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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론 여유있는 척, 속은 별로 편해보이지 않는다

기사승인 2019.07.20  18:5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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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사는 아지매의 중언부언

일본에 거주하고 평범한 ‘아지매’에 불과하다는 이영란 선생님. 어느 누구보다 현 한일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하신다. 흔쾌히 에큐메니안에 글을 기고해 주신 것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어제 대만에서 아침으로 옥수수 스프 한컵과 약간의 커피를 마신 이후 점심, 저녁을 패스한채 일본 들어 왔는데 오늘 아침도 아직이다. 두 세끼 거를 땐 배가 고프더니 하루가 지나자 오히려 배가 고프지 않다. 산해 진미로 채워진 기름끼 때문일까, 그런데 얼마나 굶을 수 있을지, 문명과 자본에 익숙해진 정신과 몸이 어려움을 헤쳐 나올 수있는 기간이 어느 정도나 될까.

 

결혼해서 처음 부부싸움을 하면 기선 제압 등의 이유나 자존심 때문에 얼른 화해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아이가 생기고 아이가 점점 자라면서 싸움의 형태도 달라진다. 즉 아이가 중재자 역할이 되며 싸움은 오래가지 않고 또 살아 오면서 상대의 약점이 파악이 되면 싸움은 싱거워진다.

얼마전 베트남 여성이 한국인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서 남편의 폭력을 확실하게 증거화 했고 그것으로 남편은 구속되었다.

한국에 비해 가부장적인 일본, 순종적인 여성상과 여성다움을 추구하고 기모노가 말해주듯 보폭이 커서도 안 되며 시선을 아래로 내리는 것을 아름다움으로 여긴다. 하녀 복장이나 간호사, 여학생 복장의 가게가 인기가 있는 건 사회적 약자의 상징인 이들을 통해 상대적으로 힘의 우위를 가지고 있다는 심리적인 안도감 같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금이 나오면 여자는 준비해둔 가방을 들고 집을 나온다. 이혼을 해도 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방향성이 갖추어지면 더 이상 순종하고 살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 일본 아사히 TV에서 7월20일 아침 한일문제를 다룬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사진 위에 오른쪽의 자막은 “일본과 한국 수출규제에 대립격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알기쉽게 해설”이라는 문구이다. ⓒ이영란 제공

서강대 최진석 교수의 ‘국가란 무엇인가’란 글을 읽었다. 한마디로 국가는 절대적으로 이익을 취해 움직여야 하기에 강한 자에겐 비굴하리 만큼 숙여서라도 살아남고 약한 자에겐 과감하게 뺏으라는 뉘앙스를 준다. 따라서 민족주의적인 감정으론 안 되고 국가 통수권자 역시 민족 지도자가 아니며 국가도 도덕적이어선 안 된다. 그런 의미로 현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한일 관계에서 무조건 숙이라고 하는 이들은 일본은 우리와 비교가 안 되는 골리앗이라고 보거나 지금껏 순종함으로서 얻은 열매를 잃고 싶지 않던지 아니면 아직은 상대의 힘을 이용해서 힘을 키우는 전략이라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가 과거와는 다르게 만만하게 볼 상대는 아니란걸 보여줄 필요는 있다. 그러므로 민족주의나 국가주의라는 어느 한쪽으로 단정짓긴 어렵다. 특히 오랜 세월 끊임없이 우리를 이용한 일본이라면 박경리 선생님의 말씀처럼 우리는 민족주의 일수밖에 없다. 다만 국가는 국민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으므로 당연히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강하게 저항하는 국민을 등에 업고 자존심이 아닌 자존감으로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다.

힘이 약해도 전략을 잘 세우면 이긴다. 폭력 남편에 대해 증거물을 확실하게 남겨서 꼼짝 못하게 했듯, 힘이 약하면 상대가 움직일 수 없는 증거와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제 3의 힘을 빌릴 때에도 힘이 약할수록 더 많은 증거자료를 가지고 싸워야 한다.

▲ 7월20일 아침 일본 아사히 TV에서 한일문제을 다룬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아래 왼쪽 자막은 “징용공 문제가 왜?”라는 문구이다. 여기서 ‘징용공’이라는 단어는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징용으로 국외 및 국내로 끌려가 착취와 노동의 피해를 강요당한 사람들을 일컬어 '강제징용 피해자' 혹은 '강제징용 노동자'로 지칭하는 반면 일본에서는 피해와 착취에 대한 어감을 줄이기 위해 '징용공(徵用工)'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이영란 제공

우리가 세계 10위의 경제 국가로 성장했지만 그게 얼마나 서로 물리고 물려있는 의존적인 관계라는 걸 이번에 잘 알게 되었다. 그게 역설적이게도 우리도 싸울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우리가 자기네 제품을 이용하고 여행을 많이 가주는 것으로 경제에 기여 하고 있다는 걸 고마워 하긴 커녕 뭣땜에 혐한을 하는지… 잠시 동안이라도 불매운동과 여행자제 운동을 통해 미약하지만 그걸 느끼게 해줘야 한다.

가장 힘있고 덩치가 컸던 공룡은 이미 사라졌지만 적게 먹고 작은 체구를 가진 생물들은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말하자면 지금껏 강점이라고 한 것도 약점이 될 수 있으므로 상대의 급소만 정확히 조준하면 힘과는 무관하다. 일본이 우리의 급소 반도체를 겨냥 했듯이 우리도 그들의 급소를 조준해야한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불매 운동이나 여행자제는 그들의 급소가 아니다. 그러니 지식인들이나 안으로는 막말하면서 상대국에겐 예의를 다해 비굴하게 보이는 정치인들의 말도 조금 들어주자. 주거니 받거니 펀치를 날리지만 너무 많이 다치게 하는건 옳지않고 적절한 냉각기를 거친후 아이가 중재 역할이 되듯 양국이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의 중재가 필요하다.

감성이든 감정이든 이성이든 합리적이든 잘 녹여내보자. 매일 한국의 불매운동과 여행자제를 살피는 일본, 겉으론 여유있는 척 하지만 속은 별로 편해보이지 않는다.

이영란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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