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신권정치와 세속종교

기사승인 2019.07.18  00:17:00

공유
default_news_ad1

- 북한 선교를 위해 꼭 알아야 할 주체사상 100문 100답(43)

Q: 세속종교란 무엇인가요?(2)_신권정치와 세속종교

A: 지난 연재에 이어 세속종교(secular religion)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지난 연재에서 세속종교는 ‘정치의 신성화(sacralization of politics)’라고 정의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세속종교는 정치가 전통종교로부터 독립하여 스스로를 거룩하게 하는 근대화의 과정에서만 발견되는 현상이라고 설명 드렸습니다.

그런데, 이런 의문을 제기하시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정치를 신성화하는 일은 고대로부터 종종 있어 왔던 현상이 아닌가요?’, 혹은 ‘중세의 신권정치(theocracy)야말로 정치의 신성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요?’라는 등의 의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연재에서는 이러한 질문에 좀 더 집중하여 세속종교에 대해 설명 드리고자 합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신권정치와 세속종교는 매우 다른 현상입니다. 신권정치는 고대에 제정일치의 양상을 띠었으며, 중세에는 제정분리의 양상을 띠었습니다. 이 둘의 공통점은 여전히 신의 권위에 힘입어 정치의 권위를 세우는 정치라는 것입니다.

신권정치의 고대 형태인 제정일치 사회에서 신과 소통하는 제사장은 신적인 권위를 가지고 통치합니다. 신권정치의 중세 형태인 제정분리 사회에서는 신의 대리인으로부터 권위를 인정받은 왕이 왕권을 가지고 통치합니다. 여기에서 신적 권위가 통치 정당성의 근원이 되는 것은 고대나 중세나 동일합니다.

▲ 고대 신권정치의 상징 ‘신전’ ⓒGetty Image

고대로부터 ‘정치권력’은 신성하게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정치권력’이 ‘신적 권위’에 힘입어 거룩히 여김을 받는 것과, ‘정치’가 ‘신적 권위’와 아무런 상관이 없이 ‘스스로 거룩히 여김을 받는 것’은 구분해야 합니다. 전자가 신권정치의 특징이라면, 후자는 세속종교의 특징입니다.

‘신에게 기댄’ 정치권력의 신성화와 ‘신 없는’ 사회에서 정치가 스스로 성화되는 것은 다른 현상입니다. ‘신이 없는 세속사회’에서 ‘정치가 스스로 거룩해지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이 ‘세속종교’입니다. 신권정치에서 정치는 ‘신의 도구’가 되지만, 세속종교에서 정치는 ‘신’이 됩니다.  

이집트의 파라오와 제정 로마의 카이사르는 ‘신’이었습니다. 정치의 정당성은 ‘신’이 지닌 ‘신성’으로부터 도출되었습니다. ‘정치’가 ‘신’에게 종속된 것입니다.

로마에서 그리스도교의 승리와 함께 제정일치는 깨어지고, 교회가 국가에 대해 영적인 우월성을 가지는 새로운 권력의 신성화가 대두하였습니다. 제정분리의 상황에서도 결국 세속군주의 통치 정당성은 신의 대리인인 교황을 통하여 승인되고 합법화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영국의 경우처럼 왕 자신이 교회의 수장이 되었습니다.

제정 러시아의 경우, ‘황제교황주의(Caesaropapism)’를 내세워 정치권력이 전통종교를 통하여 영적인 권력을 전유하였습니다. 황제교황주의의 유사한 사례는 제국주의 일본의 신도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황제교황주의의 경우, 일견 세속권력이 영적 권력의 우위에 선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권력의 정당을 신적 권위에서 찾고 있다는 점에서 신권정치의 한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에밀리오 젠틸레(Emilio Gentile)는 이상에서 살펴 본 신권정치에 대해 역사적으로나 논리적으로 정치의 종교화, 즉 세속종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합니다. 젠틸레는 역사적으로 정치의 신성화는 근대 민주주의와 대중 정치의 탄생과 함께 시작하였다고 역설합니다. ‘세속종교’라고 규정되는 ‘정치의 신성화’는 그 기원이 민주주의적이고, 공화주의적이며, 애국주의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세속종교가 실제로 역사에서 등장한 지점을 미국과 프랑스의 혁명시기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세속종교는 일련의 믿음, 가치, 신화, 상징, 의례로 이루어졌고, 거룩한 속성과 의미를 국민주권에 기초한 새로운 정치적 기구들에 부여하였다고 설명합니다.

▲ 이탈리아 역사학자 에밀리오 젠틸레 ⓒWikipedia

젠틸레는 세속종교가 19세기를 거치면서 낭만주의, 이상주의, 실증주의, 민족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 인종주의 등 다양한 문화적, 정치적 운동들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이들 모두는 전통종교를 대체하려는 인본주의적 관심에 기초하여 인간 존재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였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젠틸레는 이러한 흐름들 중에서도, 20세기에 있어서 ‘민족주의’가 ‘정치의 신성화’에 가장 보편적이고 영향력 있는 기제가 되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민족주의는 20세기에 있어 ‘정치의 신성화’의 가장 보편적인 표현이 되었으며, 다양한 이데올로기들과 문화적, 종교적 전통과 융합하였다는 것입니다. 민족주의는 경우에 따라 혁명적이거나 보수적인 역할을 수행했으며, 전통적인 종교들에 도전하기도 하고, 전통종교를 자신의 고유한 신념, 가치, 목적의 체계에 통합하려고 시도하기도 하였습니다.

북한의 세속종교인 주체사상도 이러한 흐름들의 영향 하에서 태동하였으며, 이러한 흐름들과 호흡하면서 성장하였습니다. 우리가 주체사상을 분석해 볼 때, 인본주의적, 사회주의적, 민족주의적 요소가 발견되는 것은 이러한 연유에 기인합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그리스도교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세속종교인 주체사상도 ‘근대화’라는 거대한 격동을 통과하였다는 것입니다.

격동을 통과한 그리스도교가 신권정치 시기의 아우라를 상실한 만큼, 격동을 통해 새롭게 성립한 주체사상은 현재 북한에서 세속종교의 아우라를 획득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스도교와 주체사상의 비교연구를 통하여, 우리는 신권정치 시기에 정치와 사회와 문화 그리고 개인의 영혼 전반까지 강하게 규율하였던 그리스도교 전통의 과거를 통해 현재 동일한 규율을 행사하고 있는 주체사상의 아우라를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비교연구는 우리 그리스도교와 북의 주체사상 사이에서 대화의 접점을 모색하는 시도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대일 연구실장(그리스도교-주체사상 대화연구소) jungsca@hanmail.net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