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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노동과 여성의 노동(Q17:34-35)

기사승인 2019.06.07  19:2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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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복음서의 노동자 (4)

Q복음서에서 노동과 관련된 마지막 본문은 Q17:34-35이다. IQP가 재구성한 본문은 다음과 같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두 사람이 밭에 있을 것인데, 하나는 데려가게 되고 하나는 버려지게 될 것이다. 두 사람이 방앗간에서 맷돌질을 할 것인데, 하나는 데려가게 되고 하나는 버려지게 될 것이다.”(Q17:34-35)

이 전승은 소위 말하는 ‘Q 묵시록’(Q Apocalypse)(Q17:23-35)에 속해 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λεγω υμιν)는 말씀은 Q에서 여러 번 등장하는 전형적인 형식이다. λεγω υμιν 말씀을 편집적 양식으로 보는 견해도 있지만(Schenk), 대체로 Q의 독특한 특징을 나타내는 전승으로 본다(Schulz, Jeremaias, Jacobson, Kelber).(미주 1) 그렇다면 이 구절을 ‘Q 묵시록’의 편집의 층위가 아닌 독자적인 전승의 층위에서 볼 필요가 있다.

노동의 일상이 지배하던 이스라엘 사회

이 말씀은 어떤 맥락에서 전해지는 말씀인가? 먼저 이 말씀은 밤의 말씀이 아니라 낮의 말씀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러나 누가는 눅17:34을 삽입하여 이 말씀을 밤의 말씀으로 바꾼다.

Q 누가
Q17:34 - 밭에서 일하는 두 사람
Q17:35 - 맷돌 가는 두 여자1
눅:17:34 - 누워 자는 두 사람(삽입)
눅17:35 - 맷돌 가는 두 여자
(눅17:36 - 밭에서 일하는 두 사람)
* 어떤 사본에는 없음

눅17:34는 맥락이 상당히 달라진 도마복음 61말씀(둘이 한 침대에서 자고 있을 것이다. 하나는 죽을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살 것이다(도마61))과 평행을 이룬다. 누가는 눅17:34을 삽입하여 이 이야기를 밤의 이야기로 바꾸었다. 그러나 Q 전승에서 이 이야기는 낮의 이야기이다.

가이거(Geiger)는 이 말씀을 제자직과 연관된 말씀으로 이해한다. 가족과 사회적 연대에도 불구하고 제자를 부르시는 예수의 부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논의는 간단하게 논파된다. 왜냐하면 이 말씀에서 사용되는 데려감과 버려둠이 ‘신적 수동태’(passiva divina)로 이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미주 2) 이 말씀은 노동하는 가운데 방랑 제자로 부르시는 부름의 말씀이 아니다. 이 말씀은 일상적인 노동의 상황 가운데 발생하는 갑작스러운 종말사건에 대한 말씀이다.

▲ 노동하는 두 여성 ⓒGetty Image

이 전승은 당시의 노동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 전승은 남성의 노동과 여성의 노동을 나란히 말씀하고 있다. 남성의 노동은 집 밖 밭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여성의 노동은 집 안에서 이루어진다. 이는 당시의 성 역할과 노동의 분할을 반영한다.

고대의 농업구조에 따르면 남성을 들판에서 일을 했고, 여성은 맷돌을 가지고 일하면서 수확한 것을 가공했다.(미주 3) 남성들은 집 밖에서 일을 했고, 여성들은 집 안에서 일을 했다. 맷돌을 가는 것은 부인이 해야할 여러 가지 일들 중 하나였다. 사실상 지중해 문화에서 이러한 구분은 ‘자연적으로’ 신에 의해서 주어진 것이라고 간주되었다. 예레미아스는 당시 부인들의 집 안에서의 노동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4)

부인의 첫 번째 의무는 가계를 돌보는 것이었다. 부인은 밀을 빻고 빵을 굽고 빨래를 하고 요리를 하고 아이들을 젖먹이고 남편의 잠자리를 깔아주며 (그녀의 생계유지비 대신으로) 양모를 가공했다(잣고 짰다). 그리고 남편의 술을 주조하고 남편의 얼굴과 손발을 씻겨주는 것도 부인의 의무에 속했다.

