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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의 민주적 규율

기사승인 2019.07.23  18:5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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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를 위한 기독교 경제윤리 (11)

세계경제 차원에서 중요한 결정들이 내려지는 곳에는 그 결정들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대표를 파견하여야 한다.

최근에 일본 총리 아베가 한국의 반도체 생산에 필수불가결한 소재들과 부품들의 수출을 규제하겠다고 나서서 많은 사람들이 격앙하고 저항하고 있다. 한국 경제가 일본 경제에 기술적으로 산업 연관적으로 크게 종속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은 많은 사람들은 한국경제의 오늘과 내일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 것인가를 묻는다.

이러한 경제적 종속성과 그 배후에 도사려 있는 국가간 권력 불균형은 한일관계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세계경제에 편만한 매우 두드러진 현상이다. 세계경제를 지배하는 것은 정의가 아니라 힘이다. 힘이 곧 정의인 듯이 여겨진다는 뜻이다. 세계경제의 기축통화가 미국의 국가화폐인 달러라는 것보다 힘이 세계경제를 이끄는 가장 근본적인 동인임을 더 명확하게 드러내는 것이 있을까? 세계무역을 규율하는 세계무역기구(WTO), 외환 결제 능력을 감독하고 규율하는 국제통화기금(IMF), 무역에 참여하는 국가들 사이의 사회경제적 격차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세계은행(WB), 금융기관의 건정성 규범을 세우는 국제결제은행(BIS) 등 세계경제의 운영 규범들에 관한 결정들을 내리는 국제기구들은 강대국들의 홀딱 벗은 무력이나 화폐권력의 지배 아래 놓여 있다.

참여의 원칙에 입각하여 경제를 규율할 것을 주장하는 교회는 이와 같은 세계경제의 현실에 대해 무엇을 말해야 할까? 이 짧은 글에서 이 어려운 문제들을 깊이 분석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문제의 핵심을 짚어가면서 아주 원칙적인 몇 가지 입장을 표명하고자 한다.

달러 패권과 세계경제의 왜곡

오늘의 세계경제와 국민경제들을 극도로 왜곡시키는 가장 큰 요인은 달러 기축통화 제도일 것이다. 미국의 달러 패권은 지구적 차원에서 금융위기를 불러일으키고 국민경제들 사이의 선린 협력 관계를 파탄내고 있다. 이를 보여 주는 예들은 많이 있지만, 여기서는 2008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비롯된 지구적인 금융위기나 요즈음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벌어지는 무역 분쟁을 언급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1944년에 체결된 브레튼우즈 협정은 미국의 국가통화인 달러에 세계통화의 지위를 부여하는 기괴한 체제를 출범시켰다. 브레튼우즈 체제에서 미국은 달러를 전세계에 공급하기 때문에 전세계로부터 상품을 구입하고 그 대금으로 달러를 지불하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 미국은 달러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금태환제를 유지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세계 무역 규모가 엄청나게 커지자 1972년 달러 금태환제를 포기하고 만다.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신용화폐에 불과한 달러의 발행 규모를 결정하고, 그 달러가 전세계에서 유통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게다가 국외로 유출된 달러는 미국의 자본수지균형을 위해 환수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발행되는 미연방 재무부의 채권 총액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게끔 되어 있다. 엄청난 규모의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를 전제하지 않고서는 유지될 수 없는 달러 기축 통화 제도는 매우 불안정한 체제이다. 아니, 미국의 경제상황에 따라 그 가치가 끊임없이 동요할 수밖에 없는 국가화폐인 달러가 세계 기축 통화의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일이다.

그러나 달러는 브레튼우즈 체제가 성립된 뒤에 오늘에 이르기까지 세계 기축 통화로 통용되어 왔다. 그 까닭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미국이 달러를 지킬 수 있는 지구적 패권 국가이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미국에 거대한 소비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미국이 패권국가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지출하는 어마어마한 군사비가 미국의 국민경제를 어떻게 비정상화시키는가에 대해서는 더 파고 들어가지 않는다. 여기서는 다만 미국의 거대한 소비시장이 뒷받침하고 있는 달러 패권이 미국 국민경제와 세계경제에 가져오는 문제들을 조금 더 살피기로 한다.

