정’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루소는 시민종교의 교리를 대단히 진지하게 생각하였습니다. 그는 이러한 신념의 계약조항을 받아들이고서도 이를 배반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을 추방하거나 심지어 죽일 수도 있다는 제재조항을 제안하였습니다. 모든 죄악 중에서도 법 앞에서 거짓말을 하는 것이 가장 큰 죄악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제 ‘빠트리’는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섬겨야 할 ‘궁극적인 실재’가 되어 지성소에 우뚝 서게 되었습니다. ‘빠트리’를 ‘빠트리’로 묶어세우는 계약인 ‘법’은 ‘빠트리’가 임재하는 거룩한 ‘법궤’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시민종교는 민주주의에 신성성을 부여하였습니다. 루소는 시민들에게 그들의 조국(빠트리)을 사랑할 것을 가르치는데 책임이 있는 통치자들에게도 동일한 신성성을 부여하였습니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목적은 ‘시민의 양심을 형성’하는 ‘도덕교육’을 시행하는 데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통치자들이 시행하는 이러한 도덕교육을 통하여, 시민들이 조국(빠트리)을 위해서 온전히 헌신하고, ‘조국(빠트리)’을 ‘신적인 존재’로 ‘숭배’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루소는 ‘시민’은 마땅히 조국을 사랑하고, 조국의 법률과 자유를 사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왜냐하면 조국에 대한 사랑이 ‘시민’의 전 존재이기에, 조국에 대한 사랑을 멈추게 되면 ‘시민’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루소는 조국에 대한 사랑을 멈춘 시민의 존재는 죽느니만 못하게 된다고 확신하였습니다.

따라서 그에게 ‘교육’이란, 단순한 지식의 전수 같은 것이 아니라, 사람이 ‘시민’으로서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였습니다. 전통종교가 쇠퇴한 때에 몰락해 버린 종교교육이 아닌, 진정한 교육을 꿈꾸었던 것입니다.

루소는 당연히 이러한 진정한 교육은 국가의 몫이라고 보았습니다. 시민을 시민으로 교육하는 것이 국가의 책임이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루소는 시민을 시민으로 교육하는 일을 통해 개개인을 도덕적으로 재생시켜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도덕적 재생(moral renewal)’을 통해서만 개개인은 온전한 시민이 되어 도덕 공동체인 ‘빠트리’(조국)에 결합될 수 있을 것이고, 시민으로서의 참다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루소가 주창한 ‘시민종교’에서 전통종교를 벗어나 ‘내이션’(nation)을 거룩하게 성화시키는 ‘세속종교’의 전형을 목도하게 됩니다. 루소의 ‘내이션’은 ‘빠트리’였습니다. 우리는 루소의 시민종교가 비록 유신론과 친화적인 교리를 가지고 있지만, 전통종교로서의 ‘그리스도교’에 대해서는 매우 적대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실체인 ‘빠트리’(조국)를 거룩하게 성화시키면서, 개개인은 이러한 ‘빠트리’와 결합될 때, 즉, ‘시민’이 될 때, 비로소 ‘살아있는’ 생명을 얻을 수 있다는 주장도 살펴보았습니다.

우리는 북의 주체사상과 루소의 시민종교가 무신론과 유신론, 유물론과 관념론의 차이만큼이나 많이 다릅니다. 하지만 둘 다 ‘민족’이나 ‘빠트리’(조국)와 같은 세속적 실체를 거룩하게 성화시키는 세속종교의 현상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으로서의 생명과 시민으로서의 생명을 구분하고, 후자를 더 가치 있게 바라보는 루소의 시민종교를, 사람의 생명을 육체적 생명과 사회정치적 생명으로 구분하여 후자를 더 가치 있게 평가하는 주체사상과 비교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특히 루소가 주창한 시민종교에서 말하는 ‘빠트리’(조국)와, 주체사상이 말하는 ‘사회정치적 생명체’는 개개인을 결속시켜 참다운 생명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논리적으로 상당히 유사한 지점이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대일 연구실장(그리스도교-주체사상 대화연구소) jungsc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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