그러므로 Q17:34-35는 당시의 노동환경을 잘 반영하는 말씀이다. Q복음서에서 여성의 노동은 밀을 갈거나(Q17:35) 빵을 만드는 등(Q13:20-21) 집 내부에서의 노동과 연관되어 있다.(5)

베이튼(A. Batten)은 Q복음서에서 짝을 짓는 습관이 있음을 밝혀냈다. 짝을 이루는 본문은 다음과 같다: 남방 여왕/니느웨 사람들(Q11:31-32); 겨자씨 비유/누룩 비유(Q13:18-21); 잃은 양 비유/잃은 동전 비유(Q15:4-10); 들에서 일하는 두 남자/맷돌질 하는 두 여자(Q17:34-35).(6) 이는 Q복음서가 여성들의 역할을 잊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남녀의 노동구분은 Q에서 비판적 시각으로 읽히지 않았고 전통적인 젠더에 따른 노동분담은 자명한 것으로 전제되었다.

Q17:34-35는 남성이나 여성이나 일상적인 노동의 상황 가운데서 갑작스럽게 종말의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말씀은 이러한 일상의 노동을 말할 때 의도적으로 남성의 노동과 여성의 노동을 구분했다. 이는 Q 공동체가 전통적인 남녀의 노동구분을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였음을 의미한다. Q17:34-35은 남성의 일과 여성의 일이 따로 있고, 남성의 노동 영역과 여성의 노동 영역이 따로 있다는 전통적인 구분을 견지함으로써 전통적인 노동 체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Q-복음서, 고통받는 노동자들을 이야기했다

지금까지 Q 복음서의 노동 담론을 살펴보았다. Q복음서의 편집 층위에서는 방랑 제자들에 대한 말씀이 전승의 층위에서는 일용직 노동자들에 대한 말씀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Q 전승에 나타난 예수는 일용직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의 향상을 위해서 노력했고 일용직 노동자가 노동의 대가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Q 전승에서 예수는 일용직 노동자들의 양식과 부채를 위한 기도를 드리며 그것을 가르친다. 노동자에 대한 논의는 Q17:34-35에서도 등장한다. Q17:34에서는 밭에서 일하는 농업 노동자를 묘사하고 있으며, Q17:35는 집에서 일하는 가정 주부의 가사노동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Q복음서는 남성의 노동과 여성의 노동을 함께 말함으로써 여성의 노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나 여전히 전통적인 젠더에 따른 노동 구분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Q 전승에 담겨 있는 노동 담론에 대한 연구는 Q 사람들을 일없이 한가하고 평화롭게 떠돌이 생활을 했던 사람들로 보는 입장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제공한다. 그들은 실업이 지배적인 시대에 고용되어 노동했고, 품삯을 그 노동의 대가로 당당히 요구했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생계의 불안 가운데서도 하나님 나라를 기도하며 추구했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내일의 빵과 부채의 탕감을 간구했다. 그들은 남녀가 밭과 가정에서 일하면서 갑작스런 종말을 기다리던 사람들이었다.

미주

(미주 1) 박인희, “Q의 민중서사적 성격에 대한 연구” (박사학위논문, 이화여자대학교, 2008), 61-63 참조.
(미주 2) Kloppenborg, The Formation of Q, 162-163.
(미주 3) M. Labahn, “Die plötzliche Alternative mitten im Alltag(Mitgenommen oder zurückgelassen) - Q17,34f,” Kompendium der Gleichnisse Jesu, R. Zimmermann (Hg.) (München: Gütersloher Verlagshaus, 2007), 229.
(미주 4) J. Jeremias, 『예수 시대의 예루살렘: 신약성서시대의 사회경제사 연구』, 한국신학연구소 번역실 역 (병천: 한국신학연구소, 1998), 461.
(미주 5) L. Schottroff, “Itinerant Prophetesses: A Feminist Analysis of the Sayings Source Q,” in The Gospel behind the Gospels: Current Studies on Q, Edited by R. A. Piper (New York, Köln, Leiden: E. Brill, 1995), 347-360.
(미주 6) A. Batten, “More Queries for Q: Women and Christian Origins,” Biblical Theology Bulletin 24, no. 2 (1994): 44-51.

김재현 교수(계명대) verticalkj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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