▲ 이제 국가경제는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Getty Image

브레튼우즈 체제가 설계될 때까지만 해도 미국은 세계 상품 수요의 절반을 넘는 거대한 소비시장을 갖고 있었고, 오늘날에도 그 규모는 30%를 훌쩍 넘을 만큼 방대하다. 지구상의 무수한 국가들은 미국 소비시장에 상품을 내다 팔고 달러를 벌어들여 자국 경제를 발전시키는 밑천으로 삼았다. 미국은 자국의 소비시장을 통해서 전세계에 달러를 공급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무역을 통하여 전세계에 달러를 공급하는 체제는 미국의 생산기반을 잠식시키고, 미국의 국민경제를 근본적으로 왜곡시킬 수밖에 없다. 저렴한 수입 상품과 경쟁할 수 없는 제조업체들은 도산하거나 유리한 생산입지를 찾아 외국으로 진출하게 되어 미국에서 제조업 공동화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하고, 녹이 슨 산업 지역에서는 백인 중산층이 붕괴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것이 미국에서 사회적 가난이 만연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이다.

미국이 자본수지 균형을 맞추기 위해 천문학적인 채권을 발행하여 해외 유출 달러를 환수하는 조치는 세계무역을 근본적으로 왜곡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 미국은 종이화폐에 불과한 달러를 찍어내어 상품 수입의 대가를 지불하고, 역시 잘 디자인된 종이에 불과한 재무부 채권을 발행하여 달러를 환수하는 국가 활동을 통하여 전세계 상품의 30% 이상을 소비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이 부채를 무제한적으로 쌓으면서 세계의 부를 탕진한다는 뜻이며, 세계경제가 달러 패권 아래서 미국 재무부 채권을 중심으로 짜인 공납경제 체제로 왜곡된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달러 패권 체제는 미국 국민경제를 왜곡시키고 세계 무역을 지구적 공납체제로 퇴행시킨다. 이러한 달러 패권 체제가 과연 지속가능할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실례가 2008년 지구적 차원의 금융공황을 불러일으킨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단순히 주택담보부채권을 증권화하여 다른 유가증권과 섞어 파는 파생상품 기술 때문에 불거졌다고 볼 수 없다. 그 사태는 달러 패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미국에서 국민경제가 파탄에 직면하여 노동인구의 상당수가 실업이나 불안전 취업 상태에 있기 때문에 나타난 필연적인 결과였다. 미국의 경제는 달러 패권으로 인하여 비정상적인 경제로 남을 수밖에 없었고, 미국 국민경제의 비정상성이 지구적 금융위기를 폭발시켜 결국 세계경제를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게 만든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불러온 지구적 금융위기는 세계 20대 국가들의 중앙은행들이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일제히 8조 달러에 달하는 신용을 창출하여 금융 함몰 부분을 가까스로 메움으로써 일단락되었지만, 지구적 금융공황의 후유증은 여전히 심각하게 남아 있다. 무한정 화폐를 공급하는 비정상적인 금융시스템이 가동하면서 금융거래와 부동산거래 등으로 소수가 천문학적인 이익을 벌어들이고, 인구의 대다수가 가난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달러 패권이 가져온 이 참혹한 현실을 들여다보아야 오늘의 세계경제가 안고 있는 핵심 문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미국의 국가 통화를 세계기축통화로 설정하는 극히 모순적인 논리에 근거한 브레튼우즈 체제에서 IMF, 세계은행, 세계무역기구, 국제결제은행 등의 기능은 근본적으로 왜곡될 수밖에 없었다. 이 기구들이 지구 경제에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기 때문에 국민경제간 불균등발전과 무역 불균형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없고, 외환위기, 금융위기, 실물경제 위기가 꼬리를 물고 일어날 수밖에 없다. 생산, 소비, 금융이 지구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오늘의 세계에서 점점 더 큰 위기가 점점 더 짧은 주기로 닥쳐오는 것을 뻔히 예견하면서도 정책 당국이나 개별 기업, 금융회사들이 이를 피할 길을 찾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경제를 정상화하는 데 필요한 것은 상식이다

