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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국가제일주의, 미국의 세속종교

기사승인 2019.07.25  14: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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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선교를 위해 꼭 알아야 할 주체사상 100문 100답(44)

Q: 세속종교에는 무엇이 있나요?(1)_미국의 세속종교

A: 지난 연재에서는 신권정치와 비교하여 세속종교의 특징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연재부터는 대표적인 국가들에서 실제로 세속종교가 어떻게 형성되고 기능하였거나 기능하고 있는 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러한 고찰을 통해, 근대화 이후 전통종교가 아우라를 잃은 조건에서 등장한 세속종교가 몇몇 나라들에서만 발견되는 특수한 현상이 아니라, 여러 나라들에서 목격되는 보편적인 현상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연재에서는 미국의 세속종교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미국은 세속종교의 신조와 의례가 얼마나 강렬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생생한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세속종교는 프로테스탄티즘, 계몽주의, 공화주의가 영향을 미친 종교적, 사상적, 정치적 혼합주의의 결과물입니다. 그것은 청교도주의의 성서적 신학, 계몽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는 이성주의적 이신론, 그리고 신생 공화국에 대한 애국주의에서 비롯된 신념, 신화, 의례, 상징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미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신성한 임무에 대한 믿음은 뉴잉글랜드의 청교도들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존 윈스롭(John Winthrop)은 그가 이끌었던 메사추세스 주의 조그마한 무리들을 일컬어 ‘언덕 위의 도시’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마태복음서의 구절을 인용한 것으로, 보스턴을 ‘새 예루살렘’에 비유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윈스롭은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산 위에 있는 동네가 숨겨지지 못할 것이요’라는 마태복음서 5장 14절의 말씀을 신대륙의 정착지 보스턴을 위한 말씀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가 주지사였던 메사추세츠 베이(Massachusetts Bay)에서는 경건한 자, ‘성인’ 같은 자만이 식민지 정부에서 투표를 하거나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시민들의 교회 출석이 의무적이었고 윈스롭은 도박, 신성 모독, 성적인 방종, 과도한 음주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포하였습니다.

코튼 매더(Cotton Mather)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뉴잉글랜드가 그리스도가 재림하여 인류를 다스리고 새로운 천년을 선포하는 장소가 되리라는 것을 열정적으로 믿었습니다.

18세기를 통하여 이러한 천년왕국 신앙은 청교도들만의 신앙에서 전체 미국인들의 신앙으로 확산됩니다. 설교와 소책자, 편지, 논평 등에서 미국인들은 하나님의 축복의 유일무이한 수혜자로 묘사됩니다. 미국의 ‘선민(選民,the chosen people)의식’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선민의식은 18세기 초반의 ‘대각성 운동(the Great Awakening)’을 통해 더욱 더 확고해집니다. 정치적으로 흥분된 미국인들의 상상에서는 새로운 국가의 역사가 ‘새로운 출애굽’, ‘선택받은 백성’, ‘약속된 땅’, ‘거룩한 계약’ 등등의 개념으로 표현됩니다. 그리스도교 구약성서의 개념을 차용하여 미국이라는 ‘국가’ 자체를 ‘신성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18세기의 미국인들은 식민지에서 비롯된 미국이 신의 섭리를 위한 거룩한 도구라고 믿었습니다. 또한 미국의 전체 역사는 신대륙의 땅 끝까지 정복하라는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의 실현이며, 미국의 정치는 전체 인류 역사에서 이상적인 상황에 가장 가깝게 근접하였다는 믿음을 공유하였습니다. ‘출애굽’을 통하여 ‘약속의 땅’에 정착해 ‘언덕 위의 도시’인 ‘새 예루살렘’을 건설한 미국은 모든 인류를 위한 ‘새로운 횃불’이 될 운명을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은 노예 상태로부터 자유와 독립의 ‘약속된 땅’으로 ‘새 이스라엘’을 이끌어 낸 ‘모세’로 성화되었고, 그의 생일인 2월 22일은 연방 전체의 공휴일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미국의 국부들(Founding Fathers of the United States)’은 그들의 사후에 ‘세속적인 신’으로 성화되었습니다. 국가의 만신전(pantheon)에 들게 되었으며, 기념탑과 건물들이 그들에 대한 기억을 위해 헌정되었습니다.  

알렉시스 드 토크빌이 그의 친구와 1830~1831년에 걸쳐 아홉 달 동안 미국을 방문했을 때, 그는 미국의 세속종교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가 보기에, 미국인들이 그들 자신과 자신들의 역사에 대해 보여주는 존경은 황홀하며, 동시에 신비적인 성격을 띠고 있었습니다. 그는 미국인들의 서부 개척을 위한 행진에 대해, “뭔가 섭리적인 것이 있으며, 마치도 신의 손에 의해 끊임없이 고양되고 인도되어지는 박애의 홍수와도 같다”라고 감회를 밝혔습니다.

▲ 알렉시스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 ⓒWikipedia

미국의 세속종교는 미국이라는 국가 자체를 거룩하게 성화하는 정치의 신성화 현상입니다. 미국의 세속종교는 전통종교인 그리스도교, 특히 그 중에서도 청교도주의(puritanism)에서 많은 개념들을 차용하지만, 결코 전통종교로 환원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미국의 세속종교는 미국이라는 세속적인 국가의 국체를 거룩하게 성화하고, 미국의 역사를 찬양하며, 미국의 정치지도자들을 숭배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구호인 ‘미국국가제일주의(America First)’는 미국 세속종교의 선민의식에 그 기원을 두고 있는 오래된 구호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주체사상이 말하는 ‘조선민족제일주의’와 미국의 세속종교가 말하는 ‘미국국가제일주의(America First)’가 거울 속의 영상처럼 좌와 우만 바뀐 채 닮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북한의 주체사상이나 미국의 세속종교가 모두 공통적으로 세속 정치의 기본 단위인 ‘네이션(Nation)’을 거룩하게 신성화하는 세속종교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다만 각 네이션(국가)이 처한 환경에 따라 전자는 ‘민족’을, 후자는 ‘국가’를 강조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정대일 연구실장(그리스도교-주체사상 대화연구소) jungsc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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