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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 그 이상의 복”

기사승인 2019.05.23  19: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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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며 묵상하며

예수께서 배에 오르시니, 제자들이 그를 따라갔다. 그런데 바다에 큰 풍랑이 일어나서, 배가 물결에 막 뒤덮일 위험에 빠지게 되었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주무시고 계셨다. 제자들이 다가가서 예수를 깨우고서 말하였다. “주님, 살려 주십시오. 우리가 죽게 되었습니다.” 예수께서 그들에게 “왜들 무서워하느냐? 믿음이 적은 사람들아!”하고 말씀하시고, 일어나 바람과 바다를 꾸짖으시니, 바다가 아주 잔잔해졌다. 사람들은 놀라서 말하였다. “이분이 누구이기에 바람과 바다까지도 그에게 복종하는가?”(마태복음 8:23~27/새번역)

인생이라는 파도 위를 주님과 함께 살아간다 해도 풍랑을 피할 수 없습니다. 주님 가시는 길은 좁은 길이니 어쩌면 더 많은 파도를 향해 나아가야할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 믿고 함께 동행하는 복은 파도가 없는 삶이 아닙니다.

욕망의 바람과 두려움의 파도를 거슬러 주님 따라가느라 더 힘겨울 수 있습니다. 간절한 기도에 잔잔하게 해주시기도 하지만, 주님 주시는 복은 주님 누리신 복입니다. 주님 누리신 복은 불행의 맞은 편에 있는 상대적 복이 아닙니다.

▲ 「Blade Runner」 by Vladimir Kush ⓒU.H.M. Gallery 단해기념관. 서슬 퍼런 삶의 칼날 위에 가녀린 소녀가 하늘 향해 손을 들고 서있습니다. 하늘에 모든 것을 맡긴 기도인 듯 눈을 감은 얼굴은 묵직한 평온으로 많은 이야기가 들려오는 침묵입니다.

행, 불행의 상대적 차원을 넘어선 복입니다. 불행이 아닌 행복, 흔들림이 없는 평온이 아닙니다. 행, 불행을 아우르는 복이요, 흔들림 가운데 누리는 평안입니다.

한 사람이 하나님께 자신의 가장 간절한 소원을 담아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그 한 가지 기도로 1년, 2년, 3년 기도하다가 세월이 흘러 어느새 10년을 넘도록 기도했습니다. 그러나 바라던 응답은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기도하다가 눈을 떠보니 황금빛처럼 온 봄이 환하게 빛나는 누군가가 앞에 서 있는 것입니다. “누구신데 여기서 뭘 하고 계십니까?”하고 그가 물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당신에게 보내신 천사입니다.” 하고 그가 답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드디어 당신의 소원을 들어주라고 보내셨습니다.” “주여, 감사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사자시여!”하고 그 사람이 말했습니다. “이젠 너무 늦었습니다. 지난 10여년을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저는 기도와 묵상 가운데 하나님과 함께 거하는 지극한 복(至福)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제가 바라던 소원과 욕망이 사라졌습니다. 이젠 그 소원의 성취가 필요 없게 되었습니다. 너무 늦게 오셨습니다.”(앤소니 드 멜로 『개구리의 기도1』 36)

간절하게 몸부림치며 기도할 수밖에 없을 때가 있습니다. 금식을 하고 몇날 며칠을 기도할 수밖에 없을 때가 왜 없겠습니까. 부르짖고 토해내고 다 쏟아내다가 어느 덧 잠잠해집니다. 그 고요함 속에 문득 함께 계신 주님을 느낍니다. 울고 부르짖을 힘조차 바닥이 난 그 때 곁에서 울어주시고 안쓰러워하시는 주님의 임재, 두려움과 욕망의 심연 깊은 곳에 그렇게 변함없이 함께 계십니다. 그런 주님 품에 안기면, 주님 곁에 앉으면 파도 속에도 쉼이 깃듭니다.

예수님 일어나셔서 풍랑을 잠잠케 해주신 것도 복이지만, 풍랑 속에 함께 계셨던 주님이 이미 최고의 복입니다. 풍랑을 잠잠케 하시는 주님의 능력에 놀랄 수밖에 없지만, 풍랑보다 더 거칠게 파도치는 내면 깊은 곳에 늘 함께 계신 사랑이 더 놀랍습니다. 어떻게 하든 주님을 깨워서 풍랑을 막는 것도 길이고 주님 들어주시기도 합니다.

그러나 풍랑 속에서 주님 품에 안겨 아늑하게 쉬는 것 역시 길입니다. 그 사람의 기도에 응답이 너무 늦었던 것일까요? 간절했던 소원에서 보면 늦었지만, 지극한 복을 위해서는 조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응답이 넘어선 지복입니다.

하태혁 목사(단해감리교회) devi3@naver.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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