세계경제를 정상화하기 위한 방편들을 제대로 생각하기 위해서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가지들을 쳐내고 핵심적인 줄거리들을 드러내야 한다. 핵심적인 줄거리는 아주 단순하다. 한정된 범위의 지역공동체에서 사람들이 희소한 자원을 갖고서 욕망을 충족시키는 경제활동을 전개하고, 그 경제활동이 공동체 구성원 대부분에게 만족스러운 삶을 보장한다면, 그 경제공동체는 굳이 외부와 접속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지역공동체의 경제적 자급과 내포적 발전이 가능했다면, 지역공동체들을 서로 엮어서 국민국가의 틀에서 통합하려는 운동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국민경제를 놓고서도 똑같이 이야기할 수 있다. 국민경제의 틀에서 이루어지는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과 소비가 국민의 욕망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면, 무역은 불필요할 것이다. 국민경제가 자급능력과 내포적 발전 능력을 갖지 못하거나 국민경제들 사이에서 비교우위에 있는 상품을 거래하여 서로 이익이 될 때 비로소 무역의 길이 열리게 될 것이다. 그 무역이 지속가능한 것이기 위해서는 무역에 임하는 국민경제들이 서로 이익을 나눌 수 있어야 하고, 결제수단의 선택, 결제수단의 부족, 거래 국가들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기술적 격차 등등 무역에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아마 사람들을 모아 놓고 이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은가를 토론하라고 한다면, 사람들은 토론 끝에 매우 이성적이고 상식적인 해결책을 내어 놓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장 먼저 국민경제가 높은 수준의 자급능력과 내포적 발전능력을 갖추어야 하고 무역은 필요한 만큼 하면 된다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굳이 무역을 해야 한다면, 그들은 첫째 국민경제들 사이에 거래가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그 거래를 매개하는 결제수단이 각각의 국민경제에 대해 중립적인 성격을 띠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둘째로, 결제수단이 부족하여 무역을 할 수 없는 상황을 피할 수 있도록 외환이 고갈된 국가에 긴급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는 금융기관을 설립하여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셋째로, 한 나라의 외환부족은 상품 수출과 수입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것이고, 그것은 그 나라가 궁극적으로 무역 상대국들에 비해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기술적으로 낙후된 데서 온 것임을 감안한다면, 그 나라가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기술적으로 발달할 수 있는 기회를 무역 상대국들이 보장하기 위해 기금을 모아야 마땅하다고 말할 것이다.

사실 이 세 가지 조건들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는다면, 지속가능한 선린 무역 관계는 수립될 수 없다. 이러한 세 가지 상식적인 방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역에 나서는 국가들에 대해 중립적인 화폐를 발행하는 초국가적인 중앙은행을 설립하고, 국제 결제 수단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긴급 자금을 공급하는 초국가적인 중립적 통화기금을 운영하고, 무상에 가까운 개발자금을 대여하는 초국가적인 개발부흥은행을 설치하면 될 것이다.

바로 앞에서 간추린 상식적이지만, 충분히 이성적인 방안은 1944년 브레튼 우즈에서 연합국 경제전문가들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세계경제를 재건하기 위한 청사진을 놓고 토론을 벌일 때 케인즈가 제안한 내용과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어간 헤게모니 국가 미국은 케인즈의 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달러를 세계 기축 통화로 삼는 것을 전제로 해서 자본과 상품의 논리에 충실한 화이트의 안을 밀어붙여 브레튼우즈 체제를 구축했다. 

세계 무역과 금융을 규율하는 기구들의 민주화

브레튼우즈 체제의 가장 큰 문제는 이성적 토론이 가능한 포럼을 모든 국제기구들에서 폐지하고 권력과 자본의 논리에 따라 브레튼우즈 체제의 핵심 기구들을 조직하고 운영하였다는 데 있다. 브레튼우즈 체제의 핵심 기구들인 IMF와 세계은행은 마치 주식회사처럼 출자금의 지분에 따라 의결권이 정해져 있다. 자본의 독재가 관철되는 이른바 1달러 1표 방식이다. IMF에서 미국의 지분이 약 17,4%에 달하기 때문에 85%의 의결권을 모아야 새로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총회에서 미국은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다. 게다가 미국의 동맹세력을 이루는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이탈리아 등의 의결권을 합치면 그 세력은 IMF에서 지배적인 위상을 점한다. 세계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미국의 의결권은 약 16%에 달해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것은 지구경제 차원에서 무역과 개발의 규범을 정하는 세계기구에서 미국의 이익에 거슬리는 그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브레튼우즈 체제의 중추 기구인 관세와무역에관한일반협정(GATT)은 1995년 세계무역기구로 확대 개편되었다. 세계무역기구는 GATT보다도 훨씬 더 엄격하게 거래 가능한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자유로운 교역을 지향하고 있다. 이 기구는 1나라 1표 원칙에 따라 총회와 재무장관 회의를 운영하기에 외양상 모든 회원 국가들의 동등한 참여권을 보장하는 듯이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국제 무역 규범 자체가 무역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제정된 데다가 어떤 국가가 그 규범들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지키지 않겠다고 나설 경우에는 세계무역기구에서 배제되고 만다. 따라서 약소국들은 거대한 시장능력을 갖춘 강대국들이 제정한 무역 규범에 무조건 따르지 않을 수 없다.

브레튼우즈 체제의 구성 기구는 아니지만, 전세계 은행들의 건전성 기준을 정하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국제결제은행에 대해서도 한 마디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기구는 은행가들의 사적인 클럽에 불과하고 철저한 비밀주의를 그 특징으로 하고 있다. 그런 만큼 그 기구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의 구성을 놓고서는 민주적 정당성을 운위하는 것조차 민망하다.

