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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종교란 무엇인가요?_근대화와 세속종교

기사승인 2019.07.11  17:5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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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선교를 위해 꼭 알아야 할 주체사상 100문 100답(42)

Q: 세속종교란 무엇인가요?_근대화와 세속종교

A: 지난 연재에서 전통종교(traditional religion)인 그리스도교와 세속종교(secular religion)인 주체사상을 비교해보았습니다. 이번 연재에서는 ‘세속종교’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자 합니다. ‘세속종교’가 주체사상에만 해당하는 특수한 개념이 아니라, 근대화 과정 속에서 보편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근대화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정치와 종교의 분리,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종교로부터의 정치의 독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역사 속에서 이러한 예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프랑스 혁명입니다.

토크빌(Alexis de Toqueville)은 프랑스 혁명에서 외견상 모순되는 두 가지 모습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무신앙(irreligion)이 18세기 프랑스인들에게 ‘격렬하고도 강렬한 열정’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혁명은 ‘종교적 혁명과 같은 방식’으로 작용하였다는 것입니다. ‘혁명’은 ‘무신앙’을 열정적으로 ‘신앙’한 나머지, 그토록 닮기 싫었던 ‘종교’의 모습을 띠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 종교와 정치의 분리가 세속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정치는 또 다른 종교의 역할을 하기에 이르렀다. ⓒ에큐메니안

토크빌은 그 결과, ‘혁명’은 ‘인간의 선천적 덕성’, 즉 ‘이성’에 대한 ‘믿음’으로 조장된 ‘일종의 새로운 종교’가 되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토크빌이 발견한 이 ‘새로운 종교’가 바로 ‘세속종교’입니다.

인간은 하느님을 버리고 이성을 택하였으나, 하느님을 믿었던 것처럼 이성을 믿었기에, ‘믿음’에 근거를 둔 ‘종교’의 모습에서 벗어날 순 없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하느님’의 자리에 ‘이성’을 두고 섬겼던 것이 혁명 당시 프랑스의 ‘세속종교’였습니다. 토크빌은 이에 대해, 인간의 영혼은 종교를 축출하였으나, 곧 새로운 충성심과 세속적인 이상으로 종교의 빈자리를 채웠기에 ‘스스로 침몰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자연에는 진공이 없다’는 금언을 빌자면, ‘영혼에는 진공이 없다’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의 영혼을 채우고 있던 전통종교가 몰락하면, 그 자리가 폐허의 진공이 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새로운 것’이 채우게 된다는 것입니다. ‘영혼을 채우는 무엇’을 기능상의 ‘종교’라고 할 때, 그 ‘무엇’의 성격이 ‘세속적’인 것이기에 우리는 근대화와 더불어 등장한 이 ‘무엇’을 ‘세속종교’라고 이름 지은 것입니다.

그러면, 중세의 ‘종교’가 차지하고 있던 지위를 쟁취한 그 ‘무엇’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정치’입니다. 그러하기에 가장 극적인 정치적인 행위인 ‘혁명’ 속에서 ‘세속종교’는 태동하게 된 것입니다.

전통종교가 신성을 상실한 바로 그 자리에서 ‘정치’가 ‘신성’을 획득하고 ‘세속종교’로 등극한다는 것이야말로 근대화의 가장 전형적이고 근본적인 특징입니다. 역으로 말하여, ‘정치의 신성화(sacralization of politics)’는 정치가 전통종교로부터 독립하여 스스로를 거룩하게 하는 근대화의 과정에서만 발견되는 현상입니다.

‘정치의 신성화’를 통해 정치가 종교적 차원과 거룩한 본성을 얻게 되면서, 정치는 예전에 종교가 담당했던 기능을 대신하게 됩니다. 개인적 차원이나 공동체적 차원에서 인간 존재의 궁극적인 의미와 목적을 제시하는 역할을 감당하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형성된 세속종교는 민족이나 국가, 국토, 인종, 계급 등등의 정치적 실체를 초월적이고, 절대적이며, 거룩한 실체로 전이시켰습니다.

이제 신성을 획득한 정치적 실체들은 사람들이 기꺼이 그것을 위해 목숨도 바칠 수 있는 헌신과 충실성, 축복과 경외와 믿음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또한 그를 위한 신념, 신화, 가치, 계율, 의례 그리고 상징들의 체계를 갖추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정치적 신성화를 통해 탄생한 ‘세속종교’는 전통종교와는 분명히 다릅니다. 그러나 그것이 신념, 신화, 의례, 상징의 체계를 갖추고 있으면서 인간과 공동체의 운명을 최고의 실체에 종속시킴으로써 인간 존재의 의미와 목적을 해석하고 규정한다는 의미에서 ‘전통종교’와 ‘가족유사성(family resemblance)’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완전히 세속화된 현대 사회에서 전통종교는 여러 가치들 중의 하나로 사사화(privatization)되고, 오히려 세속종교가 한 국가 내에서 배타적인 지위를 독점하며 국가종교로 기능하고 있는 현실을 염두에 둔다면, ‘세속종교가 전통종교에게서 장자권을 빼앗아내었다’고 표현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전통종교인 그리스도교와 세속종교인 주체사상은 분명히 다릅니다. 그러나, 주체사상이 북한사회에서 ‘국가종교’로서의 기능을 감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남한 그리스도교와의 ‘종교간 대화’가 가능한 것입니다.

‘전통종교와 세속종교 간의 대화’란 신학이나 종교학의 영역에서도 낯선 길이긴 하지만, 분단 현실을 딛고 통일을 지향하는 남의 그리스도인들은 반드시 거쳐 가야 할 좁은 길입니다.

정대일 연구실장(그리스도교-주체사상 대화연구소) jungsca@hanmail.net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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