최근 몇 십 년 동안 선진국들과 문턱국가들, 개발도상국가들과 미개발국가들의 민중이 겪었던 고통과 비참을 되돌아본다면, 브레튼우즈 기구들과 세계결제은행의 비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은 더 이상 용인될 수 없다. 세계경제 차원에서 무역과 금융을 규율하는 기구들이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조직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그 기구들이 내리는 결정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그 기구들에 대표를 파견하여 무역과 금융에 관한 민주적인 거버넌스를 확립하여야 한다.(1) 그것은 교회를 위한 기독교 경제윤리가 일관성 있게 주장하는 참여의 원칙에 부합한다. 세계경제의 주요 기구들을 민주화하기 위해서는 전세계의 민중이 일관성 있는 구도 아래서 아래로부터 힘을 모아야 한다. 세계경제를 규율하는 규범을 제정하는 기구들이 민주화될 경우에만, 온 세상의 민중은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낯선 힘들을 해체하고, 더 많은 정의와 복지를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경제를 민주적으로 규율하기 위하여 세계 무역과 금융의 규범을 정하는 기구들에 파견되는 국가 대표들은 막연히 정부 대표여서는 안 된다. 현실적으로 정부의 이름으로 대표단을 파견하더라도, 그 대표들은 세계 무역과 금융의 규범을 정하는 기구들의 결정에 사회경제적으로, 생태학적으로 각기 다른 영향을 받는 사람들 가운데서 절차에 따라 선출되어야 한다. 사회적인 관점에서 볼 때, 그 기구들에 참여하는 대표들은 어떤 경우에도 노동과 자본의 이익을 각기 대변하는 동수의 대표들로 구성되어야 마땅하다. 지구적 차원에서 자연의 권리가 창설되는 경우에는, 생태계의 이해관계와 경제계의 이해관계가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것을 전제로 해서 노동과 자본의 동등성 원칙이 구현되는 공동결정이 제도화되어야 할 것이다.

세계경제를 정상화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들

금융자본이 영토국가의 경제주권을 무력화할 정도로 강력해졌기 때문에 금융자본에 맞서서 이길 수 있는 국가는 없다. 범세계적인 금융자본의 운동에 재갈을 물려서 자본의 공격으로부터 인간과 노동과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세계의 모든 국가들이 경제 주권 가운데 일부를 할양하여 국제기구를 만들고, 그 국제기구의 규범에 따라 공동으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국제기구는 모든 국가들의 동등한 참여권을 보장하고 사회적이고 생태학적인 이익을 충실하게 반영하는 입법기구를 구성하고, 세계경제를 민주적으로 규율하는 임무를 맡을 것이다.

이 국제기구는 최소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핵심 과제들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그 첫째 과제는 세계화폐를 창출하고 관리하는 지구적 차원의 중앙은행을 설립하고 IMF와 세계은행을 개혁하여 민주적 통제 아래 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오랫동안 세계경제를 극도로 왜곡해 왔던 달러 독재가 종식되고, IMF는 세계무역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자금흐름의 왜곡을 처리하고, 세계은행은 개발을 필요로 하는 국가들에 유리한 조건으로 자본을 공급하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게 될 것이다. IMF의 특별인출권을 사회적이고 생태학적인 관점에서 발행할 수 있도록 특별인출권 발행조건을 변경한다면, 외환위기를 빌미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과 생태계 파괴를 강제하는 야만적인 이행조건들을 내거는 일은 다시는 없을 것이다.

둘째 과제는 국제유동성의 규모와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통화정책의 목표는 금융자본의 규모가 실물경제의 규모에 최적화하도록 하는 것이다. 금융시장에 진입하는 자본의 장기예탁제도를 도입하고 토빈세를 도입하는 등 몇 가지 조치들만 취하더라도 과잉 유동성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셋째 과제는 국제무역과 금융거래와 직접투자를 규율하는 규범을 새롭게 제정하는 것이다. 이 규범에는 최소한 네 가지 항목이 포함되어야 한다. 1) 국제무역 규범에 인권과 노동권, 그리고 자연의 권리를 유린한 채 생산되는 상품의 교역을 엄격하게 금지하는 조항, 2) 금융에 관련해서는 각국 정부가 민간에 의한 신용창출을 금지하거나 엄격히 통제하는 조항, 3) 선물, 옵션, 스왑 등 전통적인 위험회피 수단들이 투기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엄격하게 규제하는 조항, 4) 직접투자에 나서는 초국적 자본이 사회비용과 환경비용, 법인세 납부 등에서 초과이윤 달성을 위한 특권적 지위를 요구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 등이 그것이다.

미주

(미주 1) Nancy Fraser, 『지구화 시대의 정의: 정치적 공간에 대한 새로운 상상』, 김원식 옮김(서울 : 그린비, 2010), 117ff.

강원돈 교수(한신대학교 신학부/사회윤리와 민중신학) wdkang55@h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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